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정용철(서강대학교 교수, 체육시민연대집행위원) | |
지난 주 아버지께 전화가 왔다. 군 입대를 앞둔 손자와 선산에 다녀오시겠단다. 큰일을 앞두고 조상님께 꼭 인사를 드려야 한다며 아이돌 급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손자의 소중한 하루를 앗아가셨다. 1966년 입대를 앞둔 나의 아버지도 그의 아버지와 함께 이 무덤을 찾았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도 아버지와 같은 이유로 그 곳에 갔던 것 같다. 2018년 봉분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니 할아버지와 손자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 대략 25년을 주기로 우리 집안 사내들은 국방의 의무 앞에 비장해지고 있다.
사적인 집안 이야기로 병역특례라고 하는 공적인 이슈에 대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이 사안이 대한민국 남자들에겐 매우 사적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세대를 넘어 촘촘히 공유하고 있는 보편적 몸의 기억이다. 남자들이 모이면 군대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결국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이유다.
그동안 운동선수의 병역 특례를 두고 여러 번 논란이 있었으나 이번처럼 치열했던 적은 없었다. 축구와 야구 결승 경기가 있던 지난 1일에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80여 건의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고 한다. 국위 선양을 위해 뛰어난 운동선수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와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대략 반반이다. 연장전까지 치루며 천신만고 끝에 금메달을 획득한 축구대표팀과 아마추어 수준의 팀을 상대로 어린아이 팔목 비틀 듯 금메달을 딴 야구대표팀이 대비되면서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전락한 금메달을 조롱하기 시작했다. 한 국회의원은 국위선양의 측면으로 보면 빌보드 순위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이 금메달 보다 더 크다며 운동선수 병역특례의 논란을 키웠다.
운동선수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주기 시작한 것은 1973년부터다. 박정희 정권이 법을 만들어 ‘국가 이익을 위하여’ 운동선수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합법적’으로 주기 시작한 것이다. 국제대회 우승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절박했던 시기여서 그랬다. 그 당시에는 필요했고 받아 드릴만한 특혜였다. 한 때 신의 아들이라고 불리던 수많은 불법병역면제자들에 비하면 금메달을 따고 병역을 면제받는 선수들은 당당할 만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레슬링 양정모 선수가 최초의 병역 특례 사례다. 당시만 해도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 시비는 적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얻은 당당한 특혜로 인정되는 분위기였다.
양정모의 첫 금메달 이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대회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딴 금메달의 수는 45년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굳이 금메달이라는 방법으로 알리지 않아도 될 ‘국위’가 생겼다. 더구나 지금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촛불혁명이라는 세계사적 민주주의 혁명을 몸으로 겪었다. 금메달이라는 결과보다 그 메달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을 중요시하는 세대가 탄생한 것이다.
병역특례는 한 마디로 유효기한이 다한 공정한 특혜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이 언급한 마일리지제나 대중예술인의 병역특혜에 대한 형평성 논쟁은 결국 ‘공정성’을 높이려는 제안이다. 아무리 고민을 해 공정성을 높인들 결국 그 형용사의 수식을 받는 단어는 ‘특혜’다. 좀 더 나은 사회의 특징은 특혜가 줄어드는 데에 있다. 형평성을 문제 삼아 특혜를 확대하려는 주장은 그래서 틀렸다. 공정한 특혜건 합리적인 특혜건 특혜는 줄어들어야 할, 종국에는 사라져야할 특별한 혜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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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이뉴스24, 2018,9,4. [하나된 남과 북, 같은 시선으로 미래 본다] | |
하나된 남과 북은 그 어느때보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똘똘 뭉쳐 결과를 냈습니다. 이제는 같은 시선으로 미래를 볼때입니다.
지난 2일 폐막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49개 은매달 58개 동메달 70개 메달 수 177개 종합 3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지지 않은 메달들이 있습니다. 바로 남과 북이 하나 되어 만들어진 단일팀의 성적입니다. 단일팀은 이번 대회에서 금 1개, 은메달 1개 그리고 동메달 2개를 따냈습니다. 용선과 카누, 여자농구 등에서 거둔 성과입니다.
