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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진구는 입영영장을 받고 잠시 갈등을 한다. 연기신청서를 내고 학교를 다녀야 할지 아니면 이학년만 끝내고 바로 입영을 할 것인지 잠시 갈등을 한다. 그러나 진구는 먼저 군대를 다녀오기로 한다. 마침 학기가 끝나는 십이월에 입영을 하는 달이다. 어물거릴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하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다. “엄마, 아빠! 저 입영통지서를 받았습니다.“ ”뭐라고? 입영이라면 군대를 가야 한다는 말이냐?“ 김소희는 놀란다. 생각해 보지도 않았던 일이다. 그러고 보니 아들은 딸과 달리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네! 이번 학기가 끝나고 십이월에 입영을 합니다.“ ”하필이면 그렇게 추울 때 가야 한다는 거니?“ 김소희의 눈에는 벌써 눈물부터 흘러내린다.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남자라면 누구나 다 다녀와야 하는 길입니다.“ ”그것을 몰라서가 아니야! 하필이면 추운 겨울에 나가니 얼마나 더 고생을 하겠니?“ ”어느 때 가도 한 번은 겪고 지나가야 할 일입니다. 처음에는 연기를 할까 생각을 했었지만 기왕에 다녀와야 하는 길이라면 연기보다는 빨리 군복무를 마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오냐! 잘 생각했다. 이버진 너무 배운 것도 없고 고아가 되다 보니 군 면제를 받았지만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모두 다녀오는 길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다시 학교 다니면 되는 것이니까 다녀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구나!“ 김소희는 생각하지 않았던 아들의 입영소식에 마음이 우울해진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식들을 떼어놓은 적이 없다. 이제 삼년이라는 긴 세월을 아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안쓰럽고 벌써부터 그리움이라는 병이 생기는 것만 같다. 그러나 자신만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아닌데 너무 유난을 떠는 것만 같아서 그저 속으로만 삭이는 김소희다. 진아는 군에 입대를 앞둔 진구를 위해서 큰마음을 먹고 사골을 사온다. 동생이 추운 겨울에 입대해야 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엄마는 무엇이라도 먹이고 싶은 마음이란 걸 안다. “엄마! 이것을 푹 고아서 진구를 먹이세요.“ ”세상에, 이 비싼 것을 네가 무슨 돈이 있다고 사와!“ 김소희는 진아의 월급을 그대로 매달 받는다. 진아는 매달 타는 월급을 고스란히 엄마에게 가져다 드린다. 매달 교통비만을 엄마에게 받고는 그대로 드리는 진아다. 김소희는 그런 딸의 마음을 알기에 딸의 돈을 한 푼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다 저축을 해 나간다. 피땀으로 고생을 하며 벌어드리는 돈을 한 푼도 낭비할 수가 없다. 또한 아직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산 너머 산처럼 까마득하다. 김소희는 사골을 푹 고아서 진구에게 자주 먹으라고 한다. 그러나 진구는 자신보다는 부모님 생각을 먼저 한다. “엄마! 전 아직 젊습니다. 이런 것을 먹지 않아도 펄펄 나는 기운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들을 주고 드셨으면 합니다.“ ”진구야! 누나가 특별히 너를 생각해서 사 온 것이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가야만 이 추운 겨울 호된 훈련을 이겨낼 수 있다. 어서 엄마 마음 편안하게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진구는 엄마 마음을 편안하게 해 드리려고 엄마가 권하는 대로 사골 국에 밥을 말아서 먹곤 한다. 그렇게 진구는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십이월 중순에 입대를 한다. 아들이 하나 없다고 집안이 휑하는 느낌이 들고 텅 비어버린 것만 같다. 좁은 집이 갑자기 넓어 보인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다는 소망을 아직도 이루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집이 갑자기 넓어 보이는 것이다. 이제 전보다는 살아가는 것이 조금은 형편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이제 겨우 진아만 졸업을 하고 취업을 했을 뿐이다. 이제 또 고삼으로 올라가는 둘째 딸 진희가 있다. 그러나 진희는 진아와 진구와는 달리 독서실에 가지도 않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진희야! 너는 독서실에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엄마! 난 대학에 가지 않을 거야!“ “뭐? 그것이 무슨 말이냐? 대학을 가지 않으면 뭘 하겠다는 거야?" 진희의 말에 놀라는 김소희다. 당연히 대학을 갈 줄 알았던 김소희는 작은 딸의 말에 놀란다. “엄마! 