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님의 민법수험방법론(3)

[初心]

모든 법학이 그러하듯이 민법 역시 철학에 가깝습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학설들은 민법 조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해석론이며, 이 때 같은 조문을 가지고도 서로 다른 해석을 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신 이유는, 평생을 법학 공부를 하시면서 그분들 나름대로의 철학이 정립되어 있으신데, 바로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법조문을 해석하시기 때문에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신 교수님들 사이에 견해의 차이가 발생하게 되며, 바로 이것이 "학설의 대립" 혹은 "법적성질"이라는 이름으로 교과서에 등장하게 됩니다.



조문의 수가 많은 만큼 당연히 학설의 대립 또한 심하고, 그 많은 학설의 대립이 있을 때마다 판례는 또 어느 학설을 취하고 있는지, 학설들 중에서 다수설 내지 통설은 어떤 학설인지, 모두 기억해 두셔야 최근 출제되고 있는 고난이도의 사례형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사례형 문제는 찍고 나머지만 풀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나, 올해 있었던 공인노무사 13회 민법문제의 경우, 그리고 몇일 전에 있었던 공인중개사 15회 민법문제의 경우 사례형 문제와 판례문제를 모두 틀린다면 볼 것도 없이 과락입니다. 그러니 피할 생각 마시고, 모두 도전해서 풀 수 있는 실력을 기르셔야 합니다.



법전의 조문을 수시로 찾는 것이나, 한 단원 시작 전에 그 단원에 해당하는 조문 전체를 읽고 교과서를 읽는 것은 이미 말씀드렸고, 교과서를 보시면, "사례"와 "사례해설"이 나오는데, 대부분, 실제 판례사안을 변형한 것이거나 각종 고시 2차 사례로 나왔던 것을 재구성한 것이므로, 언제든 1차시험에서 사례형 문제로 등장할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꼭 읽어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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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의 학설, 저마다 다른 이름을 하고는 있으나 공통점을 뽑아 보자면(물론 100%는 아니고, 대략 사례화될 수 있는 쟁점에 해당하는 부분의 학설들은 대체로 그렇습니다.), "거래의 안전"을 중심으로 하느냐, 아니면 "당사자간의 사적자치"(당사자간의 의사 내지 개인의 보호)에 중점을 두느냐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의칙이라는 것은 "거래의 안전"의 대표적인 표현이며, 임의규정에서 당사자간의 약정이 우선한다는 것은 "사적자치의 표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학설의 이름들은 다양하지만, 굵직한, 중요한 학설들은 대개 이러한 색깔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주류가 민법학을 구성하는 큰 학설 대립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의 모토라 할 수 있는 작은 정부, 자유방임으로 인해 자본주의는 눈부신 발전을 했고, 그 바탕에는 "사적자치"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폐단이 심해지면서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이의 수정을 위해서 "공공복리"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었는데, 바로 이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거래의 안전"이라고 보시면 거의 틀립없습니다.



과거 김증한 교수님 시절의 민법학이 사적자치에 중점을 둔 내용이었다고 한다면, 이후 곽윤직 교수님의 교과서는 신의칙에 바탕을 둔 거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물론 최근 젊은 교수님들은 다시 사적자치를 강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이고, 이러한 색깔들이 학설이라는 이름으로 교과서에 등장합니다. 따라서 학설들을 모두 암기하시려도 달려들면 거의 100% 무너지게 되며, 이러한 점에 착안해서 공통점을 뽑아 체계를 잡으시려고 한다면 다른 분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회독수에서도 학설들이 머리속에 정리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거래의 안전"이라는 말로 등장하기도 하고,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말로 옷을 바꿔 입기도 합니다.



이러한 냄새가 확연하게 나는 대표적인 곳을 몇 개만 예를 들어 보자면, 채권자대위원(404조), 채권자취소권(406조), 물건에 대한 하자담보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규정(580조 이하), 채무불이행의 범위와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그에 대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지와 관련해서 민법 제390조와 393조의 해석론, 불법원인급여가 신의칙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내용, 불법행위책임에서 미성년자 감독자의 책임규정을 750조에서 찾고 있는 최근 판례의 태도와 이에 비판적인 학설의 태도, 물권법 부분에서는 주로 당사자의 사적자치를 중점으로 하면서도 기타 민총과 관련해서는 거래안전을 더 우선시하는 판례의 경향, 채권조문에서도 임의규정에 관해서는 사적자치를 우선시하여 해석하는 것이 다수설이면서도 임대차 및 대물변제의 예약과 같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규정들은 공공복리의 색채가 강하므로 거래안전쪽의 입장이 반영되어 있다는 점, 민총의 대부분 내용이 거래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서도, 정작 무능력자제도에서는 거래안전보다 무능력자 보호를 우선시하는 까닭(이는 거래안전을 우선시한다면 별도로 무능력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둘 필요가 없을텐데도 불구하고 별도의 규정을 둔 취지는, 무능력자의 경우 항상 능력자보다 불리한 위치이므로 대등한 계약당사자로 볼 수는 없고 보호해 주어야 할 대상이라는 사고에서 마련된 특별규정으로 이해하는 견해에서 판례가 그렇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등등을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내용들이 교과서에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자세한 배경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은 것들도 많습니다. 이는 공부하시는 분들이 학설대립이 나올 때마다, 과연 이 학설들 중에서 어느 학설이 공공복리 내지 거래안전을 위한 신의칙과 관련한 규정인지, 어느 학설이 당사자의 의사를 더 존중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주장되는 학설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직접 깨달아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법학 교수님들이 저술하신 교과서는,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씌어진 것이기 때문에 일반인의 눈높이는 고려하지 않으시고, "이정도는 다 알겠지..." 라고 생각하신 나머지 행간의 의미로만 남겨 두시고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으신 채 그냥 넘어간 부분이 많기 때문에, 바로 여기에서부터 초학자들의 고통은 비롯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시공부하는 법학과 학생들 역시, 비록 민법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점이 있을지라도 그 대학 민법 교수님의 강의 시 의사전달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비전공자와 다를 바 없이 죽어라고 고생합니다. 이는 끊임없는 고민과 부단한 노력,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서 회독수를 늘려가면서 학설들이 나올 때마다 조문을 찾아보고 열심히 고민하면서 나름대로 학설대립의 양대산맥을 찾기 위해 노려하는 과정에서 극복될 수 있으며, 소위 잘나간다는 학원강사들 중에서도 이 부분을 명쾌하게 짚어주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습니다.



