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OR

[자몽향기]

제가 최근 며칠간 목 놓아 불러제낀 그 이름.

디올.

 

 

집에 들어왔을 때 내 침대 위에 택배 박스가 있는 광경 정도는
평소에도 자주 보는 풍경이어서 별로 낯설지도 않습니다.
이제는 금방 뜯어보지도 않고서 샤워하고 컴퓨터하고
할 거 다~ 한 후에 슬슬 뜯어보는 편이지요.
심지어 그 날은 손도 안 대고 다음날 열어보는 경우도.

그러나 - 오늘은, 오늘은 달라요.
박스를 보는 순간, 벅차오르는 것이...
아, 그래.
저 안에 디올이 들어있겠구나.

 

 

 

눈을 비비고 봐도 디올 맞지요.

... 이거 진짜 코피 터지게 소중한 마음인 거죠...

사실 롯데닷컴 할인율이 높은 한량님 등에

거머리 마냥 찰싹 들러붙어서 주문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뭐, 아시겠지만 -

이번 디올 홀리데이 컬렉션을 향한 그녀의 열망은

저 따위의 하악질 따위는 가볍게 짓눌러줄 정도였죠.

원래 간지에 죽고 간지에 사는 디올 러버셨으니.

 

그녀의 말을 빌자면 :

실로 명문가의 부활 같았다... 라고 하네요.

디올이 오랜 기간 동안의 부진을 극복하고

초절정 디올스러움으로 코스메계를 강타했노라며.



자, 제품 실사 보기 전에 -

디올 2009 홀리데이 뉴룩 비주얼부터 보죠 :

뉴룩이라는 타이틀도 그렇고
이 우아한 듯 쨍한 바이올렛 컬러도 그렇지만
저 모델의 표정까지 정말이지 모두모두 너무 디올스럽다규!!!

 

모델 언늬, with 크리스탈 보레알.

그래.
전 사실 평소에 미니멀리즘과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편인데
이번 겨울에는 이렇게 반짝반짝, 꿈이 있는 것이 필요했어요.

제 지름 스타일도 나름 확고한 패턴이 있는 지라,

예쁘다고 연말 한정 다 사제끼는... 그런 여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만은 뭔가 사치스러운 걸 하나쯤 지르기로 했어요.

그래요. 필요했습니다. 그런 허무한 꿈이.

크리스탈 보레알 (80.000원)

엄밀히 말하자면 정말이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제품입니다.
안에는 (심지어 제가 싫어하는) 글리터형의 립밤이 들어있지요.
발색? 화이트랑 핑크, 2가지 색상 있는데 둘 다 발색 부재.
질감? 참말로 귀찮게스리 쫀득거려요.
가격? 진심 이따위 제품으로 8만원 받아먹겠다는군요.

... 그래서 샀지요.
실용성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가요.

"내년, 30이 되기 전의 이 마지막 겨울에
너의 20대의 상징으로 남아주겠어.
나를 사면서 실용적이라느니, 꼭 필요했다느니,
그런 비루한 핑계 따위는 대지 마.
넌 - 그냥 내가 갖고 싶은 거야."

 

 

※ 코스메 초보자는 무작정 따라하지 마시오 ※
예쁘다고 무작정 지르는 건 감당 못할 일.
물론 이 바닥에 발 들인 사람들이 대개 한번씩은
거치는 단계이긴 하지만, 권유하고 싶지 않음.



이하, 한량님하와의 대화 중 발췌.

한량 :
너도 인정하잖아.
그렇잖아.
우리 디안 드 푸아티에 양을 위해서 이 정도는.
(멋대로 이름이 생김)

자몽 :
나 명치에 멍 들더라도 펜던트 매일 걸고
반짝반짝 꿈이 있는 연말을 보낼 거임.

한량 :
모파상의 목걸이 생각난다...

자몽 :
그렇게 자몽느는 디올 펜던트를 걸고서
꿈 같은 크리스마스를 보냈답니다.

한량 :
오, 자몽느!
그 목걸이는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큐빅일 뿐이었어! 하며
디올은 자몽느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였죠.



이 풀 스토리는 우리 한량 작가님이 조만간
옵바상의 목걸이 버전으로 재구성해주실 예정입니다.

크리스탈 보레알님 되시겠습니다.
케이스도 제대로 반지 케이스.



크리스탈 보레알 실사는 아래에 있어요.
솔직히 사진들 다 겹치는데 도저히 고르지를 못하겠더라구요.
하나하나 너무 아름다워서... 주륵주륵.
그냥 연이은 떼샷으로 감상하는 편이 나을 듯.

백문이 불여일견.
디올의 목걸이형 펜던트를 예전에 사용해본 도리멘느님 말에 의하면,
이거 참 무겁고 끈도 길어서 걸고 다니면 명치를 퍽퍽 친다는군요.

괜찮아요.
명치에 멍 들어도.
괜찮아요.
매일 걸고 다닐 거에요.

