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제 아무리 펑펑 쏟아져 내려도
내리는 족족 눈은 결국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마는
겨울 바다
이 세상에 내려와
일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눈꽃송이를
하염없이 바라다 보면
하늘과 바다와 내가 하나된다.
어느 게 바다이고
어느 게 하늘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눈이 내리는 겨울 바다에 가면
사람이 하는 일들이 얼마나 부질없고
하찮은 것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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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요즘같이
폭염이 계속되는 날에는
차가운 물을 뒤집어 써도 덥다.
바닷가를 찾아가도
열받은 모래알들이
너무 뜨겁다.
이런 날에는
나무그늘 짙은 계곡에 앉아
발을 담그고
수박 한 덩이 먹으며
쉬고 싶다.
쉬임없이 들려오는
물소리에
귀를 씻고
마음을 씻고
시원한 계곡물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흐른다.
시끄럽게 들려오는
매미소리가 바람처럼
가볍게 꿈속으로
튀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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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을 위하여
저 깊고 깊은 어둠속에서
담뱃불처럼 깜박이는
도시의 불빛
지금 이순간 그 불빛속에
그리운 그사람이
잠들어 있을까?
아님 깨어 있을까?
이 세상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만날수는 없지만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은
늙어가는 인생에
덧없음을 조금은 늦추게해주고
공허한 가슴을 달래주기도 한다.
이세상에 그리운 사람이 있어
날이가고 또 새날이 와도
늘 깨어있는 꿈처럼
잊을 수 없어 좋다.
깊어가는 밤에 잠못이루고
그리운 사람을 더욱 그리워할수록
가물 가물 거리는 추억같은
작은 그리움이 모여
또 다른 큰 그리움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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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강
내 가슴속에 아무도 모르게
그리움이 흘러가는
강을 만들었다
물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소리도 들리지 않는
너무나 고요로운 강물 위에
누군가 내게 남겨준
그리운 말 한 마디
생각 났다 사라진다.
누군가 그리움이
흘러가는 내 마음속의 강에다
외로움을 내다 버렸다.
눈물도 내다 버렸다.
그리움도
외로움도
눈물도 다 함께 흘러가는
내 가슴속의 강은 진정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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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바다
오늘도 난 그대를 생각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파리 사이에도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 속에도
은은한 향기를 품어내는 들꽃의 미소 속에도
그리움은 묻어납니다.
머리칼에 스치는 바람결처럼
언제나 내 가슴에는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듭니다.
외로움이 깊을수록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갑니다.
그대 가슴속에 출렁이는 바다에
사랑의 그리움을 가득 실은
배 한 척을 띄웁니다.
나는 하얗게 밤이 새도록
그리움의 배를 타고 그대의 가슴속을 향해
노를 저어갑니다.
거기 그리움의 바다 한복판에서
그대가 미소 지으며 나를 기다리는
그 날까지 내 긴 항해는 계속될 겁니다.
그대를 그리워하는 시간 만큼
그리움의 바다에는
그대를 향한 생각들이 가득 출렁거립니다.
나는 빈배를 타고
그리움의 바다에 종일 떠 있습니다.
