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술집 알바 다니는데 유령한테 서빙을 해 (5)

[윗댓 눈치보는중]

출처 : 여성시대 윗댓 눈치보는중

썸네일 백여운

이 글.그림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불펌.스크랩.복사 금지 들킬 시 고소



4화 보러가기 :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axJ/108509?svc=cafeapp



-모든 이야기는 픽션 임을 알립니다.-



“일단 진정해봐, 진달래. 무슨 일이야?”

백상호는 낮은 목소리로 흑백 요정의 눈치를 힐긋 보며 캐물었다.

“저보고 저주에 걸렸대요… 저 어떡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는 난처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울고 있는 나를 바라보다 어깨를 붙잡으며 달랬다.

“일단 오늘은 그만 퇴근하고 내일 얘기하도록 해.”
“싫어요. 불안해요……. 저 여자한테 무슨 얘기든 더 들어보고 싶어요.”
“아니, 아니야. 내가 물어볼테니까 진정해, 진달래! 제발.”

자신의 사업장이 무너지는게 싫은지 끊임없이 흑백요정과 주변 손님들의 눈치를 보는 그였다. 그 모습을 보자 두려운 감정과 더불어 빈정이 확 상해 버려 뒤돌아 나오고 말았다.

“미안해요…….”

나오기전 흑백의 요정을 돌아보자 그녀는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무시하고 나오자마자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두 손에 묻었다.

“하아……. 그냥 변수 생겼을 때 그만둘 걸. 이게 무슨 일이야….
무당한테라도 찾아가봐야 하나…?”

지이잉-

갑자기 핸드폰에 진동이 울려 쳐다보니 사장에게서 문자가 와 있었다.
열어보니 한 낯선 번호가 적혀있었다.

[ 010 - xxxx - oooo 여기서 제일 오래 일했던 사람 번호야.
한번 연락해서 찾아가보도록 해. 너만큼 저 유령 가족들에게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었거든.
정말 미안하다. 아무 일 없을거야.
-사장님- ]

흑백의 요정한테는 과연 뭔가 물어봤을까?
그들 눈치보느라 아마 아무말도 못 꺼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며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한시가 급한 마음에 사장이 넘겨준 번호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철컥

“…여보세요?”
“늦은 시간에 정말 죄송합니다. 저는 xx술집에서 일하는 ‘진달래’ 라고 합니다.
정말 실례되는 말인 줄 알지만 오늘이나 내일 뵐 수 있을까요?”

다짜고짜 꺼낸 내 말에 상대방은 당황스러운지 “…네?” 라고 되물었다.
한숨을 쉬며 너무 민폐라는 생각에 아니라고 끊으려는 순간 잠시만, 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잠깐만요. 혹시 그들이랑 관련된 일인가요?”
“……네.”

그들이 누구인지 정확한 언급은 없었으나 바로 알아채고 말했다.
나도모르게 울먹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상대방에게 얼마나 지금 심각한 심정인지 전달되었다.

“갑자기 잠이 확 깨네요. 제 집이 거기 근처인데 괜찮으시면 지금 바로 볼까요?”
“하.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고마워요.”
“아니에요. 근처에 2층짜리 큰 카페있죠? 거기서 기다리세요. 곧 갈게요.”

다행히 멀리 걸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말한 카페는 금방 도착했다.
가장 구석지고 사람이 없는 자리를 잡으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과연 이 사람이 나를, 혹은 저들을 구제할 만한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을까?


***


“하아, 하아. 음… 진달래씨?”
“아,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굉장히 체구가 작은 여자가 숨차게 걸어오며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편한 운동복 차림에 큰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을 보니 집에서 급하게 나온 듯 했다.
그녀는 큰 에코백을 옆으로 멘 모습이었는데 안에는 종이 따위의 서류가 한가득 들어 보였다.

“그들이 xx술집에 상주하면서 찾아오는 유령 가족 맞죠?”
“맞아요. 혹시 윤슬혜 아시나요? ‘흑백의 요정’ 말이에요.”

그녀는 뿔테 안경을 한번 슥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아주 잘 알죠. 제가 거기 초창기 멤버인데다 오랫동안 일해서 그들에 대해선 누구보다 애정이 못지 않아요.
신사 유령을 빼고는 말이죠.”

싱긋 웃는 모습에 자부심이 엿보였다.

신사 유령, 백여운…
그 단어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 했다.

“사실 저한테 그들 집안과 같은 저주가 엮였다고 윤슬혜가 말했어요.”
“무슨 말이에요? 저주라니?”

