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4-25일 양일간 펨투어로 여수의 오동도, 그리고 금오도 비렁길을 걷고 왔습니다. 이번 바위님이 금오산 금오도 비렁길 다녀 오셔서 뮤비로 올려 주셔서, 부연설명 겸 예전 갔다온 후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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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수 자유걷기 공지가 올라왔을 때 고민없이 신청했습니다. 펨투어 형식이라 지자체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무엇보다 현지의 정수들을 엿볼 기회가 크기 때문입니다. 자체 도보여행이라면 그 지역의 구석구석을 보긴 힘들죠. 물론 세상에 꽁짜는 없습니다. 지원한 만큼 그들도 생색을 낼려 할 것이고, 하다못해 지자체 홍보나 지역특산물 판매 실적이라도 올릴려고 하겠죠. 이것도 신토불이, 농촌 생각을 하면 이왕이면 현지 물건 구매하는 공정여행, 착한 여행의 일환이니 펨투어라고 해도 그리 부담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진행하시는 분은 많이 시달린(?) 것 같더군요.
여수 도착해서 바로 점심, 여수 사투리로 짱어탕 먹으러 갔습니다. 짱어탕이 뭔가 했더니 장어탕이라고 하더군요. 점심으로는 딱인 음식이었습니다. 역시 현지 공무원들이 추천하는 맛집은 100%입니다.
점심 이후 이번 걷기 유일 공식행사인 화양면 서촌 친환경옥수수 따기 체험장으로 갑니다.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니 도로에 환영 현수막이 걸리고 정자밑에는 서촌옥수수작목반 자매결연 펼침막이 걸리는 등 대대적인 환영에 어리둥절합니다. 그러고 보니 펨투어도 많이 진화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초청해서 보여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 일과성 대접이 아닌 현지 농어가 생산자들과 연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고정고객 확보 등 대도시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통한 소비(판로)의 확대라는 ‘그린 투어리즘(green tourism)'으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지자체마저 재정과 수익을 위해 시장에 뛰어든 모습을 보니 농촌마저 시장경제에 휘말리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합니다.
이번 여수 여행은 바로 이같은 그린 투어리즘 방식으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향에는 현지 생산자와 대도시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지자체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간 역할을 맡으신 여수시 특산물육성과 농산물마케팅팀장이신 김인섭 팀장님은 그야말로 천부적인 분이시더군요. 공무원임에도 불구, 성심성의껏 대해주고 진심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신 분, 함께 하신 분들이 칭찬을 많이 하셔서 더 언급은 안하겠지만, 그야말로 ‘진심이 통한다’의 전형이신 분입니다. 이분 덕에 펨투어이면서도 전혀 부담스럽지도 않고 배꼽 빠지게 웃다가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해안 절벽가를 끼고 도는 비렁길. 비렁은 벼랑의 여수사투리라 더 정겹네요.
사실 여수하면 예전부터 내려오던 말이 있습니다. 벌교에서 주먹자랑 말고 순천에서 인물자랑 말고 여수에서 돈자랑 말라는 얘기이죠. 여수는 수산업과 유통업, 근래에 들어와서는 원유가공시설 등 여천공단 가지 흡수합병 해서 전남에서도 손꼽히는 재정자립도 높은 지역이었는데 2012년 여수엑스포로 거덜나고 지금은 빚만 4500억이 남았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여수시가 비상이라고 합니다. 참고삼아 소설가 김주영의 <아라리 난장>에 "순천가서 인물자랑 말고, 여수가서 돈자랑말고, 벌교가서 주먹자랑말고, 진도가서 글씨자랑말고, 강진가서 양반자랑말고, 고흥가서 노래자랑말라"는 구절도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벌교-순천-여수,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의 무대이자 1948년 10월 19일 이른바 ‘여순반란사건’의 무대인 곳에 가고 싶었습니다. 2012년 엑스포 때 잠시 들리기만 했던 곳이라 더 반가웠죠, 요즘은 여순반란이라고 하지 않고 ‘여수순천사건’ 혹은 ‘국방군 14연대 반란사건’ 등으로 불립니다.
