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 -농구선수

허   재     허재의 본관은 양천(陽川)이다 허재에게서 거의 태생적인 것처럼 느껴지는 ‘제왕의식(帝王意識)’을 분명히 확인하게 되는데, 여기서 허재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강력히 부인당할 수도 있겠으나 허재는 적어도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농구의 제왕’이었고 한번도 그 부담을 피하려 들지 않았다. 허재는 ‘농구 천재’라는 별명을 결코 부담스러워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천재로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천재성을 “40%는 타고났고 여기 60%의 노력이 더해졌다”고 말했지만 본심은 아니리라고 본다. 이 말은 “나는 천재지만 평범한 선수들 이상으로 노력을 했다”는 자부심의 또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는 천재로 태어났고 천재로 컸으며 왕으로 태어나서 왕이 되기 위해 성장했다. 이같은 사실은 그의 성장기를 간략하게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가 있다. 늦둥이로 태어난 허재를 위해 부친은 형들에게 절대로 허재를 손찌검하거나 윽박지르지 못하도록 엄명을 내려 놓는다. 때로는 오만하게까지 느껴지는 허재의 당당함은-타고난 기질 자체가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승부사의 그것이었지만-이런 과정을 통해 몸에 밴다. 허재가 정식으로 농구공을 만지게 된 것은 1974년, 동북초등학교 3학년때부터다. 정식으로 농구부에 들어가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니까, 다른 선수들처럼 키가 크니까, 또는 달리기를 잘하니까, 이런 이유로 발굴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을 갖고 노는 것이 좋아 택한 길이다. 그랬기 때문일까? 허재의 연습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했고 또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래쪽을 볼 수 없도록 디자인된 특수 안경(?)을 끼고 손바닥이 볼록 나온 장갑을 낀 채 드리블 연습을 했다든지 하는 대목은 흔히 알려져 있다. 허재가 농구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그의 가족들은 나중에야 알게 된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그의 집념은 코흘리개 때부터 이토록 강렬했고 저돌적이기까지 했다. 여기에 가족들의 ‘화끈한 지원’이 뒤따랐다. 아들이 농구를 택했다는 사실, 이 고집을 결코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부친은 집안에 농구대를 설치해 주었다. 허재는 벽과 마당에 볼을 튕기고 마루에 누워서도 허공을 향해 볼을 던지는 열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개의 성공한 선수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너나없이 모두 자신들이 선택한 종목을 사랑하며 매우 재미있어 한다는 점이다. 허재는 지금도 “농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나이와 사나이가 허공에서 맞부딪혀 우열을 가리는 그 우지끈한 맛, 이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한다.자신이 원했고 재미있었으며 주변의 헌신적인 지원이 따라 주었기에 이 타고난 농구선수의 성장은 그만큼 빨랐다. 약 1년간 동북초등학교에서 선수로 활약하다가 팀이 해체되면서 허재는 상명초등학교로 전학한다. 동북초등학교는 농구팀을 보유한 다른 학교에서 허재를 영입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는 것을 보고 팀의 부활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허재는 상명초등학교 유니폼을 입고 초등학교 농구대회에 출전해 최초의 우승을 맛본다. 결승골은 허재의 손에서 나왔고 상대는 반포초등학교였다. 허재는 91년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종료 직전 1점을 뒤진 가운데 자유투 2개를 얻어 모두 성공시킴으로써 우승을 따냈다”고 했지만 ‘버저비터’를 터뜨렸다는 사람도 있다. 1978년. 허재는 농구 명문 용산중학교로 진학했다. 허재의 용산중학교 진학은 그의 농구가 한국 농구역사의 일부로 편입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이 학교에는 유재학(현재 신세기 감독)과 전창진(현재 삼보 코치)이 포진했지만 허재는 단숨에 주전으로 발탁됐고 이후 6년동안 허재의 용산(중·고교)은 무적이었다. 용산학원은 허재가 고교 1년생일 때를 빼고는 매년 전승으로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허재가 매스컴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다. ‘신동파의 득점력에 김동광의 개인기를 겸비했다’는 상투적인 평가는 당시에나 지금이나 진실을 담고 있다. 