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싸고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는거...
쉬운일이 아니다...
짧은 여행의 아쉬움이란...
어딘가에 익숙해 질 때 이제 낯설은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거..
하물며 오늘처럼 술에 쓰린 배와 아세트알데히드에 공격당하고
있는 머리를 감싸면서 간다는 것은...
오늘은 계획대로 체스키 크롬노프를 떠나 부다페스트로 가기로 했다..
사실 크라코브와 체코에 너무 퍼져있었다....
크라코브에서는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만난 유학생의 도움으로
자취방에서 "남벌"이란 만화도 보고....신도는 나를 합쳐 4명인 교회(?)에 가서
예배도 보고....두명은 목사님의 딸이였다...
폴란드 크라코브에서 두루치기, 비빔국수를 먹게 될줄 알았겠는가..
예정치 않게 찾아온 행운에 몸을 맞겨 버렸다...
게다가 걸어서 국경을 넘어보자는 소망하나로....크라코브에서 프라하까지
버스와 기차를 갈아타며 국경에 잡혀서 30분이나 시간을 끌다가 기차도 놓치고...
지독한 완행기차에 저녁 8시에 프라하에 도착...
프라하는 5년전 처음 배낭여행때 와본곳이 였다...
5년전 처음 프라하에 왔을 때...
나만의 생각이였는지도 모르지만...
동유럽.....동유럽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션임파서블의 그 음침한 부위기...
음침한 가로등과 조각상...
정신없고 더러운 역과 술에 취한 사람들...음침한 분위기...
5년만에 찾은 프라하는 더 이상 그런 느낌이 없었다...
처음 배낭여행때 체코에 저녁 8시에 도착했다..
일정에 없는 체코행 기차에 그져 몸을 실었다가....
숙소 정보라고는 여행중에 만난 사람이 가르쳐 준 "파벨아저씨네..."
적어준 주소로 찾아가다가 잘 못 내렸다....
이름이 비슷한 역에서 그냥 내려버린 것....
아무나 붙잡고 물어본다....체코사람은 영어를 하지 못하고...
나는 영어만 조금하고....결국에 미국배낭여행자와 독일인의 도움으로 3번의 통역을 거쳐..
잘못 내렸다는 걸 깨닳고....
시간은 9시가 넘어간다....
프라하의 음침한 분위기가 또 다시 발걸음과 마음을 급하게 한다..
몇번인가...트램을 타고 종점에 내려서....주소를 보고 찾아가려고 하지만...
주택가에서 집을 찾기란....컴컴한 밤에....
전화를 걸려고 하니까...
동네에 동전전화기가 없다....시간은 10시가 넘은 시간...
반바지와 반팔차림...
춥다....그져 춥다가 아니라.....뭔지 모를 두려움과 불길함...
밤을 길가에서 새야할 것 같은 기분....
게다가 여기는 종점....외진곳...
그러다가 지나가는 체코 여대생의 도움으로 전화를 하자..
전화를 받는 사람은 "한국사람"
게다가 술에 조금 취한 듯 격양된 목소리...
"제가 나갈께요....거기 계세요..."
잠시후 목욕탕에 가는 듯 한 차림으로 우리를 데리러 온 한국사람....
그를 따라 들어가보니....
파티 중이다....
맥주는 박스채 쌓여져 있고....
우리가 추위를 겨우 녹일 때 쯤...
신혼여행으로 배낭여행을 온 부부가
배고플텐데 이것좀 먹으라면서 닭죽을 내준다...
......맛있다.....
정말 맛있다....
추위와 두려움이
닭죽 한그릇에 녹아내리는 순간....
가슴이 따뜻해진다.....
파티의 주제는 오늘 생일을 맞은 여행자가 있다는거....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지 모르는 3달은 넘은 듯한 최신(?) 가요 테이프를 크게 틀어놓고...
맥주를 마셨다....
얼굴엔 홍조를....
내가 알기론 그 때는 한국인 민박이 없었다...
이곳에 있는 10명 남짓의 여행자가 거의 전부가 아니였을까....
5년이 넘은 듯한 방명부에 한국인 여행자들의 이야기들...슬픈이야기..
기쁜이야기...꼭 돌아오겠다는 이야기...
동유럽쪽으로 이제 들어간다는 이야기...
파벨아저씨 이야기....
너무나도 많은 이야기가 있다...
파티가 조용해질때쯤....읽고 또 읽었다...
"파벨아저씨는.."
파벨아저씨는 오늘 안 들어온단다...
사실 아저씨도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집을 비울때가 많단다...
돈은 냉장고에 달린 주머니에 넣고 가면 된다고...
돈은 7달러.....대부분....10달러를 넣고 간단다...
프라하의 아름다움과 추억에 감사하며...
냉장고에 붙은 말들...
" 드시구 싶은거 드시구여.....들어오실 때 채워 넣으세요..."
" 빨래 욕조에 담아두지 마세요...파벨아저씨가 빨래 합니다..."
" 파벨의 침대에서 자지 마세요.....아저씨가 지하에서 잔답니다.."
무엇이 이런 여유를 만들었을까....
적은 돈과 바쁜 일정의 여행자들로 하여금.....
어쨌던 낯선 프라하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며....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푹신한 베게....푹 꺼지는....
잠결에 누군가가 나의 옆자리에 와서 눕는게 느껴지지만..이내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파벨"이다....
나도 모르게 빈침대에 누워잤는데 파벨침대라니....-.-;
파벨이 커피를 끓여준다....
원두커피를 간 것을 바로 물에 섞어준다....
