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 SEX
[despair]
"아....더워..."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더워지고 있었지만..느끼지 못했던 토니였다.
바다를 다녀온 뒤로 계속 호텔안에서만 지냈기 때문에 더위는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 토니가 긴바지를 끌고 밖을 나올때부터 오늘 날씨는 최악의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벌써 몇걸음 옮기지도 않았는데 이마에서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과
작은 손을 쉴세없이 움직여가며 부지런히 부채질을 하는 토니는 짜증섞인 표정을 하고있었다.
그런 토니가 이런 날씨에도 가려고 하는것은 비너스였다.
라지를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약속시간이 가까워지고 토니는 서둘러 xx동으로 갔다.
우혁이 태워다주겠다는 것을 천천히 바깥구경하면서 가고싶다고 거절해버린것이
괜히 뒤늦게 후회되는 토니였다.
오랜만에 와보는 이곳.. 얼마전까지만해도 이곳에서 살았었는데..
자
신이 이곳을 오랜만에 와본다는 사실이 너무나 낯설기만한 토니였다.
달라진건 전혀 없었다. 단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었다.
전까지만 해도 토니를 보면 제법 친하게 굴었던 녀석들도..
이제는 토니를 모르는 사람 대하 듯 무시해 버린다.
하
지만 그런 그들을 보며 토니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것은 부러웠음이리라.
비
너스에 도착하니.. 라지가 초초한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문
을 열고 들어가니 라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면서 토니를 반겼다.
"어...어서와..."
라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있는게 무슨일이 있는 것 같았다.
"잘 지내고 있었어?"
토니가 안부를 물었다.
사실 이런곳에서 잘 지내고 있을리 없다는 것 쯤은 토니 스스로 제일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지금 라지의 표정을 보아하니...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야...뭐...넌...잘 지내는 것 같구나...
얼굴이 많이 좋아진것 같은데..
전에는 너무 말라서...매일 쓰러질까봐 불안했었는데...
조금이나마 좋아진 모습이라..다행이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정작 다행이 아닌것 같은 표정을 짓는 라지가 왠지 수상한 토니였다.
"너...어디 아파?"
토
니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아프기는...아프면 어떻게 버티라고..."
한마디 한마디 정말 힘없이 내뱉는것이 평소의 활발했던 라지가 아니었다.
라지는 아무리 아파도 절대 내색하지 않는 성격이었다.
"너...진짜...왜그래....?"
토니는 라지답지 않은 라지의 모습에 뭔가 두렵기 까지 했다.
"토...토니...어떻게해...어떻게 해야해...만약...흑흑.."
그런 그녀가 갑자기 토니의 품으로 달려와 울기 시작했다.
아니....계속 참아온듯한 눈물을 이제서야 터뜨리는 듯 했다.
갑자기 자신을 끌어안고 울고있는 그녀때문에 토니는 심히 떨려왔다.
"왜..왜그래..."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당혹스러운 맘에 말까지 더듬거리는 토니였다.
"어떻게해.....김성인....흐윽...김성인 사장이...흑흑.."
울먹이며 말하는 라지의 말은 알아듣기 힘들었다.
하
지만 김성인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왠지 자신과도 연관이 있을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불연듯 토니를 엄습해왔다.
"기...김성인...이..뭐..."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에 떨어가지만 궁금해 미칠 것 같았다.
"흐윽...."
자
신의 앞에서 울고있는 그녀따위는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왠지..그 다음말을 꼭 들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인간이 뭐! 말을해 말을!!"
더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토니의 윽박지르는 소리에 라지가 깜짝놀라며
떨리는 입을 조금씩 조금씩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A....AIDS....."
차라리 듣지 않는 것이 좋았다.
라지의 입에서 나온 말은 토니를 쇼크로 몰아넣었다.
"뭐...뭐라고? 다시한번 말해봐..."
"에...에이즈에...흐윽.....감염..."
"그만.......그만!......그만!!!"
어느새 토니의 얼굴로 눈물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장소를 옮겼다.
무작정 비너스에서 나온 두사람은 가까운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모카커피 두잔을 시켜놓고 아무말 없이 한참이나 지났다.
토니는 우혁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지보다 열배는 수척해보이는 얼굴로 밖을 내다보며 초점을 잃은 눈을 한것을 보면..
김성인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은 토니에게 엄청난 충격이었음이 틀림없었다.
충
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가장 많이 관계를 가져온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토니의 뒤에 있는 커다란 에어콘 바람이 너무나 춥게 느껴졌다.
