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은 미국의 군수사업체 CEO이자, 전자기학에 천재적인 능력을 갖춘 어느
남자의 이야기다. 전쟁억지력을 위해서 강력한 무기를 차례차례 개발하여 미국에서
영웅으로까지 추앙받던 한 남자가, 결국 무기로는 평화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닫
는 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영화속에 등장하는
최첨단 장비들일 것이다. 공학도 출신인 내 친구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서
"공학도들의 꿈이다!"
를 연신 외쳐댔다. 과연, 그런 탄성이 나올 만큼 영화속 메카닉들은 아주 세련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래픽과 연출만으로 영화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나는
아이언맨의 그림자를 조금 언급해 보고자 한다.
오래전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줄 안다. 나는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다소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그 영화 속에서 전세계를 구하는 것은, 미국인이었고, 전세계가
구원을 받은 날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이는 게임속 악당의 대사처럼,
"미국이 항상 정의의 편이며 미국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할리우드식 스토리"
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아이언맨도 그런 모습에서는 여타 헐리우드영화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의 적은 아프가니스탄의 게릴라였고, 그 게릴라들에겐 정의도 신념도 의지도 없는 단지 세계정복을 꿈꾸는
세계의 적에 불과한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 첨단기술의 위대함을 몸소 보여주며 불에타죽고
폭파되어 스러져 간다. 즉, 세계를 구원한 것은 여전히 미국이며, 미국인인 주인공은 무기를 팔아넘긴 장본인중
하나이면서도 정의로운 역을 맡게 되는 것이다. 단지, '게릴라에게도 무기가 팔릴줄은 몰랐다'는 이유 하나로 면책
특권을 받은 영웅이 탄생되는 순간이다. 이때 대비되는 것은 단 두가지.
1. 정의의 편이며 언제나 승리하는 미국 Vs 게릴라이며 세계를 정복할 꿈을 꾸는 악당들.
2. 미국의 놀랍고도 세련된 첨단무기들 Vs 허접한 무기들고 용을 쓰다가 픽픽 쓰러지는 악당들.
의 대비이다. 즉, 사람들은 기대한다. 미국앞에서 나약하게 픽픽 쓰러지는 악당들을. 그 기대가 국제정세로 옮겨
지면 팍스 아메리카나, 바로 미국에 의한 평화라는 구호가 되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영화는 엄청나게 많다.
탑건, 터미네이터 슈퍼맨, 배트맨 등등 미국의 첨단기술을 자랑하고 미국을 정의의 편으로 묘사한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도무지 열광할 수가 없었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