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의 율격에 대한 연구
백 승 수 (문학박사, 시조시인)
Ⅰ. 서 언
시조의 율격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일본 시가는「일 음절, 일 모라」의 단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 음수율의 시가임을 바로 알 수 있지만, 우리 시가는 일 음절이 꼭 일 모라가 된다고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눈(目)은 방편적인 말로 일 모라라 할 수 있지만, 눈(雪)은 길이가 길어 2 모라쯤 된다. 시조의 3.4니 3,5,4,3이니 하면서 음절수를 제시하지만 꼭 3자는 3모라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나타난 숫자가 길이와 맞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1,2자를 가감하여 쓸 수 있다는 규칙도 있어 혼란스럽다. 이러한 것을 다 감싸 안고 시조의 율격을 바르게 제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시조는 한국고유의 전통성을 지닌 정형시다. 율격적으로 혼성율격인 성질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으로 3장 6구 12음보가 한 수를 이루며, 비교적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쓸 수밖에 없는 음수율 형식으로는 한 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자 범위다.
앞의 말과 함께 시조의 율격에 대한 이해는 매우 까다롭다. 마치「장애물 경기」를 하는 것처럼 한 장애물을 극복하면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듯, 설명도 복잡하고 이해하기도 힘이 든다. 그 이유는 율격에 대한 연구의 부족과, 시조를 쉽게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판단에서 곰곰한 이치를 다 알아 설명하지 못하고 일종의 방편적인 말을 써 가며 가르치고 배우려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조를 쉽게 가르치기 위하여 방편적인 말을 쓴 예를 들어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것이다.
방편적인 말 | 그렇게 쓴 이유 | 실제의 뜻 |
시조의 종장 3자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 실제의 뜻을 모르고 실수하지 말라는 교육적인 차원의 말 | 시조는 음수율도 불가피하게 쓰지만 실은 음량율이기에 2자 4자도 가능하다. 노산은 이-것, 저-것, 2자 횡덩그르, 빙그그르 4자도 가능하다 하였다. 극단적으로 「아--」1자도 가능하다 |
시조는 3.4조 혹은 4.4조다. 종장은 3.5.4.3이다. 등의 말. 즉 음수율처럼 이르는 말 | 음절이 그렇게 구성되기에 쉽게 설명하기 위한 말, 교육적 차원의 말 | 종장 3자를 빼고 1.2자 가감할 수 있다는 말은 하고 있으나, 시조는 글자 수 이외의 음량이 가지는 특성이 있고 음량율을 상정한 음수율이기에 순수 음수율은 아니다. |
모라의 적용 | 음의 길이를 설명하기 위한 말 | 실제 우리말은 모라로 규정하기 어려워 방편으로 쓴 말 |
자수를 늘여 쓸 때 늘이는 이유와 줄일 때 줄이는 이유 설명 부족 | 어쩔 수없이 늘인다는 이유는 국어의 첨가어적 성격에서 유래, 줄여 쓴 경우의 이유는 없음 | 늘이는 이유는 첨가어적 성격에서 오나 줄여도 되는 이유는 우리시가 율격의 「마트라 찬다스」율격의 성격에서 유래함 |
본고는 이러한 점을 순서대로 설명하면서 필요한 부분은 덧붙이기로 한다.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이야기는 이미 선행 연구자들의 많은 저서에 이미 나와 있는 진부한 상식적인 이야기도 있고,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본인 스스로 연구한 새로운 이야기도 있다.
