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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2천∼3천만 원대 수입차가 잘 팔리고 있다. 국산차 값이 꾸준히 올라 이제는 웬만한 중형차를 살 돈이면 엔트리급 수입차를 넘볼 수 있게 되었다. 수입차 업체들이 저렴한 모델을 경쟁적으로 들여오고 있는 가운데 올해 안에 메르세데스 벤츠까지 경제형 모델 B클래스를 투입할 예정. 독자들의 뜨거운 요청을 받아들여 2천∼3천만 원대 엔트리급 수입차를 한자리에 모았다. 닷지 캘리버는 2천690만 원이라는 저렴한 값과 소형차 같지 않은 SUV 스타일을 뽐낸다. 월드 베스트셀러 혼다 시빅은 높은 완성도와 활기찬 파워트레인으로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값은 꽉 찬 2천만 원대(2천990만 원). 3천만 원대로 범위를 넓히면 디젤(HDi) 엔진의 경제성과 높은 활용성, 뛰어난 핸들링이 돋보이는 푸조 307SW나 유럽 소형차의 모범답안 폭스바겐 골프 등 유럽산 콤팩트카도 고를 수 있다. 2.4ℓ 휘발유 엔진을 얹은 볼보 S40은 작지만 프리미엄급 분위기가 짙은 차다. 독자들은 어떤 차가 가장 마음에 드는가? 비교시승에는 5대가 동원되었지만, 마지막 페이지에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2천만∼3천만 원대 수입차와 올해 새로 들어오거나 변경될 모델들이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이 수입차들은 고가의 사치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용(수입차)의 꼬리로 치부하기에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장점도 많다. 차급이 다르고 장비도 차이나지만 국산차와 수입차가 똑같은 위치에서 소비자의 평가를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일이다. 애국자(?)들은 불만이겠지만 진짜 자동차 매니아라면 휘파람을 불어야 하지 않을까? Dodge Caliber SXT 닷지가 2천만 원대 중반이라고? 닷지 캘리버는 포드 몬데오(2천660만 원)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수입차다. 특히 지금 판매되고 있는 몬데오는 2006년 파리 오토살롱에서 데뷔한 신형으로 바뀔 예정이어서 사실상 수입 새차로는 캘리버가 가장 저렴하다. 지난 12월 판매를 시작한 캘리버는 비슷한 시기(11월 29일)에 론칭한 혼다 시빅보다 싸 단번에 주목받는 자리에 올랐다.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었던 닷지는 커다란 다코타뿐이었다. 닷지 엠블럼을 단, SUV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캘리버. 과연 싼 비지떡일까, 국산차 가격에 손에 넣을 수 있는 실속형 수입차일까? 당당한 스타일이 매력 캘리버는 왜소한 소형세단이 아니다. 언뜻 보기에 SUV 같은 스타일에 커다란 닷지 엠블럼과 그릴로 당당한 모습을 자랑한다. 닷지의 패밀리룩을 쓴 얼굴도 개성적이지만 뒷모습과 옆모습이 더 매혹적이다. 실내에도 크로스오버 분위기는 계속된다. 크로스오버를 들먹일 필요 없이 일단 승용 세단보다 시트가 높지만 SUV처럼 낯설지는 않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현대 라비타, GM대우 레조와 비슷한 느낌. 실내는 심플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편의장비가 거의 없는 ‘깡통차’는 절대 아니다. 겨울에 유용한 앞좌석 2단계 열선 스위치나 음료수 온도조절 기능이 달린 글러브박스를 비롯해 전동식 선루프, 가죽시트, 안전장비(ABS, 듀얼 에어백 및 커튼 에어백), 오토 디밍 룸미러,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등 꽤나 다양한 장비를 갖추고 있다. 아쉬운 부분도 많다. 먼저 플라스틱 일색(급을 생각하면 당연하지만)인 내장재 마무리가 거칠다. 기어 노브와 도어록 스위치의 크롬이 촌스럽고, 송풍구 조절레버의 메탈색은 초등학생이 프라모델에 에나멜을 칠한 듯하다. 