오직 한 사람 그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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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향기
그리움은
보고 싶어도 참는 거다
그리움은
누군가를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거다
그리움은
그 무엇을 애타게 기다리는 거다
그리움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누군가를 지독히 사랑하는 거다
보고싶어도 참고 있다가
그리워도 참고 있다가
그 보고픔이, 그 그리움이
마침내 눈물이 되면
그땐 비로소 그리움이 향기가 된다
누군가를 지독히 그리워해본 사람은
그 무엇인가를 지독하게 기다려 본 사람은
그리움이 눈물로 변한 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랑은 불꽃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나지만
그리움은 두고 두고 가슴속에 묻어둔 비밀처럼
그렇게 아주 은은하게 조용히 다가오는 거다
그리움의 향기는
혼자 사랑하는 마음처럼
꼭 그리워하는 누군가에게 전해지지 않아도 좋다
그리움의 향기는
별처럼 내 가슴속에만 꼭꼭 숨어 있어
나만이 느낄 수 있는 은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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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두드리는 바람
소슬 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립니다
나는 그 바람이
그대 였으면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지친 내 영혼은
고독한 바다 위에서
홀로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고요한 바다에 돌을 던져
오래된 침묵을 깨트려준 사람
바로 그대 바람입니다
이제 그대 내 영혼을 흔드는
바람결에서 그대를 생각하며
그대의 향기를 느끼고 싶습니다
~~~~~~~~~~~~~~~~~~~~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세상 살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삶이 어렵고 힘들 때
한 마음 되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을 하는 데에
무슨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누구를 그리워하다가
서로 사랑하면 더욱 좋은 일이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밤을 지새우며
홀로 울기도 하겠지만
누구를 진정으로 그리워하며
가슴 아파 본 사람은
더욱 더 삶의 깊이를 알 수 있어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
눈꽃나라
텅빈
나무가지에 매달리듯
배꽃처럼 하얀 눈꽃이
살갑게 내린다
내리는 눈송이들이
나무가지에 앉아있는
고요를 부여잡고
저마다 꽃을 피운다
하늘을 온통
은빛으로 수놓인
눈꽃송이들이 휘
몰아치는 바람에
하얀 머리카락 휘날리듯
나풀나풀 거리며 떨어지자
쓸쓸함만 더해 간다
그 쓸쓸함을 따라
걸어가노라면
신비한 동화나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눈맞춤
무수한 눈길을 주고 받으며 지나치지만
그누구에게도 단 한 번만에
내 마음을 송두리채
빼앗긴 적이 결코 없었다.
그대와 내가 눈을 마주친 이후
때론 그대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때론 나를 외롭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론 나를 서글프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대 그 작은 눈동자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나...
그대 눈동자는
한번 빠지면 늪처럼 쉽게 헤어나오질 못하고
자꾸만 빠져드는
그 깊고 깊은 심연의 바다
~~~~~~~~~~~~~~~~~~~~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면 누구나 좋아한다
세상을 하얗게 바꾸어 놓는 신비의 위장술
모든 사악함과 추한 모습들을
모두 덮어 버리고
오로지 순백의 깨끗한 세상으로 만들어주기때문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아우성없는 반란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는 백색계엄령이다.
눈이 내리면 사람들의 심란한 마음들도
깨끗하게 정화된다.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희망이 내린다.
바램이 내린다.
낭만이 내린다.
~~~~~~~~~~~~~~~~~~~~
눈처럼 하얀 사랑
눈이 내립니다
눈이 내리면 세상은 온통
하얀 그리움으로 가득찹니다.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세상
아무도
걷지 않은 눈같이
하얀 그대의 마음
차마 하얀 그대의 마음을
내 발자국으로
더럽히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눈의 양만큼
무지 무지
그대를 사랑합니다
세상을 뒤덮고 있는
새하얀 눈의 색깔만큼
깨끗한 마음으로
그대를 사랑합니다
~~~~~~~~~~~~~~~~~~~~
늦가을 낙엽은 지고
찬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늦가을 낙엽은 지고
마지막 남은 잎새마저
다 떨군 나무는
1년동안 가꾸어온
삶의 무게를 다 벗어던졌구나.
이리 저리
발밑에 구르는 낙엽은
누군가 이승에 벗어놓고 간
햇살 한 줌
그리움 한 줌
슬픔 한 줌
추억 한 줌
~~~~~~~~~~~~~~~~~~~~
마음의 눈으로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눈에 보이는 것만 진실인 줄 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진실이 아니며 사랑이 아니며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이 열정과 집착만으로
피어날 수 있을까?
사람은 물론 이상과 꿈만으로
살아갈 수 없겠지만
그대를 사랑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외모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눈에 보이는
조건만도 결코 아니다.
마음의 눈으로
그대를 보면
가슴 가득 정감이 흐르고
기쁨이 샘솟는다.
그대도 나를
마음의 눈으로 받아들여
그대 마음속 한 켠에 내가 비집고 들어가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바다에 와서
그리움도 깊으면 병이 된다.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된다.
누군가를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바다에 와서 알았다.
어디인가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기쁨 이라는 사실을
바다에 와서 알았다.
파도에 부딪혀
부서진 바위의 상처가
저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만들었구나.
방파제 위로 넘치는 물결위로
별이 뜨고
달이 뜨고
해가 뜨고...
나는 그저 시린 눈으로
바다를 바라다 본다.
