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여성시대 윗댓 눈치보는중
5편 보러가기 :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axJ/108535?svc=cafeapp
이 글의 저작권은 저에게 있습니다. 불펌,스크랩,복사 금지. 들킬 시 고소.
……왔다.
백이령이 전해준 사실 하나. 백여운이 먹으면 죽는다는 호두 알러지 얘기에 앞 뒤 생각할 것 없이 바로 그를 없애는 작전에 돌입하기로 마음 먹었다.
실패할 때를 대비해 사장한테 얘기할까 하다 관두었는데 필시 못하게 할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전직 조폭 가문 출신인 그였지만 소중한게 본인 뿐만이 아닌 그는 많은걸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오랜만이야. 어서와, 백여운.”
최대한 친절한 표정을 짓고 싶었지만 싸늘한 미소만이 입에 걸렸다.
해가 길어진 탓인지 깜깜한 밤에만 봤던 그는 만양(晩陽) 무렵에 등장하였는데 새빨간 햇빛을 받아서인지 까만 눈동자가 붉은 적색으로 물든게 보여 첫날 떠올랐던 악마의 형상이 다시금 형성되었다.
‘젠장. 누가봐도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같잖아.’
오늘따라 접시를 가져다주는 손이 덜덜 떨렸다.
뭐가 무서운데? 오늘 걸려서 죽게 되나, 저주에 걸려서 서서히 죽어가나 뭐가 다르다고!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씩 마음이 차분해졌다.
“다시 만나서 기쁘네, 달래야. 나를 두고 어디 갔던 거니?”
“……응. 좀 안 좋은 일이 있어서. 전혀. 몰랐나. 보네.”
뻔뻔하게 웃는 낯짝에 당장이라도 부적이나 효험있는 그 무엇이라도 던져 봉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물건도 없거니와 제발 이 작은 견과류가 나에게 기적을 안겨주길 바라며 음식을 내주었다.
“에피타이저야.”
“어디 아픈거야?”
백여운이 접시 위의 작은 초콜릿을 입가에 가져가며 질문을 던졌다.
제발 빨리 먹어!
그냥 저거 치우고 다른거 줘!
두 자아가 머리속에서 시끄럽게 싸워대자 기절할 것 같이 긴장이 되었다.
“아니… 아픈 곳 없어…”
시선은 정확히 그의 손 끝으로 향해 있었다.
그 때 백여운이 입에 대려던 동작을 멈칫하자 ‘그냥 주지말걸!’ 후회가 순식간에 밀려오며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뭐야.”
그가 언짢은 듯 중얼거리자 손의 떨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설마… 설마…?
백여운이 호두가 든 초콜릿을 제자리에 올려둔 뒤 손가락을 쑤셔넣어 아주 작디 작은 호두 알갱이를 빼어냈다.
뛰쳐나가 변명을 해야하는 일초가 모자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릴 적 친구가 햄버거 안에 먹기 싫은 자그마한 토마토 조각을 빼내는 모습이 떠오르며 웃음이 나왔다.
두려움에 미친걸까?
“…… 큭.”
“…… 장난이 지나치네, 진달래.”
그것을 식탁보에 문지른 그는 다른 냅킨을 꺼내 자신의 손을 닦아내며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곤 다리를 꼬았다.
음식을 먹는 행위를 중단하고 나에게 관심이 더 많이 있을 때 종종 보였던 모습이었다.
“……”
“일부러 그런거지?”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어서 빨리 변명을 해야하는데, 나를 죽음까지 생각하게 한 그에게 구차한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실수라고, 아니 몰랐다고, 다시 맛있는걸 내오겠다고 얘기를 해야지 진달래!
우당탕탕-!
“……!”
일부러 그랬냐고 질문을 던졌던 그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다, 막을새도 없이 순식간에 테이블을 집어 던져버렸다.
“뭐야?!”
“어머, 미쳤나봐!”
파티션 너머의 손님들이 웅성거리자 민기가 뛰쳐나오고 백상호가 다급하게 외쳤다.