이쯤까지 제 글을 읽으신 분들은 솔직히 암담한 기분이 드실 수도 있을 겁니다. 저는 이런 조언조차 없이 그냥 막연하게 공부를 시작했었고, 저희 학교 민법 교수님들의 강의가 훌륭한지 어떤지도 모른 채 혼자서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읽어가면서 고민하여 얻어낸 결과물들입니다. 제가 고시공부에 처음 입문하던 당시 고시생들 사이에서는 "고시와 수업은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고, 고시생들은 수업도 잘 안 들어가고 도서관 구석자리에서 혼자 공부만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저 역시 그런 분위기에 따라 수업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물론 수업을 안 들었기 때문에 학점은 별로 좋지 않은데, 이게 잘못됐다는 것은 군대에 다녀 온 뒤에야 알게 됐고, 제대 후에는 수업 열심히 들었습니다. 덕분에 민사소송법의 경우, 훌륭하신 교수님의 강의 덕분에 민법에 비해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이런 방식을 권해드리는 이유요?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민법 공부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부동산 이중매매"에 대해 들어는 보셨을 겁니다. 그분들은 대체로 제2매수인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경우에는 제2매매는 무효가 된다... 는 정도로 알고 계실 겁니다. 과거의 단순한 문제는 이 정도만 알고 계셔도 풀 수 있었던 게 사실이구요.



하지만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실제로 소송에서라도 문제가 된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입증이 어려워서 거의 승소하기 힘든 소송이긴 하지만, 대상 부동산의 가액이 엄청날 경우, 변호사의 입장에서도 정말 목숨걸고 달려들텐데, 부동산 이중매매는 위의 내용처럼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거든요.



실제 문제되는 내용을 보자면, 일단 매매계약이 체결됐을테니 계약법의 일반법리는 기본이겠고, 전형적인 사례만 가정해 보더라도, 채권자대위권(404), 채권자취소권(406), 불법원인급여(741), 민법상 불법행위(750), 제3자의 채권침해(750), 사안에 따라서는 대상청구권(조문은 없고 학설과 판례상 인정되는 것임), 채무불이행책임(390, 393), 신의칙(2) 등등이 함께 떠올라야 합니다. 여기서 특정채권을 위해서는 채권자 대위권은 몰라도 채권자취소권은 행사할 수 없다는 말이 등장하는 데, 채권자 취소권과 채권자 대위원 공통된 요건 중 " 채무자의 무자력" 과 관련하여, 거래안전을 더 심하게 해치는 것이 채권자취소권이므로 무자력요건을 더 엄격하게 판례가 요구하고 있고, 그에 따라 채권자대위권은 행사가능하지만 채권자취소권의 행사는 다른 재산이 전혀 없는 경우에나 가능하고, 그나마도 효과에 있어서는 다른 채권자들과 공동담보를 확보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내용,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매도인이 제2매수인에게 반환청구를 할 수 없어야 하는 게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제1매수인이 채권자를 대위하여 반환청구할 수 있다고 하는 견해의 모순점 등등...



부동산이중매매 사례문제를 보시는 순간 이러한 내용들이 모두 떠 올라야만 부동산이중매매와 관련된 사례문제가 등장했을 때 확실하게 정답을 고르실 수 있고, 위의 내용들(관련논점들)이 모두 떠오르지 않는다면 운 좋게 아는 내용 중에서 확실하게 답이되는 지문이 등장해야만 답을 고를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수준의 공부, 직장 다니시면서 하시기에 힘든 것임에는 틀립없지만, 열심히만 하시면 한 달에 1회독이 가능하고, 3개월이면 3~4회독이 가능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첫 1회독때는 그냥 그런갑다.. 하면서 읽으시더라도 2~3회독째부터 학설대립시마다 고민도 좀 하시고, 교과서의 중간부분이나 뒷부분을 읽다가 갑자기 "앞의 어느 부분에선가 이것과 관련되는 내용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바로 앞으로 다시 가서 찾아 확인하시고, 연결시켜 생각하시는 과정을 되풀이하시면, 보통 4~5회독 쯤 후에는 민법의 전체 맥이 보이게 됩니다.



