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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입상작
작품응모
• 일반부 12명 작품 40편
• 중등부 30명 작품 36편
• 고등부 80명 작품 86편
• 초등부 210명 작품 230편
제22회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입상작
★ 일반부 당선작
물메 둑길에서
송 두 영
옷깃을 잡아채듯 제방을 넘는 바람
웃밭과 팽나무집터 손에 익은 문고리
까치발 치켜세우던 툇마루에 들이친
저수지 어둠 헤쳐 솟아오른 달빛에
어룽지는 얼굴들 수면 가득 떠올라
세월을 헤집고 나온
수몰마을
그 옛집*
* 1957년 수산봉 밑에 있는, 저수지 개발 사업에 따라 이주되어 수몰된 하동마을
<당선소감>
가끔씩 찾아가는 물메마을 둑길은 내 고향이다.
어릴 때 멱을 감고 대나무 낚시를 즐겨하곤 했던 저수지와 물그림자, 둑길에 서면 저수지 물과 바다의 물 깊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재는 천평칭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씩 웃어른에게서 전해 듣는 수몰마을의 가슴 아린 사연이 둑길 풀잎으로 자라고 풀잎의 그리움에 힐링을 가득 채워 나만의 습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반부 우수작
가파도
고 명 은
기침이 심했던 어느 계절 선착장
너울너울 밀물에 이끌려온 가파도
바다에 섬이 담기듯 내 하루를 담궈본다
돌담 넘어 불어오는 소금 묻은 바람과
오월의 올레길 종일 함께 걷다 보면
어느새 내 몸에서도 소라향이 가득해
저녁놀에 흔들리는 막바지 봄날 저편
하늘도 바다도 발갛게 그을리는데
청보리 파도를 치며 저 혼자서 푸르다
욕받이
김 민 정
푸르른 교복입고 아침을 열어가는
세상의 조그마한 울림을 시작하는
말 많은 귀염둥이들 어디로 가십니까.
펜 길 아닌 발길 따라 뒷골목 어디선가
잃어버린 노래 찾다 발길 잃어 방황하다
낡아진 옷깃 들추며 튀어내는 거친 말들
마음의 공원에 새로 생긴 쓰레기통
재건축 꿈꾸는 미화원의 바쁜 손길
안에서 열리지 않는 하수구멍 찾습니다.
제22회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입상작
★ 고등부 당선작
소록도
-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남녕고 3학년 김 미 경
나 보다 어린 나이에 고향에서 쫓겨나
지독한 일제강점기 강제피난 당하신
한센병 할머니들을 처음으로 만난 날
눈물 꼭 참아내며 아무리 재롱을 피워도
두 손 꼭 잡아주시는 웃음 뒤에 밀려온
할머니 깊은 눈 속은 맑은 물이 가득해
갓난아기 떼어놓고 한 달에 한 번 만나던
지난 날 이야기 주저리주저리 하실 때면
병원 안 중앙공원에 보리피리 함께 울어
사슴을 닮은 섬에서 어린 사슴 되셨나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도 내 할머니 같은
신생리 떠나오던 날 옹기종기 핀 민들레
<당선소감>
처음으로 소록도 봉사활동을 갔던 때가 떠오릅니다
사람대접도 못 받으셨던 할머니, 할아버지들... 이제는 아프시는 날 없이 웃음만이 가득하길 기원해봅니다.
고등부 우수작
종달리 새가 되어
한림고 1학년 정 성 훈
거센 파도에 몸을 실어 하얘진 머리카락
평생을 해녀하시다 돌아가신 외할머니
이승을 떠나실 때도 바다가 그리웠을까
마지막 가시는 길 옷을 태워 드렸다
방안에서 할머니냄새 옷가지와 물건들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하얀 연기 피어났다
하얀 목 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서
불이 다 타도록 지켜보고 계시다가
마지막 인사 남기듯 하늘높이 날아갔다
날아가신 하늘을 오래도록 쳐다보았다
이제는 푸른 바다 하얀 새 되셨을까
종달리 바다에 가면 할머니가 계실 것 같다
콩밭
영주고 2학년 김 민 경
이른 아침 새벽녘에 익어가는 가을향기
아낙네들 가을 베는 노랫말 가락 속에
어기야 어기렷차아 바람 분다 어엿차
아가야 아가들아 도르라 도르라
굴러가는 콩가지들 잡으러 도르라
어기야 어기렷차아 바람 분다 어엿차
참새들이 쉬어가면 영그는 계절감이
햇살이 지나가며 남겨놓은 단풍노래
어기야 어기렷차아 바람 분다 어엿차
바람 불면 포대들이 날아가는 모양새에
와삭와삭 쌓여가는 콩깍지들 내음새가
아득한 가을들판에 흘러가는 추수가(歌)
고등부 가작
뫼비우스의 띠
제주사범대부설고 1학년 강 유 나
어둠에 익숙해진 교실 안 유리창에
일탈의 생각 잡고 가을이 찾아와서
내 안의 쌓인 울음을 함께 꾹꾹 묻는다.
