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三 章
극락원(極樂願)
- 주먹은 자존심보다 강하다
소걸개 이심방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전음으로 알려줄 수도 없었다.
전음을 감청하는 아운의 실력을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아운은 더 이상 들을만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고 왕방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는 저 두 사람의 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왕방은 냉정한 표정으로 아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유가 있어서 여자를 납치하려 하였지만, 그것은 개방의 비밀이니 함부로
말해줄 수 없다. 이것은 개방의 일이다. 개방은 정파고, 우리가 행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단지 그 이면에 숨은 비밀은 방파의 비밀이므로 말할 수
없을 뿐이다. 무림에서 타 문파의 일에 끼어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너희들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나를 풀어주고 이 일에서 빠져라! 그러면 육사제의 면을 보아 이번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다."
"야한."
"추웅!"
고함과 함께 야한이 날아왔다.
"이 자식 교육 좀 시켜라!"
아운의 명령에 야한의 눈에는 희열의 빛이 어렸다.
마치 장난감을 받은 아니처럼, 눈동자가 초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흐흐, 맡겨 놓으십시오."
이젠 완전히 아운의 수하가 된 야한이었다. 언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지켜보는 흑칠랑의 얼굴이 구져졌다.
자신도 언제인가 저렇게 되지 말란 보장이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도 아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고 있으니 사실상 수하로
전락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흑칠랑은 꿋꿋하게 말하길. 아운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그의 뜻을 따르는 척 할 뿐이라고 했었다.
'정신 바싹 차리자. 괜히 도전도 못하고 쫄따구로 떨어지면 죽은 스승님이
무덤에서 뛰어 나오실지도 모른다.'
속으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왠지 야한이 부러워지는 흑칠랑이었다.
한편 아운의 말을 들은 소걸개 이심방의 얼굴이 참혹하게 변했다.
개방의 수많은 사형제들 중에서, 평소 자신과는 정말 친해질 수 없는 사람
중 한 명이 삼사형인 왕방이었다.
서로 사부가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왕방의 성품은 오만하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 성격상으로도 소걸개와 잘 맞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개방 안에서의 갈등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개방 내에서의
갈등 문제는 그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개방만이 아니라 구대문파나
오대세가 등 정파라면 어디서나 겪고 있는 문제였다.
그 문제는 너무 심각했고, 소걸개와 왕방은 서로 입장이 달라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처지였다.
그들은 서로 보고도 간단하게 인사만 하는 정도였다.
둘 다 개방의 십결에 속해 있지만, 이심방이 왕방을 본 것은 겨우 몇 번에
불과했다.
지금 이심방이 왕방의 얼굴을 본 것도 삼 년만의 일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지만, 그래도 사문의 사형이었다.
자신의 사형이 당할 판에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이심방은 아운의 살기 가득한 눈을 보고 그냥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말했다간 자신도 맞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낀 것이다. 그리고 언뜻
삼사형은 맞아도 싸다는 변명을 하면서 눈을 감아 버렸다.
야한이 품안에서 도끼 자루를 꺼내며 말했다.
"관리 나으리 아가씨를 데리고 마차 안으로 들어가시오. 그리고 절대 밖을
보지 못하도록 하시오."
상명운은 얼른 고희란을 마차 안으로 들어가게 하였다.
그녀들이 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야한이 왕방을 보고 미소를 머금었다.
왕방은 아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야한과 도끼 자루를 보면서 어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허, 네 놈은 설마 그것으로 나를 치려는 것이냐! 나는 개방의 ........
꺼걱."
말이 끝까지 나올 리가 없었다.
야한은 정말 도끼로 장작을 패듯이 있는 힘껏 내리쳤는데, 도끼 자루는
말하고 있는 왕방의 머리통을 인정사정없이 작렬하였다.
뻐걱!
하는 소리가 들리며 말을 하던 왕방의 눈이 뒤집어 졌다.
하지만 그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했다.
야한은 몸을 회전하며 그 힘까지 더해서 도끼자루로 왕방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왕방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렇게 맞고도 왕방이 즉사 하지 않은 것은 야한이 아운에게서 물려받은
기술 때문이라 할 수 있었다.
사람 때리는 기술.
아운이 매질을 할때 보아둔 방법대로, 정확하게 상대의 사혈을 피하고 기를
조절하여 때리는 방법은, 손맛이 있었고 마음을 즐겁게 하는 힘이 있었다.
