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북해, 그 첫 번째 도전자!
천마부가 천 오백 년의 잠에서 깨어나다!
소문.
한 줄기 전율스런 소문의 바람이.......
대륙 십 팔만 리의 심장을 강타하고 있었다.
'약관 천마부주(天魔府主)의 탄생! 천마의 전설, 잠에서 깨어나라!'
그것은 공포!
심장을 쥐어뜯는 죽음의 공포였다.
천하인 혈겁의 예감에 전율하며 불안스레 소문에 귀를 기울였다.
.....
구군가?
천마부주는 누군가?
약관의 미청년이라는 그 악마의 얼굴을 가진 자는 누군가?
누군가? 어디에 있는가? 누구.......? 어디에.........
천마부주!
이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중원의 대지에 번져갔다.
혹자는 피의 전주곡이라고도 했다.
또 어떤 이는 대륙 전체가 온통 걷잡을 수 없는 피의 해일 속에 잠길 것이라고
도 했다.
소문.
그것이 진정 행인지 불행인지도 모르는 채....
운명의 소문은 이렇게 처음을 열고 있었다.
두 번째 소문.
피의 예감은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있었다.
검의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중원 역사이래 공들여 쌓아온 검업(劍業)의 탑이 파멸되려 하고 있었다.
멀리 북방의 끝 옥문관으로부터.....
한 발 한 발 중토를 향해 좁혀들고 있는.......
신비검수(神秘劍手) 삼인의 대파괴지행에 의해.........
그들 중 일인의 단 일식 발검에 의해,
처음에는 파도의 검, 해검성존(海劍聖尊)이........
다음에는 서북 천혈검성(天血劍聖)이, 다음에는 유(儒)의 정상 표풍검도(飄風劍
刀)가.......
또 다음에는 무엇이....... 무엇이.........
그렇게 차곡차곡 추풍낙엽처럼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삼인의 검수(劍手)!
단 일검으로 모든 중원검학들을 무너뜨리며 저벅저벅 심장을 향해 다가오는 삼
인의 검수!
그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러나.......
중인들은 그 파괴거행의 의미 속에서 피 내음을 맡고 있었다.
위기!
이러한 피의 전조는 그들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러나........
중인들은 그 파괴거행의 의미 속에서 피의 내음을 맡고 있었다.
위기!
이러한 피의 전조는.......
또한 중원 도처에서 혹은 마기의 태동으로, 혹은 괴세력의 결집으로 끊임없이
섬뜩하게 피어 오르고 있었다.
위기, 그리고 공포!
뼈를 에이는 전율 속에서 중원인들은 입을 모아 구원의 빛을 갈구했다.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대정무림천(大正武林天)!
이 피의 전조들,
이 숨막히는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곳은 오직 대정무림천 밖에 없다.
그리고 태양처럼 위대한 한 사람.......
오오! 천년대전세가주 대정왕 백낙천!
그것은 또다른 빛깔로 역풍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은 알 수 없는 긴장과 공포만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는 이곳은 십팔 만리
대륙의 땅, 중원이었다.
태양.
찬란한 태양광이 축복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그 아래 가로 누운 거대한 평원.
햇살에 비추인 신록의 푸르름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데.......
아아! 저것이 무엇인가?
평원마저 뒤덮을 듯 웅장하게 자리한 수천의 인마들!
검은 것은 검게, 붉은 것은 붉게, 그리고 빛나는 것은 더 할 수 없이 찬란한 황
금빛으로.......
그렇게 현란하게 뒤섞인 의장 속에 하늘마저 무너뜨릴 듯 웅대한 기세가 구름
처럼 서리서리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아! 바로.......
천마부!
그 전세력이 한 덩이로 자리하고 있음이 아닌가?
총 인원 이천이백육십구인.
기마 총수 일천이백칠십 두......
완전 무장의 천마총력이 모든 출병의 태세를 갖춘 채 도열하여 있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무사들은 모두 검은 빛 일색이었다.
검은 무복에 검은 병장기, 거기에 검은 광택에 빛나는 일천의 마필들......
마치 지옥의 사망군인 듯, 그들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산한 죽음의 기운은 능히
대평원의 광활함마저 죽여버릴 듯 살기롭기 이를 데 없는데.....
그 중앙, 찬란한 인마(人馬) 일단이 호호탕탕의 기세로 열을 지어 있었다.
휘황한 금갑에 황금빛 투구, 그리고 태양빛 마저 무색한 눈부신 금빛의 병장
기.......
바로, 팔대마전 육십사 군사들의 웅장하리만큼 영웅적인 신위가 아닌가?
그들의 맞은 편에,
다시 불타는 핏빛의 기마대가 불꽃처럼 선열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섬뜩한 피의 불꽃처럼.......