난 언니나 오빠처럼 죽어라 하고 공부하는 것이 싫어! 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난 요리사 자격증을 딸 거야!“ “뭐라고 했어? 요리사가 되겠다는 말이냐?“ “네! 그래서 다른 아이들보다 일찍 돈을 벌고 싶어요.“ ”진희야! 요리사가 되겠다는 말은 좋은데 그래도 대학엘 가서 전문적인 공부를 하고 요리사가 되어도 좋지 않겠니?“ ”아뇨! 가난한 우리 집에서 굳이 대학까지 가서 공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요리학원에 나가 자격증 시험을 보고 취업을 나가면 대학을 다니는 사년 동안이면 난 그 방면에서 이미 기술자가 되어 있을 겁니다.“ 김소희는 이미 작은 딸 진희가 굳은 결심을 하고 있음을 본다. 그러나 부모로서 무작정 찬성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진아야! 진희가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한다.“ ”대학을 안 간다고 해요?“ ”그래, 학원에 다니면서 요리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떤지 듣고 싶다.“ ”요리사가 된다고 해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제가 시간을 내서 진희하고 이야기를 해 볼게요.“ “그래 주겠니? 엄마는 무작정 진희의 말을 따를 수가 없구나!“ 김소희는 진아가 진희의 마음을 설득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마음처럼 뒤 바라지를 마음껏 해 주지는 못한다고 해도 입학금만 마련을 해주면 언니나 오빠처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얼마든지 대학엘 다닐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 김소희다. 어떻게 하든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부부다. 생각하지 않았던 진희의 말에 부부는 걱정이 된다. 진아는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를 한다. 당신들이 배우지 못한 한을 자식들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하시고 싶으신 것이고 자식들만은 당신들처럼 고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이다. 대학을 나오기만 하면 어디든지 마음대로 취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부모님은 자식들이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며 자신들의 일을 해 나가기를 바라고 계신 것이다. 진아는 시간을 만들려고 생각을 하지만 좀처럼 진희와 이야기를 할 시간을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다. 아직도 아침이면 그 누구보다 일찍 출근을 한다. 이제 비서업무에 대해서 잘 파악을 하고 있다. 실장은 모든 것을 이진아에게 맡겨놓을 정도로 모든 업무를 파악하고 전무님의 스케줄 관리에도 최선을 다해서 꼼꼼하게 살펴나간다. 이제 진아 밑으로 새로운 비서가 영입이 되었지만 진아는 늘 자신이 하던 모든 일들을 해 나가고 있다. 진아 보다 먼저 근무하고 있던 여비서가 다시 결혼으로 인해서 퇴사를 하고 새로운 신입사원이 들어왔기에 진아는 승진이 되지만 자신이 하던 일을 꾸준하게 해 나가고 있다. 특히 전무님의 아침 차 준비는 매우 신경을 쓰면서 준비를 해 드린다. 입사를 하고 한참 후에야 전무님이 홀로 살아가고 계시다는 것을 알았다. 아침을 드시지 않고 그냥 나오신다는 것을 알고 진아는 나름대로 가벼운 아침 대용으로 드실 수 있는 죽이나 차로 준비를 한다. 물론 부탁을 한 것도 아니다. 진아는 전무님께서 아침을 드시지 않고 나오시리라는 짐작을 했고 아침에 빈속에 차만 드리는 것보다는 가벼운 오트밀이나 죽을 드리는 것이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며 준비해 드리기 시작한다. 정규호전무는 언제부터인지 출근을 하면 자신을 위해서 이런 것을 준비하는 비서실이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고 있다. 진아는 늘 전무님께서 퇴근을 하시기 전에는 먼저 퇴근을 하는 법이 없다. 퇴근시간이 지나도 전무님께서 사무실에 계시면 당연히 자신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진아다. 그러기에 늘 남보다 퇴근시간이 늦고 일정하지가 않다. 오늘도 전무님은 늦은 시간까지 업무를 보시며 늦으신다. 퇴근 후의 스케줄이 잡혀 있지 않은 날은 늘 늦은 시간까지 사무실에 남아 계시는 전무님이시다. 정규호전무는 시간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도 없는 빈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할 일도 없기에 회사 일에 더욱 꼼꼼하게 신경을 쓰며 최선을 다 한다. 낮에 늦은 점심을 먹었기에 별로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늦은 시간이면 거의 식당이 문을 닫는 시간이라 어디 가서 마땅히 저녁을 먹을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선다. 진아는 홀로 남아 기다리고 있다가 문이 열리면서 전무님이 나오시는 것을 보며 몸을 일으킨다. “어? 아직 안 가고 있었나?