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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기록하고 있는 여행기를 공유합니다. 5불당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약간이나마 보템이 되었으면 합니다..
피렌체(Firenze)_1124_1129
메디치가의 소중품을 전시한 우피치 미술관이 있고, 지인인 제이슨도 있어서 찾아갔다. THE MALL이라는 명품 아울렛이 있는 걸로도 유명하다. 현대 이탈리아어에서 시작해 이탈리아 문화 전반에 또 많은 영향을 미친 곳이라고 한다.
숙박_엘리나 썬룸_더블룸_5박
공기방울을 통해 예약했다. 피렌체도 로마처럼 숙박시 세금이 부과되지만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에어비엔비는 세금을 따로 낼 필요가 없었다. 이 세금 여부만해도 숙박비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대부분 호텔이나 호스텔은 훨씬 비싸기도 했다. 로마에서 출발한 버스는 피렌체 중앙역 뒤편에 섰다. 일단 역으로 가서 요기를 하고, 호스트가 안내해준 14번 버스를 찾아 탔다. 버스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버스 요금도 어떻게 내는지 몰랐는데 물을 정신도 없었다. 겨우 숨을 참으며 삼십분을 달리고 내렸다. 호스트에게 물으니 시내버스 티켓은 길 곳곳에 보이는 점방 TABACCHI에서 사라고 했다.
엘리나가 살면서 남은 두 방을 공기방울 돌리는 것인데 게스트용 화장실도 따로 있고, 부엌은 오전에만 사용 가능했지만 깔끔했다. 저녁에 돌아올 때면 온 집에서 파스타 소스 냄새가 진동했다. 작은 방이지만 테라스도 있어서 밝고, 근처엔 크고 작은 슈퍼마켓이 있어서 살기 편했다. 시내까지는 버스도 있었지만 강둑 산책로를 따라 걸어갈 수도 있었다. 강둑엔 카페가 있어서 광합성을 하며 초록 가득한 피렌체를 맘껏 향유했다.
어차피 이탈리아에선 식당가면 파스타, 피자, 샌드위치라 아침은 이탈리아 식으로 간단히 먹었다. 한 번은 집 근처 대형 슈퍼마켓에 가서 즉석요리를 사와서 와인과 먹었는데 바깥보다 비싸고 맛없었다.
제이슨과의 재회
제이슨은 약 4년 전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다닐 때 한 학기만 함께 지냈고, 나는 직장으로 그는 이후 여기 피렌체에 자리한 한 대학의 경제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한창 바쁜 박사 유학생이라 가볍게 연락만 해봤는데 바로 만나기로 했다. 피렌체 도착 첫날 숙소에 짐을 풀고 접선 장소인 두오모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앞에서 감격의 재회를 한 후 그는 우리를 작은 파스타 집으로 안내했다. 저녁을 먹으며 그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가히 피렌체의 왕자라 할 정도로 이탈리아 전역과 한국 미국을 누비고 다녔다. 먹고 나서 이차를 가는 동안 피렌체 시내 주요 지점을 다 안내해줬다. 핫한 펍에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시고 헤어졌다. 열한시가 다 된 시간까지도 시내버스가 있었다.
이후 주말엔 제이슨이 나폴리를 가는 바람에 만나지 못했고, 떠나기 전날 저녁에 다시 만났다. 다시 두오모 성당 앞에서 만났다. (항상 만남은 냉정과 열정사이 돋게..) 이번엔 약속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 삼십분을 기다리다 카페에 들어가서 연락을 취했다. 극적으로 상봉해 장을 보고 제이슨의 집으로 향했다. 제이슨의 집은 중심가에 위치한 몇 백년짜리 집이라 집 안 복도에도 박물관처럼 동상과 그림이 있었다. 스스로 문을 열고 닫아야 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작은 창틈으로 두오모 성당이 보였다.