이 야릇한 통쾌함이여.
세상이 누가 그 맛을 알랴?
흑칠랑은 그것을 변태로 가는 지름길이요 중독성이라고 했지만, 야한은
예술로의 승화라고 믿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난타였다.
이는 원시 예술의 지나침이요, 살과 뼈의 교묘한 음률의 조화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순전히 야한의 광기에 찬 생각일 뿐이었다.
왕방은 기절할라치면, 그 다음에 날아온 도끼 자루가 교묘하게 그의 혈을
쳐서 기절할 수 없게 만들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 때문에 입이 굳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상대는 정말 인정사정없이 도끼 자루를 휘두르고 있었는데, 고통이
고통이지만 금방이라도 맞아 죽을 것 같은 공포는 왕방의 정신을 완전히
붕괴시켜 놓았다.
입으로 거품을 물고 몸을 푸들거리는 왕방의 모습을 보면서 금룡단원들은
아운이나 야한과는 절대로 적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하늘에 대고 맹세를
하는 중이었다.
무려 반 각(칠분) 동안 마음의 응어리를 푼 야한이 개운한 표정으로 아운을
보면서 물었다.
"이제 칠만큼 쳤으니 죽일까요?"
그 말을 들은 금룡단원들 표정이 어땠을까? 상명운과 세 명의 호위무사들은
혼이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들도 눈치는 있다.
지금 야한이 하는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정도는 안다.
살기조차 없이 말하는 야한의 표정을 보고 살 떨리지 않을 인간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리라.
왕방은 그제야 정말 자신이 죽을 거란 사실을 인정했다. 이미 맞고 있을
때 그것을 깨우쳤지만, 생각을 정리할 만한 정신이 없었다.
이미 똥오줌을 지린 줄도 모르고 있는 상태니, 그에게 다른 것을 기대한다는
것조차 무리였다. 그리고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복면인들의 표정은? 복면
때문에 알 수가 없다.
소걸개는 급했다.
그래도 사문의 사형이 아닌가.
"단주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왕 사형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운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득? 그런 귀찮은 짓을 왜 해야 하지? 그냥 죽이고 다른 놈에게 물으면
되지. 아직 인간 많잖아. 뭐 싫다고 하면 그냥 다 죽이고 말지. 난 별로
알고 싶지도 않다."
소걸개는 할 말이 없었다.
보고 있던 복면인들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이미 왕방이 맞을 때부터 반항은
포기하고 있던 그들이었다.
복면인 하나가 죽어라고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땅바닥에 납작 엎드린 다음
말했다.
"제, 제가 말하겠습니다. 그러니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집에......."
아운은 영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상대의 말을 끊었다.
"집에 아픈 노모가 계시고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냐?"
"그, 그게......."
"그럼 네 놈은 저 사람들 죽일 때 그런 거 생각하고 죽였냐? 그리고 네 놈이
지금 나랑 협상을 하자고 했느냐?"
"그, 그게......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제발 용서를. 제가 다 말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아운은 발로 복면인의 턱을 차 버렸다.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인의 턱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는 원래
자리로 날아가 거꾸로 쳐 박혔다.
아운은 복면인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놈이 말해봐라!"
아운이 가리킨 복면인은 아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저 여자들은 극락원(極樂願)에서 사용하려고 했었습니다."
"극락원?"
아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소걸개 이심방을 바라보았다.
이심방은 극락원이란 말을 듣고 얼굴이 붉게 물이 들었다.
주먹을 꾸욱 쥐었다가 다시 편다.
이심방뿐만 아니라 극락원이란 말을 들은 몽진나한과 우영의 표정도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들은 최소한 극락원이란 말을 들어본 표정들이었다.
아운은 더욱 궁금했다.
"거지, 극락원이 뭔가?"
이심방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자신의 입으로는 말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운은 이심방의 표정을 보았다가 이번엔 다시 복면인을 보고 말했다.
"극락원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보아라."
"그, 그게 저....."
복면인이 꾸물거리자 아운은 냉정하게 말했다.
"야한, 정신이 들게 해줘라!"
아운의 명령이 떨어지기다 무섭게 야한이 도끼 자루를 들었다.
복면인은 기겁을 하고 소리를 질렀다.
"마, 말하겠......"
빠각!
"크헉."
"흐흐, 늦었다. 이 놈."