이 일단의 혈의(血衣) 무장들은 천마부 제일 전투사단인 팔대마전의 전인원이었
다.
흑, 금, 홍의 세무리는 삼각대형으로 마주본 채 질서정연하게 도열하고 있었다.
죽음과 영광과 피의 율법을 상징하듯이.......
그 한가운데 팔인의 녹색 인형들이 두 줄로 나누어진 채 한 가닥의 통로를 형
성하고 있었다.
수라사제와 절대사마존.
바로 그 절대의 무적마인들의 모습이었다.
통로.......
인마의 숲으로 이루어진 그 길다란 통로에 침묵의 시선을 고정시킨 채......
이때,
우두두두두두두......
돌연, 통로의 아득한 끝에서부터 엄청난 굉음이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해일같은 황무(黃霧).......
뽀얀 황진의 안개를 두르며, 한 대의 팔두마차가 질주해 오고 있었다.
마차.......
휘황한 광채를 후광처럼 피워올리는 엄청난 신위의 마차......
그 전후사면을 싸고 오느니 구름 같은 위세의 천마삼십육대의 웅자요, 천리준주
여덟 핑의 중앙에 선봉한 자는 천신의 무장인 듯 웅위로운 금갑의 장수라.......
실로 눈이 멀 듯이 가공스런 마차의 신위!
우두두두....... 두두......
마차는 눈깜짝할 사이에 섬전처럼 통로의 중앙을 지나고 있었다.
순간,
치..... 치....... 채...... 챙........
병장기의 마찰음이 연속적으로 터져나왔다.
"천... 마... 군... 림!"
오오, 보라!
구름같은 인마가 일제히 병기를 꺾고 부복하며 일성인 듯 굉렬하게 토해내는
저 위대한 함성을!
천마군림!
그렇다!
마침내 출병의 그 날이 도래한 것이다.
위대한 천마천하를 향해 치다리는 엄숙한 대풍운의 서장이.......
이렇게 열리고 있는 것이다.
황무에 묻혀 사라지는 마차의 잔영, 그 당당한 모습이 까마득히 멀어질 때까
지.......
부복해 있는 무사들은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부동하고 있는 가운데 그들은 소리죽여 가슴으로 울고 있었다.
눈물로 흐느껴 환호하고 있었다.
..........
마차의 선두.
팔기(八騎)의 인마가 달려가는 중앙.......
단연 돋보이는 무장 하나가 있었다.
붉은 전투복에 찬란한 급갑....
그 위로는 웅후로운 기상의 금빛 투구.......
왼손엔 칼날같이 치솟은 삼지(三枝)의 장창.....
오른손에는 장대한 깃발 하나를 들었으니........
깃폭에 펄럭이는 네 글자 선홍의 필치가 장쾌하다.
천마천하!
그렇다..
이 호쾌한 기상의 무장은 바로 천마천하의 선봉을 자청한 흑마심! 그가 아닌가?
'천 오백 년 기나긴 기다림의 한맺힌 세월........ 으하하, 마침내...... 마침내 출병
의 그날이 도래한 것이다!'
흑마신.
이 용맹한 무장의 구릿빛 얼굴을 위로 언뜻 물빛이 비치는가 싶었다.
눈물......
소리없는 세월의 눈물이었다.
우두두..... 우두두두두....
......
"!......."
마차 안,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는 두 사람, 냉소천과 천마총사의 모습이 보였다.
휘익....... 두두두두.......
창밖으로 경물들이 섬전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냉소천의 시선은 창밖으로 고정
되어 있었다. 어찌 감회인들 없으련만, 냉소천의 모습은 여전히 태산인 듯 고요할
뿐.....
"......"
문득, 냉소천의 서선이 천마총사 하월빈을 향한다.
어둠의 미를 간직한 여인.........
출병의 흥분 때문만은 아니리라.
은은히 달아오른 두 불의 홍조가 웬지 아련한 감상으로 흘러들었다.
냉소천의 눈빛이 가볍게 일렁였다.
그러자 그의 두 눈에서 그윽한 혜지의 빛이 피어 올랐다.
'밀랍파(密拉派).... 음독이 가장 성하며 또한 천하에서 가장 은밀한 오지.... 버림
받은 인간들..... 그러나 가장 용맹한 수하....... 오천 독인! 그들이 자라날 곳은 천하
에 오직 한 곳 뿐.......'
아아 오천 독인!
냉소천은.......
지금 그들의 가공할 백년 연공을 머리에 그리고 있는 것일까? 언뜻 그의 두
눈에 결단의 빛이 스쳐가며.....
피처럼 붉은 입술이 열렸다.
"총사는 밀랍파를 아시오?"
"?........"
총사의 아름다운 봉목이 지혜롭게 반짝였다.
그 눈빛은.....
긍정과 함께 묘한 의혹을 담고 있었다.