글러브박스는 댐퍼 없이 덜커덩 열리기 때문에 무릎을 조심해야 하고, 그 속에 물건을 넣고 뺄 때는 노출된 금속 모서리에 손등이 긁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엔진은 현대, 미쓰비시와 함께 쓰는 직렬 4기통 2.0ℓ 월드유닛으로, 쏘나타보다 14마력 높은 158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수치만 보면 엔진기술이 탁월한 혼다 시빅의 2.0ℓ i-VTEC보다 높다. 트랜스미션은 무단변속기(CVT) 한 가지. 효율이 좋고 연비에 유리하지만 이질적인 느낌으로 인해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다. 아이들링에서는 매우 조용하고 평범한 가속 때도 정숙성은 나무랄 데 없다. 이럴 때는 CVT의 이질감이 크지 않다. 그러나 액셀 페달을 꾹 밟으면 회전수가 높게 고정된 후 가속되는데, 고회전에서는 확실히 시끄럽고 자연스럽지 못하다. 특히 페달을 딸깍 하는 느낌이 날 때까지 끝까지 밟으면 회전수는 레드존 근방인 6천rpm 부근에서 고정되어 가속되는데, 엔진음의 변화가 없다 보니 소음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가속력은 답답하지 않아 시속 160∼170km까지 날렵하게 움직이고, 이후부터 시속 180∼190km까지는 조금 뜸을 들인다. 100km로 정속주행 때의 회전수는 2천rpm 전후로, 조용하고 연비에서도 유리하다. 회전수를 끌어올리지 않아도 제법 큰 토크가 느껴진다. 서스펜션의 탄력은 국산 승용차와 비슷한 수준. 국산 SUV를 기준으로 삼으면 제법 단단한 느낌이다. A필러가 두터워 코너링 때 시야가 답답한 것을 빼고는 코너링 성능이 무난한 편이다. 2천690만 원은 확실히 군침이 도는 가격임에 분명하다. 같은 엔진을 쓰는 쏘나타만 해도 선택장비를 붙이다 보면 2천만 원이 훌쩍 넘는다. 특히 캘리버는 소형세단이 아니라 SUV 느낌이어서 값에 대한 메리트가 더욱 크다. 요즘 국산 SUV는 손쉽게 2천만 원을 넘기 때문. 값과 스타일, 적당한 동력성능과 편의장비 등을 고려하면 자잘한 흠쯤은 눈감아 줄 만하다. Good ▲ 한국 시장을 위해 국내에서 덧댄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 스위치가 대시보드 아래쪽에 너무나도 생뚱맞게 달려 있지만 그게 어딘가. 없는 것보다 낫다. 작은 트립 컴퓨터 표시창에는 외부온도, 평균연비, 타이어 공기압 등 제법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Bad ▼ 뒷좌석이 너무 간단하다.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끈으로 당겨야 하고 그 흔한 암레스트도 없다. 뒷좌석까지 침범한 앞 센터콘솔(컵홀더)은 투박함이 지나쳐 웃음이 나온다. Honda Civic 2.0 국산 중형차냐, 일제 준중형차냐 혼다의 베스트셀러 소형차 시빅. 이 차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사실은 유럽형을 기대했다. 기자 주위에도 같은 생각을 가진 이가 많았다. 계란형 스타일의 유럽형 시빅은 일본과 미국에서 팔리는 노치백보다 훨씬 파격적이고 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타입R까지 수입된다면 더 바랄 게 있을까.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세단이었다. 1.8 대신 2.0 한 가지에 고급장비를 가득 넣어 가격은 꽉 찬 2천990만 원. 100만 원만 보태면 스타일 괜찮은 2.4ℓ급 CR-V(FF)를 살 수 있다. 2천만 원대 중반을 기대했기에 값에서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지만 대신 수입 모델은 최신 2.0ℓi-VTEC 155마력 엔진과 콤팩트카에서 보기 드문 5단 AT, 미쉐린 파일럿 HX MXM4 타이어, 주행안정장치 등 소형급을 뛰어넘는 고급장비를 얹고 있다. 소형차에도 흐르는 혼다의 열정적인 피 시빅의 얼굴은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하다. 