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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일자리는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안 통하던 경력이나 자격증이 위력을 발휘하고, 학벌과 나이 불문인 경우가 많다. 취업 빙하기, 해외로 눈을 돌려 새로운 취업 기회를 잡은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를 추적했다.
스물아홉에 카타르 항공사 승무원 꿈 이룬 지병림씨
중동에서 꿈을 찾다
지병림(31)씨는 스물아홉이던 2007년 항공사 승무원의 꿈을 이뤘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9년 국내 항공사 시험에 떨어진 뒤 잠시 접어뒀던 꿈이다. 지씨는 졸업 후 4년여 동안 서울의 한 대학에서 교직원 생활을 했다. 남들은 안정된 직장이라고 했지만 그에겐 지루한 일상이었다.
과감하게 교직원 생활을 접었지만 2년간 백수 생활을 해야 했다. 사회복지사·심리치료사·레크리에이션강사 등 자격증만 13개에 야간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까지 땄지만 이직(移職)은 쉽지 않았다.
전문대 나와 日 세계최대 중장비 업체 근무 김동석씨
'촌놈', 일본에 취업하다
경북 문경 출신의 김동석(25)씨는 대학 졸업 때까지 서울은 딱 두 번 가봤다. 해외여행은 한 번도 못 가봤다. 그러던 김씨가 지금 일본 고베의 세계 최대 중장비 제작업체에 취직해서 엔진 설계에 참여하고 있다.
김씨에게 해외 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공고 기계과를 졸업하고 대구 영진전문대 기계설계과를 다니던 시절부터 해외 취업을 목표로 공부했다. 학벌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해외 무대를 처음부터 꿈꾼 것이다.
문제는 일본어였다. 김씨는 영진전문대가 성적 우수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해외취업연수과정에 선발된 후 생전 처음 일본어를 접했다. 8개월간 매일 8시간씩 일본어를 집중적으로 공부한 덕분에 김씨는 일본어로만 진행되는 입사 면접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었다.
"일본어로 진행된 면접에서 학벌은 전혀 묻지 않았어요. 일본에서 어떻게 적응할지, 어떤 포부로 일본에 가려고 하는지를 계속 묻더군요."
재학 중 일본에서 건너온 인력파견 전문업체 트랜스코스모스의 직원들이 그의 실력을 한번에 알아봤다. 공고 시절 취득했던 전산응용기계제도기능사 자격증이 든든한 밑바탕이 됐다. 이후 김씨는 트랜스코스모스 소속으로 중장비 회사인 캐터필러 저팬사에 파견돼 포크레인 엔진 개량 작업을 맡고 있다.
김씨는 기술 선진국 일본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다. "전문대 간판으로 한국에서 성공하긴 힘들잖아요. 일본에서 10년 정도 경력을 쌓아 최고의 전문가가 돼서 한국에 돌아갈 생각입니다."
마흔 넘어 호주에서 성공적인 '인생 2막' 연 장재기씨
대기업 그만두고 호주로
장재기(44)씨는 2007년 9월, 23년간 근무하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호주행(行)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LG전자에서 가전제품 수리 업무를 담당하며 '기술 명장(名匠)'까지 올랐지만,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직장 생활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었다.
그러던 차 그는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해외 일자리 찾기였다. 2007년 3월 산업인력공단의 해외취업사이트 월드잡에 경력직으로 취업 신청, 같은 달 한국에서 면접을 봐서 합격한 뒤, 6개월 만에 호주 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장씨가 다니는 호주 시드니의 QQ일렉트로닉스. 이곳은 한국에서 수입한 전자제품 중 품질에 이상이 있는 제품만 따로 모아 이를 수리해서 높은 값에 되파는 회사다. 한국인이 사장이고, 직원도 70%가 한국인. 당연히 현지 적응에 큰 문제가 없었다.
연봉은 5만1000호주달러(약 4800만원), 야근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술직의 고용이 안정돼 있는 것도 매력이었다. 장씨는 "호주에선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도 좋고 시간 외 근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호주는 취업비자로 2년을 근무하면 영주권이 발급되는데 장씨는 6개월 남았다. 영주권을 받게 되면 각종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에 있는 가족도 호주로 부를 계획이다. QQ일렉트로닉스사의 인사담당자 이가람씨는 "호주에는 마땅한 전자제품 제조·수리 업체가 없어 회사가 계속 성장세"라며 "7~8년 경력을 갖춘 한국의 우수한 인재를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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