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를 따라.
창원 답사 두 번째.
어느새 4월이 다가오고 있다. 창원에 이사 온 지도 한 달이 되었고. 이사 온 첫날이 입학식이고 입학식부터 야자를 하는 등 처음이라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래도 지금은 어느 정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러나 처음이라 창원 지리에 익숙지 않아 답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일단 창원부터 천천히 보고 진해, 마산 지역(현재는 통합창원시 진해구, 마산합포구, 마산회원구로 변경)을 답사해야겠다.
창원은 대한민국 그 어느 곳보다 도로가 발달한 도시다. 덕분에 길 잃을 염려는 잘 없다. 저번엔 시청을 지나 용지공원을 가 봤으니 이번엔 도청 쪽으로 향해본다. 동생을 데리고 시원한 대로를 달려 대로 끝 도청에 도착한다. 1983년, 부산으로부터 옮겨온 도청으로써 이때부터 창원은 경남 최대의 공업도시로서의 위상과 더불어 경남의 행정도시의 지위도 가지게 된다. 도청 가는 길엔 교육청, 조달청, 병무청 같은 각종 행정기관과 경남신문사, STX, 대한적십자, 경남 선거관리위원회 등 여러 각종 기관이 자리 잡고 있는 명실상부 경남 행정의 중심지라 할 수 있다.![](https://t1.daumcdn.net/cfile/cafe/2237B44E53D3713D2F)
(대로 끝에 자리 잡은 경상남도 도청.)
도청에서 왼쪽으로 쭉 가면 경남 도립미술관이 나온다. 미술관 구경 가는 건 작년 경주 아트선재미술관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이곳은 기간을 두고 전시물이 바뀐다고 한다. 다음에 새로운 거 할 때 다시 와야겠다. 입장료는 700원. 동생과 함께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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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도립미술관. 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제1전시실에는 배달래 씨와 김경현 씨 오치근 씨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연을 소재로 삼은 풍경 위주의 그림이었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밝은 느낌은 많이 안 들고 조금 몽환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작품들이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소나무들이 그려진 김경현 씨의 '바라보다'와 배달래 씨의 '하동포구'. 특히 광목에 그려진 '바라보다'는 무척 강렬한 인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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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다' - 김경현. 광목 위에 수묵. 삼릉 소나무숲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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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포구' - 오치근. 한지에 수묵채색. 쓸쓸한 포구에 매화꽃을 바치며.)
미술관의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바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다. 높고 반질반질한 벽 사이로 햇볕이 들어와 환상적인 느낌이 들도록 하였다. 현대 미술관 느낌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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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올라가는 길.)
2층 역시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일철 씨, 공태연 씨, 노충현 씨, 박 미 씨, 강래오 씨, 박대조 씨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1층 작품보다 조금 더 강렬하고 사회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특히 강래오 씨의 작품은 보는 사람마다 수군댈 정도로 조금 충격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감상하는데 더 시간이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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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다11' - 박일철. 거울에 스크래치, LED 조명. 빛나는 쓸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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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된 물건' - 공태연. 혼합재료. 혼합 속에 비치는 혼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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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piano' - 노충현. 캔버스에 혼합재료.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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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넣기3' - 박 미. 혼합재료. 이유 없이 오래 쳐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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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그대가 뽐내고 싶어하는 그 무엇은?' - 강래오. 한지에 흙, 분채, 아크릴. 말하지 않아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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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urn(회귀) - 박대조. 아크릴 스틱, 라이트 박스, 투명도, 색상 조절. 시시로 색이 바뀌는 게 신기.)
위층은 사진으로 꾸며졌다. 미술관은 그림과 조형물만 있을 줄 알았는데 사진도 예술이란 점을 그만 잊었다. 사진작가로는 이선민 씨, 김태동 씨, 강홍구 씨, 이광기 씨, 권순관 씨, 송성진 씨, 박홍순 씨 등이 계셨다. 특이한 것은 응모를 통해 접수된 일반인들의 작품도 전시되었다는 점이다. 사진 속 담긴 뜻의 차이나 사진의 화질 등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사진 자체를 놓고 봤을 땐 전문가 못지않는 솜씨였다. 내년에 혹시 이런 거 하면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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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과 도인' - 이선민. 뭔가 우울해 보이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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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다 - 은평뉴타운에 대한 어떤 기록' - 강홍구. 시간에 따라 사라져 가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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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채널 아날로그' - 이광기.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여러 프레임으로 나눠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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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작가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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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찰나' - 김도연. 여긴 어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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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 방파재' - 송성진. 해운대에 가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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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e in Seoul #003-1' - 박홍순. 정말 서울에 저런 곳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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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 파노라마' - 안세권. 아까 사진과 달리 답답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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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타운 풍경, 월곡동' - 안세권. 이 따뜻한 쓸쓸함은 무슨 느낌일까?)
