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중략) 그때에 새벽 별들이 기뻐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뻐 소리를 질렀느니라 바다가 그 모태에서 터져 나올 때에 문으로 그것을 가둔 자가 누구냐 그때에 내가 구름으로 그 옷을 만들고 흑암으로 그 강보를 만들고”(욥 38:4-9).
우리는 생태계 파괴와 기후 붕괴의 절망 속에서 말씀을 읽는다. 상황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때 욥은 하나님께 이 말씀을 듣는다. 하나님은 왜 황폐한 상황 속에서 욥에게 태초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을까? 절망적 상황에서 창조의 이야기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기후 위기로 지구 종말을 염려하는 지금의 절망적 상황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창 1:1-2). 하나님은 빛과 어둠 위에서 하늘과 땅과 물, 온갖 종류의 식물과 과일 나무를 지으시고, 그 속에서 모든 생물이 하늘을 날고, 땅을 걷고, 물속을 헤엄치게 하셨다. 우리 인류도 그 바탕 위에 어울려 살며 지키고 돌보게 하셨다. 그 모든 것에 대해 하나님은 좋다, 아주 좋다고 선언하셨다. 그렇게 세상은 시작됐다.
기후 위기 시대의 슬픔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심히 좋다고 선언하신 것, 하나님이 아름답고 또 풍성하게 지으신 걸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지키고 돌보기는커녕, 훔치고 빼앗고 멸하는 일을 일삼아 왔다. 이제 지구는 물론 우리의 생존은 기후 위기라는 큰 풍랑 앞에 놓였다.
위기도 위기지만 마음이 크게 슬프고 아픈 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크게 실망하게 했다. 우리는 지구와 조화를 이루며 살지 않았고, 사실상 지구가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지구로부터 빼앗았다. 국제생태발자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지구 생태 용량을 초과했다. 초과한 시점은 7월 29일이다. 1970년에는 12월 30일이던 것이 1996년에는 3개월 앞선 9월 30일로, 2020년에는 4개월 앞선 8월 22일로 떨어졌다. 2020년 들어 전년보다 3주 늦춰지긴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강제된 멈춤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었을 뿐이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4월 2일에 초과했다. 전 세계가 한국처럼 쓴다면 지구가 4개나 필요하게 된다. 1년 동안 써야 할 것을 3개월 만에 다 쓰고, 남은 9달은 내 것 아닌 것으로 사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갚을 수 있을까. 갚을 능력은 될까. 아니 무엇보다 우리 안에 갚을 마음이 있는지 궁금하다. “도둑은 다만 훔치고 죽이고 파괴하려고 오는 것뿐이다.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더 넘치게 얻게 하려고 왔다”(요 10:10, 새번역).선교지의 기후 취약성지금 우리는 지구 가열화(Global Heating)의 현실 속에 ‘암울한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 우리 모두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더는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미 기후 취약 지역에 사는 이들은 직접적인 재난 현장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기후 재난은 그 누구도 빗겨가지는 않지만, 모두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도 않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 중 제2실무그룹 보고서를 보면, 가난한 지역의 기후 취약성이 훨씬 높다. 빈곤과 거버넌스 문제, 기초 서비스와 자원에 대한 접근 제한, 격렬한 갈등, 기후에 민감한 생계 등 문제 있는 지역이 더 취약하다. 서부·중앙·동부 아프리카, 남아시아, 중남미, 군소 도서 개발도상국, 북극이 그러하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홍수, 가뭄, 폭풍으로 숨진 이가 다른 곳보다 15배는 많다.
그런데 이들 지역은 주로 한국 교회가 선교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와 파송된 선교사들은 이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그에 준하는 사역을 하고 있을까. 복음을 선포하는 일과 함께 기후 위기 대응은 얼마나 하고 있을까. 복음 전파와 함께 기후 위기를 일깨우며 기후변화로 인한 양극화 현상을 줄이고, 책임 있게 피해를 줄여 갈 이들을 훈련하고 있을까. “예수께서 모든 도시와 마을에 두루 다니사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라”(마 9:35).