물론 이 방식은 직장인의 경우 시간적 제약상 다른 과목과 병행할 수가 없으며, 때문에 영어가 어느 정도 되시는 분은 바로, 영어 과락이 걱정되시는 분들은 영어공부 이후에나 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하시면, 민법, 예년처럼 쉽게 출제되면 고득점이 가능하고, 올해처럼, 혹은 올해보다 더 어렵게 나와도 60점 이상은 확실하게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공부방식이기 때문에 미리 자신 없는 분들은 시작도 하지 마시라고 했던 것이며, 다른 과목과는 병행할 수 없는데, 다른 과목도 공부해야 하므로 하루라도 빨리 맘 다부지게 먹고 시작하지 않으면 1년을 다시 버려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인생은 어차피 도박이니 쉽게 공부해서 과락만 면하고 보자는 방식으로 공부하신다 해도 본인의 선택에 따른 것이니 제가 감히 뭐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죽어라고 공부해 보기 전에는 절대 민법이라는 과목을 잡을 수 없다는 건, 적어도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99% 이상 확실하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시험문제의 기출문제를 퍼다가 설명과 함께 올려드리는 것, 물론 당장은 도움이 될런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민법의 체계를 잡는 것보다는 단순히 지엽적인 지식의 암기 이외에는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어 저는 기출문제 해설 같은 것들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당장 몇일 전에 치러진 시험의 기출문제 해설이라면 이번에 시험본 분들이 답맞춰 보는 의미라도 있겠지만, 평소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시중에 기출문제 충실하게 해설되어 있는 문제집 등 교재들, 얼마든지 널려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실력을 쌓고 민법에 대한 안목을 가질 수 있는 공부방식을 알려주는 책은 없는 것 같아 오늘 한나절 투자해서 PC방에서 이 글들을 올립니다.



분명히 말씀드립니다만, 제 글을 읽고 시작하시는 분이 100분 정도 되신다고 했을 때 마지막가지 밀어붙이는 분들은 5명도 채 안 될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적어도 어디서 어느 강사가 무슨 책으로 어느 내용을 강의해도 이해하지 못할 내용은 없을 것이고, 이후 어떤 책을 보셔도,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이해하지 못해서 못보는 경우는 없어질 겁니다.



노동법은 언제 하느냐구요? 적어도 이과정으로 민법이 잡히면, 노동법 2차시험은 오래 공부해야 하겠지만, 1차 객관식 노동법만이라면 2~3주면 충분합니다. 노동법 요약만 보고도 이해하실 수 있는 능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저도 공부할 때, 고시공부하면서 민법에는 6개월이 넘도록 투자를 했지만 1차 노동법시험은 10일을 넘긴 적이 없습니다. 물론 2차는 또 다른 얘기가 되지만 말이죠...



에궁.. 이만 저녁식사하러 가봐야겠네요. 더 늦으면 또 식당이 문을 닫을 것 같아서요.



여러분의 앞날에 밝은 서광이 함께 하시길 빌며, 지금까지 지루하고 짜증나는 긴 글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__)

[오솔길 따라]

도움이 되겠어요^^

[RealSinger]

감사합니다.

[무쇠돌이]

정말 감사합니다.

[skaehqn]

조은글 감사 합니다

[joajoa]

정말 좋은 글이 네요~~ 고시 공부의 연륜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중매매껀과 관련해서 약간의 첨언을 하자면... 님이 말씀하신 채권자 취소권은 그야말고 채권자 취소권의 일반론이구요... 이중매매와 관련한 채권자 취소권의 쟁점은 약간 다르지요... 님의 말처럼 채권자 취소권의 일반 요건을 갖추었느냐가 일단 문제가 되고... 다음 채권자취소권은 특정채권의 보전을 위해서는 행사할 수 없는데.... 여기서 사해행위에 의해 그 특정채권이

[joajoa]

금전채권인 손해배생채권으로 변경된 경우에 채권자 취소권의 행사가 가능하냐?? 나아가 그 손해배상채권이 사해행위 이전에 성립한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 이중매매와 관련한 채권자 취소권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죠... 여기서 판례는 채권자 취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구요... 그 이유는 그 손해배상채권은 사해행위로 인해 발생한 채권이지 사해행위 이전에 발생한 채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판시하고 있구요...

[joajoa]

참 오해하실까봐 더 적는데 사해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이중매매행위에 대한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피보전채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입니다... 단, 학계의 유력한 견해가 피보전채권에 해당되고 특정채무의 이행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원래의 채권과 동일성이 유지되므로 사해행위 이전에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하죠... 저도 그런 입장에서 배워서 판례의 태도에는 비판적이구요 ㅎㅎ

[아우히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