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1) 분량 및 단락장
-원고지 196매, 14 단락장
① 단락장 : 매장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나와 로사. 소년 에에에프 렉스에게 해의 자양분에 관한 이야기를 듣다. 태양광 흡수 문제는 에이에프들에게 영영 집을 찾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② 단락장 : 드디어 쇼윈도에 서게 된 나와 로사. 바깥세상을 세세히 탐구하는 나(클라라). 나는 쇼윈도 앞에 나타난 여러 어린 아이들 사이에 무언가 각각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③ 단락장 : 조시와의 첫 만남.
④ 단락장 : 로사는 창가에서 에이에프들이 눈에 띠지 않는 점에 대해 의문을 표시한다. 나는 에이에프들이 자신의 아이들과 맺는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신형으로 교체될 것을 걱정하거나 나를 멸시하는 아이와 함께 해야 하는 삶에 대해서.
⑤ 단락장 : 사람들이 드러내는 신비로운 감정에 매료된 나는 그들과 같은 감정을 느껴 보려고 한다. 어느 날 행복해 보이지만 어쩐지 속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커피잔 아주머니와 남자의 해후를 목격하고 그와 비슷한 감정을 내 안에서 찾아내기까지 한다.
⑥ 단락장 : 조시를 다시 만나다. 조시는 자신의 집에 오는 것을 원하는지 묻는다. 내가 그렇다고 답하자, 조시는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떠난다.
⑦ 단락장 : 조시는 약속한 날짜에 오지 않는다. 우리는 쇼윈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나는 매니저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보고 우리가 그를 실망시켰음을 느낀다.
⑧ 단락장 : 가게 중앙 자리에 있게된 나와 로사. 쿠팅스 머신의 등장. 쿠팅스 머신이 일으킨 공해 때문에 조시가 가게에 오지 못한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나. 하지만 쿠팅스 머신이 사라져도 나타나지 않는 조시.
⑨ 단락장 : 여자아이가 나타나다. 나는 아이가 내게 관심을 보이는 것을 알았지만 시선을 돌리거나 웃음을 짓지 않았다. 여자아이가 B3 모델을 선택하고 돌아간 후, 매니저는 내게 고객이 에이에프를 선택하는 것이며 아이들과의 약속은 믿을 수 없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⑩ 단락장 : 새로 온 B3 소년 에이에프들. 로사가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다.
⑪ 단락장 : 나는 로사가 떠난 후 새로 들어온 B3 에이에프들이 오래된 에이에프들과 자기들이 다른 그룹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그들과 거리를 둔다는 것을 눈치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 최신형 B3 시리즈들이 과연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⑫ 단락장 : 나를 다시 쇼윈도 자리로 내보내겠다고 말하는 매니저. 나는 PRO 빌딩 뒤로 해가 넘어간 후에도 일어나지 못하는 거지 아저씨와 개를 목격하고 그가 죽었음을 직감하고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다음날 해가 떴을 때 나는 해의 자양분이 그들을 구한 것을 깨닫고 안도한다.
⑬ 조시와 다시 만나다. 조시가 아파서 나를 찾아오지 않는 동안 나는 뒤쪽 벽감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는 조시가 나를 찾아낼 때까지 그대로 잠자코 기다리고 있다가 조시가 나를 찾았을 때 비로소 그 애와 함께 하게 된다.
2) 느낀 점과 그 이유
- 인공지능이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거라고 온 세상이 떠들어대는 요즘, 사람들은 곧 우리 일상에 닥쳐올 AI에 대해 경이로움과 호기심, 동시에 두려움을 얘기한다. 나 또한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의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고 인간을 소외시킬 거라는 예견과 결국 인류를 파멸에 이르게 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들으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모두가 AI를 감정이 없는 차가운 기계의 모습으로만 떠올릴 때, <클라라와 태양> 속 에이에프들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주인공 클라라는 뛰어난 관찰력과 공감능력을 발휘해 인간보다 더 사려 깊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클라라는 쇼윈도에 서서 거리를 내다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 속에서 닮은 듯 다른 점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클라라는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 기쁨과 같은 감정들을 느껴보려 애쓰며 가끔 그들과 비슷한 감정을 자신의 안에서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피노키오 서사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이 되고 싶은 피노키오의 바램이 제페토 할아버지의 진짜 아들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던 것처럼 클라라도 그렇게 운명처럼 조시를 만난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글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는 1장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대부분 SF물을 표방하며 이지적인 글로만 치닫는 경향이 있는데 비해, 이 소설은 오히려 서정적인 느낌이 강해 좋았다. 선생님은 비추하셨지만 나머지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3) 가장 좋았던 부분과 이유
에이에프와 태양의 연관성에 대해 공들여 설명하려는 점이 좋았다. 에이에프들은 태양의 자양분을 충분히 받을 수 없으면 자신들에게 고유의 결함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그 때문에 영영 집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햇빛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그것이 앞으로 이 긴 이야기의 핵심적인 이야기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빌드업을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죽은 줄 알았던 거지 아저씨와 개를 결국 햇빛이 구해냈으며 그 둘이 굶주린 듯 해의 자양분을 빨아들이며 시시각각 튼튼해졌다고 표현했을 때는 가슴 한켠이 환해졌다가 금세 뭉클해졌다.
