띨 소풍날 미나리와 계란만 넣어 김밥 말고 풋보리 아궁이불에 그을려 주시고 감자넣은 수제비국 달랬는데 열무 많이 넣고 국수 삶고
수박 참외 토마토 안 심은 것 없고 놀러가는 날도 없이 일만 많이한 우리엄마 부자도 못되었고
팥이 들어간 네모진 빈대떡 기름둘러 굽고 막걸리 넣고 반죽해서 아랫묵에 두면 부푸는데 쇠주걱으로 꺼주어 다시 부풀게 해서 팥넣고 찐빵을 했다 추억의 찐빵이 만들어지기 직전 부풀어진 반죽은 나와 언니 오빠들을 배에 간직하였다가 해산을 반복한 엄마배다 그에 못지 않은 나의 튼 배에 손을 올려 본다
사촌오빠가 4살때 시집온 우리 엄마 꽃처럼 예뻤다더니 늦가을마다 밤새며 감을 깍더니 실에 매달린 감처럼 황혼을 지나 황홀한 노을도 지고 얼굴의 각도 무너지고 쪼글쪼글 곶감이 되었다
영혼을 갈아넣은 참기름 들기름 다섯 병 해마다 두 줄로 세워두고 고구마 다섯 박스 마음 그득 담아 오남매에게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