그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이때껏 있었던 일들을 횡설수설하며 대강 알려주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내용을 듣는 그녀의 표정은 굉장히 진지했으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들었다.
내 말이 끝나고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조금 놀랍긴 하네요. 3년간 항상 같은 패턴이었죠.
백이령은 오면 그냥 현실 아이 다루듯이 밥을 챙겨주면 되었어요.
초반에는 최지현이 몇 번 데리고 오긴 했는데 익숙해지자 그냥 혼자 보냈었어요.”

예전에 있던 패턴들에 대해 한 명씩 설명해 주려는 듯 했다.

“최지현은 까칠한 여자지만 그렇게 자주 오는 편이 아니라 나름 견딜만 했어요.
사실 한번 친해지면 그만큼 또 마음 편하게 해주는 사람, 아니 유령이 없었거든요.”

자연스레 사람이라고 표현할 뻔 한 그녀가 다시 빙긋 웃었다.
그 표정은 얼마나 그들을 아꼈는지 여실히 드러났으며 왜 일을 그만둔건지 궁금증이 일어나게 만들었다.

“리아공이 부부는 보셔서 알겠지만 그냥 친구처럼 지냈죠.
으음. 신사 유령은 별명에 맞게 말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식사만 하고 갔었죠.
끝까지 이름을 못 알아낸 유령은 그 사람이 처음이네요. 그런데 그걸 달래씨가 해냈다구요?
이름이…….”
“백여운 이에요….”
“……그래요?”

이름을 말해주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져온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왜 일을 그만두신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응. 안 그래도 궁금해 할 것 같았어요. 이거 한번 읽어볼래요?”

그녀가 내민 것은 옛날 신문과 여러 종이들을 스크랩 해 놓은 것이었다.

“이게 뭔가요?”

받아들이며 대충 눈으로 큰 글씨만 훑어 보는데 ‘합동 장례식’ 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는 순간 간담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혹시 달래씨도 그들을 위해서 도와주겠다던가 그런 말을 한 적 있나요? 행동이라던지.”
“흑백의 요정을 달랠 때 그런 말을 하긴 했어요. 그리고, 그 백여운한테도…….”

말을 하면서 불안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백여운에게 구속을 풀어주겠다고 돕겠다하자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었던 것.
그게 떠오르자 하면 안 될 놈에게 말해 버린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일을 그만둔 건 자의가 아니었어요. 사장님께서 그들이 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통보로 해고 되었죠.
그들이 원치 않는 사람은 목숨이 위험해 질 수 있었기에 서운했지만 따를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했죠. 왜 내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었을까?”

스크랩한 종이를 손에 들고있었지만 먼저 얘기를 경청하기로 했다.

“해고 통보 받기 전에 백이령이 왔던 날 이었거든요.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거에요.
‘그게 뭐야? 무슨 말이야?’ 이렇게 물어보자마자 최지현이 등장해 아들을 데리고 가버렸어요.”

‘햄, 햄이…’

순간 어제 백이령이 계속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혹시 햄이라는 단어 맞아요?”
“네. 맞아요.”

그 말이 뭐길래 최지현이 그토록 두려워하면서 데려간 걸까?

“하지만 양민기한테 물어보니까 한 번도 최지현이 나타나서 데려간 적 없었다고 얘기했는데.”
“양민기가 누구죠? 제가 일할 땐 그런 사람 없었어요.”
“아, 그랬군요. 저랑 같이 일하는 동료에요.”

들어올 때 그녀가 주문을 했었는지 음료가 나왔다는 진동벨이 울려 그걸 보여주며 잠시 자리를 떴다.
그틈에 나는 스크랩 한 종이를 읽어 보았다.

[ 합의하에 이루어진 ‘합동 장례식’. 주도는 그의 가장 가까운 수하의 주술사 였다.
장례 결정이 난 순간부터 끝까지 그들은 합의라고 주장했지만 현대의 시선으로는 가문 어른 한명의 독단적인 결정이라고 보인다.
이것은 장례식이라고 불리는 전통이 아닌 살인이 명백한 사건이다. ]

알 수 없는 내용 밑으로는 흐릿한 형체의 가족 사진이 걸려있었다.
빛바랜 그림이었지만 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금방 눈치챌 수 있을 정도의 형체가 보였다.

“이건… 백여운과 그 가족들의 사진…?”

최지현, 백이령, 백여운과 더불어 윤슬혜, 장리아, 백이공 그들 모두가 사진에 있었다.
지금 같은 악마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모습이었고 윤슬혜의 머리는 흑발과 백발로 나뉜게 아닌, 흑백의 머리였다.

