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Tomorrow is another day
Margaret Mitchell 이 1936년에 쓴 소설의 마지막 구절을 따 영화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서는 ‘내일은 또 내일의 태양이 뜨니까’ 란 뜻으로 즉, ‘Tomorrow is another day’ 내일은 오늘보다는 나은 하루가 될 거야 란 명대사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 책 (하버드 레퍼런씽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 영어’) 에서 읽게 된 이후로 저의 영국 생활의 하나의 지침이 되어버린 말이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왔던 2004년 런던에서의 생활은 더 이상 잃을 것도 없고, 물러설 곳도 없었던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때로는 하루 하루의 예상치 못한 경험들로 인해 생활의 발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어를 한 마디 더 배웠다던지 아님 런던에 새로운 곳을 가봤다던지 하는 사소한 기쁨들 말이죠. 아무튼 철영이와 같이 갔던 K 한식당은 바로 절망적이었던 런던 생활 초에 새로운 희망이 되었습니다.
두껍고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가는 즉시 반가운 한식 냄새가 풍겼습니다. 런던에 한국음식점이 많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막상 이렇게 찾아가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제가 과연 런던에 있는 건가 하고요. 식당 매니저에게 저희의 면접상황을 얘기하자, 매니저는 주방장을 옆에서 도울 경험 있는 주방 보조의 광고를 냈다고 하면서 다른 일자리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철영이와 제가 일자리 구하는 거에 마음이 조급했던 탓인지 미처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죠. 결국 돈도 없었는데, 지하철비만 날렸다며 밖에서 낙심을 하다 잠시 철영이가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면서 제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저희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시 그 식당을 들어가 사장님을 만나 뵙고는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며 오늘 내로 결정을 해달라는 협박(?) 아닌 부탁을 드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저희가 무 대포 마냥 배 째라고 식당에 들어놓은 격인데, 사장님은 저희들의 눈빛 아님 저희들의 불쌍한 모습에 감격을 하셨는지 흔쾌히 일자리를 주셨고, 옆에 꼽사리였던 저 또한 동시에 일자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런던 도착 3일만에 말이죠. 그 날 저녁 사장님 덕분에 공짜로 눈물의(?) 육개장을 한 그릇씩 먹고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육개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 때 이후로 육개장만 보면 철영이와 보냈던 2004년의 초라하지만 재미있었던 런던생활이 생각납니다. 깜깜하기만 했던 런던 생활 속에 하나의 환한 희망이 비치면서 저희는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식당 일을 2년 넘게 한 덕택인지 한식당에서의 일은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영어를 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다행스럽게도(?) 심적으로도 부담이 덜했죠. 문제는 식당에 있는 한국 사람들의 텃새(?)였는데, 아무래도 사장님의 낙하산을 빌미로 억지로 들어간 저에게 화살이 많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황일수록 긴장을 더욱 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실수가 잦아지고, 여러모로 첫 달에는 동네북마냥 아무 문제없이 그냥 하루를 보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설거지라는 단순 무식한 일이었는데도 불고하고, 높은 벽으로 쌓여진 한국사람들의 울타리에 들어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었죠.
참, 외국에서의 한국 생활은 각박하기 그지없습니다. 한국은 정을 뭉쳐진 사회라고는 하지만 외국에서는 상황은 그와 정반대입니다. 한국 사람들끼리 더욱 벽을 쌓고 지내며, 정말 한국 사람들끼리 너무하네 하는 기분마저 들곤 하죠. 그나마 의지할 수 있었던 철영이가 저의 옆에 있었기에 힘든 하루를 보내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습니다. 서로 자기의 꿈을 얘기하면서 앞으로 런던에서의 멋진 모습을 늘 생각하면서 말이죠. 사장님의 추천으로 저는 런던 시내에 있는 스시 집에서도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 쪽 상황도 한식당과 다를 바는 없었습니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접시며 컨테이너 등등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게 시간을 잘 흘러갔습니다. 이런 고생들이 앞으로의 더 좋은 모습의 기반이 되지 않을까 하며 저는 이를 악물고 버텼습니다. 언젠가는 인생역전이 무엇인지 너희들에게 꼭 보여주겠노라고 하면서요.