풀다만 삼각함수 Y축의 어딘가에서
물고기 파닥거리듯 열일곱 나의 꿈이
답 없는 똥지 연습장,
뫼비우스로 다가온다.
OMR
한림고 1학년 이 현 정
책상 줄 맞춰 앉아 친구 뒷머리 쳐다보는
중간고사 시험시간 손끝 먼저 떨려온다
선생님 발자국소리 점점 더 커져온다
종치기 5분전, 아직 다 칠하지 못한
답안지 칠할 공간이 점점 더 작아진다
식은 땀 배인 손바닥 마음만 급해지고
쫓기듯 사인펜 들고 별자리를 만든다
끝까지 노력하자 긴장의 끈 놓지 말자
드디어 만들어지는 나만의 별자리다
휴전선
제주중앙여고 1학년 김 채 원
나에게 큰 지우개 있다면 지우리라
도화지 위 그어진
붉은 색연필
아직은 크지 못하는
우리들의
지우개
기회
애월고 1학년 김 지 영
기회는 잠깐 지냈다 가버린 사랑방손님
기회는 반짝이며 지나간 저 별똥별
기회는 눈 깜짝할 새 변해버린 계절처럼
기회는 누구에나 불현듯 다가왔다가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보내버려도
언젠간 우리 모두를 잊지 않고 다시 온다
가을시간 1
남녕고 3학년 김 남 우
달빛에 이지러지는 노형로 5거리
밤거리 네온사인에 불빛이 흐리고
여며 맨 옷깃 사이로 밤바람 엉긴다.
가을시간에 가져와야 할 한숨과 후회는
지난 계절 지내오면서 예습해온 숙제라
마음을 덧칠해놓은 노트 한 권 꺼내든다.
잊고 있던 사람 얼굴 희미하게 떠오르고
멍들었던 가슴 한 구석 찬찬히 살피면서
아담히 흘려보내는 3교시 가을시간.
할아버지의 가을
한림고 2학년 고 려 정
멀리 가시기 전에 세상일 잊으시려고
좁은 병실에 누워서 내 얼굴도 다 잊으신
요양원 내 할아버지 고독한 시간 견디신다
집 걱정, 할머니 걱정은 아직 놓지 못하셔
할아버지 늘 계시던 송당리 쇠막에선
음메에, 쓸쓸한 바람이 소 울음소리로 운다
꽃
제주중앙여고 1학년 오 유 진
유난히 늦게 핀
꽃 한 송이 피었다
모두가 떨어져도
저 홀로
찬란하다
그렇다, 조금 늦어도
괜찮아
다 괜찮아
따뜻한 물고기
한림고 1학년 노 혜 리
꽁꽁 언 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왔다갔다 지나치던 겨울 손수레 옆에
시린 손 겨울 여자 손
피어나는 붕어빵
벼랑 끝에서
제주제일고 2학년 부 성 혁
애타는 아이의 마음을 몰라주던
색풍선은 기나긴 저 하늘을 벗어나다
결국엔 바람에 버려져 초라하게 사라졌다
쓰라린 어미새의 마음을 몰라주던
어린 새는 총성 가득한 하늘을 노니다가
끝끝내 깃털이 되어 가늘하게 떨어졌다
간절한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주던
우리들은 안개 가득한 이곳을 떠돌다가
마침내 그들의 품에 돌아갈 수 있었다.