이날은 마침 제이슨의 생일이었다. 우리도 떠나기 전날이라 밖보다 집에서 먹을 것을 제안했더니 김치와 고추장, ‘쿠쿠’가 있다고 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준비하기로 했다. 우린 미리 제이슨이 알려준 아시아슈퍼에서 된장을 샀다. (첫날 여기서 라면을 사서 숙소에서 브런치로 진까르보나라면을 끓여 먹었다.) 제이슨이 쿠쿠로 밥을 하고, 여편님이 쌈장과 쌈채소, 된장국을 준비하고 난 돼지 목살을 구웠다. 이탈리아 장인이 만든 후라이팬이라 기름도 안생기고 골고루 익었다. 좀 늦게 만나는 바람에 아쉬웠지만 훈훈했던 밤이었다. 생일을 기념해 준비한 작은 케잌보다 쿠쿠가 만든 밥이 더 기름지고 쫄깃했다. 누가 나 보고 한국에서 캐리어 하나만 갖고 이민 가라고하면 쿠쿠만 들고 갈 것이다. (남편님의 쿠쿠사랑..)
‘쿠쿠’는 하루 꿈으로 끝났고 우린 이날 산 된장을 고스란히 들고 다니기로 했다. 이후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피렌체 식당
Club del Gusto
첫날 제이슨이 안내해준 파스타 집인데 곰탕을 판다고 했다. 곰탕 국물에 파스타를 말아주는데 여름까지만해도 쌀을 넣어서 국밥을 만들어주기도 했단다. 시켜보니 곰국시 같은 맛이 났다. 날이 추워져서 우리에겐 딱이었다. 여기에 곱창볶음과 다른 고기 파스타 하나, 와인 하나를 더하니 얼었던 몸과 로마에서 잃어버린 정신이 다 녹아내렸다. 소박하고 정겨운 파스타 집이다.
여편님과 둘이 여길 다시 찾았다. 여편님은 올리브 파스타를 시켰고, 난 베이컨 파스타를 시켰다. 여편님의 올리브 파스타는 바삭 고소 기름진 것이 훌륭했다. 내 베이컨은 그냥 베이컨이 아니라 삼겹살의 기름 부분을 두껍게 구운 수준이었다. 따로 놓고 보면 훌륭한 요리지만 이날 저녁엔 제이슨과 삼겹살을 먹기로 되있었다. 쿠쿠와 삼겹살을 위해 전날부터 온 기를 모으던 시점에 떨어진 날벼락이었다. 꾸역꾸역 배를 채우는데 여편님은 와인까지 시켜가며 으으음~~~~을 연발했다. (그래서 화가 난 남편님) 다행히 쿠쿠와 목살의 조합은 삼겹살이 무색할 맛이었다.
La Prosciutteria Firenze
Club del Gusto 바로 옆에 위치한 식당으로 제이슨이 간단히 먹기 좋다고 추천해줬다. 원래 유명한지 영어 메뉴도 있고, 여기저기 지점도 있는 모양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1인당 10유로짜리 셋트와 와인 한잔씩을 시켰다. 오 꽤나 훌륭했다. 다양한 치즈와 프로슈토, 좋은 와인을 맛 봤다. 먹다가 이럴 거면 제대로된 식사를 주문할 걸 그랬다고 했다.
Gusta Pizza
이건 급 여편님 친구분이 추천해준 곳이다. 화덕피자 대회에서 우승한 나폴리식 피자집이란다. 저녁 장사 시작 전에 가보니 양쪽에 줄이 있었다. 앞쪽은 가짜줄이고 옆문으로 들어가야했다. 세상에 한국 사람도 아니고 미국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줄까지 서서 오는 맛집은 처음봤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미국 사람이 많이 보이는데, 그들 입장에선 자기들 문화의 뿌리를 찾는 여행이라 인기가 많은가보다. 팍스아메리카냐도 팍스로마냐에서 따왔으니 말이다.아빠존스나 피자모자처럼 정제된 피자만 맛보다가 이탈리아의 솔직하고 직접전인 피자를 맛보면 열광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난 엔쵸비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확실히 여느집보다 젓갈 맛이 강했다. 딱 예전 할머니네 집에나 가야 맛볼 수 있던 멜젓의 맛이다.
