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조지명식을 시작으로 MBC게임 스타리그(이하 MSL)가 3개월간의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한다. 8차 MSL의 후원사는 세계적인 감자칩 브랜드인 프링글스로 결정됐다. 상금 역시 약 2천만원 가량 늘어난 총 7천만원으로 역대 MSL 중 최고 규모.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에서 듀얼 토너먼트 방식으로 전환을 꾀하며 일목요연한 리그로 색깔 변신을 시도하는 첫 대회인 프링글스 MSL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보자.
◆‘SK텔레콤을 잡아라’ 리그?
프링글스 MSL에 진출이 확정된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16강 가운데 8명이 SK텔레콤 소속인 점을 알 수 있다. 1999년 PKO 리그를 통해 시작된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역사 가운데 한 팀이 가장 많이 참가한 대회는 2004년 당신은 골프왕 MSL로 KTF 매직엔스가 강 민, 변길섭, 김민구, 조용호, 김정민 등 5명을 진출시켰다. 1년 여가 지난 뒤 SK텔레콤이 이 기록을 경신한 셈.
SK텔레콤 선수들의 MSL에 진출한 과정도 다이내믹하다. CYON MSL에서 최연성이 3위, 성학승이 4위를 차지했고, 김성제도 8명의 시드 배정자 안에 속하며 진출에 성공했다. 마이너 리그 격인 서바이버 리그를 통해 박용욱, 박태민, 윤종민, 전상욱이 MSL로 승격됐으며, 주장인 임요환은 최종 진출전을 통과함으로써 막차를 탔다.
이는 스카이 프로리그 2005에서 SK텔레콤이 급격한 상승세를 탄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어 2005 시즌 후반 최고의 화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조 지명식에서 8명을 한 쪽에 몰아 넣으면 무조건 결승에 올릴 수 있지 않냐” “MSL이 SK텔레콤 자체 평가전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만큼 당시 SK텔레콤의 상승세는 독보적이었다.
SK텔레콤의 고공비행을 막기 위한 ‘반(反) SK텔레콤’이라는 기치 아래 진행될 이번 대회에서 선두에 선 팀이 바로 KTF다. e스포츠 계의 영원한 숙적이자 라이벌인 KTF는 조용호, 강 민, 박정석 등 최강 멤버들이 포진한 상태여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 MSL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고 ‘이준호 체제’로 펼쳐지는 첫 대회이기 때문에 임하는 각오도 만만치 않다.
GO 마재윤도 “MSL은 자신의 텃밭”이라 말하며 이번 리그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하고 있다. 우주 MSL에서 우승한 뒤 2연패를 노렸지만 조용호에게 아쉽게 우승을 내주며 좌절했던 경험을 곱씹고 있다.
◆역대 MSL 우승자 한 자리에
프링글스 MSL은 역대 최고의 라인업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MSL에서 우승했던 선수들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이다. KPGA 대회에서 MBC게임이 자체 제작하는 첫 대회였던 스프리스 MSL 우승자인 KTF 강 민, MSL 3회 연속 우승이라는 신기원을 개척한 SK텔레콤 최연성, 저그 최초의 MSL 우승자인 SK텔레콤 박태민, 우주 MSL 우승자 GO 마재윤에 KTF 2년 무관의 설움을 씻어낸 ‘인동초 저그’ 조용호까지 역대 우승자가 한 대회에 총출동한다.
우승자 뿐만 아니라 준우승자 출신도 대거 출전한다. SK텔레콤 박용욱, KTF 박정석은 스프리스 MSL과 우주 MSL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한을 풀기 위해 칼을 갈고 있다. 이미 온게임넷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역점을 둘 수 있는 개인리그는 MSL밖에 없다.
그동안 MS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SK텔레콤 ‘테란의 황제’ 임요환과 SouL 에이스 한승엽, KOR의 대표 주자 박정길도 권토중래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중고 신인’ 데뷔 무대
프링글스 MSL을 통해 MSL에 처음으로 출전하는 선수는 POS 박지호, 삼성전자 송병구, SK텔레콤 윤종민 등 3명이다. 이들은 말이 신인이지 이미 온게임넷 스타리그나 프로리그를 통해 실력을 검증 받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중고 신인’인 이들의 돌풍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를 더할 요소.
3명의 중고 신인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는 POS 박지호다. So1 스타리그와 신한은행 스타리그에서 4위와 3위를 차지하며 ‘프로토스의 기대주’로 떠오른 박지호가 MSL에서도 특유의 ‘스피릿’을 발휘할 수 있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2006년 최고 유망주’로 선정된 삼성전자 송병구의 데뷔도 흥미를 배가시킬 전망이다. 송병구는 프로게이머 데뷔 이후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4회 연속 진출하며 꾸준한 모습을 보인 끝에 MSL에도 동반 진출, 생애 첫 양대 메이저리그의 자격을 얻었다.
SK텔레콤의 막내 윤종민의 활약도 주목할 만하다. 스카이 프로리그 2005를 통해 팀플레이 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윤종민이 과연 개인리그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올려 전천후 플레이어로 입지를 굳힐 수 있을 지도 관심이 모인다.
◆프로토스 역대 최다 진출
주목할 만한 점은 또 있다. MSL이 8차 대회까지 이어오면서 가장 소외받은 종족은 프로토스였다. 첫 대회인 스타우트 MSL에서 강 민(당시 GO)이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프로토스는 우승컵을 안은 적이 없었다. 세 종족 가운데 출전 선수도 항상 적었다.
그러나 CYON MSL부터 상황이 서서히 역전됐다. 프로토스는 6명이나 진출하며 테란과 동수를 이루며 심상치 않은 기류를 형성했다. 이번 대회에선 한 명이 더 늘어나 7명으로 최다 진출시키는 이변을 만들어 냈다. MSL의 역사상 프로토스가 7명이나 진출한 것은 최초이자 테란이 두 대회에 걸쳐 8명을 올렸던 것에 이어 세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면서 관심은 자연히 프로토스가 3년만에 다시 왕좌에 오를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구 3대 프로토스’라 손꼽혔던 강 민, 박정석, 박용욱에 ‘신 3대 프로토스’ 가운데 POS 박지호와 삼성전자 송병구가 모두 출전한다. 여기에 ‘견제의 무형 문화재’ 김성제와 ‘폭발 토스’ 박정길도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우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남윤성 기자 forc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