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31살이면 학원강사를 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나요?
강사로 꿈을 변경 후 첫 취직을 한 곳이 학원강사였어요. 제겐 엄청난 기회가 찾아왔었죠. 그전에 해왔던일은 신설된 랜드에 총괄운영 관리 팀장으로 랜드에 시스템 구축을 비록하여, 총무,인사,교육등의 메뉴얼 체계를 잡는 일을 했어요. 계약직이라 계약만료 후 자동으로 나오게 되면서 해본일 중에 교육이 제일 보람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구직활동을 하다 운명처럼 나타난 학원강사, 주변사람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면접을 보고 다음날 출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첫날, 데스크에 아릿다운 여성분이 있으시길래 "아~서무보시는 분이구나~"했는데 부원장님이 강사라고 하시더라구요. 정중히 죄송하다는 인사를 했고, 제자리는 그여성분 옆 데스크였어요. "학원강사는 데스크 일부터 배우는 구나"라는 생각에 열심히 배울 준비를 하는데 화장실이랑 바닥청소 먼저 시키더군요. "그래. 예상했어. 난 이생활에선 바닥이니 이런건 감수해야돼!"라고 생각하면서 웃으면서 일했어요. 그 강사분이 청소하시는 거 괜찮으시겠냐고 묻길래 "네, 괜찮아요"라고 답변하고 데스크에서 회원님들 맞이하면서 인사하고 청소만 하고 있었죠. 참 여기 학원시간은 오전11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해요.
회원들이 다 들어와 한가할때쯤 빨리 배우고 싶은 맘에 그 강사님보구 학원시간표나 하루일과같은거 알 수 있는 메뉴얼을 요청했더니 모든일은 원장님이 알아서 하신다고 모르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다시 물었죠. "회원수는 어떻게 되요?" 그러자 강사분은 저두 온지 3개월밖에 안됐는데 모든일은 원장님이 다 하신다는 거예요. 대화를 하면서 느낀것은 개인사업주라 그런가 시스템이나 체계가 분산되어 있지 않고 오로지 원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강사분께 안불편하시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여러번 바꿀려고 했는데 바뀌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원장님 면담을 갖으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강한의지를 내보냈죠. 어느덧 오후 2시가 넘어 배가고파 여강사님께 저희 식사는 언제 먹느냐고 묻자. "식사하러 가세요."라고 말하길래, 전 "같이 먹는 거 아니였어요?"라고 말했더니 원장님 수업 없으시거나 공강을 확인 후 먹는 다는 거예요. 정말 시스템 없구나를 느꼈죠. 점심, 저녁 다 사먹어야하는데 원장이라 교대로 식사하면서 데스크를 지켜야하는구나..이생활 빡시겠는걸....원장님이 강의를 끝내고 나오시길래 식사얘기를 할려고 했는데 분점으로 넘어가라고 지시를 하시면서 이동하면서 밥을 먹으라고 하셨어요. '어라?? 강사는 한지점 고정이 아니라 돌아다니는 구나' 버스안에서 많은 고민이 됐죠. 수습기간을 3개월 잡으면서 4대보험 미가입, 최저임금 적용에 식대비, 교통비 미지원! 필요할때마다 지점을 이동해야 하는 일이라니..학원강사님들이 힘드시다는 걸 처음알았어요.
둘째날, 첫날보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30분 일찍나와 화장실부터 바닥청소를 싹 다해놓고 강사님들 오시기만을 기다렸죠. 2시가 다 되서야 부원장님이 오시더라구요. 청소를 하면서 새건물 냄새의 악취와 오시기 전까지 있었던 일들을 메모해 놓은 쪽지를 드렸고, 전 데스크에서 인사와 전화응대를 하고 있었죠. 오후6시가 될 무렵 왠 꼬맹이가 학원에 들어와 부원장님방에 들어가는 거예요. 너무 놀라 잡아서 머라고 할랬더니 원장아들이라고 하면서 부원장님방 안에 스텝실로 들어가는 거예요. 처음알았어요. 스텝실이 있다는거 그리고 지금 거기는 아들 놀이방으로 쓰고 있다는 걸요. 경영 기획일을 해왔던 저는 이 학원돌아가는 게 보이더군요.
..본점에서 부부강사가 2호점을 냈고 원장과 부원장을 하면서 수입이 괜찮자 3호점을 냈는데 3호점을 낸지 2달밖에 안되서 강사를 뽑았구나. 2호점은 원장, 3호점은 부원장이 맡고 청소용역업체는 한달에 한두번 부르고 청소와 서무일을 도맡아하면서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강사로 채용하는구나..
학원강사로 배우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비난만 하고 있지말고 돕자는 생각에 부원장님께 학원이 돌아가는 이것저것을 물어보면 이야기를 하다 부원장님이 강의가 있어 2호점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전 혼자 3호점에서 문을 닫고 퇴근하게 됐어요.