머리는 뭔가를 생각해보려해도 멍해지는 것 같고..
귓가에는 웽웽 거리는 소리만 맴돌았다.
"토니........괜찮아...?"
보다못한 라지가 토니를 불러보지만 그녀 역시 괜찮을리 없었다.
"난.....왜.......평범하게 자라지 못했을까...
이렇게 살다가....이제 겨우...소중한게 생겼는데...
이렇게 허무하게..나 죽는거야.....?"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차분한 토니의 목소리는 마치 죽음을 받아들이는 듯한
사람처럼...조금은 태연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 토니가 라지에게는 너무나 무서웠다.
"토니...넌 아닐 수도 있어...
네가 김성인 사장과 관계를 많이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넌 아닐지도 몰라..너무 걱정하지 말고..우리 병원가자.."
라지가 테이블위에서 축 늘어져 있는 싸늘하게 식어버린
토니의 손을 꼭 쥐어주며 말했다.
"아니.....됐어...내가.....알아서 할래....나 먼저 간다."
일어서는 토니의 손을 그녀는 다시 잡을 수가 없었다.
택시타고 왔던 길을 지금 토니는 걷고 있었다.
택시안에서도 에어콘도 틀지 않는 기사때문에 무척이나 짜증을 부렸고
택시에서 내릴때 곱지 못한 성질머리때문에 문까지 쾅 닫고 내렸었던 토니였다.
그리고..오는 도중 생각나던 우혁때문에 방긋방긋 웃기도 했었던 토니였는데..
지금의 토니는 살인적인 더위 앞에서도 혼자 태연히 걷고 있었다.
앞을 스치고 나서는 사람도..
뒤에서 따라오는 사람도...
멈춰서버린 자신도..
구름하나 없는 파란하늘도..
모든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이런게...싫었어...
뭔가를 간절히 바라면..부셔져 버리는 그런 것들..
정말.....싫어....'
"으아악!!!!!!!!!!!!!!!!"
토니가 주저앉으며 미친듯이 울기 시작했다.
"어떻게해....감염됐으면....어떻게 해야해...우윽...."
손가락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버린 토니.그런 그를 ......
토니 스스로 이질적이라 느꼈던 다른 사람들은..달래주지 않는다.
"잘 만나고 왔어?"
한참동안이나 우혁을 보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던 토니가
룸에 들어섰을때 우혁은 신문을 보고 있었다.
"어?............어....응..."
웃어보려 해도 도저히 웃음이 나오질 않는다.
"왜그래? 무슨일 있어?"
역시 눈치좋은 우혁이 토니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어? 아니..피곤해서..씻고올께.."
울어서 퉁퉁 부어버린 눈을 들키기 싫은 토니는 욕실로 들어가버리고
우혁은 뭔가 이상하다 느꼈지만 더위탓이려니 하고 넘기고야 말았다.
한편, 토니는 욕실에서 혼자 괴로워 하고 있었다.
"말을 해버릴까.....아니야.........그러면 분명히 난 버려져...
그럼...그냥 속여?.....그것도 안돼...만약 내가 진짜 감염자여서..
우혁이까지 감염되면 어떻게해...흐윽.....어떻게 해야해.."
버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토니지만..
만약 자신과 관계를 맺었다가 우혁이 에이즈에 감염되어버리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었다.
그렇다고..무작정 우혁과의 관계를 피할 수도 없었다.
결국...이렇게 욕조에 쭈그리고 앉아서 고민하는것은 토니의 몫.
마음같아서는 당장 병원으로 뛰쳐가서 에이즈감염여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만약....감염되었다는 판정을 받으면...그 다음에 받게될 충격을..
토니는 감당할 수 없었다.
토니가 욕실에서 오랫동안 안나오고 있었다.
뭔가 토니에게 기분나쁜일이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한 우혁은
지난번 바다에 갔을때 토니를 기쁘게 해주었던-본인의 생각에만-
그 고릴라 인형들을 다시 집합시켜 룸안에 쫙- 깔아두었다.
분명 토니가 나와서 씩씩거릴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토니의 그런 모습은 귀여워서 우혁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주었다.
화내는 토니의 모습을 기대하며 우혁은 쇼파에 앉아 토니를 기다리고 있었다.
욕실문이 열리고 토니가 나왔다.
토니는 룸안에 깔린 고릴라와 원숭이 인형들때문에 또다시 당황한듯 하지만..
지난번과는 다르게..이번에는 웃어버렸다.