지난해 ‘한국세계선교협의회’와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이 220명의 선교사에게 설문한 바를 보면 그렇지 못하다. 현지 주민보다 위기감이 더 높기는 했으나, 인식한 만큼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교지의 기후 위기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을 뿐 아니라 선교지라는 특수 상황에서 현지 주민의 영혼 구원과 생활 지원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후 위기 시대의 선교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기후 위기 시대의 선교와 기후 ‘적응’선교의 주체가 되는 선교사와 교회가 함께 시대를 분별함에 열심을 내야 한다. 선교지의 기후 취약성을 파악해서 선교사를 비롯한 현지인들이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를 미리 대비해 잘 적응하도록 해야 한다. 적응은 그럭저럭 안전하게 적응시키기보다 기후변화가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비하자는 것이다. 긴급하게 신음하는 피조물의 고통을 덜며 그들의 기후 피난처가 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선교사는 파송된 선교지가 어떤 기후 취약성에 처해 있는지 살피고, 그에 필요한 기후 적응 교육과 더불어 적응에 필요한 물품과 시설을 준비해야 한다. 기후 재난이 언제 어디를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기후 예측 경보 시스템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선교지가 있는 나라에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BBC에서 일주일씩 예보하는 걸 알려 주고 갑작스러운 기후 재난에도 적절히 대처하도록 해야 한다. 폭염이나 홍수에 대한 경보시스템은 후속 피해를 30%까지 줄인다. 방글라데시는 조기 경보 덕분에 사이클론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지난 40년 동안 100배나 줄었다.
또 선교지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고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도 시도해야 한다. 무분별한 산림 벌채를 막으면 홍수와 산사태를 줄일 수 있고, 도심일지라도 숲을 복원하면 도시 열섬 효과를 늦추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기후 회복력 있는 사회 인프라 시설을 위해 다방면으로 협력하고 지원해야 한다. 물 분배 및 처리, 재사용 및 순환에 이르는 수원 관리 시스템과 빗물 집수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선교지의 삶의 질 또한 달라질 것이다.
수십 년 간의 기후 재난 취약성 평가 자료를 찾아 각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투자하고 규제하도록 통합 정책을 요구하는 일을 현지인과 함께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다면, 또한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주변 사람이 나와 함께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된다면,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리게 하신 주님이 그들에게 더 명료히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보다 많은 이가 기후 위기를 인식하고 말씀 가운데 창조 세계 회복을 향해 함께 도전하며 대처하기 시작했다. 교회 역시 이 위기의 시급성을 직시하고 하나님과 이웃 사랑의 표현으로 신실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기후 위기는 이제 교회의 긴급한 선교 과제다. 만약 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주저한다면, 지구의 기후는 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고, 우리 사회는 붕괴될 수도 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만으론 선교를 이어가기 힘들 수 있다. 이대론 선교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선교지는 물론 선교지에 거주하는 이들이 기후 위기에서 자유로워지려면 그들 모두가 복음과 동시에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들의 기본적 필요가 충족된 세상을 상상하며 속히 실현할 수 있도록 협력함이 좋다. 모두를 위한 선교와 창조 세계 돌봄내일이면 늦는다. 이미 늦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기회의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과학자들 말을 빌지 않더라도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이 내려놓지 않는 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주님은 지금도 우리 안에 정의롭고 회복력 있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 두시고 이뤄 가고 계신다(사 43:19).
창조 세계 돌봄은 태초에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이요, 모두를 위한 선교적 과제다. 2022 한국 교회 기후 환경 인식 조사를 보면, 목회자는 47.1%가, 기독인은 18.4%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운동이 하나님 나라 구현을 위해 꼭 필요한 선교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선교는 아니더라도 하나님께서 주신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신앙인이 반드시 해야 할 의무라고 답한 이들까지 하면 목회자는 95.2%, 기독인은 86.8%가 탄소 중립을 교회가 감당해야 할 직접적인 과제로 봤다. 실제로 교회가 어떻게 하느냐가 탄소 중립, 곧 창조 세계 회복의 성패를 달리한다. 전국에 약 6만 5천여 교회와 그곳에 속해 있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은, 한두 사람으로 구성된 소모임일지라도 교회와 성도들이 지구에 얼마나 부담을 주는지 확인(자가진단, https://eco-christ.com/green)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진단 후에는 아래 일곱 가지 실천을 차근차근 함께 실행해 보자. 국내든 선교지든 형편에 맞게 교회 전기와 가스 등 건물 유지에 들어가는 에너지, 교통, 물, 음식, 종이 사용량과 쓰레기 배출량을 구체적으로 살피는 것은 자신의 생태적 죄를 고백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이끌 것이다.
교회 예배당과 교육관 건물, 사무실과 목회자 사택, 부속 건물에서의 에너지 사용과 물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버리는 행위, 그리고 세상과 교회를 오가는 차량 등 기후변화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것의 사용(배출)량을 살펴, 탄소 중립을 위한 구체적 감축 목표와 이행 계획을 세워 보자. 그렇게 하는 행동만이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1) 배우고 연결하기: 탄소 감각을 살려 말씀을 새롭게 묵상함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즉시 영향을 받아 무너질 수 있는 기후 약자를 위해 기도하고 돌본다. 자신(공동체)의 탄소 발자국 지우기 캠페인으로 연결할 수도 있다(eco-christ.tistory.com/1680).