저토록 넓은 가슴을
자꾸만 넓히려 드는 바다.
땅 끝에 서 있는 나의 외로움은
혼자 나는 갈매기처럼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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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풍경
겨울 보리밭
꽁꽁 언 땅속에
움트는 보리싹
피발선 서리발을 뚫고
쏙쏙 얼굴을 내미는 푸른 싹
겨울 보리밭은
꼭꼭 밟아주어야 잘 자란다.
겨울 보리밭엔
푸른 물결이 잔잔히 흐르고
거기 누군가 보리밭을 즈려밟고
겨울속에서
봄길로 걸어나오는 사람이 있다.
~~~~~~~~~~~~~~~~~~~~
봄이 오는 소리
얼음장 밑에서 졸졸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꺼운 땅껍질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힘,,,
어떠한 힘으로도 막지 못한다.
작은 새싹 하나
우주를 뚫고
세상 구경을 나오려고 기지개를 켠다.
벌써 양지바른 언덕에
뾰족 나온 푸른 싹들
새생명의 탄생 알린다.
~~~~~~~~~~~~~~~~~~~~
새벽 안개 속을 걸으며
새벽 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강가
안개의 손길이 닿는 곳이면 어디나
풍경이 지워진다.
아니 풍경이 새로 그려진다.
풀잎에 맺혀있는 이슬 방울을 툭툭 건드려 보고
막 피어나는 코스모스 꽃잎에 입맞춤도 해보며
마을을 지난다.
들판을 지난다.
벼들이 누렇게 익는 들판을 지날 때에는
껄끄러운 벼이삭에 쓸려
눈썹 몇 개쯤 논바닥에 떨어뜨리고 간다.
새벽 안개가 너울너울 춤을 추며 들판을 지나다가
맑은 물 졸졸 흐르는 작은 여울을 만나면
물 위에 살포시 앉아서 얼굴도 닦고
머리도 감는다.
차가운 새벽 바람에 잠못이루고
자꾸만 몸을 움추리며 수런대는 갈대들을 위해
새하얀 옥이불도 덮어 준다.
안개 속을 걸으면 혼돈이 아니라
오히려 아늑하고 포근해진다.
~~~~~~~~~~~~~~~~~~~~
서점에 가는 날
서점에 가는 날은
왠지 아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난생처음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보다도
더 가슴 벅차다.
서점 가득 꽂혀있는 수많은 책들중
어떤 책을 고를까?
어떤 책을 읽을까?
책 한 권을 골라 책값을 치루었다고
내 책이 아니다.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비로소 내 책이 되는 것이다.
서점에 가서 책을 사면
세상을 통채로 얻은 것처럼
가슴이 뿌듯하다.
서점에 가면
왠지 소년처럼 가슴이 부푼다.
서점에 가면
잠시 잃어버렸던 나를 만난다.
~~~~~~~~~~~~~~~~~~~~
섬
섬은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미아
망망대해 한가운데에서
너무나 외로워
육지를 향해 보내는
처절한 몸부림같은
구애의 파도를 보낸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섬 하나를
갖고 산다.
추억 속의 섬
고독 속의 섬
낭만 속의 섬
늘 곁에 두고 싶어하는
섬 하나
가끔
그 섬에 가고싶어
가슴 설레인다.
~~~~~~~~~~~~~~~~~~~~
시인의 노래
십오촉 백열등불 밑
한 사내가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아 있다.
깊은 밤 잠 못 이루고
삐걱거리는 자신의 존재를 일깨우며
그는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원고지 칸칸 마다
고구마 순을 심듯
생각의 줄기를 잘라 파묻고 있다.
그는 가끔씩 기지개를 켜
자꾸만 움추러 드는 몸을
쭉 늘리기도 하고
가끔씩 쥐가 난 다리를 뻗으며
주먹손으로 연신 다리를
두드리고 있다.
그에게 있어 문학은
구원도 안식처도 아닌
고독의 밑바닥에서부터
길어올리는 샘물이었다.
~~~~~~~~~~~~~~~~~~~~
아름다운 눈으로
비가 내리는 날은 비가 와서 좋고
눈이 내리는 날은 눈이 와서 좋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날은
햇살이 밝아서 좋다.