“위험한 일이 벌어진 것 같으니 신속하게 밖으로 나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민기야!”
“네, 네!”
사장은 당장이라도 이곳으로 들어와 참관하고 싶은 눈이었지만 그것보단 회피하고싶은 공포감이 더 크게 서려있었다.
잠시 이곳을 바라보던 눈동자는 금새 일반 사람들에게 섞여 바깥으로 쫓겨 나가게 되었다.
휙- 쨍그랑!
테이블을 엎고 음식이 든 접시를 던지며 난폭하게 구는 백여운의 행동에 어찌할 바를 몰라 그저 영화를 보듯 일말의 동요없이 꼿꼿히 서 있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우리 직원이 무슨 잘못이라도…”
손님들을 모두 내보낸 백상호가 뛰어 들어오자 그제야 내 편이 하나라도 생겼다는 생각과 놀란 마음이 이제 올라온 듯 털썩,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하아, 하아… 진달래!”
그가 내 이름을 거칠게 부르자 다시 심장이 장애물이 가득한 깊은 심해로 떨어지듯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 부딪치며 내려가며 상처가 난 심장은 너무 뻐근하게 아파왔다.
놀란 얼굴로 주저 앉은 나를 그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서서 내려다 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잘 모르고 저지른 일 같으니 용서해 주세요.
얘가 다시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요즘 정신 상태가 많이 불안정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백상호가 이유도 모른채 내 입장을 옹호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급작스럽게 죄책감이 몰려왔다.
나의 확실하지 않은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사장이 저딴 놈한테 사과를 하다니…
하지만 백여운은 거듭 사과하는 사장을 옆으로 밀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한쪽 무릎을 꿇어 내 앞으로 와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너는 아직 내 호의를 받을 준비가 안되어 있구나.”
조금은 진정된 듯한 저음으로 귓가에 중얼거리는 말에 숨이 막혀왔다.
그의 뒤에서 번져오는 강한 일광(日光)과 더불어 그 모습이 마치 죽음의 신과 같아 그의 마지막 호의에라도 매달려보고자 정장 끝자락을 꽈악 잡았다.
그것을 차갑게 내려친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허벅지를 꾸욱 눌렀다.
“아…!”
평소라면 전혀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정도의 압력이었지만 그의 존재감 때문인지, 분노의 힘을 느껴서 인지 입에선 절로 고통의 신음이 터져나왔다.
그가 나의 굴복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희열을 느낀다면 의도가 뻔히 느껴지는 내 행위에 대한 감정을 눈감아 줄까 봐서였다.
솔직히 굉장히 놀란 상태였다.
여태껏 아무리 심한 행동을 그에게 하더라도 설마 이토록 큰 분노를 표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아니, 그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 나라는 것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 행동이 선을 넘는 것이어도, 그가 어린애 장난 취급하고 귀엽게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그게 비록 그의 목숨을 건드는 행위여도 말이다.
백여운은 누르던 힘을 빼고선 손수건을 손에 쥐어주며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는 내 볼을 톡톡 치며 말했다.
“쓸 일 있을걸.”
말을 마친 그는 벽으로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그가 손수건으로 눌렀던 다리를 쳐다보자 그곳엔 작은 술 몇 방울이 번져 있었다.
백여운은 고작 이것을 닦아주기 위해서 손수건을 꺼내든 것이었다.
나로 인해 무섭게 화를 내던 그는 다시 나에게 튄 오물을 닦아주려고 손수건을 내밀었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감정과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이런 행동들을 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사장님……. 죄송해요.”
“귀신님이 왜 저런거야?”
백상호는 화를 내고 싶었지만 한껏 혼이 나간 표정의 나에겐 아무 의미 없겠다고 느꼈는지 최대한 삭히고 있었다.
“사실 지금껏 유령 가족들을 붙잡아 두고, 또 저에게 저주를 건 놈이 저 유령인 것 같은데 어설프게 없애려다가 되려 화만 산 것 같아요.”
