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꽃/김서은
달빛 차지하려 밤에 피었나!
하나뿐인 달빛
네 것 하렴
여행 꾼 눈빛 차지하려 낮에 피었나!
깜박 깜빡 눈빛
내 것 할게
너는 너답게
나는 나답게
맘껏 누리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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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배/김서은
배타고 나갈 때 마다
만선을 꿈꾸며 콧노래 부르고
고깃배는 물결 따라
춤을 추었지
그러나
텅 빈 망태기
애써 미소 지으며
큰 배를 가진 돌쇠네 집에
시집가라던 넋두리
가서 너는 고기 실컷 먹어라
싫어! 싫어!
코 흘리게 나는 싫어
아버지 혼례 타령에
부끄러운 열두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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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아저씨/김서은
바다의 경비아저씨
빨간 모자 쓰고서
옹기종기 모여드는
통통배 부딪힐라
아슬아슬
하늘 경비아저씨
층층꼭대기 앉아서
깜박 깜박
깜박 할 사이
바람처럼 여객기 지나가고
동네어귀 수호신 장승 아저씨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아이들 호기심은 풀리지 않고
수수께끼 한줄 남겨두네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에서 동네어귀에서
경비아저씨 덕분에
날이 저물어도 걱정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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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눈사람/김서은
해의 심술이 꼭대기에 있다
눈사람이 도둑맞았다
아이 울음소리 커진다
내 눈사람 어디 갔어
범인은 내가 아니라는 듯
해님은 딴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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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의 시간/김서은
해가 뜨기 전에는
영원을 꿈꾸었지
해를 보는 순간
둘은 숨 가쁘다
해가 더 다가오는 때
이별의 인사를 한다
봄여름 가을 지나
겨울이 올 때까지
그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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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사귐/김서은
누구랑 친구하지
눈치 보는 누룽지
닭이랑 오리랑
새로 사귄 해물친구랑
열탕에서 헤엄친다
닭, 오리가 묻는다
여기 좋아
해물대장 대답
엄청 좋은데 같이 헤엄쳐
오리 알몸 푸덕이며
숨 막혀 라고 외친다
누룽지가 기다린다
도도한 대게 킹크 랩도
언젠가 친구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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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별사/김서은
초빙 합니다
단맛 신맛
미네랄 비타민
감별사 누구 없나요
윙윙 감별 일인자
벌 한 마리 앉았다
음~
일등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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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기도/김서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살다가
터질세라 귀한 몸
상자 궁전에서 고이고이 모셔져
여왕처럼 살았지
이사 가는 날 포도송이 해체되어
베이킹파우더에 샤워하고
알알이 곱게 곱게 단장하고
전신 마사지를 받는다
단맛에 효모까지 갖춘 미모인데
높은 도수 위해 설탕가루 뿌려져
유리병 감옥에 딸깍 갇혔다
죄목은 약해서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가석방되던 날
베보자기에 싸여 고문을 받는다
완전히 물이 된 몸 다시 감옥에 넣고
백일기도 올린다
죄목은 숙성되라 였었다
백일석방기념은 포도가족들의
와인소믈리에 파티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