밖으로 나가니 한 청동동상이 벌서는 자세로 덩그러니 한 공간에 놓여있다. '영원(永元)'이란 제목을 가진 이 동상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러고 있는 것일까? 미술관 밖으로 나오니 여러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면 소나무 숲에 숨은 듯 전시되어 있는 이종빈 씨의 '생각하는 나무'란 작품이다. 철골로 이루어진 얼굴 안에 작은 소나무가 자라나고 있다. 나무가 자라는 만큼 생각도 자란다는 뜻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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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永元)'. 작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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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나무' - 이종빈. 뒤에 나무랑 헷갈려서 그렇지 얼굴 안에 작은 소나무가 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약 10~20분 정도를 더 달려 창원의 집으로 향한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작은 주차장과 함께 잘생긴 기와집이 나온다. 창원의 집이란 다소 묘한 이름을 가진 이 고택은 원래 순흥 안씨가 대대로 세거하던 사택이다. 그러다 창원시에서 창원공업단지와 신도시 개발로 점점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문화를 보전하고자 순흥 안씨 고가를 매입하여 보수를 거친 후 '창원의 집'으로 재탄생했다. 보수하면서 구조가 전반적으로 바뀌어 옛 모습을 알긴 어렵지만, 창원에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희귀한 기와집이다. 다만, 개인적으론 차라리 꾸미지 말고 순흥 안씨 고택을 문화재로 지정해 보호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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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정문.)
정문을 나서 안으로 들어가자 작은 연못이 나오고 주변에 널뛰기 등 여러 전통문화 체험장 비슷하게 꾸며져 있다. 널뛰기를 잠깐 하다가 오른쪽 건물을 따라 쭉 올라가자 제법 큰 정자가 나온다. 옆에는 목련꽃도 화사하게 피어나 있어 제법 아름답다. 여름에 무척 시원할 것 같은데 규모가 조금 커서 정말 예전부터 있었던 정자인지는 조금 의문스럽다. (아마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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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안에 있는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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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정자. 집과 비교하면 규모가 조금 큰 편이다.)
옆으로 이동하면 창원의 집 사랑채인 성퇴헌이 나온다. 성퇴헌이란 명칭은 예전 순흥 안씨 고택 시절 이 집의 당호로 현재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래도 이 창원의 집에서도 그나마 고택 내음이 물씬 몇 안 되는 집으로 전형적인 양반댁 사랑채다. 단청은 칠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그런 것이 수수하게 느껴져 더 마음에 든다. 뒤에는 안채도 있는데 이상한 점은 사랑채와 안채가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 청원의 집으로 개조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 안채는 이상할 정도로 석축이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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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사랑채, 성퇴헌. 창원의 집에서도 가장 마음에 드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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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안채. 석축이 너무 높은 듯하다.)
창원의 집 맨 뒤에는 팔각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역시 나중에 만든 것 같다. 이상한 것은 1층까진 올라가도 되는데 2층은 문이 잠겨있다는 점이다. 고택이 훤히 다 보이는 그런 전경일 줄 알았지만, 생각만큼 경치가 좋아 보이진 않는다. 팔각정을 내려와 창원의 집을 나오면 기다란 '창원마루'가 나온다. 큰 누각인데 안은 꽤 시원해 보인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도록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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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의 집 뒤쪽 팔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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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정에서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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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루. 창원 역사민속관과 붙어있다.)
창원마루는 뒤쪽에 있는 창원 역사민속관과 붙어있다. 안에는 창원, 마산, 진해의 역사와 통합창원시가 된 이후 통합창원시의 여러 관광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통합창원시가 되면서 지은 거라 그런지 깔끔하고 시설도 좋게 되어있다. 애니메이션도 한 편 보고 나온다. 창원의 집이랑 연계해서 가면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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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역사민속관. 깔끔하게 잘 꾸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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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고 센서에 가져다 놓으면 화면에 책에는 없는 입체 홀로그램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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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창원시. 마산합포, 마산회원구가 옛 마산, 성산, 의창구가 옛 창원, 진해구가 옛 진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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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창원시 모형. 중앙 빛나는 부분이 옛 창원시 시내 쪽이다.)
창원 역사민속관에서 나와 다시 도청으로 향한다. 가다가 내 실수로 동생 타이어 바람이 빠지는 바람에 바람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업친 데 덮친 격으로 도청 내 바람 넣는 공기주입기는 고장이 났는지 작동이 되지 않는다. 결국, 아버지께서 오셔서 자전거를 싣고 집으로 향한다. 마지막이 조금 그랬던 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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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경남 도청.)
이번 답사에서 가장 큰 수확은 바로 경남 도립미술관이다. 지금도 전시물이 무척 멋있는데 5월이 되면 또 새로운 전시가 시작된다고 한다. 5월이나 6월쯤 돼서 꼭 다시 찾아야겠다. 미술관에 재미가 붙을 줄이야.
창원 답사. 다음엔 어디로 향할까?
-여정- (2014. 3. 23. 日)
경상남도 도청→ 경상남도 도립미술관→→ 창원의 집→ 창원마루→ 창원 역사민속관→→ 경상남도 도청
새롭게 펼쳐라!
羅新
첫댓글 창원에서 3년 거주한 나도 못 가본 곳. 화이팅!!!
미술관은 새 전시 할 때 또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현재 위 전시는 종료되었습니다.
창원에선 누비자 타고 다녀야 하는데...
오늘도 누비자 타고 출퇴근!!!
저도 자전거가 고장나서 조만간 등록해야겠습니다. 확실히 창원은 교통시스템이 무척 잘 되어있더군요.
이쯤 되면 두번째 닉은 김야가!
신라는 못 버리겠습니다.^^ 잠깐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했고요.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이 도청이 들어오고 이렇게 변할 수가..
桑田碧海가 실감납니다
작은 군에서 이제는 100만대도시로. 정말 빠르게 발전한 도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