Ⅱ. 시조의 혼성율적인 성질
시가를 이루는 율격은 정형성을 가질 경우 시각(詩脚, foot)을 구성하는데, 시각은 운율(韻律, metre)와 율동(律動, rhythm)으로 나누어진다. 운율은 계속하는 시간의 등장성(等長性)을 말한다면, 리듬은 이 등장성을 부동(浮動)하게 하는 힘이다. 리듬은 발화자의 마음에 따른 부동성(浮動性)이나 임의성, 무정형성이나 수동성 등이 특징으로, 미적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운율은 이와 상반되게 고정성, 항상성, 능동성, 관념성 등을 가지고 있으나 미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율격은 음성을 자원으로 사회적 승인에 의하여 이루어진 리듬체계이고, 구체적이 아닌 의식 작용에 의해서만 지각되는 추상적인 실체이며, 강제적이고 규범적인 체계로 일상용어에 부과된 조직적인 폭력성(organized violence)을 가지며, 주로 주기적인 반복구조를 갖는 등시성을 갖게 하는 것이 그 특성이다. 그
러기에 리듬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즉, 리듬이 대개 실용적이면서도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의견(gewöhnliche und metaphorine Ausdrucks weise)으로 받아들여지고, 리듬은 시간과 관련이 있기는 하나, 음의 진행 혹은 음운동의 쪼갬에 있어, 중요한 부분과 덜 중요한 부분으로 나뉘고, 이 둘은 어떤 방식으로 근사치를 이루어 동일조직에 예속되는(wichtige und unwichtige Teile müssen sich sondern, und danüber hinaus müssen die wichtige und unwichtige unter einander irgend wie ähnlich sein, sie müssen zu einem und demselben system gehören) 모양새를 갖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비추어 나전어․희랍어는 장단율이고, 영어 독일어는 강약율이며, 중국어는 고저율, 프랑스, 서반아, 이태리, 일본어는 음수율이다. 이런 유형에 바탕을 두고 보다 그 유형을 본격적으로 분류한 이는 바로 로츠(J. Lots)이다. 그의 분류 제 1 기준은 우선 음절만으로 분류 가능한 것과 음절 이외의 운율 자질이 관여하느냐에 따라 단순율격과 복합율격으로 나누어 단순율격은 순수음절율과 운소음절율로 나누고 복합율격은 그 하층에 고저율, 강약률 장단율 등으로 나눈다. 이러한 분류는 우리 시가 특히 시조의 율격에 이미 적용되어 왔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정연한 체계를 갖추어 설득력이 있는 것이 되어 왔다.
시조의 율격은 혼성율격인 성질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으로 분류된다. 이 이야기는 이해하기 매우 곤란한 면이 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우리 시가와 관련된 사항 특히 일본과 영미나 독일의 시, 프랑스 시를 예로 비교 설명하면 알기 쉬울 것 같다.
율격의 종류 중에서도 일본의 시가는 음절수와 그 길이(혹은 음철수에 율동을 배분하는 방식)로 단가(短歌)는 보통 5·7·5·7·7 형식과 같이 짜여져, 단순 율격으로서 음수율 율격이다. 영미나 독일의 시는 어느 음철에 강도 즉 강음(accent)을 부여하여 배분하기에 강약의 혼합율격이다.(강과 약의 혼합으로 짜였기에 혼합률) 이는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쉽다.
그런데 프랑스 시가의 경우와 우리 시가, 특히 시조의 율격은 좀 복잡하다. 프랑스 시가는 일본의 경우처럼 음절수가 정확하게 짜인 단순율처럼 보이지만, 곳곳에 영미나 독일의 시처럼 강약이 혼재해 이를 단순율격이라 칭하기 어렵다. 즉, 단순율격과 복합율격이 혼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혼성율격이라는 명칭을 쓰고, 음절수의 일정함을 중시하여 혼성율격적 성격을 가진 음절수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으로서 음수율격이라 칭한다. 그리고 아무도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율격의 특성 설정의 기준은 그 나라의 생활 관습을 중시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Ⅲ. 혼성율격에 대한 바른 이해
우리 시조는 어떤가? 우리는 3.4나 4.4, 혹은 3,5,4,3의 등의 게다가 1자나 2자 가감 등의 모양새를 가진다. 즉, 음절수가 일정하지 않아 음수율로서는 적절하지 못하여 단순율격이 아니다. 그렇다면 강약률이 존재하는가? 30년도 더 된 시절 이미 국어학계에서 인정한 바에 의하면 시조의 구에 해당하는 맨 앞 음절에 강세가 있음을 인정하였다. 이를 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이로다. ∨ : 강세 표시
그러나 이러한 것은 당장 보기에도 강약률이 되기에 부족함을 느낀다. 우리 시가는 강세가 임의적으로 나타나는「마트라 찬다스」율격이다.