일자리를 구하면서 한 숨을 돌리고 나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영국의 영어 학교는 학교라기 보다는 학원에 가까웠습니다. 우선 학교 등록을 한 다음에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간단히 시험을 보게 되는데, 이 시험 결과에 따라 자기가 앞으로 어떤 반에 들어가 공부할 것인지가 결정이 되죠. 우리 나라 학생들은 거짓말처럼 열이면 열 대게 Intermediate Class, 즉 중간 반으로 시작을 하게 되는데, 철영이와 저 역시도 그러했습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는데도 어학연수를 하러 영어권 나라로 가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참 애석한 현실이죠. 대학 입시를 위해 그 수많은 문제집을 풀고, 그것도 모자라 TOEIC 이다 TOEFL 시험에 목을 몇 년씩 메는데도 정작 외국에 나가 영어 한 마디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주입식 교육덕분인지 문법에 있어서는 우리 나라 학생들을 따라올 나라는 그리 많지는 않죠. 아무튼 철영이와 제가 다니기 시작했던 학교는 가격 면에서 굉장히 싼, 런던 시내에서 잘 알려진 일종의 싸구려 학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학교 수업 첫 날 교실에는 철영이와 저 그리고 선생님이 고작이었고, 수업 중간 중간 들락날락하는 몇 명의 이름 모를 친구들이 전부였습니다. 보통 우리가 가지는 고정관념 중에 하나는 외국에 나가서 Language School 을 다니면, 수많은 외국 학생들과 서로 영어로 얘기하며 날씨 좋은 날 정원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저 또한 물론 그런 상상을 하곤 했지만, 학교 첫 날이 말해주듯 꿈만 같았던 외국 생활의 이미지는 저 먼 산의 얘기였습니다. 학교에서의 수업은 솔직히 보람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단지 선생님이 영어로 저희들에게 얘기를 하며, 제가 아는 내용이라도 그것을 영어로 답해야 한다는 점이 한국과의 차이점이었죠. 게다가 잘 짜여진 미국 Language School 과는 다르게 영국은 대게 3시간을 짜여진 수업이 전부여서 아침에 듣던 저녁에 듣던 본인의 자유이며, 학교를 안 나온다고 해서 누구 하나 뭐라 하는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고, 아무튼 매일 설거지생활에 시달려 아침에 졸린 눈으로 학교를 가는 세월이 계속되자 학교에서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채 바퀴 돌아가듯 쉼 없이 달려오던 어느 날 아침, 본이 아니게 J 의 책상에 놓여있는 서류뭉치를 보게 되었는데……
다음 편에 계속…
Beer 맥주이론
이제까지 매 Chapter 마다 칵테일을 소개했었는데요, 이번에는 영국 얘기에 알맞게 맥주에 대해 소개할까 합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 영국에 가면 어떤 맥주를 마셔야 할지 고민하게 될 정도로 맥주 종류가 아주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도 간단히 3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요, 한국의 맥주와 비슷하며 차게 해서 마시는 라거(Lager), 엽차 색을 띤 맥주로 상온에서 보관해 겨울에는 차고 여름에는 미지근한 비터(Bitter) 그리고 흑맥주로 기네스 맥주가 가장 유명한 스타우트(Stout)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펍(Pub; Public house)라 해서 사회생활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장소가 있는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호프집이라 할 수 있죠. 영국 텔레비전 드라마(Eastenders와 같은)나 영화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장소가 펍일 정도로 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동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보통 사람들을 만나는 장소가 커피숍인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영국의 모든 사람들은 펍에서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침, 낮 시간에도 펍에 모여 술을 먹는 모습들이 쉽게 볼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면, 왠 낮술이야 하면서 혀를 찰 텐데 말이죠. 이렇게 맥주를 물먹듯 마시는 영국 사람들 덕분에 24시간 문을 열고 있는 펍은 극히 드물고요, 펍에 대한 법이 굉장히 엄격해서 마지막 주문시간이 지나면 어떤 이유를 불문하고 술을 마실 수 없게 되 있죠. (일하는 입장인 저로써는 아주 좋은 점입니다.)
아무튼 이런 다양한 맥주에 대한 지식 배경이 없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펍에 가서 과연 어떤 맥주를 먹어야 할지 주저하게 되는데요, 맥주 상표에 따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맥주의 얘기를 하다 보니 엄청 길어졌는데요, 날씨가 좋은 날 펍 밖에 의자에 앉아 조용히 맥주를 마시는 낭만을 한번쯤 다들 격어 보셨을 꺼 같습니다. 안 해시 본들은 얼른 해보시고요, 다만 영국의 날씨가 워낙 지랄같다보니 그렇게 하기도 힘들겠네요.
이상 주류독감의 이승구였습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해요 승구군 Best wishes for your dreams!
헌데 이미지를 아무리 첨부하려해도 안되네..쩝...Wh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