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의 뚝심으로 천천히 쓰는 작가
안선모
1. 사람 이야기
조경숙, 반전이 많은 작가다. 이름과 얼굴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 이름은 평범한데 얼굴과 행동은 한 마디로 튄다. 얼굴에서는 뭔가 분위기 있는 도시의 멋과 맛이 풍기고, 행동은 조금 남다르다. 하기 싫은 건 싫다고 명확하게 말하고, 좋은 건 좋다고 표정으로 말한다. 복장은 뭐랄까 화려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눈길을 사로잡는 보이시한 매력이 뿜어 나온다. 물론 주위의 시선을 모은다. 정면에서 똑바로 바라보면 겸연쩍어할까 봐 나는 살그머니 그녀의 옆얼굴을 훔쳐본다.
‘어머나, 어쩜 이렇게 동안일까’
‘부잣집에 태어나 남부러울 것 하나 없이 곱게 자랐을 거야. 외동딸이라니까 주위 사람들의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고 살았겠지.’
‘하고 싶은 말 콕 집어 하는 걸 보니 자유로운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랐을 거야.’
그녀는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몽땅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은근히 소심하고 내성적인 나는 그래서 조경숙 작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했다.
3년 동안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간사 일을 함께 하면서도 많이 친해지지 못했다. 사적인 얘기는 거의 나누지 않았다. 그동안 작가들 틈에 끼어 여기저기 함께 놀러 다녔지만 그때도 왠지 가까이 하지 못했다. 그랬던 우리가 가까이하게 된 건 바로 내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산모퉁이’에서였다. 그녀는 호기심이 많았고 올라온 글들을 참 꼼꼼히도 읽었다. 읽은 글이 못마땅하면 허심탄회하게 불만을 얘기했고, 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면 솔직하게 좋다고 말했고, 궁금한 게 있으면 즉시 물어보았다. 난 그런 그녀의 태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 속으로는 마음에 안 들어도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말을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용기,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는 용기, 그 용기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으로 행동하는 작가, 조경숙 작가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결정적으로 그녀가 어느 순간 팍! 전기에 감전되듯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된 건 그녀의 작품을 읽고 나서였다. 작품 이야기는 뒤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기로 하자.
“선생님, 난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을 몰랐어요.”
엥? 근데 작가가 되었단 말이지. 1학년, 2학년을 주로 가르치면서 한글을 모르는 것을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대했던 나의 태도를 떠올리며 많이 반성했다. 그 후로 한글을 못 깨우친 아이를 만나도 이 아이가 훗날 훌륭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그치지 않고 느긋하게 독려하며 가르쳤다.
“미대에 가는 게 꿈이었어요.”
화방 집 딸이니까 그럴 수 있겠지. 그녀의 부모님은 홍대 앞에서 오래 전부터 화방을 운영하고 있고 지금은 그녀의 오빠가 가업을 물려받았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에 재능을 발휘했고 고등학교 때는 미술반이었단다. 늘 끼적끼적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그러니까 당연히 미대에 갈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국문과에 갔다고 했다. 놀라운 반전이었다.
“딸 하나인 집에 태어났으니 엄청 귀하게 자랐겠어요?”
나의 물음에 조경숙 작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딸이라는 이유로 오빠와 남동생과 비교해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집안일도 많이 했다고 했다. 이것 또한 반전이다.
“문단 데뷔는 언제 했어요?”
“92년에 샘터 문학상을 받고, 93년 계몽 문학상, 94년 동쪽나라 문학상을 받았어요. 우연히 친구가 샘터에서 작품을 모집한다고 하여 응모했는데 당선이 되었어요.”
친구의 권유에 따라 응모를 한 첫 작품이 딱 당선이 되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건 운이 아니었고 그녀의 재능을 발견한 신호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림에도, 글에도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훗날 그림으로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하겠지?
2. 작품 이야기
먼저 내가 조경숙 작가의 열혈독자가 된 까닭을 말하여야 할 것 같다. 2011년 어느 날, 조경숙 작가가 보내준 책 ‘굳게 다짐합니다’를 읽었다. 제목을 보고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어느새 나는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후 작가들이 모인 어느 자리에서 “조경숙의 책 읽었는데 참 좋더라.”했더니 다른 작가가 말했다. “조경숙 선생님의 “나는야 늙은 5학년”도 참 좋아요.”