우리 율격을 정립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적이었다. 소위 등시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정병욱 님은 주로 강약률에 관심을 가졌는데, 이능우 님도 이에 동조하였고, 김석연과 황희영, 정연차 님은 이와 다르게 고저율에 관한 연구 업적을 남겼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앞의 국어학계의 경우처럼 강약률만 약간의 유효성이 있고, 고저율은 고시조나 현대시조 작품에 적용하여 보아도 우리 시가와 잘 맞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어, 결과적으로 음수율, 장단율, 강약률, 고저율 모두가 우리 시가와 별로 관계가 없음을 알게 하였다.
우리 시가 특히 시조는 앞에서 설명하였듯이 단순율격으로서 음수율이 되지 못함을 보았다. 그러면 복합율격인가? 그러나 복합율격도 되지 못한다. 시조의 구 단위에서 강세가 나타나나, 이에 더하여 자의적으로 강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성기옥 님은 우리 시가에 나타나는 강세 율격은 매우 자의적인데, 현재 세계 어느 곳에도 이런 율격은 없으며, 오직 고대 인도어의「마트라 찬다스」유형만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모형으로 만약 4음보의 유형을 설정하면 다음과 같은 5 가지가 된다고 하고 있다.
단단단단(OOOO)/장-장-(O-O-)/장단단(O-OO)/단단장(OOO-)/단장단(OO-O)
이는 시조의 율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바가 있다. 시조의 글자 수를 불가피하게 늘이는 원인은 국어의 교착어적 성격에서 온다지만, 글자 수가 줄어드는 이치는 이 원리가 아니면 설명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고시조 한 수를「마트라 찬다스」율격으로 재구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여기서 단(O)은 편의상 1모라, 장(O-)은 2모라라고 보면 좋다.)
삭풍은/가지 끝에 불고/ 명월은 / 눈 속에 찬데 OOO-/OOOO/OOO-/OOOO/
만리 / 변성에/ 일장검 / 짚고 서서 O-O-/OOO-/OOO-/OOOO/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O-OO/OOOO/OOOO/OOO-/
‘가지’ 와 같이 줄친 부분은 일 모라, ‘만리’와 같은 말도 ‘장-장-(O-O-)’의 원리다. 이 표를 보면 시조는 한 수가 4음보가 됨을 알 수 있다.
「마트라 찬다스」의「마트라」는 음지속량의 단위로, 말이 좀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의 말이나 시가에 절로 자연스레 적용되어 쓰는 말인데도 이를 아직 널리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 텍스트 상에서 운소적인 특징으로 장음과 단음이 설정되기도 하고, 특별히 강조하는 말이나 글에서 강세가 나타나 장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밤(夜)은 단음, 밤(栗)은 장음이지만 (군밤타령)에서는 장음이 없어지고 텍스트 내에서 끝나는 부분이 (긴-밤(夜)-)이라면 길어지고, 만일 남쪽 방향의 섬을 강조하는 글( 그 ∨남쪽의 작은 ∨섬에 가거라)에서는 강세가 붙어 길어지기도 하므로 시를 낭독하는 사람은 이러한 자의적인 것 때문에 낭독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시조는 음절을 기본으로 하나, 음수율은 되지 못하고, 강세가 나타나기는 하나 완전하지 않기에 단순율도 복합율도 아니면서 양자에 걸쳐 있기에 이를 혼성율격이라고 한다. 프랑스 시가는 혼성율격이지만 음절이 일정하여 혼성율격적 성격을 가진 음절로 상정되는 음수율격이라고 한다면 우리 시가 특히 시조는 혼성율격적 성격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이기에, 리듬이야말로 시조의 복잡한 사항을 단숨에 감싸 안고, 시조가 어엿한 하나의 율격체계로 가는 비방인 셈이다.