눈매가 날카롭고 앞 유리창이 상당히 앞으로 전진한 캡포워드 스타일. 세단이지만 유럽형 시빅이 부럽지 않은 늘씬한 유선형. 트렁크가 짧아 이런 느낌이 더하다. 215/45 R17 사이즈의 타이어와 조합된 건메탈릭 휠이 은근한 내공을 내비친다. 실내는 외관보다 더 파격적이다. 영롱한 푸른빛을 내면서 계기판 한가운데 커다랗게 자리한 타코미터, 위쪽에 달린 디지털 속도계, 유럽형과 같은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 앞쪽 깊숙하게 자리한 은빛 기어 시프트 레버, 스티어링에 달린 패들 시프터……. 비디오 게임기 앞에 앉은 감각이다. 실내 공간은 국내 준중형차 수준으로, 의외로 푹신한 뒷좌석 시트가 눈에 띈다. 특히 뒤쪽 가운데 시트의 쿠션이 부드럽고, 바닥 중앙이 튀어나오지 않아 보기 좋고 편리하다. 겉보기와는 달리 트렁크도 제법 넓다. 실내 품질이나 감각적인 면에서는 캘리버를 능가한다. 2.0ℓ i-VTEC 엔진은 매우 활기차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정숙한 편이지만 드로틀을 과감하게 열면 어코드와 CR-V에서 경험한 4기통 i-VTEC의 활기찬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방음은 어코드나 CR-V보다 조금 떨어져 중간 이상의 회전영역에서는 AT를 얹은 국산 준중형차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고회전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6천800rpm부터 레드존이 시작되는 고회전형 엔진은 회전수가 상당히 올라가도 토크감이 유지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저회전에서는 정숙하고 평범하지만 고회전으로 치달을수록 혼다 특유의 스포티한 감각이 느껴진다. 5단 AT의 반응 역시 만족스럽다. 어코드와 마찬가지로 변속이 빠르고 동력 손실감이 적다. 서스펜션도 타이트한 맛이 살아 있으며 핸들링도 유럽차 부럽지 않다. 1980년대 말 수입차 시장이 개방되었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일본차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비싼 유럽 및 미국산 고급차보다 값싼 일본 소형차의 수입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컸다. 당시 국산차는 막 도약하려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대중차끼리 붙는다면 국산차의 열세가 분명했다. 여러 조사기관에서 일본 소형차는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승산이 없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일본차는 수입선 다변화품목에 묶여 한동안 들어오지 못했다. 이 때문에 구형 어코드처럼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가 수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수입차 베스트셀러 1, 2위를 렉서스 ES350과 혼다 CR-V가 차지하고 판매 10위권에 4모델이 들 정도로 일본차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급차를 주로 판매하는 렉서스도 주목할 만하지만 저렴한 모델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혼다의 행보가 더욱 관심을 끈다. 수입차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처음으로 상륙한 일본 소형차(준중형이지만)가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시빅은 국산 중형차에 기백만 원을 보태면 살 수 있지만 준중형차보다는 여전히 1천만 원 이상 비싸다. 시승 결과 시빅은 값이 저렴해 매혹적인 차는 분명 아니었다. 평범한 소형차이면서도 모터스포츠로 기술력을 쌓은 혼다의 열정이 매력적이었다. 