사진 밑에는 ‘백씨 가문의 희생자와 그 주동자 사진’ 이라는 설명의 글귀가 덧붙여져 있다.

“이해 가시나요?”

어느새 음료를 가져온 그녀가 테이블에 내려두며 물어보았다.

“……장례식을 합동으로 열었다는 말인가요? 이 때가 언제에요?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잠시만요.”

그녀는 나온 음료를 후루룹 한 모금 넘기며 꿀꺽 삼키고나서 차근히 설명을 시작했다.

“백이령이 이상한 단어를 내뱉고 나서부터의 이야기 시작할게요.
다음번 왔을 때 궁금했던 제가 무슨 말이었냐고 물어봤지만 모른다고 도리질을 쳤어요.
분명 누군가 입단속을 시켰구나 하고 생각했죠. 그리고 나서 갑자기 잘린거에요.”
“입단속을 시켰다면 왜 또 저에게 말을 했을까요?”

내 질문에 그녀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나름 추측을 해서 말해주었다.

“글쎄요. 달래씨가 믿을만했거나 어린아이라서 금방 잊었거나?
유령이지만 아이는 아이죠. 아무튼 그러고나서 무슨 잘못으로 잘린건지 곰곰히 떠올려보다 백이령이 말한 것과 관련이 있을 거란 예감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에 이것 저것 다 검색해보다 알아냈죠.
그들은 ‘백씨’ 가문이에요. 백이령이 외친 말은 먹는 햄이 아니라 본관인 해미를 뜻하는 것이었어요.”

스크랩한 종이를 가리키며 한동안 그들에게 빠져 여러 도서관을 전전하며 정보를 찾은 거라 설명하였다.

“거기 대빵이 백여운 일거에요. 딱 보면 아시죠? 가장 힘 있는 놈이라는거.
근데 이름이 백여운 맞아요? 너무 현대식 이름인데… 제가 예상했던 거랑은 많이 다르네요.”

우스갯소리를 내던 그녀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는 심각한 표정의 나를 보며 웃음을 거두었다.

“백여운이 살아 생전에 이랬다는 군요.
‘우리 가족들은 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 한 곳에 묻히고 큰 장례식을 치룰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동의한 내용이다.’
너무 섬뜩하고 끔찍하지 않나요? 그 장례식을 치루기 전에 가장 가까운 주술사와 의논을 몇 달이나 했었다네요.”
“그럼 그들이 저 술집에 구속되어 있는건… 다 백여운의 짓이네요.”

종이를 들고 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맨 처음 가족이 구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은 백여운이었고 나를 많이 도와주었기에 그를 철썩같이 피해자라고 믿고 있었던 것이었다.
백여운과 그의 부하인 주술사가 이 모든 저주를 만들어 그들 가족 모두와 이제는 나까지 집어 삼키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들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된 건지는 궁금하지 않나요? 제가 추측해 보건대로 최지현이 백여운의 첫째 부인일 거에요.
백이령은 그들의 아들이고요. 백이공은 백여운의 남자 형제이겠죠.”

그녀는 나에게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싶은 듯 말을 술술 내뱉었다.

“윤슬혜는 아마… 둘째 부인이 아닐까 싶어요.”
“둘째 부인…?”
“네. 저 때가 굉장히 옛날 시절이었으니까 그런 일쯤은 허다하지 않았겠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성씨가 다른 여자가 두 명인거에 설명이 되지 않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신 건가요? 최지현이 둘째 부인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다지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들에 대한 정보를 더 확실히 알고 싶어졌다.

“그냥 제 촉이에요. 당사자들한테는 예민한 문제니 물어볼 수도 없었고.
최지현이 더 당당한 성격 이잖아요? 윤슬혜는 첩이었던 거죠.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요, 그녀만 보면… 아니 모두가 불쌍하긴 하죠.”
“근데 왜 윤슬혜 머리만 여기 보면 흑백인데 지금은 흑발 백발 반반일까요?”

문득 든 궁금증에 질문을 던지자 그거까지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네요. 그들도 점점 식성이나 취향이 현대에 맞춰지는 걸 수도.”

저번에 최지현을 마주쳤던 첫 날, 그녀가 음악 장르에 대해 지적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아직 지금의 시대가 싫은거 였나보다.

“백여운이 저에게 먹인 와인… 그것에 무슨 약을 탔길래 저까지 그 집안 저주와 엮이게 된 걸까요?”

조급한 마음이 숨겨지지 않고 튀어나오며 매달리듯이 호소하였다.