조시를 만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경멸하는 아이와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르는 운명조차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에이에프에게 함께 하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조시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AI 시대에 로봇과 공존할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해 주는 것 같기도 했다. 예전에 <아임 유어 맨>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가족과 같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가 곧, 나도 모르게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근사한 대접을 받는 AI들 사이로 팔이 한 쪽 떨어져나가고 머리가 망가진 끔찍하고 우울한 얼굴을 한 AI들도 분명히 존재 하리란 생각에 슬퍼졌던 기억이 있다. AI는 인류가 이룩해놓은 수많은 데이터를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췄으며 인간과 비슷한 사고패턴을 익힌다고 하는데, 그들이 닮고 싶어 하는 인간이 부디 조시와 같은 인간이길 바란다. 말썽꾸러기 피노키오의 방황 끝에 다정한 제페토 할아버지가 있었던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조시와 같은 인간들이 도태되지 말고 이 세상에 더 많이 번성하기를.
<복수의 여신>
1) 분량과 단락장
-30매, 6단락장
① 단락장 : 내 친구 세령이를 놀리는 남자아이들. 나(윤은율)는 세령이를 대신해 복수를 다짐한다. 그때 나타난 조윤혁 때문에 나는 복수의 여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② 단락장 : 비가 오늘 날 교문 앞에서 나는 조윤혁이 파마머리 여자애와 한 우산을 쓰고 가는 것을 보고 그 뒤를 따라가게 된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은 나는 그날 맞은 비 때문에 온몸에 열이 나서 다음날 학교에 가지 못했다.
③ 단락장 : 이틀째 결석한 날 밤, 나는 조윤혁이 내게 우산을 씌워주는 꿈을 꿈을 꾸었다. 꿈속의 조윤혁은 상냥했고 나는 기분이 좋았다.
④ 단락장 : 다시 돌아간 학교에서 조윤혁을 만난 나는 반가웠지만 그 애가 조금 밉기도 하고 괜히 화가 났다. 그러다 파마머리 여자애가 조윤혁의 여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몰래 크레파스도 빌려주었다. 어쩐지 다시 기분이 좋아진 나.
⑤ 단락장 : 세령이가 조윤혁을 잡아놨지만 나는 그냥 풀어주었다. 윤혁이 그렇게 나쁜 녀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 나는 더 이상 그 애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 (아니, 오히려 친하게 지내고 싶다.)
⑥ 단락장 : 운동회 총연습 날, 다시 조윤혁을 붙잡은 세령에게 나는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로 그 애를 놓아준다. 계단에서 만난 조윤혁은 어째서 요즘은 자신에게 복수를 하지 않는지 묻는다. 그동안 복수를 한답시고 자신을 쫓아다닌 은율 때문에 재밌었다고 말하는 조윤혁에게 나는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넌 나의 복수의 여신이야. 계속 복수해 줘.” 나는 앞으로 백 년 동안 오직 윤혁이에게만 복수할 거라고 결심한다.
2) 느낀 점과 그 이유
비 오는 날 파마머리 여자애와 같이 있던 조윤혁을 보고 첫 사랑을 자각하지 못한 채 병이 난 은율의 모습이 귀여웠다. 낯선 감정에 혼란스럽지만 서서히 그 애의 다른 면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좀 더 친해지고, 특별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담겨서 좋았다.
좋아하는 서툰 마음을 표현하기 어색해 괜히 더 짖궂게 굴던 개구진 얼굴의 남자애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은율이 복수를 한다고 자신을 쫓아다니는 게 마냥 좋았을 조윤혁의 마음이 걔들 마음이었겠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근데 현실은 그런 걸 질색하는 여자애들이 더 많다는 게 비극이다.
3) 가장 좋았던 부분과 이유
윤혁이 은율에게 계속 복수해 달라고 말하던 마지막 단락장이 가장 재밌고 신선했다. 어린 아이들답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모습이 좋았다. 그동안 복수를 하는 방식으로 함께 장난을 치며 친해진 줄 알았다고 말하는 윤혁에게 은율은 의아하면서도 가슴이 쿵쿵거린다. 그리고 백 년 동안 오직 윤혁에게만 복수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둘만의 특별한 언어로 만들어진 관계가 시작된다. 복수의 여신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의 첫 사랑.
<언덕 위 하얀 타일 집>
유년시절을 함께한 집을 통해 아버지라는 인물을 드러낸 점이 좋았다. 지난 시간에 선생님께서 구체적인 장면과, 객관적 상관물로 글을 쓰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았다. 겉보기만 번지르한 타일로 감싼 그 집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말하며 사람도 집처럼 낡고 작아져간다는 표현의 발견이 특히 좋았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사장님, 사장님이라 부르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 집은 티브이에 나오는 사장님 집과는 점점 더 멀어졌다는 표현도 절망적인 상황을 자조 섞인 유머로 승화한 것 같아 좋았다. 머릿속에 집을 짓고 아이들을 위해서 수영장을 만들고 베란다 통창에 시트지로 동물 조각을 새기는 젊고 의욕이 넘치는 한 남자를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다. 그가 비록 실패를 거듭해 가족들을 힘들게 했다고 해도, 그래서 글쓴이가 그를 아프게 기억한다해도 어쩔 수 없이 그를 떠올리면 그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글이었다.
<불꽃놀이>
한 편의 엽편 소설을 읽은 기분이었다. 그만큼 완성도가 좋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문장은 반전의 재미까지 느끼게 했다. 군더더기 없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완벽한 결말을 만났다고 느꼈다. 대범하지 못한 주인공의 성격이 어린 시절의 에피소드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난 점도 좋았다. 하지만 자신과는 달리 무모하리만치 모험심이 강하고 대범한 그에게 느끼는 감정이 다소 밋밋해 보였다. 그런 사람들에겐 선망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를 바라보는 복잡한 심정이 더 표현되면 좋을 것 같다. 어쨌든 구성이 잘된 글이라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