"쿠...쿡.......하하하하...."
자신을 애절하게 바라보는 고릴라와 원숭이 인형들을 끌어안고
유쾌하게 웃어대는 토니의 모습을 보자니..우혁역시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그 고릴라 인형에 가려져 흘리는 토니의 눈물은 우혁은 보지 못했다.
"네 종족을 보니..기쁘지 않아?"
토니가 기뻐한다고 생각했던 우혁은 나름대로 유머를 구사하고 있다.
"죽어.."
토니가 손가락을 뿌득뿌득 거리며 우혁에게 또다시 고릴라 인형을 던져댔다.
다행이었다. 욕실에서 나와서 표정관리가 안될거라 생각했었는데..
지난번에는 마구잡이로 앉아있던 인형들이..
이제는 다 자신을 바라보며 방안 가득히 앉아있는데.. 어찌 웃기지 않을 수가 있었겠는가.
덕분에..토니는 가식적으로나마 웃을 수 있었다.
"무슨 사워를 그렇게 오래하냐. 1시간도 넘게했어."
"어? 날씨가 더웠잖아. 그리고 네가 이걸 준비할 시간을 준거지.
내가 어떻게 네 갸륵한 노력앞에 찬물을 끼얹히듯 쏙 나와버릴 수가 있겠어.
근데..저 인형 나보다 장우혁 널 더 많이 닮은것 같아.
못생기고 머리굵고..뚱한표정을 짓고 앉아있는거...
아니다 문희준을 많이 닮았다...캬캬..~~~~~~~~조잘조잘..."
토니가 우혁의 옆에 앉으며 조잘조잘 쉴세없이 입을 놀렸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머리가 어떻게 된게 분명해.
아니면...어떻게 이렇게 쫑알쫑알 거릴수가 있냐고..
아.......시끄러워라.."
우혁이 토니가 들으라는 듯이 귀를 막아가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귀 큰 토니가 못들었겠는가..
"삐짐이야 장우혁. 저리 꺼져."
팍팍-
토니가 고릴라 인형으로 우혁의 얼굴을 눌르고 뚱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큭큭..알았어.. ~ "
우혁이 넋살좋게 토니의 옆에 다시 앉으며
샤워탓에 물기가 잔뜩 묻은 토니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사이로
끼워나가면 미끌거리며 빠져나가는 머리카락들이 기분좋았다.
손에....잡힐듯 하면..빠져나간다.
마치 모래처럼.. 지금 머리카락처럼..
어쩌면..그것들과 토니는 매우 닮았다.
"졸려......"
토니가 우혁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한 말이었다.
"그래? 그럼...가서 자."
"넌?"
"나 내일 계약건때문에 봐야할 서류가 있어."
"보는건 좋은데.....네가 재워줬으면좋겠어."
토니가 피곤한 목소리로 우혁에게 말했다.
"내가 재워주면 잠이 잘와?"
느닷없이 묻는 우혁.
"그건....나도 모르겠어.. 네가 재워준적이 있어야 말이지.."
약간 새초롬한 표정으로 우혁을 바라보는 토니.
토니의 그런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우혁은 토니를 안아들고선 침대위
로 올라갔다.
토니를 침대에 눕히고..재워주려고 생각해보니..
막상...무엇으로 재워줘야할지 막막했다.
이런건 익숙하지 않은 우혁이기 때문이었다.
"나....이런거...해본 적 없는것 같아..생각해보니까."
우혁이 씁슬하게 웃었다.
"사실은 나도 그래..누군가에게 재워달라고 해본적도 없고..
누군가가 재워줘본적도 없어."
'앞으로도.........없을 것 같아'
토니 역시 씁슬하게 웃었다.
"뭘로......재워줘야하지?"
이런쪽으로는 전혀 모르는 우혁.
"바보! 자장가라도 불러야 잠이 올거 아냐.!"
답답한 토니가 큰소리로 빽빽거렸다.
"으휴...목소리는 커가지고......노래? 후....노래라."
"와아~*^^* 오늘 장우혁의 노래를 들을 수 있겠네?"
토니가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후우...좋아...딱 한번..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불러주는 노래야."
토니가 기뻐하는 것 같아서 안불러 줄 수도 없고..우혁은 결국 부르기로 했다.
"치이...잘부르면 또 불러달라고 해야지."
'그런데..또 들을 수 있을까....네 옆에서..?'
"조용히 하고 듣기나해."