“ 정규호전무는 이진아가 남아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아는 것만 같다. “전무님께서 계시는데 어떻게 퇴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럼 지금까지 내가 늦게까지 있는 날은 늘 미스리가 함께 있어주었어?” “.........................” “저런? 헌데 내가 왜 지금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 시간이 벌써 아홉시가 넘었는데 그럼 아직 저녁도 먹지 못하고?“ “집에 가서 먹으면 됩니다.” “아, 그러지 말고 나하고 같이 나가 저녁을 먹고 가요. 내가 지금 나가서 혼자 저녁을 먹는 것보다는 그래도 동행이 있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소.“ ”네!“ 진아는 전무님의 말씀에 대답을 한다. 그러지 않아도 아까부터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하던 진아다. 정규호전무는 앞장서서 회사를 나간다. 근처의 한식집으로 들어간다. 진아는 전무님의 뒤를 따라서 들어가 전무님의 앞자리에 앉는다. “뭘 먹겠소?” “그냥.........간단한 것으로요.” “지금 시간에 뭐가 되는 것이 있습니까?” “탕 종류는 다 됩니다.” “그러면 갈비탕 두 개 주시오.갈비탕 괜찮겠소?” “네!” 음식은 별로 기다리지 않고 바로 나온다. “미스리! 미안하오. 이제 내가 퇴근을 하지 않더라도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시오.“ ”어떻게 전무님께서 계시는데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비서의 업무는 전무님께서 회사에 계시는 시간까지 연장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오. 개인 적인 내 사정으로 늦을 때가 많으니까 신경을 쓰지 마시오.“ ”전무님! 제가 해야 하는 업무입니다.“ ”허허허........... 그렇다면 오늘처럼 이렇게 늦게까지 저녁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으면 안 되니까 미리 저녁이라도 먹도록 합시다.“ 그들을 늦은 시간이라 출출한 탓에 맛있게 음식을 먹는다. “집이 어디요? 늦었으니 내가 데려다 주겠소.“ “아닙니다. 요 앞에서 지하철을 타면 됩니다.“ ”그래도 너무 늦은 시간이 아니오?“ ”아닙니다. 아직 시간이 충분합니다. 먼저 가십시오.“ ”그러면 내가 먼저 가리다.“ 정규호는 진아를 두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진아는 그렇게 전무님이 떠나시는 것을 보고 나서야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열한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매일 늦어서 피곤해서 어떻게 하니?” 김소희는 거의 매일 늦게 귀가를 하는 진아가 안쓰럽다. “엄마! 괜찮아요. 바쁜 업무가 있다는 것이 좋은 일이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저녁이라도 제대로 먹기나 하는 것이냐?“ ”네! 저녁도 먹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주무세요.“ ”그래, 너도 어서 자거라!“ 김소희는 비로소 잠자리에 들어간다. 진아는 잠시 전무님을 생각해 본다. 혼자서 살아가고 계시는 전무님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전무님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도 없는 빈집에 홀로 들어가시기 싫어 업무를 핑계로 매일 그렇게 늦게 귀가를 하신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쓰인다. 주말이 되어 진아는 일찍 퇴근을 한다. 전무님이 골프 약속이 잡혀 있어 점심 식사 후에 골프장으로 가시고 그곳에서 바로 퇴근을 하시게 되어 있기에 퇴근 시간이 되어서 바로 퇴근한다. 마침 진희가 하는 일없이 티비 앞에 앉아있다. “언니, 오늘은 일찍 오네!” “응, 넌 공부 안 해?” “공부는 뭐..........” 진희는 언니의 물음에 얼버무리고 만다. “진희야! 언니하고 얘기 좀 해도 되지?" ".........................." "대학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사실이니?“ “언니! 우리 집 형편에 대학을 간다고 능사는 아니잖아? 난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기술을 배워서 돈을 벌고 싶어!“ “그래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니?” “언니! 한 가지 물어봅시다. 언니가 고생을 하고 사년을 공부를 해서 취업을 했는데 고생한 것만큼 보수가 주어진다고 생각해?“ ”그거야 어떻게 첫술부터 배가 부르기를 바라고 있니?“ ”언니가 취업을 한 것이 일 년이 넘었는데 언니가 받고 있는 월급이 만족스러운가 묻고 싶어!“ “그야.......아직은 햇병아리에 불과 하잖니?" "언니! 난 그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리지 않을 거야! 남들이 대학공부를 하며 고생을 하고 있는 동안 난 요리사로서 자리를 잡아가며 모든 것을 터득하고 싶어!“ 진희의 얼굴에는 단단한 결심이 깃들어져 있는 것을 본다. 글: 일향 이봉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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