엄마의 서랍
한림고 1학년 김 정 용
엄마는 안방서랍에 무엇을 숨겨두고
먼지가 쌓이도록 내버려 두셨을까
무심코 열어본 시간 젊은 엄마 계셨다
지금과 사뭇 다른 처녀시절 사진 속
긴 머리 살랑대며 시간을 되돌리는
결혼 전 ‘전지현’ 같던 우리 엄마 계셨다
나는 엄마의 모든 것을 알고 있을까
우리들 키우시려고 여기까지 달려온
미안한 내 마음에도 서랍 하나 생겼다
겨울 냄새
세화고 1학년 문 한 슬
야간 자율 끝나는 종소리
친구들 잰걸음으로
뜨끈한 어묵 국물 어디 없을까
눈동자 먼저 여미는 교복
교실 안
코를 간질이는
낯익은 겨울 냄새
가을의 기억
한림고 1학년 오 관 수
잎 지고 그 사이로 고개 내민 단감
그런 감이 맛있어 보이는 나의 촉감
가을날 굽은 허리로 감을 따 건네주시는
그러다가 내 어릴 적 기억을 생각해
할아버지께 감을 받았던 내 손의 감각
올 가을 다녀가셨을 마당의 감나무를
아름다운 이별
영주고 2학년 장 해 훈
저 멀리 나의 모습 사라지면 떠나길
떠날 때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가기를
아직도 걱정하시면 마음 놓고 못 떠나니
다시 길을 나서려다 당신의 사진 보고
오랫동안 못 만날 당신이 그립군요
긴 세월 지내온 만큼 당신 걱정하게 되네요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고 걱정되니
어느 날 우연히 만나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걱정 안했다 말해주길 바랍니다
겨울 바다
제주외국어고 2학년 송 현 호
계절을 다 보내고 어느새 겨울바다
떨어진 나뭇잎 하나 바다 위에 떠다닐 때
마음은 다시 돌아올 그 사람을 기다립니다
떠난다는 말없이 가버린 그 계절은
차가운 겨울바다 저 너머 어디 있는지
봄바다 마냥 기다리는 나는 바보입니다
제22회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입상작
★ 중등부 당선작
오래된 집
한림중 2학년 장 동 권
방 한 칸 부엌 한 칸 조그맣고 늙은 집
겨울 외투 한 벌 방구석에 놓여있는
옹포리 할머니 집은 모든 것이 오래되었다
시집 올 때 가져오셨다는 요강과 장롱
툴툴 거리는 냉장고와 낡아서 금이 가는
백 한 살 할머니처럼 함께 늙어가는 집
날마다 쳐다보실까 할아버지 흑백사진
거동은 못하시지만 텃밭만 바라보시다
‘할머니’ 하고 부르면 기침으로 깨어나는 집
<당선소감>
나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작년에 이어서 올해 두 번째로 시조를 써 보았다. 나의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 보면 좋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의 이야기와 할머니의 이야기를 썼다. 막상 써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아리송했지만 정말 좋다는 선생님 말씀에 용기를 얻고 계속 써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당선이 될 줄은 몰랐다.
옹포리에 사시는 나의 할머니는 백 한 살이나 되셨다. 지금은 잘 움직이지도 못하시지만 할머니 연세만큼 오래된 물건들과 집을 떠올리며 쓴 것이 당선이 되었다고 하니 정말 기쁘고 날아갈 것 같다.
중등부 우수작
틈
중문중 1학년 홍 가 예
나무가 틈새로
붉은 꽃 피우듯이
민들레 아스팔트
뚫고 나와 꽃 피우듯
사람도 꽃을 피워낼
틈 하나는 있어야지
과수원에서
한림중 2학년 손 종 훈
귤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의 땀이 스며든
과수원 가을 나무에
노르스름 익어가는
귤 하나 정성 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질 때
떨어진 노란 열매
가만히 주워 들고
상처 난 껍질을 까면
아직은 익지 않은
철없이 거들지 못한
내 모습이 떠올라
중등부 가작
횡단보도에서
제주동중 1학년 양 용 준
횡단보도 저 멀리에
우리 엄마 보이네.
하굣길에 우연히
만나니 더 기쁘네.
날마다
보는 엄만데도
내 가슴이 콩닥여요.
맞은 편 엄마도
나를 보며 손 흔들어요.
신호등이 바뀌어야
엄마 손 잡을 텐데
느림보 초록 신호등이
오늘따라 얄미워요.