활기찬 엔진과 트랜스미션 반응, 유럽차에 버금가는 탁월한 핸들링에서 혼다만의 선명한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금물. 고회전에서는 굉장히 민첩하지만 2천cc 자연흡기 엔진의 범주를 완전히 넘어설 정도로 파워풀하지는 않다. 심장 박동수를 높이기 전에는 지극히 무미건조한 엔진음도 감수해야 할 부분. Good ▲ 2천만 원대 수입차 중에서는 단연 품질감이 돋보인다. 값이 싸다고 성능까지 싼 것은 아니다. 젊고 참신한 콕핏이 매력 포인트. Bad ▼ 사람에 따라 그다지 끌리지 않을 수도 있는 외모. 1.8ℓ 엔진을 얹고 선택장비를 빼 값을 2천만 원대 중반 이하로 낮춘 모델을 들여오면 어떨까? 순정 튜닝용품까지 수입한다면 오너들의 지갑을 충분히 열 수 있을 것이다. Peugeot 307SW 2.0 HDi 거품을 뺀 값과 뛰어난 디자인 및 실용성 푸조가 이전에 팔았던 3천990만 원짜리 307SW 2.0 휘발유 모델은 2005년 45대, 2006년도 20대가 판매되는 등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디젤 엔진을 얹고 등장한 307SW HDi는 3천500만 원이라는 바겐세일 가격표와 적극적인 마케팅에 힘입어 석 달만에 264대가 팔렸다. 여세를 몰아 올 1월에는 307 2.0 HDi 해치백을 3천350만 원에 론칭, 디젤 승용차의 인기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해치백을 길게 늘인 307SW HDi는 공간 활용성에서 다른 차종을 압도한다. 길이가 4.428m밖에 안되지만 3열에 2개의 탈착식 시트를 붙이면 7명까지 탈 수 있고 2열 시트를 빼내 3열로 옮길 수 있는 등 시트배치가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낮에는 푸른 하늘과 길거리의 가로수가 보이고, 밤에는 별과 시내의 빌딩이 그려지는 파노라마 루프는 동승자를 황홀하게 만드는 자랑거리. 선루프처럼 열리지는 않지만 그게 어딘가. 지나치게 오픈되어 부담스럽다면 스위치를 눌러 플라스틱 커버를 칠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쳤다지만 처음 타는 사람은 찾기 힘든, 시트 아래쪽 모서리에 숨어 있는 열선 스위치나 바뀌지 않은 센터페시아 디자인, 플라스틱 패널의 품질이 아쉽다. 사람과 짐을 가득 실어도 부담이 없을 정도로 2천rpm부터 뿜어져 나오는 32.6kg·m의 최대토크는 충분한 가속력을 보인다. 앞바퀴굴림에 무거운 디젤 엔진을 얹고도 제법 날카롭게 돌아가는 핸들링은 칭찬할 만하지만 앞머리가 돌고 나서 뒤가 따라온다는 느낌도 있다. 착좌감과 홀딩감이 뛰어난 가죽-천 버켓시트, 커다란 17인치 휠과 타이어는 307SW를 RC 버전이 아닌가 착각하게 만든다. 공인연비는 14.2km/ℓ로 디젤 엔진의 폭스바겐 골프 TDI(15.5km/ℓ)보다 떨어지는 수준. 국산 2.0ℓ 디젤 승용차와는 그다지 차이나지 않는다. 푸조 307SW HDi는 내장재 품질이나 마무리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이 급에서 바랄 게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용성과 공간 활용성이 돋보인다. 파노라마 루프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고, 미세먼지필터(DPF)까지 장착한 전통의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지긋한 파워와 RC라인 수준의 뛰어난 핸들링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프랑스에서 실어온 운송비와 높은 세금이 붙고도 3천550만 원(2007년형). 꽤 호소력 있는 가격이다. Good ▲ 개성 있는 디자인과 활용도 100%의 넓은 실내. 감탄사가 나오는 파노라마 루프와 거품이 빠진 3천550만 원의 가격이 메리트. Bad ▼ 애매한 위치에 온/오프만 되는 열선 스위치. 페이스리프트를 거쳤음에도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실내 디자인과 품질이 아쉽다. Volkswagen Golf 2.0 TDI 국내에서 즐기는 유럽형 카라이프 골프는 폭스바겐의 효자 모델이다. 