물론 남과 북이 서로 힘을 합쳤기 때문에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 맞습니다. 메달의 수나 색깔과 별개로 단일팀으로서 대회에 참가하고 더불어 메달까지 땄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역시 여자 농구 단일팀이었습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북한 농구 에이스 로숙영과 발 빠른 가드 장미경, 김혜연 등이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최고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코치진도 남측의 이문규 감독, 하숙례 코치와 북측의 정성심 코치가 참가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대회 초반까지만 해도 호흡의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농구 용어에서 쓰는 말이 다르다보니 빠른 전술 전달이 되지 않으면서 선수들의 움직임이 다소 엇갈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문규 감독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면서 믿음을 보였습니다.
결국 그 말이 맞았습니다. 에이스 로숙영은 사소한 언어의 장벽을 마치 무시하듯이 득점을 쏟아냈습니다. 박혜진과 장미경은 투 가드 시스템에서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습니다. 맏언니 임영희는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으로 팀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조화가 이뤄지면서 단일팀은 결승까지 진출했습니다. 세계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게 65-71로 석패했지만 마지막까지 멋진 경기력으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남과 북의 고위 관계자들이 함께 손을 맞잡은 장면들보다 이들의 땀과 미소, 눈물이 코트에 어우러지는 장면에서 국민들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이들은 3일 선수촌을 퇴촌하는 순간까지도 함께 석별의 정을 나누는 등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로숙영은 결승전이 끝난 후 "통일이 되면 나도 남에 갈 수 있고 남에 있는 선수들도 북에 올 수 있다"면서 "함께 운동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바람은 단순히 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과 북은 단일팀에 대해 논의를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북한과의 스포츠 교류를 확대해가고 있다. 단일팀 종목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 또한 "앞으로 단일팀을 더 많이 해야 한다"면서 "논의하고 있다"는 말로 기대감을 드높였습니다.
실제로 몇몇 종목에선 실무진 차원에서의 협의 또한 진행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단일팀의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단일팀을 구성하려는 시도가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1991년 세계 축구 청소년 월드컵 때는 단일팀으로 한 팀을 꾸려나갔고 또 같은해 남북탁구 단일팀이 결성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한반도 평화로 직결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자 농구에서 성과가 나오면서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공동 입장을 통해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던 남과 북입니다. 어쩌면 분단 이후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고위 관계자들의 악수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스포츠 교류로 서로를 보다 친밀히 느껴가는 것이 미래를 향한 더욱 좋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남과 북이 같은 시선, 같은 보폭으로 나아간다면 진정한 평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https://sports.news.naver.com/general/news/read.nhn?oid=111&aid=000053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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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2018,9,6. [45년간 수시로 뜯어고친 병역특례..부메랑 돼 돌아왔다] | |
"군면제를 받기 위해 출전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수도 면제해줘야 하나요?" "순수예술은 병역특례 대상인데 대중예술은 왜 아니죠? 국제영화제에서 입상한 영화인은요?“
예술·체육인 병역특례 적절성 논란이 점입가경입니다. 병역비리 이슈 때마다 불거진 형평성 논란에 최근 폐막한 아시안 게임을 전후해서는 타당성 논란까지 가세했습니다. 대중들은 '2018 아시안게임'을 통해 군면제를 받게 된 일부 선수들의 의도와 속내까지 추리하는 등 '현미경 검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엄격해진 기준과 난해해진 문제는 지난 45년간 굵직한 국제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일관된 기준 없이 병역특례 규정을 뜯어고친 과거의 행태가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결과입니다.
