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어르신
도배 봉사를 위해 방문 종료후..
돌아오는 마음은 내내 무거웠다.
남편이 살아계시던
10년전 즈음에 도배를 하시고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나,
비교적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는 집이였고,
벽에 얼룩이 없어, 도배는 과소비인듯 하였다.
지난번에 방문했던
어르신 댁이 자꾸만 떠올라
그 어르신댁에 먼저 해드려야 겠다고
잘 설명드리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걸리긴 하다.
하루종일 뚜벅이 인지라
등엔 땀이 흥건하고,
얼굴은 끈적거려 있어
이대로는 경로당을 찾으면 미안한 노릇이다.
세수를 간단히 마친 후,
서둘러 인터넷에서
"그대 그리고 나" 의 노래 악보를 찾아보았으나,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오늘은
경로당에가서
어머니들께 노래 교실을 해 드리기로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1일 찾아가는 노래 교실 샘이라고나 할까?
(난 할머니들께 어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어머니껜 쪼매 죄송한 일이지만..
우리 젊은이들 모두의 어머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그냥 가사만
발췌하여 복사 한 후,
평소 친절하고
다정하게만 대해주시는,
탈렌트 김병세님을 닮은
고 선배님께 태워주시길 부탁드렸더니
역시 흔쾌히 응하신다.
처음엔
도입부분도 제대로
못 맞추시던 어머니들...
한번도 "그대 그리고 나"를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하시는 어머니들..
젊은 시절을
우리 들을 위하여
허리가 휘도록 일만 하시느라,
노래는 아직 남들 앞에서
한번도 불러 보지 못함으로 인해
쑥스러워 따라 부르기도 꺼려 하시는 어머니들..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지나며,
한두번씩 부르고 여러번 반복을 통하여
자신감도 가지신다.
이제
안하던 율동까지
함께 하시며,
한소절 한소절 배우며,
애쓰시는 모습과
꺄르르 웃으시는 얼굴에선
마냥 소녀 같기만 하다.
반복하여 부르고
나의 허접 율동이지만
율동도 함께하며..
1시간 30분
함께 나눈 시간동안
우리는 거의 완벽하게
"그대 그리고 나"를 부를 수 있었다.
함께 하시길 두려워(?)
하시던 70즈음 되어
보이시던 한 어머니께서,
선생님~~
다음엔 악보있음 좀 가져 오구랴...하신다.
아!!
참 좋아하시는구나..하며,
그 어머니들과 함께 나도 즐거워함을 느낀다.
악보를 구하거나,
비록 노래를 잘 못하고
율동을 잘 못하여 한계를 느끼지만...
오늘은
길을 걸으며, 화장실을 가며,
밥을 먹으며, 하루종일 "그대 그리고 나" 만 흥얼거린듯하다.
그리고
돌아오는 내내
내 어릴적 꿈속에서 탔던
이젠 이미 다 커버려 탈수 도 없는
노란 풍선을 탄듯한 느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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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혼
그대 그리고 나
풀잎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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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18 13:2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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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뿌듯하시겠어요. 좋은 일 하시네요. 전 봉사활동 잘 안가게 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