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함이 있는 산골풍경이다.
마을에 나가도 사람 하나를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다시금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며 남편과 동네 한바퀴를 돌고
들어 왔더니 동네 형님들이 청국장 만드는 것을 돕는다고 올라 오셨다.
기왕 일을 하러 오셨으니 뭐 맛있는 점심을 해 드려야 할텐데
여쭤 보니 산골에서 못 먹는 음식에 더해서 럭셔리 한 분위기가 있는
레스토랑 같은 곳에를 가자고 .......
물론 우리에게 사 달라는 것이 아니고 서로 사시겠다고 하시는 것
그런 곳에 한번 가자고 가을부터 벼르었는데
해를 넘겨 또 다른 해가 되었다.
이렇게 벼르기만 한 이유는 바로 차가 모자라서였다.
분위기 있는 곳을 가려면 최소한 읍내로 나가야 하는데
우리차가 세명 밖에 못 타는
트럭인지라 만날 같이 갈 사람을 벼르다가
해를 넘겨 버린 것.
산골에서 못 먹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궁리해 보았다.
피자, 돈까스, 햄버거 등등에 파스타도 있고
다행히 이 형님들이 다 좋아 하시기는 하지만 그런 것 말고
다른 무언가를 생각 하다가 아들이 오면 불고기를 해 주려고
사다 놓은 쇠고기가 냉동실에 좀 있는 것이 생각났다.
음식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것이면 형님들이 생각하는
산골에서 못 드셔 본 음식에 럭셔리 기분도 나고
음식점에 가서 먹은 것 같은 기분을 낼 수도 있겠다.
오늘 해 보고자 하는 것의 재료를 생각해 보니 비슷하게는 맞출 수 있겠다.
이 음식을 직접 해 보지는 않았고 먹어 보지도 않았다.
다만 가끔 보는 프로그램으로 불타는 청춘이라고 나이가 좀 든 솔로 연예인들이 모여서
하룻밤 자면서 여행도 즐기고 즉석에서 무엇을 해 먹기도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서 하는 것을 자세히 보아 두었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언젠가는 해 먹어봐야지 했던 것이다.
일종의 샤브샤브 같은 것으로 음식의 이름을 알아야 도움을 얻을 터인데
이름도 몰라 맛도 몰라 좀 답답하긴 하다.
일단 여러가지를 넣어서 육수를 냈다.
말린새우, 멸치, 다시마, 말린 약초 몇가지 와 버섯은 늘 내가 쓰는
육수의 기본이다.
본래는 숙주를 쓴다는데 산골에 있을리 없었는데 마침 아랫집 형님이 키워다 주신
콩나물이 좀 있었다.
콩나물 대가리와 발부리를 떼어 내고 육수에 넣어 기본을 만들어 놓고
약간의 소금과 집간장으로 간을 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들어 갈 재료
얇게 썬 쇠고기를 그냥 해도 되지만 약간의 불고기 양념을 했다.
그리고서 배추한잎에 가운데 푸른채소 아무거나
나는 깻잎이 있어서 그걸 넣었다.
그리고 위에 쇠고기를 펼쳐서 깔아주는 방식으로 해서 세겹정도를 쌓아 올린다.
그런다음 3등분을 해서 아래와 같이 육수에 예쁘게 돌려 놓는다.
처음해서 예쁘게가 잘 안되었는데 크기를 잘 조절하면
아주 예쁘고 럭셔리 해 보일 것 같다.
가운데는 냉이와 버섯들을 몇가지 불려 넣었다.
우리집에는 얼려 놓거나 말려 놓은 버섯이 다섯가지나 되어서
다 조금씩 불려 넣었는데 만약 살 기회가 되었다면
생느타리나 팽이버섯 같은것을 넣으면 훨씬 보기가 좋았을 것이다.
냉이는 향을 내려고 좀 캐다 넣었다.
이번에는 찍어 먹을 소스가 있어야 한다.
소스는 세가지로 만들었는데 레몬청을 이용해서 세콤달콤한 소스
또 다른 하나는 간장에 무우청과 매콤한 청양고추 발효한 것을 섞어
겨자를 섞은 것
세번째는 된장에 양파 발효한 것을 섞어서 들깨 거피한 것을 섞었다.
나는 언제나 이런 소스를 만들만한 것이 있지만
만약 산다고 하면 시중에 나와 있는 소스종류를 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각자 세가지 소스를 따로 드려서 드시게끔 했더니
엄청 좋아하시며 사진을 찍어 각자 자녀분들에게 보내 드리느라 야단이 났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사실 집에서 무엇을 해서
대접하거나 함께 해 먹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예를들어 하루를 꼬박 고아 대추차를 해 드리는 것 보다
읍내에 나가서 커피 한잔 사 드리는 것을 더 대단하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음료 같은 것도 아무리 몸에 좋다고
잘 만들어서 드리는 것 보다 쉽게 살 수 있는
보통 음료수나 박카스 같은 것을 더 대단하게 치는 것
언젠가도 쓴 적이 있지만 우리 엄마에게 심마니 동생이
20년정도 된 산삼을 드시라고 마음 먹고 가져다 드렸는데
엄마는 내게 그걸 팔아서 시중에 나오는 홍삼제품 이런 것을 사 달라고 할 정도이다.
그런데 이것은 만족하셨다.
맛있게 잘 드시기도 하시고 여기저기 자랑 하시느라
제대로 드시지도 못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음식의 이름은
"밀푀유나베" 라고 ........
만들기도 어렵지 않아서 나중에 부모님께 가서도 한번 해 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어 본다.
야채와 고기를 다 건져 먹고는 음식점에서처럼 만두와 떡이 있어서 그것도 넣어 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국물에 밥과 달걀 노른자를 넣어서 죽을 만들어 먹었는데
생각 보다 맛있는 보양식이 되었다.
한 겨울에 어렵지 않게 만들어 먹은 보양식덕에 마음과 몸이 아주 든든하였는데
덕분에 맛있는 것 먹으러 가자는 숙제도 해결하고 편하고 싸게 즐길 수 있었다.
집에서 즐기는 럭셔리 보양식의 마무리는 한잔의 레몬차
가을에 담아 두었던 레몬이 잘 발효되어서 거기에 차가운 물만 부었는데도
담겨진 그릇이 예뻐서 아주 좋아하셨다.
그런데 사실 이 잔은 안 쓰는 물건 나누어쓰기 장터에서 하나 당
천원씩에 구입했는데 벌써 4-5년째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 모른다.
행복해 하시고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뵈니 마음이 즐겁다.
별것 아닌 한끼의 나눔으로 행복해 지는 시간.
몸 보다 마음의 배가 더 불러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