“으음… 달래씨, 미안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다 드렸어요.
그 주술사 역시 당연히 지금은 산 사람이 아니겠죠. 굉장히 옛날 일이니까.
백여운이 당신에게 좋은 쪽이든 아니든 호감을 갖고 있는건 확실한 것 같으니 그와 합의를 보는 쪽으로 얘기를 하는게 어떨까요?”

굉장히 모호한 표정으로 조언하는 그녀의 표정은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얼굴과 목소리였다.
잘 모르는 나를 도와주기 위해 이 늦은 시간까지 최선을 다 해준 그녀였기에 이만 물러서기로 했다.

“네… 많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듯한 감정을 느꼈다.
그와 무슨 합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미친놈인걸.

그녀가 가지고 가라며 스크랩 종이를 모두 내밀고 일이 잘 풀리길 바란다, 응원해 주었기에 다음에 제대로 갚겠다는 말로 감사 인사를 하며 카페를 나왔다.

‘꼭 갚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속으로 중얼거리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


“…… 어제 그 사람한테는 연락해봤어?”

가게 오픈 시간 전에 맞춰 달려나가 바로 사장을 붙잡고 그만둔다고 선언을 하였다.
그러자 내 말에 백상호는 주춤거리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네. 근데 별 방법을 못 찾은 것 같아요.
여기서 계속 일하면 그놈의 저주가 무엇이든 약해지진 않을 것 같아 방법을 좀 찾아봐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 다시 한번 미안하다. 아직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더 불안한걸 모르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사장에게 괜히 화내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와도 돼. 내 책임도 어느정도 있으니.”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며칠 간 술집에 나가지 않았다.
사실 저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몰라 두려움이 컸는데 괜히 발을 들였다가 그들처럼 묶이게 되서 집으로 다신 못 가는게 아닌가 싶었다.
혹은 그들처럼 동공 색이 변하거나 죽어서 유령이 되는 거거나 아무튼 그곳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며칠 뒤 나는 점점 더 피폐해져갔다.
몇 달 간 무슨 일을 하든 풀리지 않았고 안 좋은 쪽으로만 흘러갔다.

“서류 탈락입니다.”
“달래야, 놀라지 말고 들어라. 네 아빠가 지금…….”
“야, 미쳤어? 죽고싶어?!”
“정신 안차려?”
“죽으려고 환장했어?”

어떻게 이리 안풀리는지 긍정적인 단어가 들리는 날이 단 하루도 없었다.
아주 간단한 업무에 지원하는 일도 탈락하기 일쑤였고 지갑이나 돈을 잃어버리거나 길을 걷다 차에 치일 뻔하길 여러번, 가족들의 건강도 위협이 가해지고 있었다.

아, 설마 저주라는것이 이런건가…?
아니면 그 술집과 인연을 끊어버려 백여운이 나에게 사장님과 같은 ‘천벌’을 내리고 있는 걸까.

죽은 사람처럼 힘 없이 터벅 터벅 걷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피해야 되는걸 잊어버리고 술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달래야, 진달래!”

안에서 다급하게 백상호가 뛰쳐나와 그런 나의 팔을 잡았다.

빠아앙-

“미쳤냐?!”

운전자가 욕을 하며 차를 몰고 지나간다. 이런 일이 이젠 익숙해져 놀라지도 않는 나에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너 괜찮냐?!”
“아… 네. 괜찮아요. 오랜만이네요….”
“…혹시 시간되면 안에 들어가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그는 나를 그 두려운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 때 쯤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기에 우울한 생각만 가득 찬 나는 차라리 죽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죽음이 두렵지 않아져 피하지 않기로 했다.

“너 하는 일 없으면 다시 다녀주면 안되겠니?”

백상호는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했다.

“네가 나가고 나서 우리 파리만 날렸다… 가게 문 닫게 생겼어.
마침 연락해볼까 했는데 앞에 지나가는게 눈에 띄였어.”

몇 달 만에 듣는 취업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나를 여기에 다시 일하게 만드려고 백여운이 지금까지 손 쓴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자 괘씸한 마음과 함께 분노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
“혹시 다른 일 하고 있는거야?”
“아뇨. 좋아요. 다시 일 할게요.”

이렇게 망한 인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느니 차라리 백여운이랑 담판을 짓든 합의를 보든 하는게 정답인 것 같다.
백상호의 권유를 들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백여운 니가 원하는게 나라면 기꺼이 다시 들어가줄게.

“오늘부터 당장 할게요.”
“……! 고맙다, 달래야! 사실 네가 그만두고 며칠 뒤부터 귀신도 안오고 그러자 손님들도 안오기 시작했어.”

