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11월의 일기, 가을나들이/you complete me
‘You complete me’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에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과 게리 올드만(Gary Oldman) 주연의 2008년 미국 영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말로 풀어서 ‘네가 나를 완성시켜준다.’라는 뜻이다.
온갖 악행으로 평온한 고담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가던 흉측한 몰골의 악당 조커가, 그 도시를 지키려고 나선 정의의 사자 배트맨과 마주한 자리에서, 배트맨이 조커에게 ‘왜 나까지 죽이려고 하느냐?’라고 물었을 때, 조커가 맞받아서 한 말이 그랬다.
말하자면, 조커 자신이 악당으로서 완성되기 위해서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그 온갖 악행을 배트맨이 계속해서 덮어써줘야 하기 때문에, 배트맨 그의 존재가 조커 자신에게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그 말의 원전은 따로 있었다.
톰 크루즈(Tom Cruise)와 르네 젤 위거(Renée Zellweger) 주연의 1996년 미국영화 ‘제리 맥과이어’(Jerry Maguire)가 바로 그 원전이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실력자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스포츠 매니저인 제리가 갑자기 해고를 당해서 힘들어 졌을 때, 그동안 그에게 너무나 헌신적이었던 여기자 도로시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한 말이 곧 그 말이었다.
같은 말이면서도 그 말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방향이 선의와 악의로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 두 편의 영화였다.
내가 그 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내 존경하는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님으로 비롯됐다.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어느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으신 김 이사장님께서 주례사를 하시면서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온다는 그 말을 인용하는 것을 들은 것이 그 처음이었다.
김 전 장관님은 그날의 주례사에서, 무릇 사람이란 반쪽이어서 나머지 반쪽을 찾아 결혼을 해야만 온전히 완성된다는 점을 강조하시면서, 그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날 그 주례사를 들으면서, 그때로 35년여 전으로 거슬러, 1978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함으로써 반쪽 신세를 면하고 온전한 인간으로서 새롭게 태어난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 앞으로의 삶을 온전하게 해야겠다는 각오에서, 내 생각을 이렇게 정리했었다.
‘당신으로 완성되어, 살아생전 그대로 가는 것’
“준석이가 아버지 친구분들이 아버지를 모시고 가을나들이 해주신 것이 너무너무 고맙다면서 오늘 저녁 값을 보냈네요.”
딱 반나절 일정의 가을나들이를 끝내고, 출발지였던 점촌역전의 ‘김약국’으로 되돌아오는 길에, 정 여사님 하시는 말씀이 그랬다.
이날의 우리들 가을나들이를 완성시켜주는 준석이였다.
또 있었다.
작천 내 친구였다.
술 한 잔을 마신 뒤에 한 말 한마디가, ‘You complete me’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나는 그 말에서 내 친구 작천의 삶에 대한 굳센 의지를 읽었다.
곧 이 한마디였다.
“내년 시월의 마지막 날에는 나도 행사에 참여할 거야. 그뿐만이 아니라, 기타연주도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