이렇게 옆으로 슬라이드하는 형식.
닫을 때에는 살짝 딸깍! 하는 느낌으로 닫히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막 열릴 것 같진 않네요.

아름다워.

제가 참... 안 좋아하는 류의 펄 립글.
(거듭 얘기하지만 내용물은 아무래도 좋아요.
다행히 쓸만한 색이니까 빨리 퍽퍽 다 써버리고
맘에 드는 컬러 립밤 만들어 채워넣을 겁니다.)

간만에 보는 디올 5구 벨벳 주머니.

5 꿀뢰르 이리디슨트 (69,000원)

169 퍼플 크리스탈
089 스모키 크리스탈

제가 산 건 당연히, 당연히도 089호 스모키 크리스탈.



여담이지만 -
디올 5 꿀뢰르 라인 중에서 홋수가 9로 끝나는 것만
이리디슨트... 라고 하네요. 이거 저만 몰랐나 봅니다 그려.
그동안 디올이랑 워낙 안 친해서 그냥 5구는 다 이리디슨트인 줄.

... 갈리아노 옵봐, 미안해요.
(응? 이리디슨트 섀도우는 옵봐가 개발한 게 아닌가?)

아악, 모노톤인 듯 하면서도 모노톤이 아닌 컬러들!
저 절묘하고 조화로우면서도 심심하지 않은 구성!
한 가운데에 보석처럼 도도하게 자리잡은 저 쨍한 보라색!

... 디올 5구를 별로 즐겨 쓰지 않는 저도 지를 수 밖에 없었어요.
이 제품 색상을 본 순간부터 지름의사 확정까지 3초도 안 걸렸음.

이토록 아름다운 색상들이
이토록 실용적인 구성으로 모여있다니.

거듭 얘기하지만 저는디올 5구 컬렉터도 아니고 즐겨 쓰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에 이런 원샷원킬 섀도우 팔레트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기에.

물론 살다 보면 사람 마음 어찌 바뀔지 모르지만서도 -
지금 제 결심은 이래요.

이 089호 스모키 크리스탈 말고 다른 디올 5구는 들이지 않겠습니다.
디올 브랜드 내에서는 일부일처제 채택하려구요.
바람을 필지언정 처첩을 한 지붕 아래에 두지는 않고,
한 도시에 애인을 2명 이상 두지는 않는 지조를 보여주리라.

그리고 보레알이나 5구만큼 튀지는 않지만 -
사실 이번 룩의 차가운 바이올렛 컬러, 그 중추를 담당하는 건
바로 이 리퀴드 라이너. (39,000원)

섀도우 각 색상 및 라이너 발색.
아직 차마 이걸 얼굴에는 사용해보지 못했어요.

 

아악, 이거 막상 사용하려니 (발색 개시는 했지만.)

제품에 비해서 제 얼굴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뭐 그러네요.

목욕재계하고 심신을 정갈히 하고 써야 될 것 같은 경건함.

 

라이너 & 섀도우 중앙 컬러.
아흑. 저 쨍한 바이올렛 컬러들 같으니.

 

이 제품들 말고도

싱글 섀도우 (39,000원)

루즈 디올 (39,000원)

크렘 드 루즈 (36,000원)

르 베르니 (29,000원)

등등이 나왔지만 전 이쯤에서 접을래요.

솔직히 요즘에 심신이 매우 심란하고

서른을 목전에 둔 이 시점, 인생 참 꽁기꽁기하지만...

그래도 제 20대 마지막 연말, 마지막 겨울에
이렇게 반짝거리는 두근거림 정도는 허용해줄랍니다.



... 전 이런 히스토리가 있어서 이번에 이토록 열광했어요.

그런데 솔직히 펄립글 들어있는 펜던트 8만원이면

적잖은 돈지랄-_-이니 앞뒤 없이 따라하진 마세요.

 

 

 

 

[바리♡]

옵바상의 목걸이... 푸하하하~~~!!!! 참 예쁘지 말입니다. 내용물보고 짜게 식은 저란 인간도 있지만요. (어쨌든 실용성은 제로란 말이지요. 대체 두가지 색으로 나온 의미도 모르겠고....-_-; 입술 발색해봤자 똑같겠드만....;) 근데 정말 예뻐요. 눈은 호강합니돠. *_* 사실 전 요번 디올 싱글에서 바로 꽂혔어요. ㅎㅎㅎㅎㅎ

[조항골마님]

와~ 디올 너무너무 이쁘군요 하악...

[슈리]

크헉 저 가운데 보라색 *_* 완전 이쁘네요

[▦피아니시모]

와 이쁘네요 +_+ 그치만 전 아직 사회인도 아니고 학생이고 알바비는 다 썼으니... 그저 아멜리 공구나 기다리며 살아야겠어요. 괜찮아요. 앞으로도 홀리데이는 무궁무진하게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