허재가 2학년에 진급하면서 용산고는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는데 ‘봄철연맹전, 종별선수권대회, 쌍룡기대회’를 휩쓸어 고교 최강으로 자리를 굳힌다. 용산은 허재에게 농구의 기본을 심어주고 스타가 되기 위한 토양을 다지는 기회를 제공한 명코치, 현재는 허재의 모교인 중앙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양문의씨를 만났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양문의씨는 엄격하고도 기본기를 중시하는 농구를 구사하는 개성을 지녔지만, 허재에게만큼은 올라운드 플레이를 허용했다. ‘그릇’을 알아본 것이다. 여기에 ‘양문의 농구’의 위대함이 있다. ‘양문의의 용산’은 고된 훈련과 엄격한 선수관리로 고교농구의 정상권을 달려온 팀이다. (필자는 정월 초이튿날에, 눈발이 흩날리는 남산 순환도로를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달려 오르던 용산고 선수들의 로드웍 장면을 잊지 못한다. 용산은 그런 팀이었다.) 이 팀에서의 훈련은 허재의 기본기를 완성시켰고 대학진학 이후의 눈부신 도약을 가능케 한 밑거름이 되었다. 이 당시의 허재를 기억하는 몇몇 농구인의 증언이 있다. 먼저 몇해 전까지 SBS 방송에서 농구 해설을 맡았던 한창도씨.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처음 용산고에서 훈련하는 허재를 보았을 때 범상치 않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잘 돼 봐야 신선우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았다. 몸은 호리호리했고 너무 볼을 많이 만진다는 단점이 발견됐다. 그러나 2학년이 지나면서 온몸에 근육이 붙고 몸이 탄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볼을 끌며 일대일 대결을 즐기는 그의 기술적인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허재는 당시에 이미 신선우보다 강력한 일대일 농구를 구사했고 누구보다도 볼을 완벽하게 핸들링하는 선수였다” 현재 프로농구 삼보 엑써스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최형길씨도 허재의 천재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사람중의 하나다. “연습경기만 보아도, 허재가 아주 특별한 선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제나 허재를 상대하는 팀에서는 전담 마크맨을 붙였는데 허재는 너무나도 쉽게 수비를 따돌렸다. 골밑을 커트인하는 장면에서 허재는 팀의 오펜스 패턴을 흐트리지 않으면서도 움직임에 많은 변화를 줄줄 알았다.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나는 ‘배워서’ 그런 움직임을 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현재 스포츠서울의 체육부장을 맡고 있으며 허재가 용산고 재학중일 당시 농구기자로 활약한 이병진씨의 증언도 생생하다. 그는 아마도 허재의 농구를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저널리스트일 것이다. 98년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끝난 후 (이 시리즈는 한국프로농구 초창기의 최고 명승부로 남을 것이다.) 허재는 부러진 손으로 팀에 3승을 선사했다. 기아는 3승4패로 고배를 들었지만 허재는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는다. 이병진씨는 칼럼에 이렇게 쓴다. “81년 4월11일. 그날 아침 기자는 환갑을 훨씬 넘긴 나이(당시 65세. 현 LA한인농구협회 고문)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던 전 국가대표 농구감독 이희주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늘 나하고 꼭 갈 데가 있어.” 장충 체육관에선 춘계중고농구연맹전 남고부 경복―용산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저 녀석이야. 두고 보라구, 이충희보다 더 잘할 걸.” 이미 신동파와 견줄만한 아시아 최고의 슈터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충희보다 더 크게 성장하리란 이선생의 장담에 약간은 불쾌감마저 느끼며 며칠 전까지 중학생이던 용산고 까까머리 신입생 허재를 눈여겨 봤다. 김윤호(현재 SBS 코치)-유재학이 버틴 경복고의 마지막 전성기. 비록 경복이 우승했지만 두 고교스타는 허재의 현란한 개인기 앞에 쩔쩔 맸다. 기자는 그때 허재에게 ‘농구천재’란 별명을 달아주리라 마음먹었다. 경기가 끝난 뒤 소년에게 물었다. ― 커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니? “신선우같은 선수요.” ―신선우는 은퇴했는데? “그분처럼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될래요. 아직 은퇴 안했어요. 분명히 재기하실 거에요.”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 신선우는 78년 무릎연골수술, 80년엔 아예 오른쪽 발목은 물론 무릎연골을 몽땅 도려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병원측은 ‘선수생활 절대불가’란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러나 신선우는 기적적으로 재기했고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주전센터로 뛰어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또 하나의 기적을 창출한 뒤 그 이듬해 은퇴했다. 