삼백예순 나날 날마다 날마다
다람쥐 쳇바퀴돌듯하는 인생이지만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다르고
하루종일 날씨도 다르다.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꽃 한 송이 모두
아름다운 삶을 위해
올곧게 살아간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다워 보인다.
아름다운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 아룸다움의 중심에
내가 서 있다.
~~~~~~~~~~~~~~~~~~~~
아름다운 인생을 위하여
민들레 홀씨처럼 두둥실 날아
그렇게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랑의 향기를 맡으며
꿈을 키우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가끔은 모진 비바람에
큰 아픔이 올지라도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살아 갑니다
누구든지
단 한 번뿐인 시한부 인생이기에
더욱 애뜻하고도 아름답습니다
아무런 후회없이
하고 싶은 일도 다 해 보고
아무런 미련없이
사랑도 해 보고
눈을 감을 수 만 있다면...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인생은
그 많은 일을 하기에는 너무나 짧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날 때
살아온 삶을 되돌아 보고는
비로소 그때서야
인생의 참가치를 깨닫고는
자기 인생을 아름답게 살았는지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여자는
여자는
결코 꽃이 아니다
여자는
몸 속에 아무도 모르는
대지를 갖고 있다
남자는
그 대지를 갈아엎고
그 속에다 씨를 뿌린다
여자는
씨의 크기나 씨의 종류를
탓하지 않는다
그저 따사로운
햇살 한 모금과
이슬 한 모금을 받아먹고
꽃을 피운다
여자는
덧없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
꽃을 낳는다
나무를 낳는다
돌을 낳는다
세상은
온통 그녀가 낳은 사물로
가득하다
여자는 평생동안
자기가 낳은 사물을 가꾸는
정원사가 된다
그녀가 만든 정원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가장 아름답고 경이롭다
~~~~~~~~~~~~~~~~~~~~
오래된 연인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
또 만나고 만나서
두터운 정이 쌓여야 연인이 된다.
하루 아침에 만나 불같은 사랑을 나누고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바람같이 금방 헤어지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정이란 생각처럼 하루아침에
쉽게 쌓이지 않는다.
정이란 안개처럼 슬며시 다가와
세상의 모든 것들을 온통 그리움으로 휘감는다.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고
목소리만 들어도 그리움을 녹일 수 있어야 한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술이 되는 것처럼
오래된 연인이 참된 애인이다.
오래된 연인일수록
은은한 향기가 솟아 나오고
그 향기가 아주 오래 간다.
삼백예순 다섯 날 단 하루라도
못보면 보고싶어 안달이 나는
그런 사이가 좋은 연인이다.
~~~~~~~~~~~~~~~~~~~~
왜 사느냐고 물으면
누가
왜 사느냐나고 물으면
그냥 살아가지요.
누가
왜 자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좋아하지요.
누가 왜 웃느냐고 물으면
그냥 웃지요.
누가 왜 우느냐고 물으면
그냥 울지요.
모두들 무슨 일이든
이유가 있어야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이 세상일은 모두 그냥 그렇고 그런 것.
그냥 좋아서 하는 일에
무슨 특별한 까닭이 없는 것 처럼.
그래도 또 누가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 점을 알고 싶어
지금 열심히 살아가는 중이라고
대답하지요.
~~~~~~~~~~~~~~~~~~~~
우리가 눈이 되어 내린다면
어느날 저 하늘 높은 곳에서
그대와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함박눈이 되어
천 송이 만 송이로
펑펑 쏟아졌으면 좋겠다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메말랐던 대지를 축축히 적셔주고
많은 사람들이 잠시 바쁜 일상을 벗어던지고
그윽한 눈으로 우리를 들여다 보도록
했으면 좋겠다.
그대와 나
눈 송이로 서로 만나 한데 어우러져
이 세상 모든 슬픔도 괴로움도 덮어주는
장엄한 은세계를 수놓고 싶다.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내리는 첫눈이 되어
그대와 나
포근함과 설레임을
함께 나누어 갖고 싶다.
~~~~~~~~~~~~~~~~~~~~
운명처럼 다가온 그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혀 낯설지 않은
이상하게 오래된 친구같고,
오래된 연인같은 그대
이 세상 어느 곳에
마음 둘 곳없는 나에게
이토록 가슴 벅찬 기쁨을 준
그대가 있어 좋다.
