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3호선 대치역 3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은마아파트가 눈에 띈다. 아파트를 지나 학원가를 따라 10분쯤 걷다 보면 휘문
고로 이어지는 길목이 나온다. ‘대치동 구마을’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오래된 단독·연립주택 사이로 사업시행인가를 축하하
는 현수막들이 보인다.
강남구 대치동 964 일대에 위치한 구마을 1~3지구.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인 노후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역이다. 대현
초, 대명중, 휘문중·고, 경기고 등 명문학교와 현대백화점, 코엑스몰, 강남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내로라하는 강남
내 편의시설과 가깝다.
강남권 알짜 미개발 지역인 대치동 구마을이 10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최근 1, 3지구는 사업시행인가
를 받으며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3지구는 지난해 2월 추진위원회를 만든 후 7개월 만인 9월 조합을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9월 조합설립 1년 만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1지구 역시 올해 초 건축심의를 통과한 후
지난달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2지구는 지난해 쪼개졌던 하위구역을 합치고 지난 7월 초 건축심의를 통과해 사업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사업계획안에 따르면 구마을엔 최고 18층 높이의 아파트 979가구가 새로 들어선다. 전용 85㎡ 이하 중소형 805가구 중
60㎡ 이하 소형이 32%(309가구)다. 전용 60㎡ 이하 중 임대 80가구와 조합원 분을 제외한 나머지가 일반에 분양된다.
국민은행 경영연구소 서동한 부동산연구원은 “최근 인근에서 분양된 SK대치뷰는 3.3㎡당 분양가가 4000만원에 육박했지만
성공리에 청약을 마감했다”며 “이를 미루어 봤을 때 구마을 재건축 사업은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분 3.3㎡당 1000만원 이상 올라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대지지분(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의 가격도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일대 지분 값은 지난해
보다 3.3㎡당 1000만원 이상 뛰었다. 1, 3지구 지분 45㎡는 3.3㎡당 4500만원 이상 호가(부르는 값)한다. 66㎡는 3.3㎡당 36
00만~3700만원을 부르고 있다.
대치동 동양공인 이지신 대표는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앞으로 가격이 더 상승할거란 기대감에 내놨던 매물도 거둬들이고
있다”며 “주로 강남학군을 선호하는 실수요자들이 문의한다”고 전했다. 현재 나와있는 매물은 3~4개 정도다.
지분 값은 올랐지만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호가가 상승하면서 매도·매수자간 가격 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대치동 한솔공인
이명숙 대표는 “지난해 1, 3구역 대지지분 82㎡은 3.3㎡당 2600만~27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며 “강남권 아파트 재건축
단지보다 저렴하게 강남에 입성하려는 실수요자들이 3.3㎡당 1000만원 이상 오른 호가로 지분을 사들이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입지가 좋은 강남 노른자 땅이다 보니 시공을 따내기 위한 건설사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시공능력 10순위 내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눈치작전을 펼치는 중이다. 지난달 8일 3지구가 시공사 선정을
위해 개최한 현장설명회엔 대림·효성·GS·현대 등 대형건설사를 포함한 12개 업체가 참여했다.
그러나 조합원 간 이견이 있어 사업진행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 같다. 3지구 일부 조합원은 조합장 해임을 요구하며 시공사
입찰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자는 “조합장의 해임을 결의한 총회가 법적 정당성이 있는지를 놓고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만약 조합장이 해임되면 후임 조합장 선거·인수인계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2지구는
최근 조합 간부들이 교체돼 사업인가 신청이 다소 지연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인근 은마아파트는 재건축 걸림돌 중 하나였던 단지 내 15m 도로를 없애며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 9월 서울시는
빗물저류 시설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단지 내 도시계획도로 폐지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등
을 거쳐 내년 초 조합설립총회 열 계획이다. 현재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는 정비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제안을 위한
소유주들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