허재는 신선우의 플레이도 그렇거니와 정신력까지 흠모했던 게다. 1982년 9월, 허재는 처음으로 대표선수로 발탁되는 기쁨을 누린다. 이해 10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렸던 제7회 아시아청소년농구 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 뽑혀 태극기를 달게 된 것이다. 이때 허재는 한기범, 김유택과 한솥밥을 먹게 된다. 나중을 생각하면 참으로 중요한 만남이었다. 그러나 이때까지 허재는 그저 ‘신동’이었을 뿐 천재는 아니었다. 그가 천재로 자리매김한 것은 역시 중앙대학교에 진학한 후의 일이다. 그곳에서 허재는 정봉섭이라는 일생의 스승이자 탁월한 지도철학을 지닌 코치이기도 한 정봉섭감독의 지도 아래 본격적인 ‘제왕학’을 익힌다. 참으로 허재는 중앙대에서 왕으로 성장하게 되며 왕이 되어 졸업한다. 정봉섭감독은 마치 허재를 위해 하늘이 내려준 사람처럼 허재의 모든 것을 감싸안고 오늘날까지 유일한 스승으로서 군림하고 있다.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석방되던 날 밤에도 정감독은 허재와 함께 있었다. 소속팀의 최인선 감독도, 허재라면 목숨이라도 걸 것처럼 ‘충성’을 다짐하던 후배들도, 자기 자신보다 허재를 더 사랑한다고 떠들어대던 선배들도 그 자리에 없었지만 정감독은 풀이 죽어 출소한 허재를 아무 말 없이 맞이했고 “몸조리 잘 해서 앞으로 추하지 않은 대선수의 모습을 보여라”는 말을 남기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장소는 시내 P호텔이었다. 중앙대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게 된 1984년, 허재는 마침내 시니어 대표팀에 발탁된다. 이때 허재는 중앙대의 간판 가드이자 청소년대표팀과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의 리더였고, 대표팀의 막내둥이 가드이기도 했다. 대학 가드로서는 무적이었고 청소년 대표로 출전한 아시아 청소년 농구선수권대회에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끝에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다. 이 경기에서 허재는 28득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고 3개의 가로채기를 성공시켰다. 2학년이 되었을 때 허재는 성인 농구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만든다. 당시로서는 가장 큰 성인대회로서 삼성, 현대가 타이틀을 나눠먹던 농구대잔치에서 중앙대를 차수별 대회인 2차 리그 우승으로 이끈 것이다. 실업농구의 양대 기둥인 삼성, 현대가 건재한 시절에 중앙대가 일으킨 반란은, 93-94시즌 연세대의 우승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3학년이 되던 1986년에는 국가대표 부동의 가드로 자리를 굳힌다. ‘슛도사’ 이충희와 ‘전자슈터’ 김현준이 허재의 패스를 젖줄 삼아 열대어처럼 코트를 누비던 한국 외곽농구의 진정한 전성기가 바로 이때였다. 같은 해 1월의 말레이시아 ABC에서 한국은 숙적 중국을 제압했고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을 따낸다. 1987년엔 단국대와의 대학농구연맹전에서 혼자 75득점을 올리는 ‘서커스’를 연출하며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됨으로써 멋진 졸업작품을 남긴다. 체력이 바탕이 된 경기력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당시를 허재의 진정한 전성기였다고 평가하는 농구전문가들이 의외로 많다. 중앙대 진학 이후의 허재는 이미 매스컴에 노출될 대로 노출되어서 신비감은 사라지고 진정한 영웅으로서 코트의 제왕으로 행동하고 사고하게 된다. 허재가 자신과 떼어서 생각하기 어려운 ‘90년대 최고의 팀’ 기아에 스카우트되던 해에, 그는 88올림픽 개회식 행사에서 선수 선서를 맡는 영광을 맛본다. 허재는 핸드볼 대표팀 골키퍼 손미나와 함께 단상에 올라 우렁찬 목소리로 선수선서를 함으로써 세계인의 시선을 모으게 된다. 당시 그는 한국 농구의 얼굴인 동시에 한국 스포츠의 얼굴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었다. 그해 12월 8일, 허재는 국민대를 상대로 실업팀 선수로서 농구대잔치 데뷔전을 치른다. 27득점, 18리바운드. 이 순간을 시작으로 한국 농구의 세력판도는 완전히 재편되고 기아의 10여년에 걸친 장기집권이 시작된다. 기아의 90년대는 미국 프로농구 최고의 명문 보스턴 셀틱스의 60년대에 비견될만한 영광의 시간이었다. 허재는 기아 소속으로 출전한 여덟 차례 농구대잔치에서 93-94 시즌 연세대에 우승을 내주었을 뿐 모두 7차례 우승의 주역이 되었다. 최우수선수(MVP) 타이틀 획득은 두번에 그쳤으나 아마추어농구 특유의 나눠먹기의 결과였을 뿐 농구팬들은 누가 진정한 MVP였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95-96농구대잔치 우승을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시대는 막을 내린다. 