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배후/나희덕
새로운 배후가 생겼다
그들은 전화선 속에서 숨죽여 듣고 있다가
이따금 지직거린다, 부주의하게도
그는 엿들으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어쩌면 그는 아주 선량한 얼굴을 지녔을지 모른다
절제된 표정과 어투를 지닌 공무원처럼
경험이 풍부한 외교관처럼
이삿짐센터 직원이나 택배 기사처럼
무심한 얼굴로 초인종을 눌렀는지도 모른다
문 뒤에 서 있는 투명인간들
주차장 입구에서 현관문 앞에서 복도의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친 듯 지나는 낯선 얼굴들
개 한 마리가
마악 내려놓은 쓰레기봉투를 킁킁거리다 사라진다
그러나 배후는 배후답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귓바퀴를 타고 들어와
잠복 중인 발소리
새로운 배후가 생긴 뒤로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귀가 운다
피 흘린다
풀벌레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운다
한겨울에도 운다
끈질기게 끈질기게 고막을 파고든다
쉬잇, 그들이 복도를 지나고 있다
===[파일명 서정시, 창비]===
2022년 2월 6일 제주공항 출장 중에 "시인의 집"이라는 북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손세실리아' 시인님이 직접 운용하시는 책방 겸 카페입니다.
책을 볼 수도 있고 판매도 합니다.
신간뿐만 아니라 중고 서적도 있습니다.
작가의 Sign을 득한 책을 따로 전시하였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제주 가시면 방문하시기를 추천합니다.
제주시 조천읍 조천 3길 27 (시인의 집)입니다.
전화: 064 784 1002
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파일명 서정시"를 2022년에 이곳에서 구매했습니다.
나희덕 시인님의 친필 서명이 있습니다.
시원한 오늘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
2022년 3월 8일에 카페에 올린 "눈과 얼음"을 링크합니다.
https://cafe.daum.net/qufdl.qltsksms.qkadp/G5kS/443
눈과 얼음/나희덕
사흘 내내 폭설이 내리고 나뭇가지처럼 허공 속으로 뻗어가던 슬픔이모든 걸 내려놓는 순간 고드름이 떨어져나갔다내 몸에서 시위를 떠난 투명한 화살은아파트 20층에서 지상으로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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