아, 그렇구나. 조경숙은 이렇게 다른 작가들로부터 잘 쓰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었구나. 그 이후에 나도 다른 작가들이 잘 쓰는 작가로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분발했던 기억도 난다. 그때부터 조경숙 작가가 책을 보내오면 더 열심히 읽었던 것 같다.
문단 데뷔 이후 15년 만에 나온 첫 역사동화 <만길이의 봄>은 3년의 자료 조사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했다. 김홍도 전시회를 갔다 자신이 알던 김홍도의 그림과 많이 다른 그림들을 발견하면서 김홍도의 말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다.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여 평소 존경하던 대학 사학과 교수님을 찾아갔고 ‘혹시나 오류가 있을까 봐 쓰기가 어렵다.’고 역사동화 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자 교수님 왈 “대하소설 <토지>를 봐도 역사적 오류가 많다. 그러니 절대 주눅 들지 말고 써라.”고 하여 용기백배하여 쓴 작품이 바로 <만길이의 봄>. 3년의 시간 동안 교수님으로부터 많은 역사 얘기를 듣고 공부도 했을 것이고, 발품을 팔며 이곳저곳 많이 다니면서 자료 조사를 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9년 12월에 나온 <나는야, 늙은 5학년>은 사학과 교수님을 찾아뵈면서 알게 된 탈북여성으로부터 취재한 탈북민의 얘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로부터 또 2년 후에 나온 역사동화 <굳게 다짐합니다>는 <만길이의 봄>을 쓰려고 자료 조사를 하다 발견한 글감으로 완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은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연결연결되어 좋은 작품을 낳았던 것이다. 이번 글을 쓰면서 나는 조경숙 작가의 작품을 찾아보았다.(공저는 제외)
『만길이의 봄』 2007, 비룡소
『나는야 늙은 5학년』2009, 비룡소
『굳게 다짐합니다』2011, 국민서관
『공을 차라 공찬희!』2012, 밝은미래
『천문대 골목의 비밀』2014, 비룡소
『1764 비밀의 책』2016, 해와나무
『조선축구를 지켜라』2018, 청어람주니어
『그림 아이』2018, 청어람주니어
『비밀 지도』2019, 샘터
92년 데뷔하고 27년이 지났으니 다작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다작이 아니면 어떤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역사동화가 6권이나 되니 말이다. 올해 말 또 다른 역사동화가 나온다고 하니 이건 정말 질투 나는 일이다. 세상에! 나는 역사 동화 쓰고 싶어 안달이 났어도 이제까지 겨우 한 권밖에 못 썼는데. 심한 질투심은 나지만 화는 나지 않는다. 그건 내가 조경숙 작가의 열혈독자이고, 그녀의 작품을 늘 기다리기 때문이다.
어느 연예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이영자가 말했다.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거북에게 열등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 얘기를 들으며 왜 조경숙 작가가 떠올랐지?
“선생님, 난 느릿느릿 써요.”
그녀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열등감 없는 거북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뚝심이 있는 거북이다. 그 거북은 지금도 천천히 자기 속도로 달리고 있다.
3. 느낀 대로 쓴 짧은 감상평
그녀의 열혈독자인 나는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꼭꼭 감상평을 써 놓는다. 아래의 글들은 인터넷 카페 <산모퉁이> 부엉이다락방에 써놓았던 글을 옮겨온 것임을 밝힌다.
봉오동 전투에서 탄생한 역사동화- 『굳게 다짐합니다』
조경숙 작가의 새 책 '굳게 다짐합니다'를 읽었습니다. 역사 동화를 쓰려면 얼마만큼의 자료를 수집하고, 읽고, 분석해야 하는 걸까요? 그 수고에 우선 큰 박수를 보냅니다.
독립 운동에 참가하여 죽음을 맞이한 홍이 아버지. 홍이는 어머니마저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되었지요. 그래서 결국 홍이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좀도둑으로 전락하고, 가족을 버리고 독립 운동에 참가한 아버지를 원망하며 자랍니다. 그런 홍이는 이러저러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작은 독립운동가로 성장하게 됩니다.
