일본 서예전을 다녀와서--임국환(고려대 교수)

[초우 문복희]

일본 서예전을 다녀와서!

                                    임국환 (고려대학교 교수)

추석연휴가 시작되는 9월10일 토요일 9시발 오사카행 비행기를 탔다. 일본에서 열리는 서예전에 우리나라 25인이 참여하고 대표로 5명이 초대받은 것이었다. 미리 연휴 일주일전에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찾아뵙고 성묘한 다음 출타하는 것이어서 마음은 가벼웠다.

바다에 떠있는 간사이공항에 기다리고 있는 일본 서예작가들과 합류한 후 승용차 2대로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교토에 도착했다. 그리고 전통식당에 들러 일본음식을 음미했다. 이어 미리 가고 싶다고 부탁했던 淸水寺(키요미즈데라)를 걸어 올라갔다. 그 곳은 예나 다름없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있었다. 청수사는 교토 히가시야마를 배경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높은 툇마루에서 교토의 절반을 내려다보고 있다. 특히 맑은 날에는 멀리 오사카까지 바라보이며, 약 13만평에 이르는 절터는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사계절의 경관이 훌륭한 極樂淨土로서 신앙의 터전이 되어 왔다. 또한 1,000년의 역사를 지녔으며 그 중 새로이 건축된 목조건물은 500여년이 되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한다. 산책로를 따라 앞쪽에서 다시 산중턱에 멋있게 조화되어 있는 사찰을 구경했다. 마시면 젊어진다는 청수를 한바가지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교토대학으로 향했다.

<청수사 전경>

원래 교토대학교 대학원 의학연구학과 소속이면서 건강증진에 관한 논문을 많이 쓰신 今中 維一(이마나까 유이찌) 교수를 만나기로 되었지만, 그 분이 급히 출장이 생겨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대학교정 만을 방문하게 되었다. 교토대학은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으로 유명하여 평소에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건물이나 교정은 시골대학처럼 소박한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캠퍼스 분위기를 살피면서 위대한 연구결과가 건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의 노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 일행은 교토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무리 하고 오사카로 이동했고, 숙소인 천왕사역 옆에 위치한 미야꼬호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恩地 春洋(온치 순요우) 회장께서 우리를 반겨주었다. 오사카성을 지나 저녁식사 장소로 자리를 옮겨 환대받으며 전통 일본요리를 마음껏 먹고 첫째 날엔 일찍 자리에 들었다.

2일째 오사카 시립미술관이 문을 열기를 기다려 일본 서예가들의 작품을 살펴보고 우리들이 보낸 서예작품도 둘러보았다. 중국에서는 書法이라하고, 일본은 書道라고 하는 것에 비하여 우리는 書藝라고 한다. 그러나 일본사람들의 필체가 자유롭고 종이에 먹물이 번지도록 하여 그림을 그리듯 쓰는 것을 보면 오히려 서예라고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일행 중 시인 문 교수님의 감성을 담은 해설은 서예를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하도록 도와주었다. 점심식사는 일본 서예가 대표들과 전통 고급도시락으로 하고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장을 가득 메워 입추의 여지가 없었지만 앞에 마련된 특별석에 안내 받았다. 약 1,000명의 출품작에 대하여 일반부와 학생부로 나누어 2시간 가까이 시상식을 갖는데 300여명이 상을 받는 대규모 서예전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서예전은 每日(마이니찌) 신문사와 함께 매년 개최하는데 금번이 61回로 玄遠社書展이 80세 중반의 창립멤버들에 의하여 오늘날도 운영되고 있으며, 초창기의 회장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단합하여 발전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어서 이어지는 書展懇親會에서 일본의 많은 서예가들을 만날 수가 있었다. 임원들의 스피치에서 한국 서예작품에 대한 우수성을 칭찬하는 부분에서는 남을 높여주는 여유로움과 아량에 대하여 감사와 함께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다음날 우리는 옛 수도 奈良를 향하여 法隆寺, 藥師寺, 唐招堤寺를 방문하였는데 그곳에서는 백제관음상을 비롯한 우리의 고대문화가 일본에 접목된 것을 느끼게 되었다. 아스카시대의 문화를 둘러보고 특별히 전시된 일본의 많은 國寶들을 감상한 후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서둘러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번 일본방문에서 우리를 안내해준 일본작가들과 석별을 아쉬워하며 식사를 함께하고, 헤어질 때는 수없이 손을 흔들어댔다.

<당초제사 금당>

2박 3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일본 예술인들과의 만남이 기쁘고 행복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맞춤법]

2박 3일간의 일본 여행이 깔끔하게 잘 정리되었습니다. 읽는 사람이 교토와 오사카를 거쳐 좋은 서예작품전을 둘러보고 온 듯한 느낌입니다. 한 가지 전시된 작품 사진을 구경할 수 없어 아쉽네요.

[신고산]

님 그늘에서 잠시쉬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