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토요일에 한국에서 유명한 젊은 여성연주가 한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저녁을 함께 했고, 자기 기타로도 여러 곡을 치고, 내 기타로도 쳤는데, 자기 기타에서는 인위적인 예쁜소리가 나오는 것 같고, 내 기타에서는 좀 더 맑으며, 자연스럽게 예쁜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고 하더군. 내 귀로도 그렇게 들렸지. 그 연주가의 기타소리는 무대에서도 들어보았었는데, 오늘 좀 둔한 소리가 난다고 했더니, 유별나게 그 기타가 새 줄의 소리를 1주일만 지나면 소리를 먹어버려서 현저히 소리 품질을 떨어뜨리는 묘한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하더군. 그런 측면에서 보면 내 기타에서는 줄이 꽤 오래 간다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네.
지금 기타줄을 계속 시험중에 있고, 지금은 갈리 카본 high tension을 매어 놓았는데, 첨에는 너무 딱딱한 듯하면서 소리도 먹먹한 듯 하더니, 1주일이 지나고 나니 선도 부드러워지면서 골고루 맑은 소리를 내더군. 그저께는 이 줄이 매어진지 3주일이 된 시점이었지. 지난번 갈리 티타늄운 별로였는데, 갈리 카본은 괜찮은 것 같네. 그리고 하나바하 골드가 다음 시험용으로 대기중이지.
엄지손톱은 무거운 책을 들다가 손이 미끄러지면서 손톱에 금이 3군데 가서 탁구공으로 기브스 했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연습하는데 큰 무리가 없네. 탁구공으로 기브스 만드는 것을 배워 놓았으니, 이러다가 우리 회사 강당에 있는 탁구공이 바닥나겠네.
내가 알기로 보통의 아마추어들은 트레몰로 한번 하려면 손가락을 많이 풀고 나야 흉내를 내는 편인데, 그 연주가의 경우 기타를 케이스에서 턱 꺼내더니, 줄 맞추고 바로 알함브라를 치는데, 어쩜 그렇게 조신하면서 빠르고 곱게 쳐내는지... 손가락을 푼다는 개념이 필요없더군.
USC 카넨가이저 교수가 레슨하는 것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는데, 책에서만 읽었던 내용을 실제 소리와 시범으로 보았더니 실감이 나더군. pima 화음을 아르페지오가 아니라 동시에 치면서 손가락별로 액센트를 따로 주는 것이라던지, 손가락이 줄을 스쳐지나가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음량과 음색이 나오도록 조절된 만큼 줄을 눌렀다가 release할 때 소리가 나는 것, 동일한 오른손 위치에서 아주 밝은 소리에서 어두운 소리로 음색을 바꾸는 것 등등, 마치 묘기 대행진 보는 듯 했지.
하여간 핵심의 논지는 손가락이 스쳐지나가면서 소리를 내는 것은 실제 어떤 소리가 나오는지는 소리가 나온 다음에라야 알 수 있는데, 줄을 필요한 손가락 위치에서 필요한 음량만큼의 압력만큼, 그리고 필요한 음색이 되도록 그 각도로 누른다음 필요한 박자에 release하므로써 소리를 내는 것은 어떤 소리를 낼지 자신이 통제하고 있고, 어떤 소리가 날지는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고 하더군. 당연히 음색도 더 심지가 있으면서 풍부하게 나고...
손가락을 줄에 쳐서 소리를 내는 방식의 경우, ff 소리를 내기 위하여는 손가락이 줄을 타격시에 더 큰 힘을 주기 위하여 손가락 예비동작이 커지기 마련이지만, 줄을 누른 다음 소리를 내는 방식에서는 소리내는 예비동작이란 것이 줄을 누르고 있는 상태이고, 큰 소리를 위해서는 눌러진 줄이 원위치보다 얼마나 눌러졌는지를 보는 것인데, 줄은 결국 줄 간격이상은 잘 누를 일이 없다보니, 오른손가락들이 많이 벌어지면서 운동을 해야 되는 일이 없이 고요하게 된다고 하더군.
줄을 눌렀다가 release할 때 소리내는 것을 이해하는 것 하고, 그것을 완전히 실천하는 것과는 다른데, 이것 연습하다간 평생 내공만 닦다가 말 것 같기도 하고... 구경하면서 탄복하는 내 맘을 아는지, 카넨가이저 교수가 덧붙이는 말, "소리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기교만 연습해서는 절대 음악을 만들 수 없다고 하는데..." 참, 어떻게 살아야 할지... " 꼭, 인생이 걸린 것 같은 탄식이 나오더군.
요즘은 트레몰로를 연습하는 김에 망고레의 숲속의 꿈 운지를 살펴보고 있는데, 이것 왼손가락 벌어지는 것이 장난이 아니더군. 오른 손 엄지도 줄간 도약이 적지 않지만, 왼손에서 새삼 자세의 중요성을 실감중이네. 자세가 좋지 않으면 손가락이 잘 안벌어지니 말일세. 곡 중간의 카덴짜 식으로 된 아르페지오와 스케일은 자신이 없지만, 곡의 화성 측면에서는 정말로 기타의 장점을 기막히게 살려서 기타소리가 아롱아롱져 울리게 만든 작곡에 대해 탄복을 금치 못하고 있네. 망고레는 정말 천재야. 아주 느린 속도로 연습해도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곡이야. 왼손은 찢어지고 있지만 말일세. 최후의 트레몰로를 연습하면서도 유럽 작곡가들로부터 보기 힘든 화성전개에 탄복과 감동을 느꼈는데, 숲속의 꿈은 정말 작곡을 잘했다고 감동받고 있어. 멜로디의 전개에 있어서도, ami 트레몰로로 연결되는 멜로디 중간중간에 엄지로 연주되는 멜로디가 삽입되어 어우러지는 부분은 마치 2중주를 하는 듯.... 기가막힌 곡일세...
요즘은 거실 TV앞에서의 연습은 주말 낮시간이나 초저녁만 가능하고, 다른 시간대에서는 방에 들어가서 문 닫고 하라는 마님의 지시사항이 있어서 그렇게 지낸다네. 주중에는 연습을 자주하지 못하지만, 주말에는 제대로 손가락을 풀어보려 노력중에 있지.
기타로 인하여 골프 점수는 자꾸 올라가는 편이고...
잘 들 있으시게.
첫댓글 넵!!잘들 있으실께요^^ 그간의 얘기 잘 들었음다...그런데 그 유명 여성연주자가 누구신가여? 궁금하네요^^아마도 이름을 못밝히게 했나봐요....익명으로 처리하신걸보면...
본인이 스스로 여기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되었지. 하여간 전문적으로 기타치는 사람은 많이 달라. 내가 빠므아 말고도 다른 여성 연주가와 친분이 쌓여지는 인연이 생겼다네. 여성연주가가 방문해서 내 아내가 좀 질투를 했지.
누구일까?
아마 변보경일까? 골프점수가 올라가는거 축하합니다.요즘 혜령이도 골프보단 기타에 치중하는거 같던데,점수가 상향조정되었을거야
ㅋㅋ점수 상향조정된거 어찌알으셨을까용?
내일이면 마스터스가 개막되는데... 내 골프점수가 올라가는 것 만큼 기타실력이라도 늘면 축하할 일일지 모르겠는데, 골프점수는 눈에 보이고, 기타실력은 보이지 않아. 이제 새로운 곡 운지 하나 익히려면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한지...ㅊ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