백상호는 많이 힘들었는지 푸념을 늘어놓으며 한 의자를 가져다 주었다.

“여기 앉아서 쉬고 있어. 생각해보니 직원들이 앉아서 쉴 의자도 내가 하나 안 갖다 놓았지 뭐니?
일이 바쁠 땐 몰랐는데, 쉬는 시간이 많아지니 복지를 더 챙겨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네.
오늘부터 다시 가게 열어보자고 민기한테도 연락해야겠다.
여보세요, 민기야!”

그는 기쁜 표정으로 핸드폰을 들고 민기에게 전화를 돌렸고 나는 멍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


“맛있는 거 줘.”
“앗, 어서오세요!!”

백상호가 격하게 기뻐하며 백이령이 벽에서 나오는 것을 맞이했다.
그 귀신이 마치 손님들을 몰고 오는 부적으로 보이는 양 감격스러운 듯 양손을 꼭 쥐기까지 했다.

“헉. 진짜 달래가 오니까 바로 오는 것 봐…. 너한테 뭐가 있긴 한가봐.”

주방으로 출근한 민기가 놀랍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다 표정을 한번 보고는 머쓱한지 음식을 만들러 사라졌다.
근처 거울로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 퀭한 눈의 무표정을 하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호두파이 주세요.”
“……”

말 없이 백이령을 의자에 앉히고 음식을 가져다 준 뒤 그 앞에 털썩 주저 앉아 그가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는 파이를 먹지 않고 그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먹으면, 우리 아빠 아파.”
“……응?”
“이거 먹으면 아야해.”

호두 파이를 먹으면 백여운이 아파한다고?
…혹시 알러지가 있단 걸 알려주는 건가?

“그걸 먹으면 어떻게 되는데?”
“이거 먹으면 아빠… 죽어.”

백이령의 말에 나는 몇 달 만에 생기가 돌고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




썸넬 백여운은 유령 모습이 아닌 살아 생전 얼굴입니다
감사합니다

[소수점]

헐 이령이가 달래 도와주는건가
재밌어ㅜㅜㅜ
그리고 여운이 이뻤네

[텐텐민트]

근데 술집 사장도 백씨네. 저 가족과 관련이 있는건가?

[내머리위로바람이불어온다]

아 헐..?

[NewJEANS]

헐……이개.맏다..

[내머리위로바람이불어온다]

와 기다렸어요..!!!

[배고픈너규리]

하 진짜 매일 들락날락하면서 기다림 ㅠㅠ 너무 재밌어 여운이 그 얼굴로 왜 그러냐 근데 저 그림 여시가 그린 거라고??? 진짜 짱이다

[윗댓 눈치보는중]

옙옙 고맙습니다😄

[고양이나비]

백여운 이쉑...부인 둘에 아들내미까지 있는놈이 달래를 넘봐...?! 챙럼이네요,,,,

[폐문부재]

너무재밌다.. 여운이 작가여시가 직접그린거라고??? 대박 금손이다

[윗댓 눈치보는중]

예쓰여요 고마워🤭

[수비드익은거맞나]

하 진짜 얼굴값하노ㅡㅡ 미친 놈 아녀

[웃겨빔참티마요]

잼난다 잼나.. 더 줘.. 가둬두고 글만 쓰고 업로드하게 해;

[젤리조아]

대박 너무 ㅈ밌다.......... 그림도 진짜 금손이네요 여시

[mytieisblueandiloveyou]

미쳤다 존잼

[받은편지]

와 백여운 일부러 달래도 자기네 가족으로 들이려고 저주내린거아니야?

[웬디너무예뻐]

미방부터 백여운 왤케 잘생겼어ㅠ 겨쿨미남일 줄 알았는데 갈웜미남이네

[웬디너무예뻐]

넘 재밌다 이령이는 왜 달래한테 여운의 약점을 알려줬을까 저주를 끝내고 싶어서?

[멍게해삼말미잘]

살아생전모습에 홀렷구만유

[그린피치그린]

아니 이새끼 부인이 둘인데 찝쩍거린거냐고

[벌꾸울오소리]

백여운 셋째부인이 갖고싶었냐....!?!?!?!?!

[반난나 차차]

민기 꽤 오래 일했다 했는데 저 알바생하고 아예 모르는 거 뭔가 수상해!!

[이기영]

사장도 백씨인 거 찝찝헌디

[비온다아ㅏㅏㅏㅏ]

헐대박

[sea펄]

사장도 넘 믿지말어야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