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말 걸기
초연 김은자
한국문학방송, 2016. 10. 1. - 160페이지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에
새하얀 세일러복을 입혀서
나를 자전거 뒤에 태웠다.
시골 고향 마을을 여기 저기
나를 태워서 데리고 다니시던
그리운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하면
무엇이든 제일 잘 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난 순진해서 정말 제일 잘 했는지 알았다.
그게 아닌데도 기를 살려주시려고
언제나 칭찬을 많이도 했던 나의 아버지.
초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아버지는 가끔 약주를 드시고 오시면
내 볼에 뽀뽀를 하자고 했다.
나는 그게 싫어서 도망을 다녔다.
아마도 아버지의 수염이 따가워서 그랬지 싶다.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는
내가 아가들의 엄마가 되고서야
뒤늦게 알았다.
아버지의 무한 사랑은
내가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
싫으셨던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결혼을 늦게 하였다.
모든 것이 늦되는 시골 소녀는
아버지의 바램 이었던
법조계의 판검사를 하지 않고
사범대학을 가서 가르치는 직업을 가졌다. 강의실에서의 인연들과
유학 생활 등은
내가 살아온 인생행로의 정거장과도 같다.
내 인생의 하늘인 아버지와 어머니의
바다 같은 사랑을 나이가 들수록
더욱 깨닫게 되는
늦되는 여식은
반세기를 가르치는 일에 몰두하였다.
모든 소리는 공허한 메아리로
허공에 흩어진 것도 참 늦게야 깨달았다.
글을 쓴다는 작업은
알알이 자국을 남기며 영원을 약속한다는 것도
이제야 알아차려서
서투른 걸음마를 띠고 있다.
내 삶의 밑그림에
마중물 같은 가족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나니
그저 수다스럽다고 느껴지고
부끄럽기가 그지없다.
견직물을 손빨래를 할 때
마지막에 헹구는 물에 식초 한 방울을 넣어
빨래를 그 물에 흔들었다가 널어 말린다.
그러면 마른 후에 비단 옷만이 가지는
비단소리가 치마를 입고 움직이는 너울 따라
바이올린 현의 여운처럼 우아한 소리를 낸다.
이를 비단소리라 칭한다.
괴테는 “영원히 여성적인 것,
그것이 우리를 인도 한다.” 는 말을 남겼다.
비단의 부드러움은 여성을 상징하지 싶다.
비단 옷을 입고, 어두운 밤에 비단소리를 내며
거리를 걸어보았자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해도 그 자체의 품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빛이 있는 장소에서 비단 옷을 입으면
그 색채와 무늬와 비단 소리까지
드러낼 수가 있다고 한다.
내게 집필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어휘의 조합으로 엮어내던
강의는 자취 없는 소멸뿐이었다.
문자의 향기들로 언어의 다발을 묶어 놓으면,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향을 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도
역시 나는 늦게야 알아 차렸다.
하여, 7학년인 지금에야
삶의 조각들을 짜깁기 하듯
한편의 소박한 밥상 같은
수필들을 엮어보았다.
누가 꼭 읽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 삶의 흔적을 조금만 쏟아 그려보고 싶었다. 그래 누군가 이 책을 고단한 쉼터에서
곁에 머물게 해 주기만 해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삼첩반상 같은 상차림을 했다.
작은 소망이라면 한분이라도
이 글의 향이 잠깐의 친구가 되어
위로의 손난로가 되어 준다면
더 없는 기쁨이고 영광이겠다.
끝으로 책이 나오기까지
글쓰기에 대한 용기와 격려는 물론이려니와
교열과 작품해설까지 일체의 일을 도맡아 주신
눈재 한상렬 교수님의 전적인 노고에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드리며,
내가 사랑하는 먼저 가신 부모님
그리고 가족들과
세상에서 나와 교감한 모든 이 에게
이 책을 바치고 싶다.
― 김은자, 책머리글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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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보 (2016)
● 초연 김은자
△동국대 행정대학원 졸업(석사)
△《에세이포레⟫수필, 《문예춘추》 시 등단
△문고목문학회 회장. 종로포엠문학회 회장. 문예춘추문인협회 부회장. 강남포에트리문학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역옹인문학당 부학장
△한국전자문학상, 문예춘추수필문학상, 빅톨위고문학상 금상, 현대문학100주년기념문학상, 21세기뉴코리아문학상 최고상, 한국전자저술상, 역옹인문학상, 박경리추모문학상, 석좌시인금관장장, 대한민국서예대전 입선. 세계서법문화대전 동상, 금파미술대전 특선, 앙데팡당아트프라이즈전시회 동상 수상.
△시집 『불꽃은 영원하리』 등 16권
△수필집 『내 귀에 말 걸기』 등 20권
△소설 『어진 땅의 소리 결』 등 2권
도서 문헌정보
제목 내 귀에 말 걸기
저자 초연 김은자
발행인 한국문학방송, 2016
ISBN 9791133205448
길이 16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