Bright lights and fancy restaurants
Everything in need this world that a man could want
Gotta bank account bigger than the law should allow
Still I'm lonely now
Pretty faces from the covers of their magazines
From their covers to my covers wanna lay with me
Fame and fortune still can't find
Just a grown man running out of time
Even though it seems I have everything
I don't wanna be a lonely fool
All of the women, all the expensive cars
All of the money don't amount to you
I can make believe I have everything
But I cant pretend that I don't see that
Without you girl my life is incomplete
.
.
.
"장우혁.....음치야..쿠쿠.."
토니가 우혁을 끌어안으며 우혁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다시는 노래 없어."
이번에는 우혁이 삐진듯.ㅡㅡ;;
"쿡쿡..."
웃고있었지만..토니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은 좀처럼 쉽게 멈추지 않았다.
'나 죽게되면.......어쩌지....장우혁이 불러준 노래...
또 듣지도 못하고 죽게되면.....어떻게해야해...?'
사람은 삶에 애착이 없다가도..
죽게된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느끼게되면..
이렇게 욕심이 많아진다.
'나.....살고싶어..'
살고싶다는 욕심.
"후우......"
요즘들어서 한숨을 쉬는것이 부쩍 많아진 칠현이었다.
그도 이제 그랜드메이플에서 나와서..지낸지 벌써 열흘이 다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그가 지내는 곳은 재원의 집이었다.
미드나잇블루스카이만큼은 아니지만..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재원의 집 역시 부자집이였고..
더군다나 재원의 말에 의하면..그 집은 자신이 기억을 잃기 전에 같이 지냈다는 그집이였다.
하지만....그 집에 있어도 희준이 보고싶은것은 말할 수 없었다.
학교를 제대로 나와본 적이 없으니..도대체 학점관리가 될 리가 없었다.
1학년때도 간신히 유급을 면한것은..지훈의 투철한 대리출석때문이였다.
"야! 안칠현~ 넌 꼭 내가 널 찾아야 하냐~!!"
지훈이 어느새 다가와 칠현의 등을 찍어내리며 보기좋게 웃었다.
"쓰읍__ 아프잖어..고릴라 같이 힘만쌘 놈."
칠현이 투덜투덜 거리며 지훈을 면박주어도 넋살좋은 지훈 그런것 연연해 하지 않은지 오래였다.
"빨리 밥먹으러 가자."
지훈이 갑작스레 칠현의 손목을 잡아끌며 교내식당으로 끌고갔다.
"저기.....지훈아..나 배 안고픈데.."
"누가 너 배고파서 가재? 내가 배고프니까 그러지..."
"나 음식냄새 맡기 싫단말야."
요즘들어서 자꾸 식욕이 떨어질 뿐더러 음식냄새만 맡아도 역겹기 까지 한 칠현이었다.
"그래? 그럼 돈만 줘봐."
지훈이 빈대근성을 버리지 못했는지 칠현에게 손을 벌린다.
"야...벌릴 곳에서 벌려라..내가 돈이 어디...야!"
칠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이미 지훈은 칠현의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들고선 보기좋게 웃었다.
"이건 뭐냐?"
"으휴.....가자!"
결국에는 교내 식당으로 들어가는 그들이었다.
역시...식당에는 많은 식당파녀석들이 진을 치고 줄을 서고 있었고
그 무리가운데 칠현과 지훈이 끼어있었다.
"역시..대학은 밥먹으러 다니는 곳이라니까.!"
좋아하는 지훈과는 달리...칠현은 구역질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름이라 그런지 한껏 심하게 다가오는 음식냄새가 역겨웠다.
"야! 레인이 아냐!"
순간 칠현의 고개가 무섭게 들리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활짝웃고 있는...정아였다.
"아.......누나......"
이런곳에서 정아를 만나다니...칠현은 눈만 깜박거리고 있었다.
바다를 같이 갔다온 이후로 처음보는 정아였다.
정아는 썬텐을 했는지 피부가 구리빛으로 잘 그을려져 있었다.
"잘 지내셨어요?"
"나? 나야 뭐...그런데..나 섹시해 진것 같지 않아?"
정아가 잘 태워진 몸을 이리저리 포즈를 잡아가며 물었다.
그것도 식당에서 말이다.
"아...네...누나는 원래 뭘해도 이쁘시잖아요..;;"
"역시...마음씨도 착하다니까..
사실은 이거 내가 직접 태운거야. 바다갔다온것으로 부족해서
지금 희준씨랑 제주도 별장에 가서 놀다가 어제 왔거든.."