미안해
한림여중 1학년 문 선 아
쉬는 시간 친구들과 한참 뛰어놀다가
슬금슬금 아랫배가 아파온다, 부푼다
친구들 짹짹거리는 소리를 틈타 뽀오옹!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소리소리 지른다
에라 모르겠다, 시치미를 떼보지만
미안해, 지나가는 아이도 나만 쳐다본다
울 언니
중문중 2학년 김 소 연
아침에 일어나도
우리 언니 안보이고
밤에나 보려 해도
야자 땜에 안보이고
이럴 땐
고등학생인
울 언니가 보고 싶다
주말에 놀자하고
떼를 쓰면 바쁘다고
이야기 하려하면
공부 땜에 바쁘다고
눈앞에
나를 못 보는
울 언니가 보고 싶다
할머니
한림중 2학년 박 강 호
일본에 사시다가 돌아오신 할머니
여섯 살 내 기억에 용돈 많이 쥐어주시던
가끔씩 할머니 생각이 문득문득 납니다
우리나라 역사 배우다 알게 된 사실들
살기가 힘들어서 돈을 벌기 위해서
옹포리 고향을 떠나 일을 하신 할머니
어색하고 쑥스러워 제대로 인사도 못해
지금은 보고 싶어도 만날 수가 없는
그날로 돌아간다면 잘해드리고 싶어지네
김치찌개
한림여중 1학년 김 주 영
가스렌지 불 위에서 김치찌개 끓는다
뚝배기 빨간 물이 넘칠 듯 끓어오르면
엄마는 거품 한 수저를 조심히 걷어낸다
잘게 썬 김치조각 비계 붙은 돼지고기
식구들 둘러앉아서 함께 먹는 저녁에
말없이 고기 얹어주는 밥상 앞이 행복하다
제22회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입상작
★ 초등부 당선작
타조똥
외도초 4학년 고 근 혁
‘타조똥’ 거꾸로 해봐
친구들이 하길래
재빨리 ‘똥조타’
대답하고 났더니
친구들 책상 치면서
바보라고 놀린다
놀리는 친구들 밀치면서 싸웠는데
선생님께 불려가서 나 혼자만 혼났다
원인이 중요한 거라면서
결과만 보는 선생님
<당선소감>
몇 개월 전에 학교 급식실에서 친구들의 놀림으로 작은 다툼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선생님께 지적을 받은 일이 있었다. 나에게 있었던 일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으로 시를 쓰라고 하니 이 사건이 제일 먼저 떠올라서 <타조똥 사건>이라고 시를 쓰게 됐다.
시를 쓰다 보니 생각보다 즐겁고 쓸 내용도 점점 많아졌다. 말로 못하는 이야기들을 일기처럼 쉽게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시를 쓸 생각도 전혀 못했을 것이다. 선생님! 많이많이 감사합니다.
초등부 우수작
꽃과 나비
광양초 5학년 홍 예 지
‘후두둑’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때
날개 젖은
나비가
꽃밭으로
날아든다.
“안 춥니? 내 잎에 숨어.”
우산이 되는 꽃잎.
거미
백록초 1학년 문 진 호
거미야
너는 왜
공짜만 좋아하니
하늘에
철조망 쳐놓고
나는 벌레 잡아먹으니
등짐 진
개미 떼들이
비웃는 줄 모르냐.
초등부 가 작
까치집
물메초 6학년 진 호 석
수산봉 울긋불긋
고내봉 울긋불긋
소나무 꼭대기에
반쯤 지은 까치집이
재선충 돌림병 때문에
이삿짐을 싸고 있네
엄마가 아파요
광양초 5학년 한 혜 진
엄마가 아픈데 어쩌면 좋을까
불쌍한 울 엄마 잠꼬대 하는데
이럴 땐 내가 엄마대신 아팠으면 좋겠어
계속 누워 음식도 먹지 않는 울 엄마
아픈 엄마 보니 한숨만 나오네
동생과 TV를 봐도 걱정되어 재미없어
엄마가 아프니 내 마음이 더 아프네
소중한 울 엄마 나에겐 보물1호
어머니 빨리 나으세요, 제가 효도할게요.
배추의 마음
교대부설초 1학년 이 연 우
화분에 배추꽃이 예쁘게 피었다
배추가 처음 나올 때 하트모양이다
그러면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
절 받는 신발
광양초 2학년 김 하 정
학교 갈 때 나에게
절을 받는 내 신발
집에 돌아와서도
절하며 벗어요.
젤 먼저
절 받는 신발
나에겐 왕이지요.
술
함덕초 4학년 장 은 비
우리 아빠 술 드실 때
달다달어 달다달어
조르륵 술 따를 때
내 맘은 조마조마
제발 좀 그만드세요!
술아 술아 써져라
씨앗
광양초 4학년 신 하 연
엄마와 꽃밭에
꽃씨를 뿌리던 날.
엄마가 나를 보고
나도 작은 씨앗이래.
그래요?
그러면 나도
꽃처럼 곱게 살래.
친구
한라초 6학년 서 지 훈
심술보 터졌다는 내 친구 뾰족뾰족
이것도 저것들도 모두다 자신의 탓
하지만 내 친구들이 그 친구 감싸주네.
울음보 터졌다는 내 친구 글썽글썽
이것도 저것들도 모두다 문제투성이
하지만 친구들 모두 그 친구 위로하네.
웃음보 터졌다는 내 친구 방글방글
이것도 저것들도 모두다 웃음거리
덩달아 하하, 호호 웃고 있네.
