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보 제34호.
집에서 살림하면서 공부하는 방식
- 수필인 이공주 -
이날은 익산교당 대각전 내에서
제23회 동선 해제식을 거행할새
종사님 법좌에 출석하시사
일반 선도에게
말씀하여 가라사대
"제군은 삼동선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부터는
각각 집에 돌아가서
세간 생활을 하게 되었으므로
내 오늘은 특별히
집에서 살림하면서
공부하는 법을
대강 말하여 주려 하노니
명심불망銘心不忘하여
그대로 실행하여
보기를 바라노라.
즉 우리의 생각은
항상 복잡 다단하여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에 전일하지 못하고
다른 삿된 데로
마음을 뺏기기 때문에
그 일을 그르치기가 쉽나니,
보라!
가령 제군이 이 자리에서
이 말을 듣는 데에도
그 마음이
끌리는 데가 없이
오직 온전하여야
잘 들을 수가 있지
만일 마음에
근심이나 걱정 등
시끄러운 일이 있어서
일심이 못되었다면
아무리 유익하고
좋은 말을 한다 하더라도
무슨 말인지
요령도 잡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하등의 효과도
나타내지 못할 것은 사실이다.
불시不啻라
살림을 하던지
공부를 하던지
만일 주색이나 잡기 등
삿된 데에
그 정신이 흐른다면
그 일의 성공을
보지 못할 것은
또한 명약관화의 일이 아닌가?
대저 보통 사람이란
자기의 마음이지만은
그 마음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여
필경
그르치는 일이 허다하나니,
예를 들면 술이나
아편 같은 것을 먹으면
몹쓸 줄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 먹고 싶은 생각을
억제치 못하여
한 번, 두 번 먹고
또 먹어서
결국은 가패신망하며
사회와 국가에도
그 해독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비단 술이나
아편뿐이리오?
본회에서 금지하는
살도음 탐진치 등의
30계문이 다 그와 같나니,
제군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 모든 사심을 떼어버리고
오직 삼대력을
익히는 방식만 안다면
어느 곳에서든지
능히 할 수가 있나니,
과연 그 방식은
어떠한 것일까?
그는 별것이 아니니
우리가 경전으로 배울 때나
말로 할 때는
삼대력이라
혹은 삼강령이라 하여
어쩌면 수양 공부요,
어쩌면 연구 공부요,
어쩌면 취사 공부라고
구별을 하지마는
그 실實은 삼대력이
한꺼번에 얻어지나니
이제 몇 가지
예를 든다면
대개 이와 같다.
즉 법설을 들으면서
삼대력을 익히는 법은
법설을 들을 때에
모든 잡념을 끊어 버리고
오직 일심으로 듣는 것은
수양력을 익힌 것이오,
그 말을 들음에 따라
사리 간에
모르던 것이 알아지고
의심나던 것이
확연히 깨쳐졌다면
연구력을 익힌 것이며,
밖에 나가고 싶어도
결단코 참고 꼭 앉아서
잘 들었다면
취사력을 익힌 것이다.
또 길을 가면서
삼대력 공부하는 법은
길을 갈 때
아무 사심도 없이
마음이 온전하여
돌 뿌리에 채이거나
넘어지지도 아니하고
오직 일심으로
그 길을 갔다면
수양 공부를 잘한 것이요,
길 가다가 높고 낮은 데를
척척 분별할 줄 알며
가는 도중에도
견문 간에
알아진 것이 있다면
연구공부를 잘한 것이며
어디를 물론하고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이상에는
아무리 가기가 싫든지
다른 연고가 있다 하더라도
기어이 그곳에 가는 것은
취사 공부를 잘한 것이다.
또 이 외에도
삼대력 공부는
무엇을 하면서도
할 수가 있나니
즉 마음이
좋은 데나 낮은 데에도
끌리지 아니하고
하고 싶은 데나
하기 싫은 데도
끌리지 아니하고
공부 삼아 한다면
수양력을 얻는 길이요,
보든지 듣든지
생각을 하든지
하여튼 사리 간에
알음알이가
생기도록 하는 것은
연구력을 얻는 길이며
정당한 일과
부당한 일을 구분해서
정당한 일은
기어이 행하고
부당한 일은
죽기로써
안 하기로 하는 것은
취사력을 얻는 길이니,
누구나
이 삼대력 공부만 잘한다면
일방一方으로는
소관사所關事를
성취하게 되고
일방으로는
삼대력 얻는 공부를
잘하게 됨으로
나는 이것을 일러
일거양득이라고 하노라.
그러나 과거 세상
유가儒家에서는
소위 유명하다는 사람들이
세상사를
전혀 잊어버리고
평생에 글이나 읽고
들어 앉아서
그의 처자 권속은
먹는지 굶는지
입는지 벗는지도 몰랐으며
또 자기네는 선배니 학자니
하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의 가족에게는
사람으로 사람질 하는 데에
필요를 주는
소학小學 한 권도
알기 쉬운
조선 말로 번역하여
가르쳐주는 사람이
희소하였으며,
불시不啻라,
사람의 생명줄이요
생활의 강령이 되는
사농공상의 직업도
도외시하였나니
사실 그러한 인물들이
공부를 하였던들
그 무슨 효과를
이 세상에
널리 나타내었겠는가?
또 불가의 승려로
말한다 하여도
부모 형제 처자와
모든 생활의 직업을 벗어나서
타력 생활로
심산 궁곡에서
독선기신할 뿐이었으며
소위 이름 높은
공부를 한다는 사람들로서
모든 사회에
유익 주는 점은 없고
다만 유의유식할 뿐이었으니
그 사회는 자연
그 본本을 떠서
놀고먹는 사람이 많게 되었고
따라서 부지중
개인 가정 사회 국가에
많은 해독이
미치게 되었음으로
나는 그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고
과거의 편벽된
모든 법을 개혁하여
유무식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각자 직업에 충실하면서도
공부할 수가 있는
이 삼강령법을 제정하였나니
제군은 번거煩遽와
종용從容도 가리지 말며
세간 출세간의
처소도 관계 말고
오직 동정간에
삼대력만 준비하라.
그런다면 다방면으로
쓸모 많은 사람이 되어
어디를 가던지
귀대貴待와 앙모仰慕를
받게 되리라.”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