Gelateria La Carraia
우리가 피자 먹으러 갔다고 하니 친절한 제이슨이 이번엔 젤라또 집을 추천해줬다. 피렌체에서 2번째로 맛있고, 탑5 중에선 가장 싼 곳이라고 했다. 추천 메뉴인 피스타치오와 다른 맛 하나씩을 먹었다. 확실히 일전의 먹었던 젤라또들과 원재료의 함량이 달랐다. 진짜 피스타치오를 갈아 얼려 먹는 것 같았다.
피렌체 쇼핑 San Donato
피렌체하면 쇼핑이니 우리도 쇼핑을 가기로 했다. 여러모로 필요한 것이 많아 사전 조사를 했다. 접근이 가능한 쇼핑몰 중 가장 크고 실해 보이는 곳이San Donato였다. 집에선 버스를 타고 기차역까지 가서 또 버스를 갈아타면 됐다. 도착해보니 합정 메세나 폴리스와 흡사한 기운을 느꼈다. 둥그런 건물 안에 가운데가 비어있고, 그 가운데에선 음식과 잡화를 파는 장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구조를 보니 엄청난 크기의 coop과 전자제품 매장이 중심이었다.우린 여긴 차마 들어갈 엄두를 못내고 결전에 앞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먹는 즉석 샌드위치 집에 갔다. 우리돼지듬직버거 같은 걸 팔았다. 내 얼굴만한 빵에 편육 더미를 넉넉하게 넣어주었다. 든든했다.
DECATHLON
내가 겨냥한 데카틀론은 쇼핑몰 본 건물이 아니라 바깥쪽에 있었다. 먼저 여기를 둘러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여러 스포츠 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사후 조사 결과 아웃도어계의 이케아라고 했다. 이 쇼핑몰에 주력 모델이 QUECHUA라는 염가 아웃도어 브랜드였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속속들이 진여해 두었다. 그리스에서부터 눈여겨보던 내피가 달린 바람막이가 60유로였다. 각자 원하는 사이즈를 점찍어두었다. 색상은 남잔 빨강과 검정, 여잔 파랑과 검정 두 개뿐이었다. 혼잡한 여행 중에 서로 식별이 유리한 색을 골라야 했다. 애국심이라곤 1도 없는 우리가 태극 부부가 되버렸다. 추가로 여편님은 가벼운 추리닝, 난 아웃도어용 남방을 하니씩 더 샀다. 양말도 한짝씩 보충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배낭이었다. 일단 여편님은 10유로짜리 작은 배낭을 샀다. 그간 들고 다니던 네팔산 대마 가방은 하야하기로 했다. 워낙 핫딜이라 이후 이탈리아에서 프랑스 남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마주하는 중년 배낭의 반이 여편님과 같거나 비슷한 모델이었다. 이어서 근처의 또 다른 스포츠 매장 UNIVERSO SPORT로 갔다. 여긴 데카틀론 같은 할인 상설매장은 아니었다. 아웃도어 브랜드는 많았지만 세일은 거의 없었다. 그 중에 그 안 구석에 큰 배낭 하나만 있었다. 가격도 115유로, 파랗고 단단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FERRINO. 마침 블랙프라이데이라 추가 할인까지 받아 92유로에 득템할 수 있었다.