"아...이것이 방명록에 적혀있던 터키쉬 커피구나.."
커피가루를 내려 마시는....
파벨은 "프라하도 좋지만 체스키크롬노프"에 꼭 가보란다...
그때는 가보지 못했지만.....
...
...
숙소를 나서서 본격적으로
프라하 시내 구경을 하려고 나갈려니까...
어제 파티를 함께 했던 누나가 같이 나가자면서 부른다...
트램정거장 앞의 가게에서 오렌지를 2개 사서
하나를 준다..... 그러면서 좋은 여행하란다...^^
자기는 오늘은 빨래하는 날이라면서...
오늘로서 프라하에 7일째란다....
프라하는 특히 파벨하우스는 무서운 곳이란다...
바쁜 여행자의 발길을 잡아끄는....
자기들은 해질때쯤 나올테니 그때 보잔다....
장소도 정하지 않고....
인형극을 보고.....맛있는 식사를 하고....
해가 져서 어둑해질 무렵...
카를교위를 걸어가는데...
숙소의 한무리가 걸어온다....
......
......카를교에서 만난 우리는 왕궁쪽부터 카를교를 건너 얀후스 광장까지...
너무나도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산보를 하듯이....
얀후스 광장에서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고....
....
...
..그렇게 나도 3박 4일을 있었다...
덕분에 이탈리아일정을 줄여야 했지만....
이번에도 파벨하우스에 꼭 가보고 싶었지만...
약속도 있고...
변해버린 프라하의 역의 느낌때문일까.....
한국인 민박으로 가버렸다...
아쉽다....
아쉽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이번에도 짧지않은 체코의 일정을 보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브루노를 향해가는 버스에서 더위와 싸운다....
시골버스.....
......유레일이 있었다면 부데요비체에서 기차를 타고 빈을 거쳐 바로 부다페스트로
가면되지만...교통비를 아끼다보니...
부데요비체에서 수평으로 버스를 타고 부루노를 향해가서...
한국인이 잘이용하지 않는 기차중 하나인 프라하 -> 부다페스트 기차를
새벽 2시40분에 중간에서 타기로 한 것....
덕분에 부데요비체도 잠깐....
브루노도 잠깐 봤긴봤지만...
부데요비체에서 직관적으로 움직이는 나의 행동스타일 때문에...
별낭자와 조금 틀어진 것 같기도 하다....
애니웨이 부르노에 도착해서 역에 있는 유인물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시간을 개기기로 했다...
주머니에 남은 돈은 거의 없다....
케이에프씨에서 햄버그를 먹고 나니까....
유인물 보관소에 낼돈만 약간...남았다...
갈증이 난다....
할 수 없이...맥도널드로 터벅터벅 걸어가서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달러밖에 없는데....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다행히 커피를 한잔 사서 벤치에 않아서 마시니까...
다시 기분이 금방 풀린다...
이렇게 앉아있는데 한국인 여행자들이 보였다...
아줌마,아저씨들.....대단했다....이런곳까지....
사실 이때도 놀랐지만 크로아티아의 듀브로브닉에서도 봤다....
아저씨들도 나를 보고 흠칫 놀란 표정....
해가 완전히 넘어갔다....
시간이 정말 가지 않는다...
트램과 버스가 교차하는 역앞 벤치에 앉아서...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걸 몇시간 구경했다....
술에 취한 사람들도 보고....체코 날라리들도 보고....
혹시 또 달러로 살 수 있는게 없을까 가게 앞을 기웃거려도 보고...
춥다....
...
결국 역 안에 들어가서 양반다리를 하다가...
누웠다가 하면서.....담요를 덮고 기차를 기다린다....
하이라이트는 기차도착시간 30분 남기고 새벽 두시에
텅빈 플랫폼에 단 둘이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
급한 마음에 너무 서둘렀는가 보다....
적막한 플랫폼....
차가운 바람...
콧물이 나올려고 한다...
어쨌던 사람들이 하나둘 플랫폼에 모여들고...
적막을 깨면서 들어오는 기차....
새벽 2시 40분 부다페스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날 기차안에서의 고생은......
이렇게 도착한 부다페스트역에는
노랑아줌마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별낭자님의 여행기는 정말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 동행길의 다른 생각의 여행기를 적어보는 것도
재밌을것 같아서...
음악은 특별히 별낭자님을 위해..
Bill Evans & Jim Hall의 " Stairway to the Star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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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헉... 별낭자님과 같이 여행을 하셨나요? 윽 제가 첨 꼬릿말인데.. 노래가 안나와요ㅠ.ㅠ 프라하 가고 싶었는데 못가본곳 담에도 계속 여행기 올려주세요~^^
같은곳 같은시간대...그러나 다른느낌의 글..여기서도 파벨아저씨네 가 나오네요..체코 간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은곳...그 편안한 느낌의 공간에서..사람들과 자유롭게 어울려 보고싶어져요...^^
처음 글 올라왔을때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별낭자님의 여행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이것 아주 괜찮네요.^^ 저두 이카로스님의 드보르니크..좋아합니다..좋은 여행 하셨던것 같네요..여행기 계속 부탁드려도 되겠죠^^
진짜요 재미 있고 느낌이 있네요 계속 올려 주실거죠?
첨에.. 많이 놀랬어요.. 뜬금없이 저랑 똑같은 시점에 대한 글을 올리셔서요.. 미리 귀뜸 좀 해주셨으면.. 좀 더 극적으로 재밌게 쓸 수 있었을텐데.. ㅋ 음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