야한은 신이 나서 도끼자루를 휘둘렀는데, 어느새 도끼자루는 다시 타인의
피를 뒤집어쓰고 시뻘겋게 단풍이 들어 있었다.
왕방에 비교할 만큼 맞은 복면인의 검은 복면이 얼룩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운은 도끼 자루를 들어 올리며 나머지 복면인들을 주시하였다.
모두 얼어붙은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명이 겨우 용기를 내어 말했다.
"다, 당신들은 개방이 무섭지 않단 말이요? 이러다가 개방의 고수들이
온다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요. 그러니......."
그 말을 들은 야한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이 한심한 종자야.
너는 어디 살다 온 놈이기에 개방의 소걸개 이심방이
금룡단에 들어간 사실도 모른단 말이냐?
너도 개방의 거지같은데 모두 멍청한 놈들만 모아 놓은 것인가?
아니면 세상이레 귀를 막은 종자들만 여기 온 것인가?
어째서 지금 나타난 무리가 무림맹의 금룡단이란 사실을
모른단 말이냐?
더군다나 금룡단의 단주님은 권왕 아운님이시란 말이다.
네 놈은 천하무적권 아운님의 이야기도 못 들었단 말이냐?
거 정말 한심한 놈이네."
복면인의 눈이 급격하게 수축되어 갔다.
권왕이라니.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이름이란 말인가?
이건 재앙이었다.
"권, 권왕."
"으흐흐."
복면인들의 눈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누구인줄 알자 모든 걸
포기하고 말았다.
이건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제야 개방의 이심방이 금룡단원이 되었었다는 생각을 끄집어낸 그들이었다.
어쩌다가 이제야 생각을 했단 말인가.
왕방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어갔다.
왕방과 복면인들은 오늘로서 자신들의 인생이 종쳤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상대가 권왕이라면 더 이상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그가 어떤 인간인지는 세상이 다 알고 그들고 안다.
그 무시무시한 권왕이 그들 중 한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놈이 말해 보아라! 극락원이 뭐냐?"
복면인은 그래도 머뭇거리다가 야한이 도끼 자루를 들어 올리자 급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극락원은 특별한 회원들만이 출입할 수 있는 비밀 기루를 말합니다."
"특별회원? 비밀 기루?"
"그렇습니다."
"허, 그러니까 명문 정파인 개방에서 비밀리에 고급 기루를 운영하고 있고,
그 기루 안의 여자들은 납치해서 쓴다 이거지."
복면인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개방이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조금 도와주는 것일 뿐입니다."
그것을 믿을 바보는 없었다.
요는 개방의 인물이 여자를 직접 납치하려 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개방 방주의 직전 제자가.
아운은 이심방을 바라보았다.
이심방은 더 이상 빠져 나갈 구석이 없음을 알고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저도 있다는 말만 들었지, 설마 정말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여자까지 납치해서 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아운은 이심방의 표정을 보고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가 알아듣기 편하게 말해라!"
이심방은 잠시 호흡을 하였다가 말했다.
"개방이 아닙니다. 제가 들은 바로는 무림맹의 장로들이 극락원이라는 곳을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한두 번 들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설마
정말 존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네 놈의 말에 따르면 극락원은 개방뿐만 아니라 다른 문파들도
운영하고 있다는 말이군. 아니 개방의 장로뿐만 아니라 무림맹의 장로들,
그 중에서도 동심맹이란 곳의 늙은이들이겠지. 그런가?"
이심방은 난감한 표정으로 우영과 몽진나한, 그리고 정명호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들이 잠시 서로 마주 본 다음, 이삼방은 결심을 한 듯이
아운을 보았다.
"극락원에 대한 이야기는 가끔 들었지만 저조차 정말로 그런 곳이 있으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들은 대로라면 그 곳은 문파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닙니다. 정확하게는 무림맹의 장로들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문파에서 장로원의 장로들을 따르는 자들이 돕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곳이 정확하게 무엇을 하는 곳인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그저 그런 곳이 있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이게 다입니다."
그 말을 들은 아운은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이심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파의 기둥이라고 떠벌리던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가 썩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들 모두가 그렇게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기회를 주겠다. 각 문파들의 상황에 대해서 말해보라!"
이심방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기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장 위라고 할 수 있는 태상장로가 썩었는데, 그 밑이 깨끗하다고 하면
누가 믿을 것인가?
