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제방과 군산 호수를 지나며 호남의 정취를 맛본 하루(#53)
2023년 1월 14일 (일) 날씨 : 흐린 후 비 기온 : 섭씨 2~10도
거리 : 20.5km 5시간 30분 동행 : 21명
새창이 다리-만경강 제방-회현면사무소-군산 호수 수변로-외당마을
밤이 가면 지평은 밝아오고
가문 땅은 빨리 물을 빨아들인다.
왜 사느냐 그것은 따질 문제가 아니다.
사는 그것에 열중하여
오늘을 성의껏 사는 황홀한 맹목성.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것은 자연의 섭리.
적설 밑에서도 풀뿌리는 살아남고
남쪽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온다.
-박목월, ‘내년의 뿌리’ 중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 살아야 자기를 실현할 수 있다.
사람답게 살려면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처럼 자기를 실현하면서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그 사회는 무너지고 말기에 방지하는 규범과 가르침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행복한 삶은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하면서 힘든 일은 돕고 좋은 일은 나누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즐겁다면 행복한 삶이다.
관계를 통해서 인생을 펼치고 자기를 확인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연결한다.
우리는 사람을 사랑하는 인과 배려하고 돕는 어짊을 실천할 때 사람다워야 사람이라고 한다.
더불어 사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사람다움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그것을 보여주는 예절과 규범을 지키는 것이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중요한 태도임을 확인해 준다.
복잡하고 혼란한 세상을 살아가는 데 공자의 인과 예는 행복한 삶을 위하여 꼭 필요한 지혜의 샘이다.
(공무원 연금 1월호 발췌)
새창이 다리
만경강
철새 전망대
회현 면사무소
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
봄을 기다릴 줄 안다.
기다려 다시 사랑은
불모의 땅을 파헤쳐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
천년을 두고 오늘
봄의 언덕에
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 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너와 나와 우리가
한 별을 우러러보며
어떤 세상을 만들까?
나를 무엇에 쓸까?
천하대장군 장승에 새겨진 의미심장한 글귀가 시선을 끈다.
회현초등학교
회현 들녘
청암산 생태학습장 가는 길
청암산
죽동마을 이야기
죽동은 예부터 마을에 대나무가 많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사람들은 ‘댓 골’로 불렀다.
마을회관 주변으로 서쪽을 선 댓 골, 동북쪽을 사오 개 혹은 윗뜸, 아래 뜸과 위 뜸의 중간을 중 뜸, 사오 개 바로 옆 동측산을 끼고 돌면 요동,
사오 개 고개 너머를 세동이라 불렀고, 선 댓 골에서 요동, 세동까지를 전체적으로 죽동으로 불렀다.
청암산, 군산저수지(호수)를 배경으로 마을에는 대나무밭, 죽동지, 정월 달집태우기, 사오갯샘, 선제당, 진주강씨 효열문, 장흥오씨 제각, 안동김씨 제각 등 마을 문화 자원이 있다.
죽동마을
사오갯샘
마을 뒤편 청암산은 샘신, 봉대산으로 불렀으며 죽동마을은 청암산 자락에 있는 저수지를 끼고 있는 마을 특성상 지하수의 높이가 낮아 공동으로 이용하는 샘이 많았다.
사오갯샘은 회현면 고사리, 대정리, 월명리 사람들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찾아와서 물지게로 물을 길어가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기로 군산시에서는 소문난 샘터였다.
마을 사람들은 해방 이후 콜레라가 발병하여 인근 마을 사람들은 70%가 병에 걸려 죽었으나 죽동마을은 한 사람도 콜레라에 해를 입지 않은 것은 사오갯샘의 효험이라고 믿고 있다.
사오 개는 옥산저수지(군산저수지)가 축조된 1939년 이전에 회현면 대정리, 얼연리, 세장리 사람들이 옥산이나 군산 시내를 갈 때 넘어야 하는 청암산 남쪽 자락에 있는 고개의 이름이다.
당시 6척 이상의 큰 길이 시내까지 연결되어 있었고, 회현 사람들과 군산 시장통을 이어가면서 백성의 숱한 사연을 담고 있는 길이기도 했다.
아쉽게도 옥산저수지가 만들어지면서 사고 개에서 옥산면 신성동까지의 대부분 길은 물속에 잠겼다.
도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사오 개는 회현 사람들이 세상과 연결하는 중요한 고갯길이었다.
군산호수
청암정
군산호수
대나무 숲
마을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1930~40년대에 만경강 하구 마을에서 옥서 하제까지 민물고기, 바닷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려가던 어촌마을 사람들이 죽동마을에 매년 농사 시작 전에 대나무를 사기 위해 몰려들었고,
댓 금 흥정이 끝나면 달구지에 대나무를 다발로 차곡차곡 실어 먼지 풀풀 거리는 진흙 길을 되짚어 해안 쪽으로 가곤 했는데,
그 대나무는 밀물과 썰물을 이용한 고기잡이 방식인 ‘쑤기놓기’에 사용하였다.