2) 에너지 절약: 성도들이 전등 끄기나 실내 적정온도를 유지하고, 에너지 효율 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며, 가능한 한 기후 내성을 갖춘 자재로 그린 리모델링 하도록 안내한다.
3) 음식 쓰레기 줄이기: 온실가스의 상당량이 음식에서 나오니 남김없이 먹고, 육식을 줄이고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먹게 한다. 교회 공동 식사만이 아니라 성도들이 밥상을 바꿔 자신의 몸과 마음, 영혼을 살려 가도록 한다.
4) 플라스틱 줄이기: 쓰레기 원천 감량을 위해 과포장 제품, 일회용 음식 용기를 멀리한다. 페트병에 든 물을 삼가고, 일회용은 다회용기로 교체하는 등 지역 상점이 지속 가능한 매장으로 전환되게 돕는다.
5) 교통-운송에 변화 주기: 이동하거나 물품 배달하는 것 모두 탄소를 배출한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으로 이동할수록 배기가스와 기름값은 줄고, 건강도 개선된다. 차가 필요하다면 전기차로 전환한다.
6) 구조적 변화를 위한 목소리 내기: 개인의 실천이 정부와 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있으면 큰 효과를 낸다. 기후 증인으로서 함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재해를 피하는 과감한 결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쓰거나 피켓팅을 하는 등 사회적 목소리를 낸다.
7) 전기-전력을 돌아보고 전환하기: 에너지를 적게 쓰면 에너지 자원이자 오염 물질은 줄어든다. 교회 내 공간별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되(eco-christ.tistory.com/1508), 건물이 오래됐다면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참여하고, 신축시는 녹색 건축 인증을 받게 한다. 기존 건물에는 옥상이나 벽면,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100%로 살아가는 ‘RE100’ 교회 혹은 ‘기후’ 교회에 도전한다.
이상으로도 발생시킨 탄소가 ‘0(탄소중립)’이 안 된다면, 교회 안팎에 숲을 조성해 상쇄해야 한다. 교회 숲은 탄소상쇄뿐 아니라 미세먼지를 줄이고 창조의 기운을 느끼게 하여 우리 안에 ‘참, 좋다’ 하셨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하나님의 마음도 더 가까이 느끼게 될 것이다. 자동차를 점차 멀리해 ‘차 없는 주일’을 지켜 세상과 교회를 걷거나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오가게 된다면, 성도들은 그만큼 더 기후 위기 시대를 사는 이로서 신앙이 더 깊어질 것이다.다시 연결하는 선교 훈련, 창조 영성위기는 원인도 해결책도 우리에게 있다. 기후과학자들의 IPCC 6차 보고서를 보면 기후 위기의 99%가 우리의 활동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우리 모두의 지극히 작은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살려면 욕심껏 먹고 입고 쓰고 버려 오던 행동을 멈춰야 한다. “이제 모든 짐승에게 물어보라 그것들이 네게 가르치리라 공중의 새에게 물어 보라 그것들이 또한 네게 말하리라 … 이것들 중에 어느 것이 여호와의 손이 이를 행하신 줄을 알지 못하랴 생물들의 혼과 인생들의 영이 다 그의 손에 있느니라”(욥 12:7-10).
기후 위기 시대의 선교 훈련은 ‘자연에 말 걸기’(Reconnecting with Nature)로 감각을 깨우는 연습을 하는 게 기본이다. 그러면 자연에서 발견되는 지혜와 기쁨과 아름다움은 물론, 우리의 근원이 되시는 창조주 하나님에게까지 다시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 우리는 창조 세계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자연스럽게 고백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우리 삶과 신앙에도 다음 질문으로 말을 걸며 대화한다면, 단순한 연결을 넘어 ‘하나님의 숨을 다른 동식물과 공유하는’ 유대감으로 창조 세계를 돌보게 될 것이다.
1)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은 하나님과 어떻게 연결되고 그 관계를 깊게 할까?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이 그리스도 아래서 연합된 세상은 어떤 이미지로 그릴 수 있을까?
2) 우리의 사명에 창조 세계 돌봄이 어느 정도 반영돼 있을까? 항상 그랬는가? 아니라면 어떤 점이 바뀌어야 할까?
3)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왜 중요할까, 그것이 신앙적 가치와 신념에 어떻게 부합할까?
4)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all creation)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라는 복음 전도 사명에 대해 기후 위기 상황에서 다시 생각할 때 달라지는 것은 무엇일까?
5) 창조 세계 돌봄 활동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6) 교회가 오랫동안 힘을 기울여 온 빈곤 문제 해결과 창조 세계 돌봄 사역은 어떤 관계가 있으며, 어떻게 함께 풀 수 있을까?
