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따라 강따라 – 아이다호
부제: 북한강따라
아이다호 주는 대부분의 록키를 품은 주들처럼
2백만도 되지 않는 인구 희소주이며
상당수의 영토(38%)가 연방 산림 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영토가 Wilderness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북쪽으로는 카나다를 국경으로 동으로는 몬타나와 와이오밍,
남으로는 유타와 네바다, 서로는 와싱턴과 오레곤을 인집하고 있다.
참고로 Yellowstone 국립공원의 96%가 와이오밍 주에 속하고
3%가 몬타나, 나머지 1%가 아다호 주에 속한다.
아이다호 주의 별명으로 Potato State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240여종이 넘는 온갖 미네랄과 희귀석들이 많아 Gem State라고 자랑한다.
수도 Boise 카비톨 빌딩에는 주의 Motto로서
‘영구하라, Esto Perpetua!’란 문구가 세겨져 있다. Be Eternal!
엘로우스톤을 서부로 빠져나와 Snake강 평원을 따라 올라가다가
Ketchum시를 지나 Sawtooth 능선아래 Sun Valley 의
케년 국립 산림지 Snake 강가에서 참으로 오랜 만에 켐핑을 한다.
아들이 요리해 준 손바닥만하고 두꺼운 스테이크에
짱박아 둔 죠니 워커 몇 잔에 얼큰히 술에 취해
올려다 본 밤하늘엔 별들이 총총하다.
마침 별 똥 하나가 길게 선을 그리며 떨어진다.
Sun Valley 아래서 Snake 강이 길게 뱀처럼 구불거리며 좌하단을 감싸면서
Hells Canyon 황야에 우뚝 솟은 The Seven Devils 마을 산봉우리들을 돌아
오래곤 주를 인접해서 흐르다가,
우단의 최고봉과 높은 산들의 계곡을 따라 내려 온
‘돌아오지 않는 강, River of No Return’이란 별명을 가진 Salmon강과
워싱턴 주에 인접한 Lewis에서 만나서 더 몸집이 불어 난 Snake 강은
대하 콜롬비아 강으로 합류해서 태평양으로 흘러든다.
한강의 구간을 상류부터 짤라 보면,
송천과 조양강, 동강에 이어 북한강이 합류하는 남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는 조강에서 황해로 흘러간다고 한다.
해서 북한강의 발원지를 따라 올라 가면
북한의 금강산 기슭 금강천에서 금성천을 거쳐 군사 분계선을 넘어
남하해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함류하여
마침내 한강으로 흘러 서해로 향한다고 한다.
문득
정태춘 의 ‘북한강에서’란 노래 가사를 떠올린다: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 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고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그대는 이른 세벽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가에서
‘산과 산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밤 늦도록 혼자 게임을 하다가 세벽에야 곤히 잠든 아들을 두고
슬그머니 텐트에서 빠져 나와 자전거를 타고
안개 짙은 Snake 강가에 나와 앉아서
서울보다 더 낯선
쇼숀 인디언들의 옛도시 Pocatello나 Stanley란 이름의
작은 마을 강가에서
‘산과 산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가만히 귀 기울여 보지만
들리는 소리는 내 마음의 외로움과 그리움이 주고 받는 소리 뿐…
그러다가 한강을 Snake 강으로 대체하고
북한강이 Salmon강을 닮았다고 생각하고 나니,
더 이상 낯 선 곳이 낯설지 않고
두고 온 고향이 더 낯 설어지는 강가에서 동이 터는 세벽을 맞는다.
어떤 옛 시인이 그랬던가?
고향을 한번도 떠나지 않았던 시인이 안가 안방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심정…
아니면 엘리어트의 한 귀절처럼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곳으로 되돌아 온 곳이
처음 보는 것 같다는 말…
“The end of all our exploring
Will be to arrive where we started
And know the place for the first time.”
마지막 종착점이 새로운 시작,Commencement란 말!
안개 낀 길고 긴 강가에
숨겨진 폭포 소리가 들리고,
사과 나무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들리는가?!
“At the source of the longest river
The voice of the hidden waterfall
And the children in the apple-tree.”
톱날처럼 날카로운 봉우리를 가진 Sawtooth 고원에서 바라보는
Thompson 봉(3,276미터) Cramer산 (3,266미터) 아래로
120 미터 모래 언덕의 Bruneau와 기괴한 용암 고원과
Sage가 뒤덮힌 사막과 소용돌이 치는 강들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진 Wilderness에는
1만4천5백년전의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인류의 자취가
Butte 동굴과 쌍둥이 폭포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Sun Valley 정상의 Pioneer Cavin으로 향하는 초원 트레일은 인기가 굉장하다.
차겁기로 그지 없는 아이다호 Salmon River 주변으로
수백개의 온천들이 늘려져 있다.
마운틴 바이커의 천국답게 Hot Springs Mountain Bike 루트를 따라
생전 처음보는 메가 파우나 군락지를 본다.