희준의 얘기가 나오면 마음이 찹찹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지..
칠현의 고개는 또다시 수그러 들었다.
"형은요...?"
"희준씨? 다음주에 우리학교 축제잖아. 거기에 의상발표회도 있나봐..
그거 준비한다고 갔어. 또 희준씨가 의상과의 호프잖아."
"그래요..."
칠현이 힘없이 대답했을때였다.
"안칠현...이분은 누구야?"
어느새 밥을 타왔는지 지훈이 칠현의 옆으로 식판을 들고 서있었다.
"나? 한정아라고..서양화과 4학년이야~칠현이?....레인아..네 이름 칠현이었어? 쿠쿡..."
정아가 지훈에게 자신을 소개하면서 칠현의 이름을 듣자 웃어댔다.
"아! 누님...전 이지훈이라고 ... 이녀석과 같은과인데요.
누님 남자친구는..있으신지?"
역시 여자를 좋아하는 지훈이었다.
"어쩌나..후배님... 이미 있는데...혹시나..나중에 차이면 연락할께."
역시 남자를 좋아하는 정아였다.
지훈에게 밥을 사주고 나왔던 칠현은 무작정 캠퍼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훈과 함께 있으면 머리가 아플정도로 시끄러운 지훈덕에
도무지 뭔가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날씨는 덥고...막상 혼자있자니 너무 무료했다.
이럴때에는 왜 재원이 없는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재원은 다른 학교이기 때문에..원망할 수도 없었다.
걷고있자니 다리도 아프고 해서...벤치에 앉아있는데..
빨간머리를 한 녀석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튀는 머리이네..."
칠현이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과는 관계없이
빨간머리녀석은 벽과 게시판에 형광색 켄트지에 쓰인 무언가를 붙이고 다녔다.
그런 녀석이 칠현의 앞으로 점점 가까워 질때마다 칠현의 눈은 조금씩 커져갔다.
그건 희준이었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레몬빛 머리였는데...빨간 머리로 염색한 희준은 조금 색달랐다.
거기에 청힙합에 흰색의 라운드 티위에
검은색 라운드티를 겹쳐입은 희준은 평소보다 평범해보였다.
또한 자유로워 보이기도 했다.
많이 마른 것 같아서 귀여웠던 이미지보다는 조금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해보였고..
또 정아처럼 피부가 많이 그을린 것으로 보아..섹시한 느낌까지도 풍겨왔다.
칠현은 희준이 자신쪽으로 다가오자 재빨리 일어서 벤치뒤로 숨었다.
다행이 희준은 칠현을 못본 듯 했다.
희준이 벤치앞을 무심하게 스쳐가고...그제서야..칠현은 앞으로 나와 희
준의 뒷모습을 보았다.
자신이 싫다고 했던 희준이었다.
그래도.....왠지 미련이 버려지지 않는다.
미련이라기 보다는 ... 희준을 사랑하는 그 자체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빨간머리는 희준에게 잘 어울렸다.
칠현은 희준과 반대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아까 희준이 붙혀놓았던 형광색의 게시물이 눈에 자꾸 들어왔다.
별 생각없이 그냥 읽어보는데...
[긴급구함!!!]
이번 축제때 의상과에서 모델을 구합니다.
여자: 키 170 이상. 보통체격
남자: 키 175이상. 건장한 체격
테스트는 3일뒤에 있습니다.
장소: 3일뒤 3시 까지 의상과 강의실로.
한번 도전해 보세요!
"야..너 모델하려고 그러냐? 나도 하려고 하는데..큭큭..우리 같이 가보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희준이 붙여놓은 종이를 손에들고 나타난건 지훈이었다.
"됐어...모델은 무슨..."
"왜! 혹시 아냐? 이거 잘해가지고 그 문희준인가 뭔가...
그 레몬홀 모델로 쓰일지도 모르잖아. 해보자~ 응?"
아무튼 뭐든 나서고 보는 지훈이었다.
"됐어...너나 해.. 난 하고 싶지 않아."
"자식아..너정도 외모가 매일 책만 파고 있다는게 말이나 돼?"
이제는 칠현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가면서 지훈이 설득시키려 하고 있었다.
솔직히 자꾸 마음이 흔들리는 조건이 아닐 수 없었다.
지훈이 말한 대로라면.. 모델일은 둘째치고 희준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칠현의 마음을 자꾸 흔들어 놓고 있었다.
"모델이라........"
"그래! 모델.. 우리가 안하면 누가 하겠냐!"
"한번.....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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