그가 주고간 손수건에 얼굴을 묻으며 눈물을 흘리자 사장은 벙찐 표정이 되었다.
“그, 그러니까 너 혼자 방금 저 귀신님을 퇴치하려고 했단 말이야?!”
“죄송해요…….”
“너……! 하. 아니, 아니다.
지금 장사가 중요하냐. 사람 목숨이 더 중요하지. 그래도 그런 계획 세울 거면 미리 말이라도 해!”
백상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때 그가 뒤에 있던 벽을 쳐다보며 놀란 얼굴이 되어 뒤로 한 발 물러서기에 나 역시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었다.
“너!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유, 윤슬혜 씨?”
흑백의 요정이 굉장히 창백한 표정으로 벽에서 뛰쳐나왔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뛰어나와 나에게 달려들어 소리를 질러대었는데 그 모습은 지금껏 봤던 중 가장 끔찍한 몰골이었다.
“너 때문에 우리 모두가 더 위험해졌어! 니가 한 행동들 때문에! 다 너 때문에!!!”
“지, 진정하세요, 슬혜씨!”
“아아아아악!”
사장이 달겨들어 뜯어말리자 그녀의 흰 동공이 까맣게 물들며 눈동자 전체가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동시에 온 몸의 피부가 어둠에 가까운 색으로 파랗게 질려가며 혼절하듯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차리세요, 윤슬혜씨!”
“달래야, 가서 물 한잔 가지고와!”
“뭐에요? 왠 비명이?!”
밖에서 수습을 마친 민기가 비명소리를 들은 듯 들어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급히 주방으로 가 물을 한 잔 가지고 오자 그가 심각한 상황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해대었다.
“지금 기절한 거에요? 유령이?!”
그 말은 가볍게 무시를 하고 나는 유령들이 드나드는 벽으로 찰싹 들러붙어 주먹으로 쿵쿵 치며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아무나 제발 도와줘요! 흑백 요정… 아니 윤슬혜씨가 쓰러졌어요!”
주먹이 빨갛게 부어오를 정도로 계속 쳐댔지만 조용했다.
파랗게 질린채 쓰러진 그녀를 보자 절망감이 밀려와 후회로 떨리는 손이 스륵 내려가며 벽 앞에 털썩 주저 앉았다.
하지만 잠시 뒤 밝은 빛이 사르르 나타나며 안에서 장리아와 백이공 부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급히 뛰쳐나왔다.
“달래씨, 괜찮아?”
“리아, 공이…”
그들의 걱정어린 얼굴을 보자 이 상황을 악화시킨 내 자신이 너무 미워져 다시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
“괜찮을까요? 슬혜님… 큰일이라도 나는 건 아닐지….”
“달래야, 우리가 누군지 잊었나봐. 죽는거 보다 큰일 없으니까 걱정마.”
그들이 농담삼아 던진 말에도 계속 울상을 짓자 리아가 다정하게 위로를 해주었다.
“끔찍해지긴 했지만, 우릴 도우려는 거였잖아. 완전 용감하던데?
시간 지나면 그 사람도 마음 풀릴거야….”
다정함 속에 숨겨진 속내는 위로하려는 자의 의도에 맞지 않게 튀어나오고 말았다.
항상 유쾌해보였던 그들의 얼굴에서도 얼핏 두려움이란 감정이 스쳐지나간 것을 보고야 만 것이었다.
“이 모든 일의 주도자가 백여운 그놈 맞죠?”
입에서 그 이름이 튀어나오자 자동 반사적으로 백이공이 벌떡 일어나, 절뚝거리며 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먹으로 그곳을 한번 퍽 때리고 벽 너머로 사라졌다.
“어, 어딜 간건가요? 또 실수라도….”
백상호가 그의 행동을 보며 허둥대며 당황했지만 리아가 아니라고 부정의 손짓을 했다.
“아니, 신경쓰지마세요. 그나저나 이령이 도와준거지?”