득템의 댓가로 그간 정들었던 물품들을 버렸다. 특히 예전 여행할 때 포르투갈 아울렛에서 50유로에 득템, 여행 출발할 때부터 배낭 좀 바꾸자는 여편님의 한숨을 버텨내던 배낭을 버리게 됐다. 배낭 교체 후 내가 지는 짐이 준 게 아닌데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여행자에게 좋은 배낭은 좋은 침대와도 같다. 그리고 여편님의 네팔 가방, 네팔산 내피도 버렸다. 안나푸르나를 돌던 도중 마낭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내 껀 빨아도 냄새가 안빠질 정도로 닳고 닳았지만 여편님은 보라돌이 보라돌이 하면서 입던 거라 못내 아쉬워했다. 못 버리다 짐싸는 당일에야 내가 강제로 뺏어 던져버렸다. 새로 산 물건들은 모두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한땀 만든 것 같지만 다 동남아에서 왔다. 나랑 여편님 자켓은 같은 모델인데도 생산 국가가 다르다. 이런 브랜드들 옷을 생산하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화재 사고는 일년이 넘도록 보상도 제대로 못받고 있단다. 핫딜의 착찹함이다. 대신 오래오래 쓰기라도 해야 겠다.
피렌체 언덕과 시내
묵은 과제인 쇼핑을 해결했다. 다음날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내를 둘러봤다.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걸어갔다. 주말이라 강변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언덕을 올라 가는 길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날씨가 맑아 피렌체 전경이 확 들어왔다. 다리와 강, 중간 중간 솟은 성당들이 좋은 조합이었다. 계단엔 한국어로 된 이탈리아 가이드북도 있었다. 여편님이 주워 피렌체에서 보고 떠날 때 버렸다. (한국의 가이드북을 오랜만에 봤는데 정보는 둘째치고, 요리나 도시에 대한 감상과 평가가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리조또는 나이든 사람이나 먹을 비추천 음식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시내로 내려 가는 길은 정원 길이라 재밌었다. 시내엔 주말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강변에 위치한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먹었다. 계산을 나갈 때 하려니 직원이 화를 내며 동전을 거의 집어 던졌단다. 이탈리아에선 뭘 집어 던지는 걸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 파스타도 벽에 던져 본다. 여편님은 던지는 걸 가장 싫어한다. 서점엔 요리책이 눈에 띄었다. 여편님은 영어로 된 이탈리아 요리책을 하나 건졌다. 악기상, 시장 구경으로 눈요기를 알차게 했다.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
일요일에 우피치를 가기로 했다. 브런치로 라면을 먹고 여유있게 나섰는데 버스가 없다. 시내에 아식스 마라톤대회가 있어 도로가 다 통제됐다. 우르르 몰려오는 러너들과 함께 도심으로 강제로 밀려왔다. 체력 게이지에 심각한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이날도 미술관 내내 체력 문제에 허덕였다. 소문과 달리 우피치 미술관도 줄은 거의 없었다. 편하게 들어가 관람이 가능했다. 워낙 돈 많은 메디치 가문이라 복도에도 그림 걸어둘 자리가 부족했다. 가문 사람들의 초상화가 빼곡했다.
보티첼리의 봄과 비너스는 풍성하고 아름다웠다. 지금까지 명랑만화나 로맨스 주인공의 이미지 형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피렌체 풍경을 배경으로 한 여러 초상화가 많았다. 이후 근대 작가로 와서 소피치(Ardengo Soffici)와 카라바죠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피사로
제이슨과의 만찬까지 즐기고 피렌체를 떠났다. 새로 배낭을 챙기려니 짐 싸는데 한시간이 더 걸렸다. 예상치 않게 라스페치아를 가게되면서 피사도 들릴 수 있게 됐다. 기차역으로 가서 후다닥 기차표를 끊고 달려가 기차를 탔다. 한 시간뒤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길래 따라 나렸다.
내려서 또 허기를 채우고 탑을 보러 갔다. 피사탑은 정말 기울어져 있었다. 배낭을 지고 기울어진 탑을 보려니 몸이 기울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탑샷이고 뭐고 후다닥 다시 기차를 타러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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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건 여행하세요..
역시 여행은 자유 여행이어야 하는데..
지는 패키지를 선호만 했으니..
나홀로 여행 이었으니요..
이태리는 4년전에 다녀와습니다^^건강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