이러한 친구들은 내 맘의 간호사들
친구가 여럿 모여 서로를 위로하네.
이러한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하네.
남자끼리는 통한다
백록초 4학년 김 규 민
한 잔도 안 마셨다 오리발을 내밀지만
내 볼에 사정없이 뽀뽀하는 모습 보니
오늘도 서너 병 마신 것이 틀림없다.
검은 색 비닐봉지 유난스레 흔들면서
턱하니 아이스크림 꺼내 놓는 우리 아빠
아빠는 언제나처럼 내 생각이 났나보다.
또 한 잔 했느냐는 엄마의 잔소리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궁지에 몰리셨길래
짠하고 내가 나가서 아빠편이 돼주었다.
‘달디 단 아이스크림에 사르르 넘어 갔냐’
엄마는 어이없어 눈 한번 흘기시지만
여자는 정말 모를 거다 남자끼리는 통한다.
티눈
신창초 3학년 최 서 진
발바닥에 개구리눈처럼
티눈이 생겼다
밴드도 소용없어
레이저로 쏘았다
오징어 굽는 냄새가
내 발에서 풍겼다
물수제비
광양초 6학년 손 원 일
가뭄이 계속 되어
목이 마른 저수지
밥 주는 사람 없어
몹시 배가 고픈가 봐
띄우는 물수제비를
넙죽넙죽 먹는다.
기다림
한라초 6학년 우 수 진
나 홀로 집에 왔다 불러도 대답 없고
쿵쿵쿵 걸어가도 아무도 보지 않아
책가방 거실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동생은 어린이집, 엄마도 일하시고
아빠는 바다건너 육지에 출장 가시고
나 혼자 기다리자니 괜스레 눈물 난다
언제쯤 돌아올까? 기다림은 계속된다
무릎에 파묻은 머리 자꾸만 무거워지고
누굴까, 초인종소리에 저절로 웃는 내 얼굴
하루
노형초 4학년 신 세 빈
아침은 푸른 하늘
저녁은 예쁜 노을
하늘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편안하지
바람도 정겨워지는
오늘 하루
참 좋다.
길
도남초 1학년 김 지 원
사람들이 자전거 타고
유채꽃길 지나간다
돌담 사이로 바람도
유채꽃길 따라간다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시원해서 좋겠다
우제와 잠자리
금악초 5학년 김 영 서
우제가 오늘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일부러 나를 치고 도망쳐 달아났다
서라고 소리쳤지만 달리기엔 안된다
기를 쓰고 달려가도 아슬아슬 벗어나는
우제는 내가 잡던 잠자리를 닮았다
다음엔 작전을 짜서 꼭 잡고 말겠다
소나기
광양초 6학년 고 경 민
시험 성적 나빠서
우울한 하굣길
갑자기
‘쏴아 쏴아’
쏟아지는 소나기
나 대신
울어준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빨래
노형초 4학년 강 서 영
엄마와 빨래 널면 빨래들이 하하호호
바람을 타면서 즐겁게 웃는다.
덩달아 빨래집게도 춤을 춘다 덩실덩실
수산리 저수지에서
물메초 6학년 홍 민 선
어스름한 저녁 무렵
저수지에 가 보았다
엄마가 속상할 때
나 데리고 왔던 저수지
엄마의 근심걱정도
저수지처럼 잔잔했으면...
시계
함덕초 4학년 장 진 솔
시계는 째깍째깍
언제나 째깍째깍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할 일 쉬지 않네
시계야,
그만 움직여
하루가 너무 바빠
비 오는 날
한림초 2학년 강 유 정
오늘은 비가 온다
놀 수 없어 심심하다
개구리는 개굴개굴
비오는 날 좋겠지?
달팽이 더듬이 벌리며
개구리 노래 지휘한다
미로 공원
광양초 4학년 신 나 연
미로 속에 들어가면
이리 꾸불 저리 꾸불
어디로 갈지 몰라
길 잃고 헤매지요.
속마음
알 수가 없는
내 친구 닮았어요.
가을이 왔네
장전초 5학년 강 현 지
나뭇잎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었네
가로수 한 줄 기차 나란히 줄 서 있어
가을은 우리 동네
어느새
찾아왔네
5분
외도초 4학년 전 건
학교 갈 땐 지각하고
학원 갈 땐 차 놓치고
학원 끝나 나가보니 버스는 금방 가고
언제나 5분 때문에
지각대장 되고 마네
깎는 사람
외도초 4학년 박 준 혁
머리를 깎는 사람
미용사 이고요
수염을 깎는 사람
이발사 인데요
나이를 깎는 사람은
왜 아직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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