"밀랍파는...... 이후 총사가 향해야 할 곳이오."
냉소천의 음성은 무심했다.
그러나 그것은 명령 이상의 강력한 위압을 담고 있었다.
그 한 마디를 끝으로 냉소천의 시선은 다시 창 밖으로 돌려졌다.
할 말을 모두 끝냈다는 듯이......
총사의 봉목이 미미한 잔물결을 일으켰다.
그리고 힘겹게 물었다.
"... 시험...... 입니까?"
"......."
그러나 냉소천의 시선은 여전히 창 밖으로 스쳐가는 경물들에 꽂혀져 있을 뿐
이었다.
총사의 안색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가볍게 변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침묵......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총사, 그녀의 붉게 상기된 얼굴 위로 문득 한 줄
기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이내 그 미소는 나타나지도 않은 듯 사라지고.......
순간 마차 내에는 천마총사의 딱딱한 음성만이 얼음처럼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제 이십칠대 천마총사 하월빈 삼가 천명을 받으옵니다. 그러나 천마께서도 한
가지 하셔야 할 일이 남아 있음을 기억해 주십시오......."
"........?"
냉소천의 시선이 다시 그녀를 향했다.
총사는 짐짓 안색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그것은 천 오백 년 대대로 본부에 이어져 온 천마총사의 율법입니다."
인간,
'율...... 법......'
냉소천의 눈빛이 한 차례 가벼운 파문을 일으켰다.
천마총사의 율법!
그 한마디를 끝으로 총사 역시 말문을 닫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의 이 한마디를 기억해 두기로 하자.
단언컨대 결코 재미없지는 않을 사건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말이다.
묵묵히 고개를 돌리는 냉소천, 그의 수려한 얼굴로 꽂혀지는 총사의 시선에......
언뜻 발그레한 기운이 떠올랐다고 느껴진 것은 단지 착각 때문일까?
모든 비밀을 감춘 채 말이 없었다.
그리고.........
..........
또 얼마를 그렇게 달렸을까?
돌연, 밖으로부터 누군가의 다금한 음성이 쏘아져 들어왔다.
"천마께 아룁니다! 하늘 위에 심상치 않은 조짐이...."
흑마신이었다.
촤르르륵.....
총사는 흑마신의 음성이 평소답지 않게 흥분되어 있는데 내심 놀라며 주렴을
걷었다.
순간,
"앗! 저.... 저것은...."
절로 튀어나오는 경악성.
아아, 보라!
하늘에.....
대체 저것이 무엇인가?
작은 얼름!
아니 거대한 빙산이라함이 옳으리라.
햇살에 비쳐 투명한 광채를 눈부시게 발하며 태산의 그대로 떠오르듯 웅대하게
비행해오는 거대한 얼음의 덩어리!
아아, 대관절.......
말이나 되는 일인가?
얼음이 하늘을 날다니!
그것도 오악(五嶽)을 합친 것보다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돌연,
끼룩.... 까아아악..... 끼끼.... 룩.....
아득한 소리가 중인의 귓전을 파고 들었다.
'새!'
총사는 내심 경호성을 터뜨리며 새삼 하늘을 쳐다보았다.
어느 새 마차의 상공까지 날아든 거대한 빙산......
수천, 수만의 새떼들이 가득하게 달라붙어 있지 않은가?
속이 보일 듯이 투명한 얼음의 새........
바로, 북해의 얼음 속에서만 자란다는 신비의 새, 빙조의 무리였다.
그 선두에는 한 마리 거대한 설붕(雪鵬)이 웅위로운 기세로 날고 있었다.
저 엄청난 얼음의 산은 설붕과 빙조의 익력(翼力)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이 분명
했다.
설붕과 빙조.
북해의 만년빙이 낳은 신비의 조류......
그렇다면 그 새들이 실어온 얼음산의 의미는 대체 무엇인가?
".......!"
냉소천의 두 눈에 문득 현기롭게 반짝였다.
순간,
쉬...... 이...... 이..... 익!
돌연 아득한 상공에서 엄청난 파공음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오오, 하늘.......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마치 푸른 창공이 그대로 무너지 듯 엄청난 폭풍을 일으키며 지상으로 내리꽂
히는 거대한 얼음의 성!
콰..... 콰..... 콰..... 콰....
"아.....!"
절대절명의 위기!
피할 곳이 없다.
있다면 오직 땅속 뿐!
천하제일의 경공자인들 어찌 수유지간에 수천장을 빠져 나갈 수 있으랴?
중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해가는 순간,
"초행자에 대한 예우인가?"
문득 냉소천의 입에서 담담한 독백이 흘러나왔다.
말이 끝날 무렵 이미 빙산은 머리끝 십장 위까지 꽂혀들고 있었다.
화르르......
지옥같은 냉기가 사위를 억눌렀다.