첫날 오동도 일주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끌고오니 과분한 곳에 머뭅니다. 펨투어로 오니 좋긴 좋습니다. 여행자가 잠자리를 탓하진 않는 것은 좋은 덕목이지만, 가벼운 지갑 탓에 좋은 곳에 머물기가 어려운 법이죠. 여수시 지원덕에 좋은 곳에 머무니 피로가 빨리 풀립니다. 다음날 호텔 로비에서 빵과 시리얼, 커피로 간단하면서도 든든하게 채웁니다. 여성회원님들 다수가 원두커피가 맛이 좋다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호텔 로비에서 제공하는 원두커피가 맛있다는 칭찬은 참 드문일이라 저도 보온병에 봉지커피 안놓고 원두커피를 담아갑니다.
드디어 이번 걷기의 핵심인 금오도로 갑니다. 여수 신기항에서 배로 25분 거리. 한쪽에서는 다리공사가 한참이지만 금오도 쪽으로는 다리공사 소식이 당분간 없을거라는 말에 살짝 마음을 놓습니다.
금오도 비렁길은 해안 기암절벽을 따라 개설된 트레킹 코스입니다. ‘비렁’은 절벽의 순우리말 ‘벼랑’의 여수 사투리이고 함구미마을 뒤 산길에서 바다를 끼고 돌며 장지마을까지 18.5km가 개설됐습니다. 이번에는 시간관계상 다 못돌고 1-2구간만 돌았습니다. 그런데 비렁길까지 따라와 길 안내를 맡은 김 팀장님은 3구간에 출렁다리가 새로 연결됐는데 멋지다고 은근히 유혹(?)하시더군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가을날 비렁길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식당처럼 안보이는 허름한 민박집. 그러나 전형적인 남도밥상, 시골밥상의 반전 묘미~
저는 비렁길도 좋았지만, 사실 명성에 비해 혹은 전 구간을 돌지 못해서 그런지 그렇게 좋거나 멋지다는 인상은 못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산도길이 더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그런데 금오도 비렁길에서 가장 멋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1구간 끝 두포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그야말로 순수한 시골밥상, 유홍준 교수가 <나의문화유산 답사기>에서 그토록 격찬했던 남도밥상을 그대로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허름한 민박을 겸한, 간판도 없는, 조그마한 입간판에 시골밥상이라고 쓴 그곳의 밥상이 저에게는 최고였습니다. 무엇보다 손님들의 반찬이 부족할까봐 양손에 반찬을 들고 퍼주기에 바빴던 할머니 얼굴이 지금도 떠오릅니다. 주방에 계셔서 사진을 못찍은 것이 내내 아쉽네요.
사실 남도에 여행가면 보는 것 보다 먹는 것이 더 즐거운 일, 그러나 요즘 같은 세상 옛 맛을 찾기 어렵죠. 아니 옛 맛 보다 사람 좋아하는 인정을 찾기 더 어려운 법일텐데 금오도 두포 시골밥상집은 사람을 반가워 하며 정성이 가득한 음식들만 내놓은 것 같은, 이번 여행 최고의 식당이였습니다. 물론 다른 곳도 다 좋았습니다만 모처럼 시골정취를 흠뻑 느낀 곳이었습니다.
금오도 비렁길을 마치고 다시 여수로 나와 서울로 돌아옵니다. 모처럼의 펨투어, 좋은 대접에 좋은 길, 좋은 사람 많이 만나고 온 느낌입니다.
다음 좋은 길에서 뵙겠습니다.
낙화는 유수처럼
예정보다 일찍도착, 점심부터 합니다.
장어를 여수에서는 짱어라고 부르네요. 짱어탕인데 보양식입니다.
식당 옆에 성산공원이란 멋진 곳이 있더군요.
여수는 임진왜란시 전라좌수영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여기서 임진왜란을 준비, 여수시 자체가 이순신 장군 성역사업을 많이 했습니다.
여수팔경 소개표지판입니다.
여수하면 오동도이죠.
여수 엠블 호텔입니다. 호텔에 가려진 지역이 2012 여수엑스포 메인행사장입니다.
2012년에도 와서 느꼈지만, 어떻게 두바이에 있는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 호텔과 똑같이 지었는지.. 쓴 웃음이..