예술·체육 특기자가 자신의 특기 분야에서 종사하는 것을 군 복무로 인정하는 병역특례제도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대체복무제도입니다. 1976년 양정모(레슬링) 선수를 시작으로 이후 선동열(야구), 박찬호(야구), 박지성(축구), 류현진(야구), 기성용(축구), 손흥민(축구) 선수 등 숱한 체육인들에게 군면제 혜택을 줬습니다. 심지어 1990년대 세계 바둑계를 평정한 이창호 9단은 바둑계와 시민들의 탄원으로 1994년 병역특례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5월 31일 기준 국내에 예술요원 67명과 체육요원 17명 등 총 84명이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 중입니다.
1973년 박정희 정권 시절 최초 도입된 이 제도는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 이내 입상한 선수에게 병역특례를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관계 중앙행정기관장이 인정하는 자와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인 자에게도 특례를 인정하는 등 편법의 소지가 컸습니다. 이후 1984년에는 올림픽 3위 이내, 세계선수권대회(청소년대회 포함)·유니버시아드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 1위 입상자로 범위가 바뀌었습니다.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 이내' 조항은 유지됐습니다. 대상자 범위가 소폭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병역특혜를 받는 사람들이 지나치게 늘었다는 비판이 일면서 1990년 올림픽대회 3위 이상, 아시아게임 1위 입상자만 병역특례를 받도록 개정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하면서 병역특례 대상자 범위는 또 다시 땜질식으로 뒤바뀝니다. 축구 대표팀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여론이 거셌기 때문입니다. 이에 정부는 특별법을 발효하고 월드컵 16강 이상을 병역 특례 대상에 추가했습니다. 200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대한민국팀이 종주국 미국과 일본을 누르고 4강에 오르자 WBC 4강에 대해서도 병역특례를 부여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후 혜택이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의 여론이 일었고 병역 이행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대체복무제도 폐지 및 축소 정책에 따라 월드컵 16위와 WBC 4위 병역특례 조항은 2007년 다시 삭제됐습니다. 객관적 기준 없이 수시로 바뀌는 '고무줄 잣대' 때문에 이번 '2018 아시안게임' 이후 병역특례 논란이 재점화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최근 병역특례 논란이 불붙은 원인으로는 과거에 비해 병역특례를 바라보는 대중의 기준이 한층 엄격해진 점도 꼽힙니다. '2018 아시안게임'을 통해 대회에 출전한 일부 선수들이 군면제 혜택을 받게 되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선수들이 군면제를 받는 것에 대한 공정성, 형평성 검증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예로 들며 "병역특례에 체육분야는 인정하면서 대중음악 분야에서 한국을 세계에 알린 연예인은 왜 제외하느냐" "형평성에 맞지 않으니 병역특례 대상 분야를 확대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등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또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몇몇 선수에 대해서는 "과거 군복무와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음에도 꼼짝하지 않다가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며 "대회 출전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공평성과 형평성은 물론 예술·체육인의 의도까지도 검증 대상이 된 셈입니다.
병역특례를 바라보는 대중의 기준이 과거에 비해 한층 엄격해졌음은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지난 5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병역특례제도 개선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자는 확대, 수혜자는 축소' 응답이 28.6%, '전면 폐지' 답변이 26.8%였습니다. 응답자 중 과반(53.4%)이 병역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의견에 동의한 셈입니다.
성별로도 '대상자 확대/수혜자 축소'(남성 32.0%, 여성 25.2%)가 남녀 모두에서 가장 높았으며 특히 남성에서 더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전면폐지'가 23.8%로 2위에 오른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헌법에 명시된 의무인 병역을 인기 스포츠나 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특혜를 준다는 것이 넓은 의미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 제도를 그대로 두거나 확대하자는 입장인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가 21.4%, '대상자와 수혜자를 모두 확대해야 한다'가 13.3%로 뒤를 이었습니다.
병역특례에 대한 이 같은 민심이 거세지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5일 예술·체육인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의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전담팀(TF)을 5일 구성했습니다. TF는 예술계와 체육계 의견을 수렴해 병무청, 국회 등 관계기관과의 논의에 참여하게 됩니다.