이젠 더 이상 감출 것도 없었다.
"혈궁대전 이후 무림맹이 생기고 신수 조장야이 맹주로 추대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큰 전공을 세웠던 자들 중 삼십삼 명이 장로라는 신분으로
무림맹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무림맹의 맹주는
자신이 가졌던 권력들을 장로원에 이양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데
언제부터인가 장로원의 장로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정확하게 언제부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장로들은 권력이란 꿀물에 물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자신만의 세력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손에 쥔
권력을 유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장로직을
영원히 유지하게 만든 것도 그들이고 장로들에게 힘을 부여한 것도 그들
자신들이었습니다. 맹주는 그것을 인정했으니 공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힘을 얻은 그들은 자신들끼리 뭉쳐서 동심맹이란 세력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권력에 맛을 들인 장로들은 각 문파에서 최고 어른이자,
가장 무공이 강한 분들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분들의 힘이 곧 자파의
힘이라고 생각해서 각 문파마다 장로가 된 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한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을 어느 새인가 변질되었고,
자파에 자신만의 세력을 심기 시작했으며,
이젠 자신의 문파에 칠할 이상의
힘을 쥐고 있는 실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힘을 유지하고
더 큰 힘과 권력을 얻기 위해 막대한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였고,
무림맹은 뇌물이
성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보조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 극락원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도 설마 정말로 극락원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흠, 맹주가 어떤 생각으로 장로들에게 그만한 힘을 허락했는지는 모르지만,
각 문파에서는 그들이 그렇게 되도록 보고만 있었단 말인가?"
"각 문파마다 몇몇 현인들이 있어서 저지하려 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은 각 문파의 최고 고수였고, 위치도 최고의 수장들
이었습니다.
쉽게 누가 나서서 그들을 자제 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권력의 달콤함은 정파를 병들게 하였고,
각 문파의
칠할 이상이 장로원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뜻이 있는 자들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각 문파마다 뜻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던 문파를 바로 잡아 보려고 지금도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너무 힘이 미약해 시간이 지날수록 장로원의 달콤함에 흡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격하게 반항하려 했던 자들은 알게 모르게 죽어간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저 숨죽이고 지켜만 보고 있을 뿐입니다.
각 문파마다 이렇게 두 패로 나뉘어 서로 앙숙으로 지내지만, 뜻이 있는
지사들은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과 큰 차이는 없었다.
몰론 초기에 장로원에서 서로 큰 힘을 차지하기 위해 각 문파마다
힘겨루기를 하였고, 그게 모태가 되어서 지금의 상황이 되었다는 사실이
빠졌지만, 그 외에는 비슷했다.
그래도 극락원은 아운에게나 금룡단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설마 정파의 구심점이라는 장로원의 장로들이 아무도 모르게 여자들을
납치 해다가 기루까지 운영할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다 좋은데 돈 때문이라 이거지. 과연 그럴가? 꼭 그것 때문일까?"
아운은 왕방을 살펴보면서 이심방에게 확인하듯이 묻고 있었다.
이심방은 아운이 무슨 의미로 묻는지 몰라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아운의 얼굴만 본다.
"돈이라면 이런 저런 청탁으로 들어오는 돈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군."
이심방이나 몽진나한, 우영, 정명호 그리고 화산의 운몽, 남궁단 등은
얼굴이 핼쑥해진 채로 아운을 보고 있었다.
그들도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리고 아운이 한 말뜻을 생각해
보았지만 그들로서는 어느 것도 짐작하기 어려웠다.
문제는 여기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것을 아는 것도 두려웠다. 그들은
모두 장로원에 장로들을 두고 있는 문파들이었고, 동심맹이 있다면 자파의
어른들이 그 곳에 속해 있을 확률이 가장 높았다.
아운은 그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고 갑자기 명령을
내렸다.
"모두 복면을 벗겨라!"
아운의 명령이 떨어지자, 십여 명의 복면이 전부 벗겨졌다.
그들의 정체는 모두 개방의 제자들이거나 개방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문파의 문도들이었다.
이심방은 맥이 빠진 표정으로 그들을 살피면서 아운의 눈치를 보았다.
아운은 냉정한 시선으로 소걸개 이심방을 보면서 말했다.
