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상의 제물은 메· 탕· 술· 떡· 나물· 과일· 한과· 어포· 육적 등이 있다. 이들 제물은 세월이 가면서 하나하나 제물로 추가된 것들인데, 제일 먼저 오른 제물은 무엇일까? 제상을 만들면서 진설陳設이 본격화되었다. 그 이전에는 거적居嫡(제관인 장남이 제물을 진설하는 자리와 절하는 자리)을 깔고 제물을 올렸다. 무당이 1년에 한 번 모시는 성주(星主 : 해· 달· 북두칠성 천부삼인, 聖主 : 무당이 모시는 몸주)에게 제사를 올리는 진적眞嫡은 거적에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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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로 구운 고기를 올릴 때는 진적進炙, 맏아들이 무무巫舞의 도움으로 제사 올릴 때는 진적進嫡이라 했다. 거적을 사용하기 전에도 제물은 있었으니 태초의 제물은 무엇이었을까? 구석기시대 사람인 홍수아이 주변에서 곰 뼈들과 곰형상이 발견되었으니, 수렵시대의 제물은 곰, 물고기, 조개류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제물을 올렸는데. 거적자리(욕위蓐位-거적)에 나무 제상이 놓이게 되면서 제사문화와 식사문화가 품위를 잡기 시작했다. 제사에 쓸 그릇이 필요하게 되어 굽이 높은 기대器臺 위에 올려놓는 제기祭器들이 발명되었고, 제사상의 모양새가 제대로 갖추어지게 되었다.
여자들이 우물가에 정화수 한 그릇 떠놓고 비는 유습을 보면 맨 처음의 제물은 물이었다. 물을 제사에 쓸 때는 현주玄酒라 했다. 술酒자를 쓰기 시작하면서 북극수北極水를 현주로 호칭한 것이다. 玄은 북극이다. <부도지>에 마고가 마고성을 폐쇄할 때 우리의 조상인 황궁黃穹이 무리를 이끌고 북쪽에 있는 천산주天山洲를 찾아 정착하였다. 천산주란 북쪽바다에 떠있는 섬으로 천산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마고는 마고성을 폐쇄할 때 두 딸 궁희와 소희를 데리고 천수天水(빗물)로 마고성을 청소하였다.
천수로 마고성을 정화淨化시킨 행위가 후대에 성수로 인간의 몸과 주변을 깨끗이 하는 성수 뿌리기와 성수치기 하는 정화행위로 발전하였다. 이 때 쓰이는 물을 정화수井華水+ 淨化水=淨華水라고 하였다. 井華水의 정은 정수井宿를 뜻이니 정수의 물이고, 화華는 북극성이니 북극성의 물이다. 북극수에 수정水精이 있는데, 수정은 마고성을 천수로 정화시킨 마고의 다른 표현이다. 마고가 황궁·유인·한인·한웅·단군왕검으로 전수한 천부삼인은 수정의 징표가 된다. 한웅천왕으로부터 천부삼인을 인수한 단군왕검을 수정이라 했다. 그의 아들 부루를 수정자水精子라고 하였다.
부루가 단군왕검으로 부터 제위인 왕검의 위를 물려받으면서 그를 용왕龍王이라고 호칭하였다. 용은 수정의 결실인데, 그가 왕검이 되었으므로 용왕이라 했다. 용신각․용왕전에 모시는 용왕은 부루단군이다. 다음에 오곡이 제상에 올라간다. 쌀농사가 15,000년, 오곡 역사가 5000년이므로 오곡이 제상에 올라가게 된 것은 5000년이 넘는다. 충북 청원군 소로리에서 1994년에 출토된 ‘소로리볍씨’를 제례 역사상 최초로 생미生米로 제상에 올렸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1월 충북 옥천 대천리 유적인 신석기시대 집자리에서 탄화된 쌀과 보리·밀·조·기장 등 ‘오곡’이 발굴되었다.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결과 BC 3500~BC 3000년으로 밝혀졌다. 벼․조․기장은 봄·가을 작물이고, 보리·밀은 늦가을~초봄 작물이므로 신석기인들이 1년 내내 농사를 지었음을 보여준다. 김포 가현리와 일산 가와지 유적 토탄층에서도 BC 3000~BC 2000년 전에 벼농사를 지었음이 밝혀졌다. 천제를 지낼 때는 오곡을 모두 생미로 올리는데, 오곡의 생산이 메․떡․술이 발명되었고, 이들 3가지가 조상제사 때 제상에 올려졌다.
메는 묘에서 제물로 올려 메라 했다. 떡은 나라의 덕을 의미한다. 최초의 술은 막걸리인데, 막걸리는 마고에게 올리는 동이족의 술이라는 뜻이다. 막걸리를 걸러 약주를 뽑아냄으로써 약한 술의 의미로 약주로 불리게 되었다. 적炙은 사냥하여 잡은 고기로 만든 육적肉炙과 어로로 잡은 물고기로 만든 어적魚炙으로 나눈다. 사슴· 닭· 소· 돼지 등은 육적, 북어· 조기· 문어 등을 어적으로 썼다. 이는 수렵시대의 유습이다.
과일도 제상에 오르는데, 감은 벼슬하는 무당인 대감大監의 의미다. 감을 시柿(枾· 柹의 약자)라 한다. 시尸(칠성신, 임금)· 신神(일· 월· 성신 삼신)과 관련된 문자다. 사과巳果는 뱀을 인종의 아이콘으로 쓰는 풍이風夷의 자손을 의미한다. 배는 주舟의 의미다. 주는 제사에 쓰는 술잔이다. 밤은 밤(夜)의 의미다. 대추는 대주旲晝의 음차로 보면 대낮의 의미다. 즉, 밤과 대추는 밤낮을 상징한다. 한과는 산자․약과․약식․다식을 제상에 올린 것은 먹을거리가 화려해진 고려시대의 풍습이다. 나물 종류는 인체의 뼈와 살과 체모 등을 뜻한다.
우리의 제사 역사는 1만년이 넘는다. 제물 수도 많이 늘어나 종묘제례 때는 엄청나게 많다. 고려시대 기록에는 임금이 지내는 제사에서 제상에 올리는 술만 해도 청주·약주·막걸리·현주·감주 등 6가지나 되었다. 기이하게도 소주는 쓰지 않았다. 만족의 술이기 때문이다. 제사를 처음 시작한 사람은 제정일치시대의 임금인 무당이었다. 구한말에 제작된 <무당내력>에는 시루 1개에 떡과 잔을 올리는 검소하고 단출한 굿상차림을 보여준다. 칠성굿에는 국가기관인 화방에서 만들어 주는 꽃인 수팔련을 제물과 함께 올렸다. 오늘날 굿할 때와 차례 지낼 때 올리는 제물은 가지 수가 많고 분량도 많다. 소박하게 차렸던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옛 모습을 찾는다면 물과 막걸리와 떡과 메와 소찬으로 족하리라.
첫댓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