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친구들과의 만남은 잠정적인 휴면상태로 돌입했고 어언 2년하고도 몇달의 시간이 지났어요.
이거야 원, 네명은 되고 다섯명은 안된다느니, 한 집에 주소지를 둔 세명까지만 된다느니 등등
사정이 이런 지경이다보니 동창들 모임은 그저 온라인으로 명맥을 유지해 오늘에 이르렀지요.
정부의 위드코로나 정책이 선언되고
우리는 잠에서 깨어나기라도 하는것처럼 큰 기지개를 폈습니다.
그리고 곧 펄쩍 뛰어보기를 시도했죠.
팔다리에 이상은 없는 것인가?
하기는 팔다리에 근육이 풀리고 관절이 굳은 것은 굳이 뛰어보기로 확인받지 않아도 알고있던 사실이었으나 친구들 안녕, 나도 안녕 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거죠.
코로나 시대 2년동안의 힘겨운 임기를 끝낸 회장단이 한발 물러서 포진하고 새로이 회장단이 된 친구들은 위드코로나에 작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이름하여 연천체험.
봄소풍입니다.
구석구석여행사
우리는 구석구석 여행사를 통해 소풍을 떠났어요. 이름도 정겨운 구석구석 여행사는 연천 주민들이 만든 주민여행사로 일반 여행사와는 달리
조합원들간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농촌체험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역사, 지형, 자연환경등을 소개하고 지역 맛집도 찾아가는 주민주도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는
지역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으로 운영된다 했습니다.
내고장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발벗고 나서 자립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졌어요.
내용도 알차고 자연환경도 어떤 이름있는 관광지 못지않은 위용을 뽐내면서 재인폭포의 가슴아픈 설화는 이 고장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데 일조했네요.
우리는 왼발 오른발을 내딛으며 팔도 오른팔 왼팔 휘두르면서 오랜만에 긴 줄을 지어 걸었습니다.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방역지침이
있었지만 저는 주름 가리개용으로 훌륭한 마스크를 벗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안에 들은 내용물이 실은 별 것 아닌 것이었을지라도 언박싱은 기대와 설렘을 주죠. 풀기전까지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으므로.
여행이라는 언박싱은 우리의 맘을 낯설고 새롭게 만들기에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재인폭포
옛날 재인이라는 줄타기 장인이 있었고 그에게는 미모가 출중한 아내가 있었대요. 그런데 그 고을 수령이 재인의 아내를 욕심내 재인을 죽이고 여자를 취하려하자 여자가 고을 수령의 코를 물고 폭포에서 자결했다고 합니다.
이후 사람들은 폭포를 재인의 이름을 따 재인폭포라 불렀고 동네 이름은 재인의 처가 수령의코를 물고 자결했다하여 코문리라고 한답니다.
고을 수령이 마을사람들을 위해 어진 정책을 펼 생각은 하지않고 서로 사랑하며 잘살고있는 부부의 여자를 탐해 죽음으로 몰아갔으니 그 죄를 어쩐다 말입니까.
참, 부끄러운 전설이네요...
그럼에도 폭포가 많은 사람들을 고장으로 불러모으는 것을 보니 그들의 이야기가 그 고장의 자손들에게 도움이 된 것은 같지만 가혹한 운명을 맞은 선량한 재인부부가 가엾어요. 저승에서는 방해꾼없이 사랑을 이루리라 믿어 봅니다.
백학역사 박물관
연천지역 최초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두일리를 알리는 벽화를 비롯하여 6.25 참전 용사들의 현재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시했습니다.
북한과 마주보다시피 가까운 38도선 이북에 위치한 환경인지라 더욱더 내 고장을 지키고 내 조국을 지키기위해 총을 들었던 훌륭한 아버지, 할아버지들입니다.
제1땅굴 모형과 큰 사건을 기록한 사진과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무기등 규모는 그닥 크지않지만 담고있는 이야기만큼은 작지않은 박물관에서
해설사님이 역사를 서술하자 친구들은 흡사 수업시간에 눈을 반짝이는 소년소녀가 되어 집중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가 몸으로 겪어낸 역사인지라 바로 우리 이웃, 우리 가족의 이야기였죠.
호로고루 하늘계단
연천군 장남면에 위치한 삼국시대 고구려의 성곽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성터라는 유적지로도 가치가 있고,
요즘 사람들에게는 포토존이라는 핫플로서의 가치도 있네요.
아무렇게나 찍어도 인생샷 되시겠습니다.
ㅇㅇ가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저더러 사진 잘나왔다고
너 돈내!!! 해서 웃었는데요.
저는 그녀의 순간 모습을 찍어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들이대며 말했어요.
너도 돈좀 내야 할 듯 싶은데?
그녀는 제 사진이 잘나와서^^
저는 그녀의 못나온 사진을 협박(^^)용으로.
인품이 드러나는 사건 맞죠?(셀프 디스입니다)
ㅎㅎㅎㅎㅎ
세라비 한옥카페
구석구석여행사에서는 아메리카노커피를 기본 음료로 주시고 메뉴가 달라지면 개인적으로 차액을 계산해 마시는 걸로 서비스를 더해주었습니다.
실은 프로그램에 멋진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있다는 문구를 보고 내심 기대가 있었어요.
사실 아직 커피맛은 잘 모릅니다.
그저 구수하고 쌉싸름한 풍미와 온도가 맞을 때의
느낌을 좋아하고 그 한가로움을 즐깁니다.
커피 마시며 원샷으로 마시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뜨거우니까요.
그리고 향을 빼놓고 커피를 말할 수는 없지요.
커피 한잔이면 방에 있는 모든 이에게 향을 선물할 수 있답니다.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깊은 커피향을 들일 수는 없었으나 탁트인 하늘을 이고 비라본 풍경이 고스란히 가슴속으로 들어와 자리잡고 앉더라구요.
이도 좋았습니다.
애심목장 스트링치즈만들기 피자체험
3대째 가업으로 이어지는 애심목장에서 치즈만들기 피자체험으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곳의 체험은 좀더 다양해서
+아이스크림 만들기
+스트링치즈 만들기
+피자 만들기
+젖소에게 건초주기등
어린이들을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들의 방문이 많은 것 같았어요.
우리는 덩어리 치즈로 스트링 치즈를 만들고 이것을 이용해 크러스트 피자까지 만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바깥에서 사먹는 피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1인인데 앉은 자리에서 두조각을 먹었습니다.
맛이 훌륭했어요.
치즈를 비롯해 유제품은 우리나라 제품이 수입품에 비해 월등히 품질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맛으로 증명이 된 체험이었네요.
한자리에 모여 만날 수가 없던 지난 2년의 시간은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했습니다.
그간 움추러들었던 근육들이 나 여기있었소 하듯이 이튿날 넓적다리가 뻐근했지만 마음은 더 뻐근하니 뭔가 채워져 있었어요.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염려를 했지만 맑은 햇살에 잔잔한 바람까지 구색 맞춰 들판을 채우니 자연 경관도 모두 나와 우리를 맞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좋은 날, 근사한 날입니다.
연천 봄소풍을 위해 수고해 준 회장단에 감사하며 집이 멀어 긴시간 가야하는 친구를 위해 사비를 털어 택시비를 쥐어주기까지 한 상덕부회장을 칭찬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모임에 나온 일도 칭찬합니다.
두팔로 스스로 한번씩 안아서 칭찬해요.
다음 번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꼭 만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