어느 누구의 사랑도
담을 수 없을 것 같은
허전한 가슴 속에
운명처럼 다가 온 그대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눈을 감고,
눈을 뜨고 생각해 봐도
꿈결같은 그리움밭을 건너
신기하게 운명처럼 다가온 그대
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리움이 샘솟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
이런 사랑이라면 좋겠습니다
굳이 말 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 있는
이런 사랑이라면 좋겠습니다
믿음직한 소나무처럼
늘 그 자리에 서서
힘들고 지칠 때
결고운 바람처럼 부드러운 손을 내밀며
등을 토닥여 주는
이런 사랑이라면 좋겠습니다
푸르름을 잃지않는 산 그림자를
끌어안고 잠이드는 강물처럼
항상 따뜻한 가슴으로 포용해주는
이런 사랑이라면 좋겠습니다
산과 강과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듯
그대와 나 각자 제자리에서 빛을 내는
이런 사랑이라면 좋겠습니다
~~~~~~~~~~~~~~~~~~~~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이 한목숨 다하는날까지
사랑하여도 좋은 사람
봄이오고 여름이 가고
그리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시 와도
아니 모든날들이 곁에서
다 지나가는 그날까지
사랑하여도 좋을 사람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자기 눈속에 담아
눈물처럼 아끼면서
아무도 모르게 가슴속에
천년만년 꽁꽁 숨겨두는것.
~~~~~~~~~~~~~~~~~~~~~
커피향 같은 사랑
습관처럼 하루에 몇 잔씩 마시는 커피처럼
그렇게 그대를 그리워하렵니다
커피향처럼 은은한 그대 그리움을 음미하면서
그렇게 커피를 마시렵니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어느새 마셔 버린
쓸쓸함이 그리움처럼 뒤에 남지만
늘 새롭게 마실 커피를 위해 빈잔을 깨끗이 닦아 놓지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그대가 내 마음속에
빈 잔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길 마냥 기다리렵니다
그대 그리움이 목마름같은 갈증으로 남아
한밤중에도 일어나 다시 커피를 마십니다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진한 커피향을 마시며 그대를 생각합니다
우리 사랑이 진한 커피향처럼
뜨겁게 지펴지길 기대합니다
~~~~~~~~~~~~~~~~~~~~~
흐르는 강물처럼
세월은 쏜 화살처럼 지나가 버린다.
강물은 무덤덤하게
오래된 침묵을 잘도 견디며 흐른다.
강물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지만
생각처럼 느리지도 않다.
강가에 멈추어 서서
강물처럼 누워 흐르고 싶다.
어느 누구도 이미 흘러간
강물같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다.
나도 강물처럼 흐르고 흘러
그대 영혼의 바다 한복판에
다다르고 싶다.
평생을 걸려 흐르고 흘러도
닿지 못하는
너무 깊은 그대 영혼의 바다
흐르는 강물처럼
흐르고 흐르다가
한번쯤은 그대 깊고 깊은 바다 한복판
휘몰아치는 격랑에 휩쓸려
허우적 거려보고 싶다.
깊은 절망에도 빠져보고 싶다.
우리 생은 강물처럼 그렇게 흐르고 흘러
결국 알 수 없는
깊고 깊은 심연의 바다에
이르고 마는 것
어느 누구도
그 흐름을 멈출 수 없는 것......
~~~~~~~~~~~~~~~~~~~~
- 남낙현
대전일보신춘문예 당선,동양문학 신인상 당선
대전일보문학상(시부문),녹색문학상(동화부문)수상
대전일보 신춘문예 심사위원
대전일보 문화센터 강사
공주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교사
문학의 오솔길 운영자
개인저서 시집: `커피향 같은 사랑' 5권 등 11권
첫댓글 그리움은 일상에서 한줌 눈물을 자아내게 하고 추억이고 미래입니다. 삶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추억에 대하여 항상 그리움으르 승화하여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를 토해내는 시인님의 건필을 기원하는 바입니다.
영혼이 머무는 시는 마음을 평온하게 하지요.. 늘 행복하세요~~
남낙현님의 시를 너무 좋아합니다. 좋은시를 접하게 해주셔서 이슬님 감사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좋은시를 두고두고 감상할 기회를 주셔서요 좋은날 이어가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