그러나 마차의 대열 중 그 누구도 몸을 피하지 않는다.
아니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묵묵히 정렬하고 있을 뿐.........
천마! 천마의 천명이 없었던 까닭이 아닌가?
이 비장한 절명의 순간에...
"도전을 용서치 않는다!"
홀연 냉소천의 입에서 추상같은 음성이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어느덧 그의 쌍장
에서는 현란하기까지한 칠채(七彩)의 광망이 폭사되고 있었다.
"천.... 마.... 군... 림!"
쿠르르르..... 쿵..... 콰콰콰콰...
아! 천지의 종말이 도래하였는가!
시간도, 공간도 없는 듯이 한순간 모든 것이 움직임을 멈추며, 홀연 칠채의 서기
위로 피어오르는 엄청난 대파멸의 기세!
쾅..... 콰릉..... 쿠아아아.... 앙....
소리.......
그것으로 끝이었다.
천지종말의 대파멸이 굉렬하게 터져 오르는가 싶자,
투툭.... 파팟.... 후두두둑.....
빙산은 수억만개의 얼음조각으로 변하여 폭우처럼 흩어져 내리고 있었다.
헌데 다음 순간,
"앗!"
"저...... 저것은?"
수억, 수천만의 얼음비가 쏟아지는 하늘.......
촤..... 라...... 라..... 락......
괴이한 기음과 함께 거대한 두루마기 하나가 쫘악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중인들의 시선은 그 베폭의 중앙에 얼어붙어 있었다.
글귀.....
아아! 흩어지는 얼음조각의 반사광 사이로 우후롭게 드러나는 한 줄의 글귀!
'천마의 출병을 축하한다!
북해에서 패업(覇業)의 벗이.'
쿵!
중인의 시선이 크게 흔들렸다.
너무도 의외의 사실 앞에서 할 말을 잊은 것일까?
망연자실해 있는 중인의 귓전으로 언뜻 천마총사 하월빈의 창백한 음성이 흘러
들었다.
"그래... 언제나 마음 한 켠을 떠나지 않던 검은 불안의 음영은 바로 저것이었
어..... 전설...... 오황마겁의 현세....... 쌍륜천.... 황!"
아아, 쌍륜천황!
마침내 전설이 사실로 나타난 것이다.
북해, 그 얼음의 혼을 상징하던 쌍륜천황.
그의 후인이 마침내 오늘에 이르러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것이다.
그 누구보다도 멋진 환영선물과 함께........
선물.
인사치고는 너무도 멋진(?) 선물이었다.
.......
두두두두두.....
마차는 계속 질주하고 있었다.
규칙적인 덜컹거림을 온 몸으로 받으며 문득 냉소천은 총사를 향해 입을 열었
다.
"이제....... 가야 할 때가 되었소."
착각인가?
언뜻 총사의 얼음같은 봉목에 가벼운 파랑이 일렁거렸다고 느껴진 것은.......
'어디로 가시렵니까?'
그녀의 눈빛은 그렇게 묻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두 눈을 들여다보며 냉소천의 무심한 어조는 이어졌다.
"천마부에 들어오기 전부터.... 모진 인관의 사슬들은 나의 일심을 옭아 매고 있
었소....."
'......!'
"운명... 나는 결코 그것을 거부하지 않소. 그러나 운명 또한 나를 거부할 수 없
을 것이오. 그것은 바로 나 천마의 뜻...."
번쩍.
한 마디를 남겨놓고 홀연 냉소천의 신형은 안개처럼 흩어졌다.
'운명 또한 나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오!'
오오! 그 한마디 말.......
결코 과망그럽지 않은......
그러나 그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호호탕탕의 불굴의 선언.......
그것은 바로 천마 냉소천의 행도에 대한 법이요, 신념이요, 예시가 아니던가?
슈파팟.
어느 새 섬전으로 사라지는 냉소천의 신형......
그 뒤로 못박힌 총사의 시선에 문득 애잔한 물결이 스치는가 싶었다.
그 아련한 흔들림 속에서 언뜻 한 마디 싸늘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십이환마령은 듣고 있는가?"
그리고.......
"옛!"
어디선가 종잡을 수 없이 들려오는 대답소리.
다시 총사의 천명이 떨어졌다.
"지금부터 그대들은 천마 수행의 막중한 임무를 진다! 행하되...... 모든 것은 보
이지 않음과 같게 하라!"
"존.... 명!"
그리고,
스슷...... 스으읏.....
허공 어디에선가......
바람인 듯 열두 개의 흐름이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는가 싶자 십이마환령은 냉소천이 떠나간 방향으로 이미 아득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형체도, 소리도 없는 바람.....
그리고 미친 듯이 질주하는 팔두마차.....
풍운.... 바람......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첫댓글 즐감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