"멍청한 놈. 그따위로 물러서서는 자신의 사문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언제까지 뒤에 서서 보고만 있을 것인가? 이제 조금 더 지나면 고치려야
고칠 수도 없게 된다. 지금도 많이 늦었지만 희망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전에도 말했지만 지금은 개방도가 아니라 금룡단원임을 명심해라!
세상에 그 무엇보다도 그것이 먼저다.
너희들도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운의 호통에 이심방이나 몽진나한 등은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문득 몽진나한은 아운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행동으로 말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들었다.
'아미타불, 어쩌면 무림맹에서의 일과 지금 무림의 상황은 하나로
맞물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권왕은 그것을 알고 우리에게
무엇인가 알려주려 하는 것이 아닐까?'
몽진은 금룡단원들을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하인이 되려다가 다시
금룡단원으로 환원된 자들을 포함해서 금룡단의 면면이 심상치 않았다.
나름대로 각파의 수재 소리를 들었던 자들이고, 그 심성이 나쁘지 않아
각 문파의 주류라 할 수 있는 장로원의 원로파와는 잘 어울리지 못하던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구파일방이나 제법 정파라고 알려진 문파들에 골고루
포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들 문파들 중 일부는 빠진 곳도 있고
이름조차 없는 중소문파의 제자나 자제들도 있지만 한 가지 색깔은
확실했다.
모두 나름대로 자파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고 있던 자들이거나 겉돌던
자들, 그리고 정말 협사로서의 기질을 가진 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설마......'
몽진은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지만, 실현 가능한 일이 아닐 것
같아서 애써 지운다.
아운의 호통은 이심방뿐만 아니라 금룡단의 가슴을 흔들어 놓았다.
그들은 처음으로 자파의 어떤 점에 대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운은 왕방을 돌아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썩은 곳은 완전히 도려내는 것이 좋다. 그냥 두면 온 몸이 다 썩고 말지.
그렇다고 다 죽일순 없지만 이렇게는 할 수 있지."
아운은 발로 왕방의 단전을 차 버렸다.
퍽! 소리가 들리는 순간 왕방의 눈에서 생기가 꺼져 버렸다.
내공이 사라진 것이다.
아운은 복면인들을 돌아보며 야한에게 말했다.
"저놈들 모두에게 평등의 법칙을 적용하라!"
야한의 눈에 광기가 어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흐흐."
그런데 갑자기 흑칠랑이 뛰어 와서 야한의 도끼 자루를 빼앗아 들면서
말했다.
"흠흠, 후배는 좀 쉬게. 아까부터 고생했으니 이젠 내가 고생 좀하지."
흑칠랑의 말에 야한의 눈이 세모로 변했다.
"아니, 내가 언제 선배에게 내 대신을 하라고 했소? 그리고 내가 언제
흠들다고 했소?"
흑칠랑이 눈에 살기를 띠고 야한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이놈이 내가 대신 고생하겠다는데 성의를 무시하네. 요즘 기분도 그런데
내게 도전 하는 거냐?"
말은 앞뒤가 이상하지만 뜻은 명확했다.
야한은 찔끔하고 말았다.
아직까지 천하제일살수는 흑칠랑이고 야한은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허.....험. 뭐 그렇다면야."
"그럼."
돌아서는 흑칠랑의 눈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야한은 속으로 욕을 해 댔지만, 어쩌랴.
주먹은 자존심보다 무서운 법이다.
"이야압."
고함과 함께 도끼 자루가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흑칠랑은 그날 십 년간 쌓인 불순물을 전부 토해놓고 있었으며, 아직
온전했던 복면인들을 모두 걸레로 만들어 놓았다.
보던 사람들은 오금이 저려서 모두 몸이 굳어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했다.
야한만이 억울해서 발을 동동 구르다 말았다.
피 먹은 도끼 자루는 점점 마물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운은 왕방을 보면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파의 후기지수란 자가 대가 너무 약하다. 그리고 조심성도 상실했구나.'
이유는 간단할 것이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아무 일도 없었기에 어느 정도 타성에 젖어
있었고, 걸려도 문제없이 처리되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부리는 자들고 거리낌이 없이 이런 일을 저리를 정도로
물들어 있거니와, 세상의 눈을 우습게볼 정도로 자신의 힘을 믿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을 제지할 만한 힘을 지닌 자들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심방 등이 극락원을 알면서 그 내부적인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그들의
내면에서 이 일을 본능적으로 거부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알아도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안다는 자체가
두려웠기에 피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