집에서 매달고 대륙을 횡단한 전기 자전거 혜택을 톡톡히 본다.
한번 충전하면 100마일까지 달릴 수있어
왠종일 힘들이지 않고 차로가 없는 곳의 주변 풍광을 찾아 볼 수 있다.
Frank Church-River of No Return 과 the Selway-Bitterroot를따라
덩치 큰 엘크 사슴과 이 보다 훨씬 작은 흰 꼬리 사슴들를 조우하고
인간을 더이상 두려워 하지 않는 이들과 함께 달리는 흥분이랄까,
영광이랄까….
Silver Creek에서 Fly Fishing으로 숭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정겹다.
Frank Church Wilderness 지역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넓은 황야로 손 꼽힌다.
그 사이를 관통하는 강에서 카약과 Rafting을 즐기는 모습도 합께.
이 웃 몬타나와 와이오밍과 더불어 Idaho주도 카우 보이 문화가 뿌리 깊다.
남부의 넓은 평원의 목장과 초목지들은 말들이 좋아하는 이상적인 기후를 가졌고
Challis의 야생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다른 어느 곳 보다도 살찌고 아름다운 말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이
얼마나 인상적인가!
이 웃 몬타나와 와이오밍과 더불어 여기도 말과 연관된 사업이 흥행한다.
말이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처음 건너 온 것은 15세기 콜럼부스와 동행했던
스페인 말을 시작으로 해서 이후에 남미에서 스페니쉬들이 본격적으로
북미 대륙으로 말들이 유입되었고 이후에 원주민 인디언들이 재빨리
말 다루는 기술을 습득했고, 이후에 미 서부의 카우 보이 문화가 뿌리를 내렸다.
현재 미 중서부에 도합 1천만 마리의 말들과 5백만명의 인구가
말과 관련된 사업을 하면서 살고 있다는 통계를 본다.
11살짜리 소녀가 로데오 여왕 선발전에 참가해서
화장과 옷차림, 연설과 기마법등을 배우면서 어른으로 성장해서
카우 걸이 되기도 하고 산림지를 보호 관리하는 일을 맡기도 한다.
Moscow를 거쳐 북상해서 Pend Oreille호수에 위치한
Coeur d’Alene에 도착하니 8월 거리 축제와 페스티발이 한창이다.
한나절을 온갖 음식과 Arts & Crafts를 구경한다.
온갖 형태의 사람 구경.
코 딜레인 (Coeur d'Alene) 8월의 거리 축제 street fair!
사람이 사람을 부르는 복새통에서 벗어나
다시 나그네의 심정으로 워싱턴 주로
서부로 길을 나선다.
노래 ‘한탄강을 따라’를 흥얼거리며…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강물은 강물과 섞이고
안개는 안개와 어리고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미망한 혼둔속에서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 상응키 어려워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져야 통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던가!
(*多言多慮 轉不相應 - 絶言絶慮 無處不通)
애초에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니 ,
신심명의 귀절처럼
“일체가 머물지 않기에 기억할 일도 없고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춰지니 애써 마음 쓸 일 없다”고 했건만…
(*一切不留 無可記憶 - 虛明自照 不勞心力)
과연 애서 마음 쓸 일 없어
세상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무슨 고민을 하든 누군가를 그리워 하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순간 바람이 불고 안개가 걷히면
산이 산에게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소리들이
아무 상관없이 한 가족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시인의 ‘야생 기러기’ 소리처럼 창공을 나르며 외친다.
“괜찮아, 이대로 충분해” 라고…
“네가 그렇게 착하지 않아도 좋아
무릎 꿁고 사죄하며
수백리 사막 고행길을 나설 필요까지는 없어.
다만 네 순수한 본성이 원하는 데로 살아가는 거야.
네 절망을 말해봐, 그럼 나의 것도 말해줄께.
어찌튼 세상은 돌아가고 있잖니
마치 태양과 상큼한 조약돌 같은 비가,
온 대지위에,
초원과 깊은 숲속위에,
산과 강위에 어디든지
비쳐주고 내려 주는 것처럼 ,
한편 높푸른 창공에는 기러기들이
다시 고향으로 날아가고 있고...
네가 누군지 모르지만
아무리 외로워도,
세상은 그 스스로 네 상상의 나래안에서
야생의 기러기처럼 거칠고 흥분된 소리로
자꾸만 자꾸만 네 자리를 찾아주려하지 않니.
이 세상의 한 가족으로.” (Wild Geese” by Mary Oliver, 2004)
아이다호, 아이다호, 아이다호
아베 아베 아베…
모든 강들에게 발원지가 있듯
모든 단어(말)들에게도 그 발생 기원이 있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Idaho란 단어의 기원(Etymology)을 아는 사람이 없단다.
아베 아베 아베…
아이다호 아이다호 아이다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