그 당시 대나무밭에서 대나무를 잘라 파는 일이 논에 벼를 재배해서 나오는 소득보다 대여섯 배 많았기 때문에 현재보다 대나무 군락이 폭넓게 분포하였다고 한다.
환상적인 빛을 볼 수 있는 대나무 숲길
호수 제방
군산호수 갈대 숲 모형물
군산호수 제방
군산호수
"청암산이 좋다!"
호수와 산, 그것만으로도 멋진 구불길
시작부터 멋진 녹지 사이로 들어가는 길이다.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답게 그 자체가 거대한 생태공원이다. 제방을 따라 걷다 보면 갈림길이 나온다.
수변을 감상하고 싶다면 수변 길을 따라 걸어도 좋다. 대나무 숲과 왕 버드나무 군락 등 호수 주변으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은 걷는 이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수변이 피어난다.
생태학습이 가능한 잘 조성된 습지관찰원을 지나 얕고 좁은 고개를 넘어가면 호수와 산, 그것만으로도 이미 이 길의 멋은 완벽 그 자체이다.
겨울 철새들의 비상
버려야 하고 가져야 할 많은 것 중에서 어떤 하나만이라도 해 보고 싶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예전의 12월에 비교하면 할 만큼 했다는 포만감도 생겼다.
그런데 묘한 상념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나의 흔적처럼 뇌리에 머문다.
온갖 것들이 벌어지는 일상에서 기쁨과 성취는 작았는데, 온전히 걷는 여정은 언제부터인지 하루를 잘 보냈다는 긍정의 샘이 되었다.
한반도 바닷길 걷기(해파랑길, 남파랑길, 서해랑길)를 계속하며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움이 되었고, 일상의 굴레를 벗어나 자연에 빠지는 행복이 무척 좋았다.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인간 관계는 어느샌가 끈끈한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20여 명이 생소한 시골과 바닷가를 걸으며 맞닥뜨리는 경치와 사람 사는 모습들은 책에서 보았거나, 매스컴을 통하여 눈으로 알고 있던 모습과는 무척 달랐다.
사람들이 사는 삶의 현장을 걸으며 만나는 감동은 해 본 사람만이 아는 진정한 추억이다.
오늘도 전라북도를 흐르는 만경강과 군산 호수를 걸으며 드넓은 옥구 들판과 호숫가 대숲에서 자연의 근사함에 감동했다.
교통이 발달하여 자동차로 이동하는 요새와 달리 예전 걸어서 이동하던 시절의 작은 고개는 봇짐을 지고 넘어야 하는 힘든 길이었다.
그 길을 편안하게 자연을 즐기며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파란 하늘에 무리 지어 비상하는 겨울 철새들의 멋진 광경에 가슴이 뻥 뚫린다.
대야 들판을 지나 구릉으로 이어지는 대동 금남정맥의 산줄기가 금강으로 연결된다.
백두대간의 정맥 산줄기의 긴 흐름을 마감하는 군산으로 들어서는 짧은 하루의 여유가 즐거웠다.
참석자들이 걷기를 마치자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날씨의 변화가 하늘에 통해서인지 아니면 참가자들이 서둘러 걸어서인지 비를 맞으며 걷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맘껏 자연을 느끼고 대화하고 나를 돌아보는 여정을 끝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대려마을 들판
복을 기원하는 나무 토막 장승
당북초등학교
대야 들판
서해랑길 53-54-55 코스 안내도
서해랑길 53 코스 개념도
첫댓글 대숲길이 이렇게 아름다운 길인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학교 다니던 시절 대숲에 불던 바람소리가 마음에 떠오르기도 했고 청산님의 글솜씨로 옛추억에 잠겨 읽는 내내 흐뭇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합니다.
천천히 걸으며 더 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었고, 사진 구도의 뷰도 보여 신기했습니다.
덜 쫒기니 다리 통증도 훨씬 적네요.
함께 걸을 수 있어서 감사하고 선배님들의 넉넉한 여유와 동행이 되어 즐거웠습니다.
언제나 미소 만발하는 '백제의 미소' 가 최고랍니다. 댓글! 아주 좋아요!
.호숫가 대나무숲을 걸으며 "숨어우는 바람소리"대중가요를 떠올리며 잠시 감정이 되살아나고 어렸을적 초가집 뒤란 시누대의 사각사각 거리던 소리가 생각나 맘속 깊이 울컥하더라구요..부지런히 올려주시는 후기글에 감사드리고 많은 분들을 뵐수 있어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