앞의 「마트라 찬다스」의 설명 자료를 이번에는 보다 과학적인 차원에서 음악 악보를 빌어다가 시조에 적용하여 보면 역시 같은 모습이 된다.
울-며∨ 잡은 소매 떨치고- 가지 마소
(♩§ /♩♩♩♩/♩♩♩§/♩♩♩♩)
초-원∨ 장제에- 해- 다∨ 저물었네
( ♩§/♩♩♩ §/♩§ /♩♩♩♩)
객창에∨잔등 돋우고 새워 보면 알리라.∨
(♩♩♩§/♪♪♩♩♩/♩♩♩♩/♩♩♩§)
*장음- 정음∨ 종장 제2음보 (잔등/돋우고->‘잔등’을 속독함)
장하던∨금전벽우 찬 재 되고 남은 터에
(♩♩♩§/♩♩♩♩/♩♩♩♩/♩♩♩♩/)
이루고∨또 이루어 오늘을∨보이도다
(♩♩♩§/♩♩♩♩/♩♩♩§/♩♩♩♩/)
흥망이∨산중에도 있다하니 더욱 비감하여라.∨
(♩♩♩§/♪♪♪♪♪♪♪♪/♩♩♩♩/♩♩♩/)
*종장 제 2음보는 속독으로‘비감하여라’의 ‘비감’은 편의상 앞에 붙여 읽음
보기처럼 시조 한 수를 장마다 4음보를 상정하는 문제는 시조에 나타나는 음절의 양을 리듬에 의하여 묶어내어 음보로 할 수 있다. 이는 앞의 「마트라 찬다스」의 설명 자료를 기준과 더불어 율격 설정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다. 이에는 각 나라의 문화적 배경과 풍습과 습관이 율격을 이루는 근본요소로 존중받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시조는 음절수가 고르지 못한 것은 흠이 되겠으나 이를 극복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혜이다. 등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정병욱 님이 휴지, 장음화, 속독 같은 것을 이용, 휴지와 장음화는 음수가 적은 곳에, 속독은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과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 등시성으로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한 바가 있고, 김석연 님도 종장 2음보 같은 과음보는 오히려 존중되어야 할 선인들의 여유와 멋 그리고 기지라면서, 가사(歌辭)가 못 가지는 멋을 시조로, 더욱 품격을 높인 예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철저히 규명하여 4음보 구성을 보다 규칙 있게 완성한 분은 바로 성기옥 님이다. 그는 장음, 정음, 모라(mora) 단위 같은 것을 상정하여, 장음과 정음은 음수가 적은 곳에(1모라씩 확보), 종장 제 2음보 같은 곳이나 과음수를 갖는 음보에 속독을 사용하면 등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부터 30년 전에 이미 우리 시가의 이러한 특징 즉 리듬적 특성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바가 있다. 즉 앞의 이러한 자질이 프랑스 시가처럼 혼성율격으로 이해되며, 음절수는 일정하지 않지만 강세가 고정적이 아닌 리듬적 차원에서 규칙적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사실 등은 우리 시조가 혼성율격 성질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한다. 그래도 남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시조의 역사성 때문에 자연 중세 국어 즉, 조선조의 수많은 고시조와 현대시조와의 율격적 차이성이 있느냐 하는 문제인데, 이는 성조 액센트가 우리말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17세기까지의 율격 문제로 이기문, 정연찬, 정광, 김대행, 김완진, 전광현 님 등의 연구물 등이 있으나 성조자체의 속성인 고조나 저조가 율격형성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오직 율격의 길이에만 관여한 것으로 보아, 본질적으로 18세기 이후의 국어와 별 다르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어 특별한 발견이 없는 한 별 문제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Ⅳ. 음수율에 대한 이해
율격에 대한 설명을 더 하기 위하여 우리 시가, 특히 시조가 가지는 음절 자질의 특성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바로 음수율에 대한 설명이다. 이를 위하여는 조윤제 님의 기준표와 덧붙임 말을 살펴보는 일이 중요하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가 1수를 이루며, 1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자 범위다.」
이는 우리가 소위 음수율이라 칭하는 것이다. 처음 시조를 익히는 사람의 수준에 맞는 시조의 형식에 대한 설명으로 교과서나 기타 시조 공부에 교재가 될 만한 자료에는 늘 맨 처음 앞에 붙어 있는 이야기로서, 이것만 알아도 시조 창작 혹은 감상에 적어도 그 형식 이해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다. 편의상 초보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한 것으로 유용한 일면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초보자를 위한 방편에 불과한 설명이다.