봉오동 전투의 영웅 홍범도 장군은 황장군으로, 봉오동 전투의 적장이었던 야스카와 지로는 실명 그대로를 빌어 와 마치 실화 같이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나라 없는 국민이 겪는 희생과 슬픔과 갈등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처절하고 비참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종종 잊고 지내지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가끔 탁 막히는 적이 참 많습니다. 오래 전 우리의 역사를 가르칠 때입니다. 아이들은 마치 오래 전 우리의 아프고 슬픈 역사를 마치 먼 나라 일처럼 받아들입니다.
"그건 아주 오래 전 일이야."
"지금은 지금인데 뭐."
역사의식을 갖는다는 것, 아주 중요한 일일진대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서서히 잊혀져가는 구시대의 유물인 듯 여겨집니다.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배우는 역사와 문화, 우정과 성장에 관한 - 『천문대 골목의 비밀』
아빠를 따라 영국 옥스퍼드로 가게 된 혜성이네 가족. 돌도 안 된 동생과 엄마, 그리고 혜성이는 낯선 나라에서 적응하느라 각자 바쁩니다. 특히 학교에 다니는 혜성이는 잘 안 되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요.
하지만, 그런 거만 빼면 혜성이네가 사는 천문대 골목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줄리아나와의 뜻하지 않은 오해로 힘들어하는 혜성이. 육아와 살림으로 힘들어하는 엄마. 거기다 감기로 고생하는 동생 인성이. 이 가족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낯선 곳에서의, 더구나 언어가 자유롭지 않은 나라에서의 생활이니 오죽하겠어요.
1355년, 옥스퍼드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면서 우정도 회복되고, 동생 인성이도 주위사람들의 도움으로 회복되고 그리고 그토록 힘들었던 크리스마스가 최고의 크리스마스가 되었지요.
읽으면서 울컥울컥 몇 번이나 눈물을 삼켜야했어요.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책을 읽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요.
스마트 기기에 중독되어, 날마다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는 고학년 아이들이, 이런 느낌 꼭 경험할 수 있으면 해요.
1년 동안 옥스퍼드에서 살았던 경험이 참 좋은 책으로 탄생했네요.
오래오래 독자의 가슴에 남을 책입니다.^^
<덧붙이는 말> 조경숙 작가의 말투, 생각, 행동을 추측하며 읽으니 참 재밌네요. 그래, 그녀라면 그렇게 말했을 거야. 그렇게 쿨하게 넘겼을 거야.
다시 읽어봐도 참 괜찮은 역사동화- 『만길이의 봄』
요즘은 오래 전(5년 이상)에 출간된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명작 다시 읽기'라고나 할까요? 그 첫 번째의 영광을 얻은 책은 조경숙 작가의 『만길이의 봄』. 며칠에 걸쳐 찬찬히 읽어 내려갔지요. 드디어 엊저녁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처음에 읽었던 기분, 느낌, 생각 등이 모두 달랐습니다.
이야기는 만길이와 노인(말년의 김홍도)이 큰 축을 이루지만 그 곁가지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어 읽는 재미 쏠쏠합니다.
산적이 되겠다고 집을 나간 노비 득상이. 돈이 없어 늙은 대장장이에게 시집을 가야만 했던 만길이의 누나 만순이. 그리고 한양 가는 길에 만난 산적들.
그냥 한없이 철없던 아이 만길이는 소년을 통해 예술의 가치와 인생의 또 다른 면에 살포시 눈을 뜨게 되고, 산적이 되겠다고 나간 득상이 역시 절간에 머물면서 살아가는 가치에 대해 슬그머니 깨닫게 됩니다. 두 소년이 성장하는 것처럼, 노인도 말년에 소년으로 인하여 성장(?)하게 됩니다.
선왕 시절 누렸던 부귀영화가 얼마나 뜬구름 같은 것인가를 느낀 노인은 진정한 예술의 가치를 위해서 그림 한 장도 허투루 그리지 않는 그 기개와 오기를 끝내 버리지 않더이다. 만길이 또한 노인을 위해 김참판 집에서 기꺼이 매를 맞기 위해 장판에 눕더이다.
