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칼럼(20210131) 강춘근 목사(한국교회) <지속가능한 한국교회를 생각한다.>
국제사회는 오래전부터 성장 대신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을 논의해 왔다. 1987년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우리의 공동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고,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모였던 유엔 환경개발회의는 이 개념을 정리하여 세계적으로 쟁점화한 바 있다. 과학과 기술의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다음 세대들의 몫까지 에너지와 기타 자원을 앞당겨 탕진하고 있는 경제지상주의를 깊이 반성하고 미래 세대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의 리더로 UN의 특별자문관을 지내며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지속 가능한 개발목표(SDGs) 개념을 정리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시대』의 저자인 제프리 삭스(Jeffrey D, Sachs)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관점에서 좋은 사회란 “단지 1인당 소득이 높은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통합되고, 환경적으로 지속할 수 있고, 잘 통치되는 사회”로 정의한다. 제프리 삭스의 좋은 사회 정의를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적용하면 “인간은 인종, 성별, 빈부, 권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차별이 없으며,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존엄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로 서로 사랑하며, 공의와 정의에 기초한 생태적 삶과 나눔과 공유가 있는 경제를 추구하고, 하나님의 통치가 임하는 공동체”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단순히 지속 가능하다는 동사적 행동도 중요하지만,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생각과 가치, 세계관이 깊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교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선교는 외부 주도적인 것이 아니라 내부의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어 자신들의 문제를, 내부의 자원으로, 스스로 변혁시켜 나가야 한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탁월성 즉, 인간의 존엄성, 생태주의, 가난한 자를 배려하는 희년 정신과 공의와 정의와 기초한 경제 공동체 등을 실천하고, 교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의 주제를 어떻게 선교적 삶으로 녹여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하지만 한국교회는 아직도 기독교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질문에 대한 진지한 대답보다는 경제와 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초점을 맞추어 오지 않았는가?
최근 한국교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정부의 방역지침으로 인해 현장예배가 제한돼 방송과 온라인으로 라이브 비대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배후 식사모임을 할 수 없어 성도의 교제가 어려워졌고, 성경공부도 온라인으로 옮겨졌다. 방문 심방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소외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교인들을 돌보는 새로운 방법이 절실해지고 있다. 교회 규모에 관계없이 교회 재정에도 심각한 어려움이 생기고 있으며 교회들 마다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때 한국교회는 지속가능한 교회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 21세기에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전략이 ‘더불어 사는 삶’이라면, 교회는 그 개념을 일찌감치 발전시켜 온 기업이나 환경단체로부터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다른 측면에서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든, 오늘날 기업이 겉으로 강조하는 ‘지속가능성’ 요점이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며, 그래서 전략적으로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SRI)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교회가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신속하게 사회의 변화를 읽으면서 ‘다양성’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교육 훈련을 해야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경제지상주의에 대한 반성과 사회적 책임’에 있다면, 교회의 지속가능성은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회개와 진정한 이웃사랑 실천’을 통한 선교적 교회의 모습에 있다. 따라서 교회가 지속가능성을 염려한다면, 무엇보다도 교회의 선교(missio ecclesia)를 넘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본다. 교인을 교회 안에 붙잡아 두려하지 말고, 세상에 나가서 성령의 능력을 발휘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살도록 철저히 교육해야 한다. ‘모이는 교회’에 연연하지 말고, ‘흩어지는 교회’가 되는 자신감과 성숙된 의식을 가져야 한다. 결론은 너무나 명확하다. 하나님 나라는 결코 교회 안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어느 누구도 하나님의 영역을 감히 축소시키는 범죄를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며. 기독교의 세력 확장과 교회의 성장지상주의가 하나님의 나라의 가치와 영역과 충돌하는 아이러니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치 예수가 꿈꾸었던 하나님의 나라와 제자들이 착각했던 권력의 나라가 동상이몽이었던처럼, 이제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재난상황의 성찰과 교훈을 깊이 새기며 지속가능한 교회를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