앞의 도남의 설은 음수율인데, 이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아, 앞에서 지적한 대로 교육적이고 방편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무엇인지 정체가 드러나지 않은 시조의 율격을 맨 처음으로 음수율로나마 상정한 것은 당시로서는 대단한 업적이었고 지금도 그 일부는 유효한 바가 있다. 그러나 음수율의 최대 약점은 통계적 허구성과 왜 한국 시가의 율격이 음절수에 근거하여 파악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나 이론적 통찰이 없이 선험적으로 받아들여, 그 당시(1930년대) 성행한 정형적 규칙성을 가진, 가사, 창가, 음송민요 등을 연구대상으로 삼았기에 결국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는 자가당착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쉽게 말하면 고시조의 90% 이상이 이 기준표에 어긋나기에 도남 자신도 글자 수의 가감이 허용된다는 말과 함께 몇 가지 사항을 덧붙이기도 한다. 이 덧붙임은 시조의 형식을 이해하는데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가. 시조의 형식을 앞처럼 상정한 기준표는 우연으로 이룬 것이며 절대적이 아니다.
나. 시조는 초 중장을 합하여 하나로 하고, 종장은 따로 또 하나로 하여 나누어야 하나 음악상 3장 이라서 어쩔 수 없이 3장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다. 종장의 첫 음보는 반드시 3자라야 한다.
라. 고시조 작품 중 어떤 것은 이 기준표에 어긋나도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며 어떤 것은 이유 없이 기준에 어긋나 있었다.
이 중에서 ‘나’와 ‘다’는 최동원 님의 종장의 감탄사 잔형에 대한 이해와 가람의 3장 8구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일도 되고, 요즘 현대시조시인들이 이유 없이 글자 수를 늘이거나 줄여 쓰는 것에 대한 경계가 되기도 한다.
앞의 음수율을 기준으로 야기되는 편견은 더러 나타난다. 위의 기준표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2자를 쓰거나 6자를 쓰면 정격이 아니라는 편견과, 이유도 없이 6자 같은 글자를 한 수의 시조에 여러 번 과하게 남용하는 경우, 더구나 종장 제 1음보는 꼭 3자라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시조가 아니라는 고정 관념, 시조를 꼭 3행으로 써야 한다는 고정 관념과 별 이유 없이 굳이 깨뜨려, 심지어 글자 한 자 한 자를 세로 행으로 낱낱이 쓰고자 하는 그런 경우가 현실의 시조문단에 등장한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간섭이나 평가의 이야기는 다분히 예술의 창조적인 창의성과 의지를 꺾는 일이 될 수도 있기에 본 율격의 기준을 기본으로 몇 가지 설명으로 그치고자 한다.
삭풍는 가지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 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삭풍는 매우 불고 명월은 차디찬데
만리의 변성에서 일장검 짚고 서서
긴 바람 큰 한 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두 작품을 비교하면 필자 개인적인 의견으로 앞의 것은 글자 수가 늘어났더라도 참으로 실감이 나는 반면, 뒤의 것은 정격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지만 매우 무미건조한 느낌이 든다. 삭풍는 북풍으로 그 거셈이 대단하여 나무 가지 끝이라야 회오리쳐오는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실감나게 느껴지고, 명월은 눈 속이라야 눈에 비친 차디찬 달빛이 얼마나 처절한지 느끼게 된다. 「만리 변성에」는 너무 짧아졌지만 의미의 전달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처음 시조를 익히는 사람에게는 앞의 표를 기준으로 해야 오해를 방지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조를 전문으로 창작하시는 분은 이러한 이치를 잘 살펴 괜히 늘이거나 괜히 줄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이는 개별 시인의 개인적인 창작 양심이라 생각하며, 더불어 행의 문제도 3행이나 6행은 이미 3장 형식과 국어학계에서 인정한 행이지만, 나머지 특히 장순하 시인의「고무신」이나 이영도 시인의 「나비」와 같은 이미지 나열의 실상, 전탁 선생님의「깡통 지붕」같은 경우는 오히려 시조 창작의 예술적 창의성으로 권장되어야 할 사항으로 여겨진다.