운명의 셋째날, 장마로 인해 엄청난 폭우로 인해 사람도 전화도 전혀 오지않는 일하는 사람에겐 천국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3호점은 관리인이 딱히 없어도 괜찮은게 2호점에서 CCTV로 3호점을 원장님이 보고 계신다고 하더라구요. 예전에는 그냥 알바를 썼대요.) 부원장님이 오셔서 교재지참을 하시고 2호점으로 넘어갔고, 시간은 흘러 저녁 7시가 됐을쯤 배가 너무 보픈거예요. 저 혼자 3호점을 보고 있는데 학원시간표도 잘 모르는 데다 문을 닫고 밥을 먹으러 나가기엔 제겐 상황판단의 기준이 없어서 고민을 했죠. 그래서 2호점에 전화를 걸고 원장님께도 전화를, 부원장님께도 전화를 걸었는데 아무도 받질 않는 거예요. 짜증이 났었죠. 8시간 30분째 혼자서 학원을 지키며 고픈배를 참고 기다렸으니..부원장님께 문자를 남겼어요. "수업 끝나셨어요?저두 밥을 먹어야 할꺼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죠?" 조금 시간이 지나 답장이 왔어요. "저희들 수업이 많아 정신이 없네요. 문닫고 먹으러 가시거나 시켜드시고 퇴근하실때 문잠그고 가주세요." 먼가 왕따가 된 기분이 들었죠. 바쁜건 이해가 되는 데 속으론 "그럼 너희들은 밥 안먹고 일하고 있다는 거니? 신입이 왔으면 관심을 좀 갖어야 하는 거 아니니?3명 다 굶고 다 강의실 들어갔다면 데스크는 누가 보고 있니?.." 밥을 먹고 나니 화가 가라앉더군요. 퇴근하기전에 원장님 전화가 오더니 30분 일찍 퇴근을 시키는 거예요. 감사감사를 외치며 집으로 향해가고 있는데 문자 메세지가 도착했어요.
부원장 : { 원장님께서 우리학원과는 스타일이 맞지않다고 판단하신거 같습니다. 지금껏 잘하셨지만 나이도 좀 있으시고 관리자역할을 하셔서 그간생활땜문인지 다른 더 조은 조건에 일하실 분 같다고 하시면서, 학원에서의 위치나 월급때매 염려하신듯 합니다. 더 그동안 수고하셨구요 계좌번호 원장님께 보내주세요 더좋은곳에 취업하실꺼에요.}
태어나서 학교에서는 장학생으로, 군대에선 A급으로, 사회에서는 우수사원으로 표창까지 받은 전데 이런 문자는 정말 충격이였고, 멘붕, 눈물이 날려고 까지 하더라구요. 제가 열받아 하는건 강의하는 모습을 보지도 않고 짤랐다는 거죠. 그간의 행적이 잘못되었나 싶어 문자로 "나데서 죄송합니다. 그동안 해왔던 기획력으로 돕고 싶었습니다. 서무일을 빨리 배우면 빨리 강의를 배울꺼 같았습니다. 강사 너무 하고 싶습니다." 문자를 넣었지만 답장은 더 이상 오질 않았어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친구들한테 이얘기를 했죠. 교육을 가르치는 곳에서 이런식으로 해고를 시킬 수가 있느냐? 따져라 등등 수많은 얘기가 나왔지만 너무 놀란 맘에 아무런 얘기도 들리지 않았어요.
강사 꿈의 첫발걸음이 이렇게 고된건가요? 아님 이길이 제가 가서는 안되는 길이라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지금도 방황중입니다..
첫댓글 어떠한 학원인지 궁굼하네요....그리고 강사라고 했을 때 면접당시 어떠한 업무를 하는지에 대한 전달은 못 받으신건가요? 글을 읽으니 안타깝네요....인연이 아니라고 맘 편히 생각하시고 더 좋은 곳에 취직되실껍니다.
화이팅~!!!
어머 너무 어이없고 힘드시겠네요...
강사님의 자리가 아니었나봐요 힘내세요
아이고... 힘내세요~~
이 글 읽고 나니, 강사님의 심정이 어땠을지, 이해가 되네요. 강사들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CS강사이면서도 겉모습만 CS인 강사들이 많은 현실은 참 안타깝네요.
부디 극복하셔서 내면까지도 CS인 강사님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그런 이상한 곳에서 끝까지 버티고 있었으면 더 시간 낭비였을 꺼여요~ 차라리 잘되셨다 생각하시고,,,, 더 좋은 일이 생기기 위함이었으리라.,.. 생각하세요~ 힘내세요~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세요 !! 홧팅 !!
더 좋은 곳에 인연이 닿으실거라 믿어요`~~! 빨리 잊어 벌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