병역 주무관청인 병무청도 체육·예술 분야 병역특례제도의 전면 재검토 방침을 밝히면서 특례제도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병무청은 개편 방향이나 시기 등 구체적 내용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체육·예술 분야 외에도 의무경찰·산업기능요원·공중보건의사 등 병역을 대체하는 모든 특례제도 변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병역특례제도를 없앨지에 대해서는 국민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국위 선양은 민주주의를 파괴한 군사정권 시대의 전매특허"라며 "국위선양은 운동선수들이 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 밤낮없이 일하고 갑근세 충실히 내는 수출역군들이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나라 무역이 세계 11위에 올랐을 때 국위 선양이 된 것"이라며 "예비입대자가 풍부했던 시절에 병역특례가 실시됐지만 지금은 그 반대로 군대를 보낼 방법을 찾을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다른 청원인은 "한국의 유능한 선수들이 부족한 지원과 갑질로 인해 귀화하는 마당인데 병역특례를 없애면 누가 나라를 위해 경쟁하겠느냐"며 "자신들의 성실한 노력으로 국위 선양을 이룬 선수들에게 병역혜택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규원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병역특례를 지금까지 너무 지엽적인 수준에서 다루다 보니 여러 예외가 생기고 이에 대해 반감이 생긴 것"이라며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이번 기회에 정확한 국방계획 속에서 기준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인구가 줄고 있는 사회 특성을 감안해 장병 수급 등 한차원 높은 차원에서 병역특례제도를 다루려는 의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80906174804106?rcmd=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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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2018,9,6. [축구대표팀 감독의 너무 '짧은 임기', 이런 내막 있었다니] | | 지난 5일 방송된 <추적 60분>은 대한축구협회와 관련된 의혹을 다뤘습니다. 방송은 '그들만의 왕국, 정가네 축구협회'라는 제목으로 대한축구협회와 현대의 유착 의혹, 이권 남용 의혹 등을 문제 삼으며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축구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할 때마다 축구협회가 감독 경질로 상황을 모면한다며 '밀실 경질' 논란이 일었던 조광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음성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조광래 감독 경질 사유가 '파벌' 문제? <추적 60분>이 제기한 의혹
지난 2017년 축구대표팀이 카타르전에서 패하고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습니다. 그리고 곧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출신인 신태용 감독이 선임됐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사건이 터졌습니다. 2002년 월드컵의 주역이었던 히딩크 감독이 은퇴를 앞두고 한국 축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할 용의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 나온 축구협회 노재호 사무국장은 '러시아에서 소식을 전해듣고 황급히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히딩크 전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 그리고 축구 협회 사이에서 진실 게임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고, 대표팀 감독은 히딩크가 아닌 신태용 감독으로 선임되었습니다. 이후 월드컵에서는 선수 선발 논란과 '트릭 발언'(선수 선발과 전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태용 감독은 '트릭이었다'고 답했다), 전술 부재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축구 협회에서 감독 경질과 새 감독 선임으로 인한 논란은 새로운 사건도 아닙니다. 히딩크 감독 이후 10명의 감독이 축구대표팀을 거쳐갔습니다. 평균 1년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감독직을 맡은 것입니다. 흔히 축구대표팀에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감독을 자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방송에 나온 전문가들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협회가 자신들의 책임을 가리기 위해 감독들의 임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식으로 주장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방송에 따르면, 1994년 당시 미국 월드컵을 이끌었던 김호 감독은 선수 선발과 기용에 있어서 김독의 자율성이 침해되었으며, 응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건 '경질'이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축구협회의 감독 권한 침범을 주장한 것입니다.
지난 2011년 레바논전에서 패한 후 조광래 감독은 곧 감독직을 잃었습니다. <추적 60분>에서는 당시의 조광래 감독의 경질 사유가 경기의 패배보다는 당시 협회장 선거를 둘러싼 파벌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협회 내 야권에 해당하는 인사와 가깝다는 게 경질 이유였다는 것입니다.