오동도까지 방파제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
입구
자그마한 섬이지만 오동나무가 울창, 숲길이 좋습니다.
제가 여수에서 본 최고의 보물이라면 <백비>와 금오도 시골밥상 2개입니다. <백비> 여순사건을 회상하면서 '오른쪽으로 비켜서야 하리...
왼편으로 왼편으로 몰아세운 절벽아래'라는 시 귀절에 가슴이 한참이나 먹먹해져 옵니다.
대나무 숲길도 있습니다.
오동도 등대입니다. 등대 앞에 느린달팽이도 있네요~~
오동도 중간 휴게소에 잘 꾸며논데가 있어서...
잘 꾸며진 숲길.
남사시럽지만... 남근목이랍니다. 잘 이해가 안가지만....
2012 엑스포 기념 조형물
임진왜란 시 이순신 장군의 명언이죠. "약무호남 시무국가 : 곡창지대인 호남을 없으면(잃으면), 나라의 존망도 위태로와진다"
돌산대교를 바라보는 자산공원, 이순신장군 광장입니다.
서울 세종로 충무공 동상과 비교해 보세요. 특히 칼 잡은 손...
어둠에 잠겨가는 돌산대교입니다.
저녁식사를 한 복춘식당입니다.
서대회(무침)과 아구탕을 동시에 줍니다. 한가지만 해도 충분한데...
여장을 푼 힐하우스 호텔입니다. 아침 로비에 빵과 시리얼, 우유 원두커피까지 정갈하게 잘 갖춰놓앗습니다. 특히 원두커피가 일품이라고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아침 금오도로 갑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배 탈때 승선표와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합니다. 당연한 일을 우리는 빨리빨리 대충대충 하다 낭패를 본 셈이지요. 이제라도 원칙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상식이 됐으면 합니다.
한뼘만 남은 다리. 2015년 개통이라는데 다행히(?) 금오도 방향이 아닙니다. 다리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금오도 여천항 전경입니다. 배로 25분 거리입니다.
여천터미날에서 함구미마을 까지는 마을버스를 타고 갑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이 배 타는 것을 꺼려해 금오도 손님이 줄었다고 버스기사님이 하소연 하시더군요.
종주코스... 1코스.. 종주구간 1구간..제발 영어 좀 덜 썼으면...이왕이면 둘레길 18.5km, 첫길 이런 말이 더 좋지 아니한가요...
표지판이 잘 되어 있습니다. 천천히 걷기에 딱 좋은 길입니다.
미역널방. 비렁길 내 최고의 조형물이자 사진 찍기 딱 좋은 곳입니다.
걷기 편한 길입니다.
비렁, 절벽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숲길도 걷습니다.
함구미마을 전경이 보입니다. 무척 평화로와 보입니다.
오케스트라는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다만 사람의 자취와 여운만 남길 뿐...
초분이란 섬 혹은 해안가 독특한 장례문화입니다.
금오도 초분
청산도 초분은 관광지답게 크고 반듯하게(?) 만들어 놓았네요. 2013. 12. 8. 사진
끝없이 이어진 숲길을 걸어갑니다.
이번 여수 걷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골밥상. 맛도 맛이지만 주인 할머니의 인정이 더 이끌렸던 것 같네요.
식당처럼 안보이는, 간판도 없이 작은 입간판에 씌여진 시골밥상(백반)이 확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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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포에서 직포로 두번째길을 나섭니다.
혼자 걸어도, 후미에서 처져도 아무도 서두르거나 채근하는 사람 없는 길...
비바람에 지붕 날아갈까봐 바위를 놓고 매달았지만 얇은 슬레이트 지붕이 더 안쓰러워 보이네요.
직포항
직포항 마을 입구 벽화가 반겨줍니다. 직포항에서 다시 마을버스를 타고 여천여객터미날로 가서 배를 타고 여수로 돌아갑니다.
* 기회가 되면 여수 밤바다, 오동도, 금오도 비렁길을 묶어 1박2일로 다녀오고 싶네요~~
첫댓글 여수 밤바다, 오동도, 금오도를
한번도 못가본 1인...^^
매봉산 전망대는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우리동네 매봉산 전망대랑 똑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