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좌식 시간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교육을 통해
생활 습관 변화를 유도하기 보다는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이
습관 변화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GettyImages
공부와 학업, 식사, 여가까지…. 우리는 꽤 많은 시간을 앉아서 보낸다.
한국인의 좌식 시간은 세계적으로 긴 편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 이상은 하루 중 7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낸다. 52개국 평균인 4.7시간을 훌쩍 넘는 긴 시간이다. 좌식 생활이 길다는 것은 그만큼 신체 활동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좌식 시간과 여러 질병과의 상관관계는 익히 알려졌다. 최근, 지금껏 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연관성을 밝힌 연구도 나왔다.
숙제 줄였더니 생긴 변화
2021년 중국 정부는 청소년의 좌식 생활시간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정책을 도입했다. 중국에서 온라인 게임 심의를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NPPA)은 2021년 청소년들이 주말과 공휴일 오후 8~9시에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만들었다. 게임 업체들로 하여금 이 시간 외에는 청소년들이 게임을 할 수 없게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한편, 같은 해에 학교 교사가 내줄 수 있는 숙제의 양을 제한하고, 사교육 수업 가능한 시간도 줄인 ‘쌍감 정책’도 도입했다. 지금까지 정부가 좌식 시간 감소를 위해 이 같은 유형의 규제 개입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
▲ 중국 정부는 학생들이 좌식 시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21년 게임 가능한 시간을 대폭 줄이는 규제 정책을 만들었다. ©GettyImages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국제 행동 영양 및 신체 활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 Nutrition and Physical Activity)’에 전례 없는 중국 정부의 좌식 규제 조치의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실었다. 연구진은 규제 전후의 초중등생 약 7,000명을 대상으로 규제 정책 도입 이후 청소년의 행동 변화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분석에 따르면 규제 도입 이후 청소년들이 앉아서 지내는 시간이 평균 46분(13.8%) 줄었다. 특히, 도시 지역 학생들에게 이 변화가 두드러졌다. 핸드폰, 게임기, 태블릿, TV, 컴퓨터 등을 통한 미디어 시청 시간은 약 10분(6.4%) 감소했다. 규제 시행 후 영국과 미국에서 권장하는 하루 미디어 시청 권장 시간(2시간 이하)를 충족할 가능성이 20% 높아졌다.
바이 리 영국 브리스톨대 박사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좌식 행동을 줄이는 데 중국 정부의 규제 정책이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도 “이러한 개입이 중국 외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영향을 미치는 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좌식 등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려는 시도는 어린이와 부모를 교육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됐지만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 중국 정부의 규제 조치는 당사자가 아닌 온라인 게임 회사, 학교, 사교육 업체에 책임을 부여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사는 환경 자체를 변화시켜 건강한 생활 방식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중국 정부는 설명했다.
앉아서 컴퓨터 사용하면…
▲ 특히, 앉아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성의 발기 부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GettyImages
지나치게 긴 좌식 생활은 남녀노소에게 모두 건강 측면에서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하지만 유독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남성이라면 더욱 시간 관리에 철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가 시간 안자어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80분 늘어날 때마다 발기부전 위험이 무려 3.6배나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 의대 연구진은 TV시청, 컴퓨터 사용, 드라이브 등 좌식 여가 활동이 발기 부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지난 3월 21일 학술지 ‘남성학(Andrology)’에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기 부전이 좌식 생활 습관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으나, 정확한 인과 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 컴퓨터 사용은 난포 자극 호르몬(FSH) 수치를 낮춰 발기부전을
유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ndrology
연구진은 TV 시청, 컴퓨터 사용, 차량 운전 등 좌식 행동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가 있다는 점에 착안,
40~69세 남성 22만3805명을 대상으로 유전적 요인과 좌식 행동, 호르몬 변화 등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여가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은 혈액 속 난포자극호르몬(FSH)의 농도가 낮았다.
FSH는 남성의 고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다. 여가에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이 1.2시간 증가할 때마다 발기 부전 발생 확률이 3.57배 높아졌다. 한편 TV를 시청하거나 운전을 하는 것이 발기 부전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다.
연구진은 “컴퓨터 사용과 발기 부전 위험 사이의 긍정적인 인과 관계에 대한 상당한 증거를 제시한 연구지만,
확실한 인과 관계를 확립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