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올레한달걷기 15일차 18코스
관덕정분식에서 조천 만세동산까지 무려 19.8킬로. 제주도를 딱 반으로 나눈 그 지점.오늘부터 제주도의 오른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구간입니다. 날씨는 어제보다 따뜻했어요
시작은 항상 어제 끝난 지점부터
귤림서원의 다섯 분의 현인을 모신 곳.
기묘사화(연산군의 폭정으로 중종반정이 일어나고 조광조를 견제하기 위해 반대파에서 주초위왕 이란 글씨를 나뭇잎에 설탕물로 써서 벌레가 갉아먹게하여 몰아낸)로 조광조 편이었던 '김정'이란 분이 유배를 와 당시 제주의 풍속에 대한 글을 씁니다. 이분을 모시던 곳인데, 후에 송인수 김상현 정온 송시열 네 분을 더 모시게되면서 서원 사액을 받았답니다.
다섯 분의 현인을 모셨다고 하여 '오현단'. 그래서 제주 유서깊은 학교는 오현고라는
관덕정분식 골목을 나오면 바로 길 건너에 동문시장인데 오현단 들러 간다고 길을 돌렸나봅니다. 여기서 시장으로 들어가
할머니 호떡집 골목으로 나옵니다. 울 아버지 전쟁 끝나고 어렵던 시절, 호떡 한 개를 점심으로 드셨다했는데, 이 할머니도 어쩌면 그 때부터 호떡을 구웠을지 모릅니다. 구워놓은 게 식었다며 노련한 손길로 열 개를 뚝딱 만들어 주십니다.
영화관이었다는, 당시로서는 배모양으로 멋을 낸 건물을 뒤로하고
산지천을 따라 걷습니다. 물이 제법 맑은 이 천은 건입포 바다와 이어집니다. 제주와 육지를 오가던 관문으로, 탐라국 시절에는 이곳을 통해 중국과의 교역도 이루어졌다 합니다. 지금도 완도와 제주를 잇는 여객선이 다니는 터미널이 있습니다
제주에서 유명한 김만덕. 양인이었으나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고 기녀가 되었다가 다시 신분을 되찾아 객주집을 차렸답니다. 수완이 좋아 돈을 많이 벌었는데 기근이 들자 굶주린 제주도민들을 위해 전재산을 털어 곡식을 사서 나누었다지요. 정조가 이 소식을 듣고 기특하다며 소원을 들어주겠다하니, 궁궐 구경과 금강산 유람을 원한다 했다는 당찬 제주여인입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왼쪽으로 완도 가는 여객선터미널이 보이고 그 건너편에 주정공장 터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고구마를 원료로 주정을 만들던 대규모 공장이 있었고, 그 공장에 4·3 희생자를 가두고 고문했답니다. 그리곤 부두로 끌고가 배에 태워 수장시켰다는. 시신은 대마도까지 흘러갔고 그 쪽 사람들이 거두어 안장했다고 합니다.
통영은 멸치창고가 그런 용도로 쓰였는데...
제주 곳곳이 일제 침략과 4·3의 현장입니다
사라봉 공원에 오릅니다. 사라봉에서 칠머리 영등굿을 한답니다. 음력2월에 영등할망 굿하는 곳. 정작 굿당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영등굿 모습을 벽화로 그려놓음. 통영에서는 대모가 굿을 하는데 제주는 박수가 모시나 봅니다
벽화가 예술입니다
마을 길을 지나 다시 오르막. 산복도로인건가요?
다시 본격적으로 사라봉에 오릅니다. 낮으막한 계단
일본군 진지 동굴이 여기에도 있습니다. 제주 곳곳에 8백개나 있다는 일제 잔재
푸르름 가득한 공원
제주시내가 내려다 보입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이겠죠?
연대. 제주는 높은 산이 가로막는 곳도 없는데 봉화며 연대가 많습니다. 25개의 봉과 38개의 연대라네요
여기가 영등굿당입니다. 2009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길이 어쩜, 이런 길 참 좋아요
화북포구쪽을 향해 걷습니다
산길이 이어집니다
잎은 쥐똥나무잎이고 꽃은 조팝꽃 같다고 설왕설래하다, 친구에게 물었더니, 아왜나무랍니다
화북동으로 넘어왔습니다. 화북의 곤을동은 옛날부터 물이 고여 있는 땅이었다 합니다.
여기 곤을동이라는 곳은 4·3사건 때 마을 전체에 불을 질러 마을을 통째로 없애버렸답니다. 46가구나 있었다던데, 주민들을 바다로 끌고가 학살하고 마을엔 불을 질러 모두 불태웠다 합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집터만 남았습니다.