한 장면, 한 장면 상상하면서 글을 읽다보니, 얼마나 잘 쓴 글인지, 얼마나 힘을 기울였는지 절로 느끼게 되더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초등생에게는 조금 어려울 듯하다는 생각. 요즘처럼 책 안 읽는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래서 참 안타깝네요. 중학교 이상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조선통신사를 위기에 빠뜨린 살인사건을 밝혀라! - 『1764 비밀의 책』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확 당기게 하는 책, 조경숙 작가의 새 책입니다.^^
처음에는 1764가 뭘까, 비밀의 책이 과연 뭘까, 한참 생각에 빠졌지요. 판타지 동화로 착각할 정도로 제목이 환상적입니다.
그러다 그림을 보고 그때서야 아, 역사구나.(제가 이렇게 좀 굼뜹니다.ㅠㅠ)
조경숙 작가, 무엇을 써내든 신뢰가 가는 작가입니다. 이번 책도 그렇습니다.
1764년 4월 7일, 조선 역관 최천종이 칼에 찔려 죽는 사건이 일어나자 조선통신사, 대마도주, 오사카주 그리고 모든 사람이 충격을 받습니다. 더구나 조선통신사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바로 그때에 일어난 살인사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책을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산이는 그게 바로 자신도 알 수 없는 어떤 책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알고는 있지만 말할 수도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처지에 놓인 산이는 우여곡절 끝에 이 사건에서 빠져나옵니다.
비밀의 책은 무엇이었을까요? 저도 읽는 동안 그게 가장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책이기에 일본사람들이 그토록 손에 넣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얼른 책을 읽어보세요. 조선통신사뿐 아니라 일본의 외교사까지 덤으로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추리 구성이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도저히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는 스토리까지.
믿고 읽는 조경숙 작가의 글을 여러분도 읽어보시길.^^
일제강점기 역사를 가르칠 때 효과 짱! - 『다 말해! 다마레!』(조경숙 외)
'일제강점기 교실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어쩐지 그 시절 아이들이 그랬을 것 같은 코믹하면서 정겨운 그림을 보면서 찬찬히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습니다. 일단 '일제강점기 교실 이야기'라는 기획이 신선하고 기발합니다.
한 명의 작가가 아닌, 여러 명이 작업했는데 그 중에 그 시절 작가의 글이 두 편이나 실려 있다는 것도 참 좋았어요.
동음이의어 다 말해! 다마레!(닥쳐!)를 사용해 일본 아이 히로시와 가네야마 선생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장면은, 어떠한 상황에도 굴복하지 않는 단단한 아이 용칠이의 기지가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하게 합니다. 그러면서 유쾌함과 통쾌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죠.
두 번째 이야기, 세 번째 이야기도 모두 좋았지만 저는 네 번째(조선어는 조선말로), 다섯 번째 이야기(벌쟁이)는 그 시대 작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훨씬 실감나고 가슴에 와 닿았어요.
일제강점기 역사를 가르칠 때, 이것저것 온갖 자료, 지식을 길고 진부하게 늘어놓을 필요가 뭐 있겠어요. 이 책을 읽고, 깊이 생각해 보게 한 후 자기 생각을 발표하게도 하고, 주제를 정해 토론도 해보면 분명 성공적인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국어와 사회 과목의 통합 수업에서 정말 유용한 자료입니다.
애국심이 불끈불끈, 우정이 소록소록-『조선 축구를 지켜라!』
기차역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으로 하염없이 부모님을 기다리던 태두, 정말 좋은 사람- 혜정식당 아주머니-을 만나 학교에도 다니게 되고, 축구도 하게 됩니다.
읽으면서 저절로 일제의 얕은꾀에 분노하게 되어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되고
나도 모르는 새 그 어렵던 시절- 일제 강점기로 돌아가 애국심이 절로 불끈불끈 솟아나게 하는 책.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잘 몰라 별 것 아닌 일로도 '학교폭력' 신고를 하는 요즘 아이들, 우정이 무엇인지 우정이 얼마나 좋은 지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우정이 소록소록 돋아나게 할 수도. 어쨌든 나약하기만 한 우리 아이들이 읽으면 참 좋은 책입니다. 역사를 사회책으로 배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동화책으로 읽어 저절로 느끼고 깨닫게 되면 가장 좋은 공부법이 아닐까요?
