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New Life, 11월의 일기, 고도원의 아침편지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내 Daum메일함에 편지를 꽂아주는 사람이 있다.
전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고도원이라는 사람이다.
내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별수사 제 2부 수사 제 2과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인 2003년 2월 19일에, ‘고도원의 아침편지’라는 이름을 붙인 그의 첫 편지를 받았으니, 어언 19년 세월이나 흘렀다.
내가 그 편지를 받게 된 것은, 내 고등학교 동기동창으로 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 골프장인 안양베네스트cc 지배인으로 있던 최상진 친구의 추천에 의한 것이었다.
얼핏 봐도 근엄한 영국 신사풍인 데다가, 정작 대화를 해봐도 그 풍에 걸맞게 조용하고 차분해서, 내가 ‘존경한다.’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참 좋아하고 가까이 했던 친구다.
학창시절에 문학 소년이기도 했던 그 친구는, 새해를 맞아 연하카드를 보낼 때도 남달랐다.
인쇄된 문장으로만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꼭 손수 쓴 육필로 인사를 하고는 했었다.
13년 전으로 거슬러 2009년 새해 들면서 내게 띄워 보내준 연하카드에는 아예 나를 따로 딱 지목해서 명문의 인사말을 쓴 것으로 내 가슴에 깊은 감동을 담아줬었다.
다음은 지금껏 잊지 않고 있는 그 새해 인사말 전문이다.
‘새해 첫날 떠오르는 태양과 동트는 하늘은 귀하의 큰 뜻입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빛과 바람은 귀하의 힘찬 기운입니다. 삼라만상을 두루 가슴에 품고 지치지 않는 무한열정의 희망으로 힘껏 비상할 기축년(己丑年) 올해는 평생 기억될 귀하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원하신 일들 모두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그 친구의 추천에 의해 받아보게 된 ‘고도원의 아침편지’는, 그때로 오랜 수사관으로서의 각박한 삶을 살아온 내게 있어서는, 신의 축복 같은 의미로 귀하게 다가왔었다.
지금은 그 첫 번째의 편지 내용을 잊어버리고 말았지만, 펼쳐보는 순간 내 마음의 눈도 활짝 펼쳐지는 것 같았다.
말 한마디, 글 한 구절이, 한 사람을 순식간에 변화시킬 수 있구나 하는 그런 뜨거운 감동이었다.
한 때 청와대 행정관이었던 ‘고도원’이라는 이름의 한 공무원이, 어느 날 문득 느낀바 있어, 가까운 주위 몇 사람에게 의미 있는 글 한 구절을 메일에 담아 보내기 시작한 것이, 그때로 그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이 모두 1,991,421명에 이르는 거대한 모임의 그 시초가 되었다고 했다.
고도원은 그 과정에 대해, ‘왜, 아침편지를 시작했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술회했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저에게도 책이 좀 있습니다. 그 책들은 모두 제 것이 아닙니다. 상당량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시골교회 목사였던 아버지는 어머니의 '모진' 구박 속에서도 여력만 있으면 책부터 구입하기를 즐겨 하셨고, 어린 시절 저에게 채찍을 들어 고문하듯 책을 읽게 하셨습니다. 그 아버지가 어느 날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는 시간이 나면 책장에 서서 아버지가 물려주신 책들을 뒤적이곤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그어놓은 밑줄들을 발견합니다. 그 밑줄 친 대목을 두 번 세 번 읽다 보면 어느덧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결과 감동을 느끼게 됩니다. 한 권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 속에 적힌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꿀 수 있습니다. 거창하게 운명과 인생을 말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좋은 책에서 뽑은 좋은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행복하게 해주는 마음의 비타민이 될 수 있습니다. 감동과 기쁨, 사랑과 희망, 힘과 용기가 될 수 있습니다. 2001년 8월1일부터 아침마다 이메일로 배달되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최첨단 컴퓨터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에게 이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오래오래 동안 깊은 산속의 옹달샘이 되어 남아있기를, 저는 소원합니다. 그래서 누구든 마음이 아프고 괴로울 때, 슬프고 절망할 때, 사랑을 잃었거나 시작할 때, 꿈과 희망이 필요할 때, 한 모금씩 마시는 것만으로도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맑고 청량한 샘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 사이에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영혼과 영혼의 작은 울림과 기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고도원은 자신이 매일 아침에 보내주는 그 편지를 ‘마음의 비타민’이라고 자칭했다.
어릴 때부터 책과 영화와 음악과 함께 하면서, 그 속에서 삶의 철학을 챙겨온 나로서도, 매일 아침에 내 Daum메일함에 꽂혀드는 ‘고도원의 아침편지’가 그렇게 ‘마음의 비타민’일 수밖에 없다.
2022년 11월 10일 목요일인 바로 오늘도, 내 Daum메일함에 역시 어김없이 꽂혀든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읽는 것으로 하루 일상을 시작했다.
곧 여명이 될 이른 새벽인 오전 4시에 집을 나섰고, 서산으로 지기 시작하는 달을 보면서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내 책상에 앉아, 맨 먼저 컴퓨터를 켜서 Daum메일함을 열었고, 딱 한 통 꽂혀든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읽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라는 제목의 메일이었는데, 문득 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지어낸 문장 하나를 떠올리게 하는 내용이었다.
곧 이 문장이었다.
‘인생이란 선택이라는 구슬들을 시간의 끈에 꿰어 엮은 목걸이 같은 것’
예순 중반의 나이에 문득 한 생각이 일어, 순간순간의 선택이 더 없이 중요함을 깨우쳐서 지어낸 문장이었다.
나로 하여금 그 문장을 떠올리게 한 오늘 메일은, 오혜숙의 《100세 시대의 새로운 건강법》 중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여기 두 개의 길이 있다. 실컷 배불리 먹고, 하루 세 번 꼬박꼬박 한 뭉텅이나 되는 약을 삼키고, 병원을 오가면서 아프고 병든 채로 불안에 떨면서 살아가는 길이 하나 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건강법을 몸에 익혀서 죽기 전까지 내 발로, 내 힘으로 걷고 뛰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이 하나 있다.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