이 카페주인의 솜씨. 돌로 예술품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바다를 끼고 한참 가면 마을이 나오고
마을 어르신들이 윷놀이 하고 계신데, 윷깍지가 통영에서 보던 것과 같아서 신기해서 사진 찍다 어르신께 혼남. 별다른 뜻은 없었어요. 먼저 양해를 구하지 않은 건 잘못했습니다
마을길
삼양해수욕장 검은모래. 찜질하면 좋다는
중간스탬프 찍고
그 옆 길냥이 급식소에 배부른 냥이들 낮잠시간
여기부터는 바닷가 곳곳에 남탕 여탕 목욕탕이 보입니다. 용천수가 많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해수욕하고 들어가 씻을 수 있어서 좋을 듯. 마을 분들만 쓰시겠지만
감자꽃도 예쁜 계절
신촌가는 옛길을 따라 가볼까요?
제주에서 학교 다닌 길동무 쌤들. 보리와 마늘을 수확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집안일 도우라고 농번기 방학을 했답니다. 그나마 그건 제주시의 학교 얘기고, 서귀포의 학교는 감귤방학을 했다합니다. 일하기 싫어서 비와라 비와라 빌었다는 철없던 어린시절 얘기를 해주시네요
한적한 마을 외곽을 지나
닭모루해변을 향해 가다가
오소록한, 아늑한 쉼터에서 잠시 쉬고
길을 재촉해
닭모루 해변가 정자에 올라 신발 벗고 노닥노닥. 하루종일 걸을 때는 중간중간 신발 양말 다 벗고 맨발에 바람이 통하게 해야 물집이 안 잡힌다고 합니다. 최쌤은 신발을 몇 켤레 바꿔 사 신고도 여전히 물집으로 고생합니다. 쉬는 시간마다 물집 잡힌 발 꺼내 양말도 갈아 신습니다. 그래도 안 빠지고 걸으러 나오는 거 보면 참 대단합니다.
신팀장님이 야심차게 준비한 오늘의 이벤트 장소를 향해 예쁜 마을을 또 지납니다
이 골목이 돌담 사이 오소록한 길이어서 포토존이 되었습니다
쑥스럽지만 준비한 성의를 봐서 다들 모델포즈. 우리는 길만 걸어도 좋은데,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하루종일 걷기만 하기가 미안한 모양입니다. 문득 카페나 문득 콘서트 등의 이벤트를 매일 하나씩 준비해 줍니다. 고맙그로.
작은 마을이 바닷가를 따라 계속 이어집니다. 제주 돌담은 어떤 꽃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꽃길만 걸으시라 서로 기원하며
신촌마을을 지나 조천마을로 가는 길에 파호이호이 용암이 흘러 평평한 용암지대를 이루는 곳이 있습니다. 전에 길동무 샘이 가르쳐준 거 복습. ㅋ 군데군데 물이 고여 있습니다. 오리가 헤엄치며 노는 곳. 마을 사람들이 길가에 돌탑도 쌓아놓았네요
조천마을엔, 용천수 탐방길이 있을 정도로 용천수 사용이 많은 마을인가 봅니다. 이름도 다 다른 남탕 여탕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담을 높이 둘러 놓았습니다. 목욕 뿐 아니라 치성을 드리는 곳이기도 하고, 채소를 씻거나 빨래를 하는 것도 다 이 용천수를 사용합니다.
빨래터 재현
연북정. 유배 온 이들이 북쪽(한양의 임금)을 향해 절하며 사면소식을 기다리던 곳이랍니다. 그런 희망이라도 있어야 살 수 있었을 겁니다
조천진성 모습. 제주에는 9개의 진성이 있는데 여기가 제일 작답니다. 진이 있어야 진성이 있는 건데, 이렇게 작아서.. 포루 느낌인데요. 제주는 그동안 배운 것으로 이해 불가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 조천진성이 금당포 터 이기도 하답니다. 진시황에게 불로초를 구해오겠다 호언장담하고 통영 매물도에도 다녀갔다는 서복은 여기를 거쳐 일본으로 갔나봅니다
노을이 멋지다는 곳인데, 윤슬만 가득 담아갑니다
마침내, 드디어, 결국, 종점에 도착 스탬프를 찍고야 말았습니다! 같이 걸어줘서 고맙습니다. 혼자 걸었음, 중간에 작파했을 듯. 어제 가족과 우도 가신다고 17코스 빠졌던 박쌤은 오늘, 어제 18킬로까지 2개의 코스를 이어 걷느라고 총 38킬로를 걸으신겁니다. 대~~박!
아침은 토스트 샐러드. 오늘은 달걀 2개를 풀어서 팬에 부쳐 착착 접어서 식빵 사이즈로 만들어 빵에 올려 먹음. 점점 요령이 늘어요 ㅋ
점심은 왕돈까스. 87년, 대학1학년때죠. 경양식집에 가면 돈가스에 커피까지 5천원이면 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꽤 오랜시간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자주 갔었지요. 먹으면서 왜 그때가 생각난 건지...
올레셰프의 오늘 저녁은 돼지불고기와 된장찌개 상추쌈. 오랜만에 먹는 된장찌개입니다. 눈물이 다 날라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