지난해 2천990만 원에서 시작되는 엔트리 모델 2.0 FSI가 209대 팔렸고 TDI는 221대, 가장 비싼 4천50만 원의 GTI도 334대나 팔리는 등 골프 만 764대가 판매되었다. 그 중 3천620만 원의 골프 TDI는 해치백의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성, 디젤 엔진의 좋은 연비와 뛰어난 가속력 등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골프 TDI는 전형적인 유럽 취향의 차다. 디젤 엔진음이 적당히 들려오고 인테리어도 수수하다. 유럽 C세그먼트 차들의 시트가 으레 그렇듯이, 가장자리 부분이 두툼한 버켓형 가죽시트는 조금 딱딱한 편이다. 작아 보이는 해치백 차체지만 뒷좌석의 머리공간이나 앉았을 때의 무릎과 다리공간은 충분하다. 열선 시트와 선글라스 보관함, 선루프, 그리고 10개의 스피커 등 편의장비도 풍부하다. 그러나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등받이 각도조절 다이얼은 시트 옆쪽에 깊이 박혀 있는데다 뻑뻑해서 조작하기가 힘들다. 유로4 배기규정을 만족시키는 2.0ℓ TDI 엔진의 가장 큰 매력은 2천rpm 부근에서 나오기 시작하는 32.6kg·m의 커다란 토크다. 이때의 토크감이 워낙 커 정지상태에서 1천rpm 후반까지 더디게 느껴지지만 이후에는 기계적인 디젤 음색을 내뿜으며 운전자의 등을 시트에 밀착시킨다. 코너를 돌고 나서 가속할 때나 직선로에서 다른 차를 추월할 때는 별다른 다운시프트나 킥다운 없이 낮은 rpm부터 두텁게 나오는 토크가 밀어 주는 펀치력이 대단하다. 195/65 R15 사이즈의 타이어가 큰 토크를 견디지 못하고 종종 휠스핀을 내는 점은 옥의 티. 가끔씩 코너에서 횡G를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며 앞머리가 라인 밖으로 나가는 언더스티어도 감수해야 한다. 골프 TDI의 또 다른 매력은 반자동 DSG 트랜스미션. AT처럼 편리하면서도 토크 컨버터를 사용하지 않아 동력 손실이 적고, 연비가 좋으며 다운시프트시 회전수까지 보상된다. 다만 DSG의 특성상 언덕에서 조금 밀리고, 액셀워크 초기에 조금 거칠고 더딘 감이 있다. 골프 TDI는 시원스럽게 뻗어 나가는 가속력과 밟아도 밟아도 떨어질 줄 모르는 연료 게이지가 인상적이다. 공인연비는 15.5km/ℓ지만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ℓ당 20km 이상도 나온다. 예전에 시속 200km 이상으로 주행하고 서킷에서 거칠게 다루는 등 최악의 조건에서도 ℓ당 10km 이하로 떨어지지 않은 것을 경험했다. 뛰어난 경제성에 은근히 매력적인 유럽식 해치백 디자인이 골프 TDI의 인기 비결이다. Volvo S40 2.4i 아담한 차체에 담아 낸 볼보의 모든 것 2004년 중반 풀 모델 체인지를 거친 콤팩트 스타일리시 세단 볼보 S40은 국내 데뷔 당시 멋스런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볼보코리아는 BMW 320i를 의식한 듯 4천394만 원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표를 달아 2005년 71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S40 2.4i 57대, T5 14대). 정신을 차린 볼보코리아는 지난해 1월 값을 3천580만 원으로 814만 원이나 내렸다. 덕분에 새차 효과를 볼 시기가 지났음에도 2006년 S40 2.4i의 판매가 126대로 크게 늘었다. ‘가장 작은 볼보’라는 타이틀은 앞으로 들어올 C30에 물려주겠지만 S80과 S60에 익숙해진 기자의 눈에는 길이 4.47m의 S40이 여전히 베이비 볼보다. 그릴이 툭 튀어나온 앞모습부터 굴곡진 리어 램프의 뒷모습까지 볼보 아이덴티티를 담아낸 스타일리시하고 균형 잡힌 디자인이 S40의 큰 매력. 3천만 원대로 누리는 4천만 원대 가치 가스식으로 한번에 열리는 보닛 안에는 경쟁자들보다 기통이 하나가 더 있는 직렬 5기통 2.4ℓ 엔진이 자리하고 있다. 회전질감이 부드럽고 배기량도 콤팩트 세단으로는 넉넉한 편이어서 경쟁차들에 비해 성능에서 앞선다. 하지만 5개의 피스톤을 움직여야 하는 만큼 4기통 엔진보다 떨어지는 연비를 감수해야 한다. 