허재는, 그리고 한국농구는 프로의 세계로 뛰어든다. KBL기록 시즌 소속팀 출전경기 평균출전시간 PPG RPG APG 총스틸    -97  기아     20     31분42초    15.8     2.0     5.2     43 97-98  기아      37     27분44초    15.0     3.4     3.5     50 98-99  나래      45     30분54초    17.1     4.8    5.0   99 99-00  삼보      39     34분26초    16.5     4.3    5.3   76 농구대잔치 통산 기록 출전경기 출전시간(평균)   득점(평균)  리바운드(평균) 어시스트(평균) 217    8001분5초(36분) 5,407(24.91) 1,413(6.51)   767(3.53) 허재의 선수 생명은 40세? 지난 90년，당시 연세대 재학중이던 문경은（현재 프로농구 삼성）이 ‘제２의 이충희’로 각광받으며 거칠 것 없이 스타덤의 정상으로 치달을 때의 일이다．태릉의 한 매운탕집에서 필자를 만난 중앙대 정봉섭 체육부장은 조금 열을 받은 듯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문경은 만한 슛성공률을 지닌 선수는 대한민국에 넘쳐날 정도로 많다．그러나 한국농구에 허재같은 선수는 과거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다시 없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자신의 제자를 지나치게 감싸고 띄운다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그러나 세월이 가고 조금이나마 농구에 눈이 트이면서 정부장의 말이야말로 진리중의 진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곤 한다． 정부장의 말을，필자는 연세대 최희암 감독에게서 들었고 고려대 체육위원회의 박한 위원장에게서도 들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제２의 허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조금만 싹수가 보이는 고교선수라면 너나없이 제２의 허재라는 찬사를 들었다．오성식(프로농구 LG)이 그랬고 조우현(프로농구 동양)이 그랬으며 양희승(프로농구 LG), 정훈(성균관대)등도 그랬다．그러나 허재를 대신할 선수는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허재의 그 무엇이 그토록 위대한가？ 무엇이 올해 나이 35살이나 된 허재를 아직도 억대 연봉을 받는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 자리에 머무를 수 있게 하는가? 지난시즌 신인왕 김성철은 “아직도 젖먹이나 다름없는 후배들과 경기하면서도 절대 양보를 모른다．비록 경기에서 이겼을 때라도 허재형에게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허재의 농구가 위대한 것은 그가 전 부문에 걸쳐 완벽한 기술을 갖췄기 때문만은 아니다．적어도 기록만 놓고 볼 때 허재의 득점력은 분명히 현주엽이나 문경은에게 뒤진다．리바운드는 서장훈한테 안된다．어시스트는 이상민과 강동희가 많다．스틸은 강동희，주희정 등 전문 ‘쓰리꾼’들의 전매특허다. 도대체 뭐가 뛰어나단 말인가？ 허재는 다 갖췄지만 조금씩 부족한 구석이 있다．그러나 조금씩 부족한 듯한 그 기량을 일단 코트에만 올라가면 남김없이 발휘한다．뛰어난 슈팅력을 지닌 슈터들도 승부의 기로에서는 림을 두려워 하는데 비해 허재는 자신의 모든 슛이 성공할 것처럼 자신 있게 바스켓과 대결한다．이 자신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야말로 허재가 평범한 선수와 다른 점이다． 부러진 손과 뒤틀린 허리로 거의 혼자 뛰는 경기를 펼친 끝에 현대를 상대로 3승을 뽑아낸 98년 챔피언결정전을 기억해보라．예사로운가？ 무릎부상에 허덕이면서도 기어이 결승골을 뽑아낸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과의 경기，인대가 끊어진 왼손으로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지난 시즌의 대분전은 평범한 선수가 보여줄 수 있는 농구가 아니다． 허재의 농구인생이 언제 끝날지는 모른다．허재는 이미 프로농구가 출범할 무렵부터 은퇴가 임박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도’ 건재하다．그럼 언제？ 여기에 힌트가 있다．나름대로 허재를 잘 이해하고 있는 연세대 최희암 감독은 “대한민국 최고의 테크니션인 허재는 마음만 먹으면 40살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품위’다．허재는 “한계에 도달했을 때는 주저없이 유니폼을 벗겠다”고 했다．허재가 말하는 한계는 “어려울 때 투입돼 매듭을 풀어주는 해결사”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허재는 “내손으로 시작해서 내 손으로 끝낼 수 없을 때”，그러니까 “팀을 이기게 해줄 수 없을 때”를 한계로 생각한다．그러니 그의 은퇴시기를 누가 알수 있겠는가？ 일설에는 다음 시즌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한다．이 점괘를 놓고 자신만만하게 내기를 걸 용기가 있는 세칭 ‘농구 전문가’가 과연 있을까? <div class="autosourcing-stub">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