기계문명의 발달과 인간 정신의 변화로 이미 과거의 이데올로기와 습속은 사라져 전근대적인 것으로 퇴색되어 이미 예술의 비인간화, 혹은 소외되는 현금의 실정에 비추어 꼭 과거의 것을 끝없이 고집 주장하는 일도 심각한 문제려니와, 정당한 이유나 뚜렷한 작가 정신도 없이 막연한 이탈도 역시 문제가 된다.「예술이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선물하는 최상의 기쁨으로 스스로를 해방하고 확대, 고양하는 데서 얻어지는 보람이며, 단순한 쾌감이나 지적 흥미, 실천적인 만족 이상의 것으로 자기 형성 자아실현의 도우미가 될 수 있는 그런 경우와 예술가 이웃 공동체 사회로부터 무엇은 함께 체험하고 또 무슨 꿈은 요청 받고 있으며, 예술가의 공동의 체험과 꿈은 일종의 휴머니즘이고 이에 부응하는 것이 소외로부터 탈출하는 것」과 같은 작가 정신과 의지를 담긴 이탈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는 역시 개인적인 창작 양심의 문제에 맡길 일이며, 그 평가는 국민문학으로서 한국인 모두의 안목에 달려있다.
Ⅴ. 결 어
이상의 설명을 결론지어 말하면 다음과 같다.
시조는 한국고유의 전통성을 지닌 정형시이며, 율격적으로 혼성율격인 성질을 가진 리듬으로 상정되는 단순율격으로 3장 6구 12음보가 한 수를 이루며, 비교적 불완전하지만 그래도 쓸 수밖에 없는 음수율 형식으로는 한 수의 규모가 45자 내외의 형식을 가진다. 초장(3.4/4(3).4) 중장(3.4/4(3).4) 종장(3.5/4.3) 혹은,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의 글자 수를 기준으로 음보마다 1-2자의 가감이 허용된다. 종장은 첫 음보가 반드시 3자이라야 하고 제 2음보는 5자 이상 8자이어야 한다. 총 글자 수는 대개 40-50자 범위다.
이어 다음과 같은 제언을 덧붙인다.
시조를 방편적인 말을 써가며 가르치고 배우는 일은 중요하고, 그 안에 본보기를 잘못하여 오해를 낳을 그런 일을 방지하자는 교육적인 면이 있는 것을 이해하나, 본질적인 입장에서 시조를 창작하거나 연구하는 경우에는 시조의 율격이 가지는 특성을 더 알고 더 연구해야 할 의무감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글자 수의 줄이고 늘여 쓰는 일은 불가피하게 그럴 경우가 생기는 작품에만 활용해야 하되 이의 기준은 개인적 창작의 예술성과 개인적 작가 양심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며, 행의 배열 문제도 같은 문제라 생각한다.
본 논고는 필자 개인적 의견도 들어 있고, 혹 오류가 있을 수 있으니 이러한 문제는 차기에 더욱 연구하여 시정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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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충남서천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부산대대학원 석사 동아대대학원 문학박사 취득/1982시조문학 천료/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당선 1996 성파시조문학상 수상 2016년 부산문학대상 수상, 국민훈장 옥류장 수상/ 시조집<제2의 돌>, <화개마을에서>, <반구대 암각화> /저서<한국현대문학 감상>/ 부산교육대학 강사 방송대 동아대 문예창작과 등 6개 대학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현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사단법인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부산시조시인협회 고문/메일bss0541@hanmail.net 010-2747-0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