무난한 디자인의 16인치 휠과 미쉐린 타이어도 S40 2.4i를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4천만 원대에서 3천만 원대로 내려왔지만 편의장비는 그대로 갖고 있다. 슬림 디자인의 센터스텍을 주축으로 심플, 모던, 스타일리시한 실내 디자인과 야무진 끝손질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전자동 선루프에 수동식 뒤창 커튼, 그리고 8개의 스피커로 구성된 고품질 오디오 시스템도 S40의 가치를 높여 준다. 콤팩트 세단으로 보기 드물게 전동시트에 메모리 기능을 갖췄다. 조수석 역시 전동이고, 승객을 타이트하게 감싸는 느낌이 좋다. 사이드 커튼 에어백과 든든한 WHIPS 헤드레스트 등 볼보의 안전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지만 센터페시아(센터스택)에 입혀 놓은 우중충한 우드그레인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 70년대 장롱 색상을 재현해 놓은 듯하다. +/- 모드에서의 기어 레버 작동이 뻑뻑하고 선글라스 수납함이 없는 것도 아쉽다. 트렁트는 입구가 작지만 깊고, 뒷좌석까지 접으면 짐공간을 꽤 넓힐 수 있다. 볼보 S40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BMW 320i나 렉서스 IS250과의 대적을 피해 3천만 원대로 값을 낮춘 것은 환영할 일이다. 값을 내렸지만 여전히 4천만 원대의 품질과 편의장비를 갖추고 스타일까지 세련된 S40은 흔한 차가 싫고, 멋진 스타일과 실용성을 찾는 3천만 원대 수입차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직렬 5기통 2.4ℓ 엔진은 ‘+1기통’과 ‘+400cc’의 여유 덕분에 연비와 세금에서 조금 손해볼 수 있다. 관심은 가지만, 지갑을 선뜻 열 수 있는 S40만의 특별한 색깔도 조금 부족해 보인다. 기자는 차라리 뒷모습이 개성 있는 해치백 C30에 더 관심이 간다. S40뿐만 아니라 같은 베이스의 왜건 V50 그리고 C30에도 2.0ℓ 디젤 엔진을 추가한다면 판매는 배가되지 않을까 싶다. Good ▲ 세련된 외관과 스타일리시한 실내가 돋보인다. 실내 품질이 평균 이상이고 안전 및 편의장비도 풍부해 프리미엄 세단의 냄새가 짙다. 4기통 2.0ℓ보다 크고 부드러운 5기통 2.4ℓ엔진을 얹었다. Bad ▼ 트렁크 입구가 좁고 우드그레인이 전체적인 디자인과 동떨어져 보인다. 연비(9.5km/ℓ)가 그다지 좋지 않아 디젤 엔진이 아쉬워진다. 이 자리에 모인 2천만∼3천만 원대 차들은 수입차 저변확대의 첨병들이다. 출신 국가가 미국, 유럽, 일본 등 제각각이고 개성 또한 다르지만 수입차와 경제성이라는 어울리기 힘든 가치를 잘 버무리고 있다. 닷지 캘리버는 무난한 성능과 CVT로 끌어올린 경제성, 참신한 스타일이 돋보이고, 시빅은 경쾌한 일본차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푸조 307SW는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파노라마 루프도 매력이지만 왜건 같지 않은 핸들링이 인상적이었다. 3천550만 원의 값 또한 매우 호소력이 있다. 힘이 넘치면서 연비도 좋은 디젤과 DSG를 갖춘 골프의 매력 또한 크고, 값을 3천만 원대로 낮췄음에도 4천만 원대의 가치를 그대로 간직한 볼보 S40 2.4i 역시 군침이 도는 차다. 국산 중형차 값 혹은 돈을 조금 더 보태 살 수 있는 엔트리 수입차들은 결코 용의 꼬리가 아니었다. 국산차를 타면서 뱀의 머리를 운운하기에는 수입 엔트리카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값이 싸서 타는 차가 아니라 나름의 가치와 매력이 충분했다. 이제 남들 다 타는 국산차도 좋지만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엔트리 수입차도 구매 목록에 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수입차라는 프리미엄 라벨이나 상대적으로 싼 바겐세일 딱지를 떼고 비교하더라도 엔트리급 수입차들은 괜찮은 구석이 꽤 많은 녀석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