“네, 맞아요. 그 말을 듣고 좀 더 신중했어야 했는데.”
“자책은 그만해. 그 아이도 눈치를 다 챈거야. 우리가 괴로워하고 있음을….
그래서 그 애도 돕고싶어하는 거란다.”
그녀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목을 가다듬으며 민기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부탁했다.
“금방 가져다 드릴게요!”
민기가 새콤달콤한 차를 따뜻하게 내어오자 그것을 마신 리아가 좀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며 나와 단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 알겠습니다.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네, 고마워요.”
그녀의 요청에 그들이 순순히 물러가자 다시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컵을 든 그녀의 손은 미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제부터… 내가 한 동화를 들려줄거야.”
슬픈 표정의 그녀가 생뚱맞게 동화를 들려주겠다 했지만, 그 말의 의도를 눈치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얘기해주려는 모양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옛날에... 한 가족이 있었습니다. 다들 사이가 좋았어요.”
그녀의 표정은 먼 옛날을 바라보듯 초점이 없어졌다.
“한 날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낱 한시에 다 같이 묻히면 저 세상에서 흩어지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그래서 저승사자를 데리고 와 다 함께 땅 속에 누웠어요.”
동화치고는 오싹한 도입부에 소름이 끼쳐오며 백여운이 이 얘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는걸 본능적으로 느꼈기에 계속 시선이 그녀 뒤 벽으로 향했다.
“그 날짜는 그 사람이 제안한 날이었습니다. 나머지 생명의 날짜가 남은 사람들은 주저하였지요.
백발의 여자는 화를 냈고, 흑발의 자그마한 여자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한 아이는 눈을 말똥히 뜨고 그 모든 광경들을 지켜보기만 했어요.
구성원 중 두 남녀는 몰래 도망을 치다 들켜, 남자의 다리는 부러진 채 땅에 묻혔으며 여자는 그런 남자를 배신할 수 없어 스스로 잡혀와 누웠습니다.”
리아는 마지막 문장을 말할 때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동화는 계속 되었다.
“그들이 눈을 뜨자 먼저 저승세계로 와 있던 남자의 명령을 들어 어딜 가든 함께 했습니다.
그것이 행복이라 외치고 다녔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남자의 손에 들린…”
잠시 멈칫하며 그녀는 중얼거리며 들려주던 목소리에 힘을 실어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것은 동화를 들려주는 태도라기보단 제발 이 문제를 풀어달라는 강한 요청의 몸짓이었다.
“자그마한 보석이 박힌 반지의 위력 때문에 남자 말을 들을 수 밖에 없었어요.
억지로 행복한 척 하며 불행한 두 번째 인생을 강제로 살게 되었지요.
그들은 도와줄 은인을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몇 천년이 걸려도… 도와주길 바라며….”
이야기가 끝나자 멀리가지 않았던지 금방 백이공이 다시 나타나 그녀 옆으로 다가와 이야기를 덧붙였다.
“사실 저 너머에서는 죽고 나서 다 훨훨 날아다녀. 하지만 우리처럼 이 세계 저 세계 왔다갔다 하려면 전생에 죽었을 때 모습을 다 벗어던질 수 없으니 이런 다리로 걷는거야.
하지만 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네.”
그는 무서우리만큼 무뚝뚝한 표정으로 감정을 실어 마지막 문단을 끊어 내듯 툭툭 내뱉었다.
그들의 대화를 백여운이 다 엿듣고 있는걸까?
그렇다면 아무리 동화라 해도 그가 눈치챌텐데…
나는 걱정이 되어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리곤 문득 떠오른 생각이 나 잠시 기다리라고 말하며 탈의실로 가, 예전 직원에게서 받은 스크랩 종이를 가지고 왔다.
“이거 한번 읽어볼래요? 무언가 기억나는게 있을지도 몰라요.”
그들이 내가 건네준 종이를 받으며 글을 읽으려 할 때 였다.