7) 창조물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은 우리가 하는 전도, 제자도, 공동체 참여 및 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반영돼 있는가, 그 통합을 위해 달라져야 할 게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기후 증인으로서의 환경 선교사 교육이 같은 창조 영성, 다시 연결하는 훈련으로 기후 위기의 풍랑을 넉넉하게 넘으려면, 최대한 함께 마주하고 대화해야 한다.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충분히 나눠야 한다. 질문에 서둘러 답하기보다 서로 이해함으로 신뢰하고 지지하는 공동체로 서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나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가 말할 수 없는 탄식 가운데 치유하고 계신 성령님께 이끌리어 기후 증인된 삶과 사역을 하게 할 것이다(행 1:8).
끊임없이 기후 위기에 대한 위기 의식을 일깨우고 희망의 미래를 만들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은 그를 위해 교회들과 함께 “탄소제로 녹색교회를 향한 환경 선교사” 과정을 열고 있다. 교회별, 지역별로 훈련된 환경 선교사들은 지금의 위기를 두려움이나 주저함이 아닌 새 하늘과 새 땅의 비전으로 마주하고 대응한다. 이 교육은 환경부 우수환경교육 프로그램인데, 교회 맞춤형으로 5-10강이 진행된다. 내용은 교회의 관심과 처한 상황을 반영하되, 신앙적 이해(성서와 환경, 생태적 회심)와 기후변화, 에너지, 자원순환, 먹거리, 숲 등에 관한 이론과 실제를 듣고, 먹고 입고 이동하고 쓰고 버리는 일상의 영성을 훈련한다.
특별히 기후 위기에 대한 교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교회의 탄소배출량을 보게 하고 그에 준하는 감축목표와 실천 전략을 세우는 워크숍을 주 1회씩 진행한다. 무엇보다 혼자보다는 두세 사람이라도 함께하는 공동체를 세우도록 안내한다. 탐욕이 아닌 적은 것에 만족하고 덜 시원하고 덜 따뜻하고 고기와 자동차와 플라스틱을 줄이는 생활을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설득해 에너지 전환, 공공 교통, 쓰레기 제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함께 상상하며 이뤄 가도록 한다.
지역사회나 선교지에서 한다면, 고통 가운데 있는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이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 비록 신앙이 없는 이라도 기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애쓰는 이가 있으면 지역의 생태 환경 문화 인적 자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환경과 건강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았으니, 지역의 보건 의료인을 초청해 지역 환경과 건강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살필 것이다. 교회가 환경과 보건 문제로 고통받는 이들을 어떻게 돌볼 수 있는지도 나누게 될 것이다.
풀뿌리 환경 모임과 지역사회가 직면한 환경 문제가 무엇인지 대화하고, 환경미화원, 숲 해설가, 정원사(원예가), (도시)농부와도 대화하며 지역사회 안에 쓰레기는 어떻게 배출되고 처리되는지, 지역사회 안에서 같이 사는 동물, 식물, 곤충, 어류 또는 기타 생물 군집들은 어떤 게 있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를 관찰했는지 듣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서 있는 기후 위기의 현실을 보고, 회복력 있고 정의로운 세상을 이뤄 갈 새로운 선교적 가치를 당당하게 말하게 될 것이다. 선교에 있어 어떤 원칙이 필요한지, 선교 정책에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하는지 검토해 목소리를 내고, 그 실현을 위해 힘쓸 것이다. 나가는 글지금의 기후 위기 상황은 우리의 삶, 우리의 선교를 다시 세우는 기회일 수도 있다. 마을과 도시의 회복력을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선교는 이미 시작됐다. 생명을 유지해 주는 시스템인 지구를 우리만을 위해 파괴해 위기에 빠뜨린 점을 깊이 회개하며, 선교지 주민과 함께 주체적으로 해결해 가는 이들도 있다. 한국 교회 안에서도 선교사를 파송하거나 선교 여행을 다니면서 탄소 배출량을 고민하며, ‘탄소 발자국 지우기 캠페인’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eco-christ.tistory.com/1680).
재생에너지 전환과 보급 확대, 육상 및 해양 생태계의 복원, 재생 농업의 추구는 물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기후변화의 양극화를 줄여 가는 이들도 있다. 태풍이나 자연재해가 닥칠 때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빚에 내몰리게 놔두지 않고 지원을 연결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기후 취약 선교지에서 지역 주민과 더불어 기후 적응 대책을 세워 가는 이들도 있다. 그들과 함께 기후 증인이 돼 환경 선교사를 교회와 지역사회, 선교 현장으로 파송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든 생명이 골고루 풍성한 삶을 누리게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