"기술위원회에서 결정한 거냐, 이거(감독 경질)? 부회장들하고 다 (결정)했다는 거지. 그래, 알았다. 너는 회장 심부름 온 것밖에 더 되냐." (조광래 전 감독의 음성파일)
이날 <추적 60분>은 직접 입수했다는 조광래 전 감독의 음성파일을 공개했습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신문선 해설위원은 "(음성파일 속 내용을) 직접 들었다"면서 "조광래 전 감독이 축구협회 내 파벌 때문에 경질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조광래 감독은 (축구협회 내) 대표적인 야당 인사였고 그 당시에 (축구협회)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있는 유력한 후보였던 허OO씨와 가깝다는, 이런 역학관계가 결국 레바논에게 패하자마자 조광래 감독을 경질시켰던 거거든요. 상식과 원칙과 절차가 없이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경질이 됐죠." (신문선 해설위원)
방송에서는 히딩크 논란 이후 대표팀 감독이 된 신태용 감독의 사례도 거론됐습니다. 지난 러시아 월드컵 기간 내내 논란이 되었던 선수 기용, 전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신태용 감독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중국 리그 출신 벤투 감독이 선임됐습니다. 이에 관해 <추적 60분>은 '대한민국 대표팀은 감독들의 무덤이라 불린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지난 5일 방송된 내용은 파벌을 둘러싼 감독 선임과 경질, 이른바 모 대학 동문 중심의 선수 기용 등에 관해 제기된 의혹들이었습니다.
▲대한축구협회와 현대가 '유착 의혹', 방송 다음날 '반박문' 발표돼
이어 <추적 60분>은 대한축구협회와 현대가의 유착 의혹에 관해서도 방송했습니다. 한해 천억 원의 예산을 가진 축구협회의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돈이 오갔다는 주장이 방송에서 제기됐습니다. 또한 협회 예산이 들어간 회관 리모델링 사업을 현대 계열사인 현대산업개발이 맡아 이득을 취했다는 주장이나 마케팅 업체 입찰 과정에서도 특정 회사를 선정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가 벌어졌다는 의혹도 이어졌습니다.
< 추적 60분> 방송에서는 역대 축구협회 임원 191명 중 현대 출신이 53명에 달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임원 중 법인카드를 통해 공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며 협회 임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조사 이후에도 임원이 여전히 협회에 재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종합하면 <추적 60분>이 대한축구협회와 관련해 제기한 주장은 협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로비 의혹, 사업 진행시 입찰 과정에서 유착 의혹 등입니다. 이를 통해 '현대가' 측이 장기 집권을 통한 대한축구협회 운영 과정에서 투자 금액보다 큰 이득을 챙긴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유소년 지원에 관심 없어 문제인 데 반해 대표팀 성적에만 매달리고 대표팀 감독을 희생양 삼아 경질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랐습니다.
한편, 9월 5일 방송된 <추적 60분>에서 현대가에 대한축구협회 운영에 관한 내용이 방영되자 다음날인 6일 협회 측에서는 해명하는 내용의 반박문을 발표했습니다. 반박문에는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과 다르다"며 "국가대표팀 감독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으며 선임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라고 나와 있습니다.
반박문에서는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를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2013년 시행한 축구회관 인테리어 공사는 입찰을 통해 정상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으며, 현대산업개발 관련 회사가 아닙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특정 마케팅 대행사 유착 의혹에 관해서도 "통합 마케팅 대행사 선정 역시 공정한 절차에 따라 능력과 실적을 겸비한 회사를 선정한 것이므로 유착이라 할 수 없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반박문에서는 '현대가'가 막대한 이익을 위해 대한축구협회를 장기집권한다는 주장에 대해 "오히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18개팀의 운영비로 투입된 금액만 총 3900억 원입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시 당선을 위해 금품을 제공했다는 주장에도 "사실이 아닙니다. 최근 선거에는 100명 이상의 선거인단이 참여하기 때문에 압력을 넣거나 불법 로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https://sports.v.daum.net/v/20180906184500623?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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