술술 읽히는 책- 쉽게 썼다는 의미가 아니고 과장된 미사여구가 없어 참 편하게 읽힌다는 뜻. 조경숙 작가의 본래 모습과 똑같은 심플한 문체. 의미 있는 스토리, 쉽게 다가오는 일제강점기 사람들의 축구 사랑.
어쩌면 쓰기 어려운 역사동화를 이렇게 잘 풀어냈을까요? 역시 잘 쓰는 작가, 인정합니다!
궁금하신 분들, 궁금한 어린이들! 얼른 읽어보시기를.
오래 산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되는 책-『그림 아이』
'그림 아이'는 실수투성이 할머니와 그림 속에서 툭! 하고 튀어 나온 소년의 이야기. 늘 혼잣말을 하던 할머니가 그림에서 나온 소년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지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노화와 죽음. 현실 세상과 그림 세상, 두 세계를 경험한 100살 소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절로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마력을 지닌 책입니다.
짧지만 깊이가 있고, 재미와 진지함을 동시에 갖춘 수작^^
4. 다시 사람 이야기
우리 반에 얼굴이 하얗고 호기심이 많은 녀석이 있다. 공부는 좀 하지만 공부시간에는 늘 딴 생각을 하고, 엉뚱한 질문을 잘 한다. 때로는 수업 진행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난,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조경숙 작가가 생각난다. 조경숙도 초등학교 때 저랬을 거야. 그러니 이 아이도 잘 키워봐야지.
나랑 너무 다른 하얀 얼굴(나는 어렸을 때 별명이 깜상이었다) 때문에 주눅든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난 조경숙이 너무 좋다. 나랑 달라서 좋고, 나랑 같은 길을 가는 작가라서 좋고, 역사동화를 잘 써서 좋고, 입바른 소리를 잘 해서 좋고, 무엇보다 솔직해서 좋다.
“선생님, 옛날에 선생님이 책을 갖고 와서 나눠주셨는데 나만 빼놓고 안 줬어요. 나 그때 되게 섭섭했어요.”
아주 오래 전 일이라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솔직히 나는 누구를 편애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런 얘기를 해주는 조경숙이 좋다. 속으로 꽁하지 않아서 좋다.
“에게게, 책도 없네.”
동료 작가의 소리에 자극 받아 “그래, 써보자.” 하고 첫 역사동화 만길이의 봄을 썼다는 그녀.
“조경숙 선생님은 짧은 글은 못 쓰시죠?”
어느 편집자의 말에 자극 받아 『그림 아이』를 썼다는 그녀. 그 책으로 방정환 문학상까지 거머쥔 그녀. 누군가의 말에 자극 받아 이렇듯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그녀의 재능이 너무 부럽다. 솔직히 얄밉기도 하다. 뭐야, 자극 받으면 뭐든 쓸 수 있다는 거야!
어쨌든 이 글을 쓰면서 나도 자극 많이 받았다. 나도 뭐든 쓸 수 있을 것 같다. 아, 이번 5월에 나온 조경숙 작가의 역사동화 『비밀 지도』 빨리 읽어야지.(끝)
'그림 아이(조경숙 작/청어람주니어)' 출판 기념회(2018년 2월 28일)
첫댓글 아이고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언제나 제 책 읽고 감상평 남겨주시고
이번에도 너무 수고해주시고...
선생님껜 감사할 일이 너무 많네요.
어제 열린아동문학 카페에 배익천 선생님께서 파일로 올려놓으셨더라구요. 그거 확인하고 카페에 올렸어요. 그나저나 마음에 들어야할 텐데...
@바람숲 과대포장 아닌가 쑥스러울 정도입니다.
화끈
@산초 느낀대로 생각대로 썼어요^^
조경숙 선생님 축하드려요. 책 오면 읽어봐야겠네요.
앞으로도 좋은 작가가 되어주세요.^^
안선모 선생님도 수고 많으셨네요. 이런 글 쓰는거 쉽지 않은데..^^
원고 매수가 50매 내외여서 힘들었지요.ㅋ
ㅎㅎ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 거 안 써주려고요.
@산초 그래도 누가 부탁하면(써줄만한 사람) 써 주세요.
선생님 수고 많으셨어요
산초샘도 축하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