“으으….”
“아, 윤슬혜씨! 정신이 드세요?”
뒤에서 얕은 신음이 들려오자 다들 그곳을 쳐다보았는데 누워있던 흑백 요정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까 쓰러지기 전보단 괜찮았지만 여전히 푸르디 창백한 피부와 까맣게 타들어간 듯한 눈은 끔찍해보였다.
“내 머리색… 왜 이렇게 된 건지 궁금하지 않아요…?”
“예…?”
갑자기 뜬금없이 묻는 질문에 네? 라고 답하다 울상인 표정의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나도모르게 꽈악 끌어안고 말았다.
그만 우울하길 바라는 마음을 듬뿍 담아 생각도 하지 않고 저지른 행동이었다.
아, 유령이라 차가울 줄 알았는데 아니면 몸을 관통하던지.
몸을 얻어서인지 생각보다 느낌이 괜찮았다. 곰인형을 안는 것 같았다.
“옛날에… 그 남자가 나를 봐줬으면 했어요.”
나를 밀쳐내지 않고 그녀는 안긴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그래서 주술사가 죽을 때까지 저승세계 입구에서 기다리다, 부탁해서 머리 색을 조금이라도 좋으니 백발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거에요.
그는 나보단 첫번째인 그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았으니까.”
리아와 공이 부부는 나에게 안긴 그녀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며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그 때는 어떻게든 높은 가문의 한 자리에 차지하고 싶어서 비록 첩이었지만 노력한 거였어요.
죽어서도 그 마음은 유지되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풀려나고 싶어요.
그냥 자유롭…….”
그녀가 엉엉 울며 말하다 끝맺음을 하기도 전, 갑자기 몸에 검은 오로라 같은 기체가 휘날리며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내가 껴안고 있던 몸을 떼고 물러나 흑백 요정을 쳐다보자 다시 아까 쓰러지기 전 처럼 파랗게 질린 피부와 까만 눈이 보였다.
그 두려움이 그득한 두 눈은 금새 태풍에 의해 날아가듯 희미해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어, 어떻게 된거죠?!”
벌떡 일어나 리아,공이 부부에게 다가가자 그들이 무언가에 쫓기듯 스크랩 종이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를 쳐다보며 무언가를 외쳤다.
“뭐라고요?”
나의 되물음에 다시 답할 새도 없이 그들 역시 윤슬혜와 똑같이 휘말리는 연기에 의해 사라지고 말았다.
없어진 그들의 흔적에 멍하니 서서 아까 들은 이름을 되뇌이며 떨어트리고 간 스크랩 종이를 주웠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 단어인데…?
종이를 줍자마자 벽이 다시금 반짝거리기에 그곳을 쳐다보자 이번엔 최지현이 등장하였다.
“부인…”
“쉿.”
그녀는 급하게 나온듯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손가락으로 종이의 어디 한 곳을 가리켰다.
그리곤 이제껏 봐온 표정 중 가장 슬프면서도 다정해보이는 얼굴과 목소리로 말했다.
“꺼져.”
최지현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종이를 빼앗아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녀를 뒤로한 채 가게를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다음이 마지막화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달래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요?
첫댓글 ㅠㅠㅠ와 진짜 너무 흥미진진...
헉 뭐야뭐야..?
벌써마지막이라니ㅜㅜ너무재밋다
오 뭐야뭐야ㅠㅠ
다른 가족들 사연 너무 슬프다 ㅠㅠㅠ 너무 재밌어!
헉 진짜 몰입감 개쩔어 ㅠㅜㅜㅜㅜㅜㅜㅜ
잘봤어!
궁금해 다음편 줘!
담편 언제오나요😭
슬프면서 다정하게 꺼져 상상이 안 가... 뭘까ㅜㅜ 와 넘 두근두근
뭐야뭔데 ㅠㅠㅠㅠㅠ
뭐야 ㅠㅠ
헐 ㅜㅠㅠㅠㅠㅠ
뭔데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