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결혼식 서경숙 다음 해인 2월 20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합동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신부는 하얀 다후다 한복에 면사포를 쓰자 모두 선녀처럼 아름다웠다. 남성은 까만 정장을 하고 줄지어서 쌍쌍이 가정 후보자가 약 천명의 남녀가 스승께 평생 순결 할 것을 맹세하는 식이 거행되었다. 축사는 강원도 박경원 도지사가 해 주었다. 그 분은 내가 농촌 운동을 할 때, 경북 도지사였다. 도청에 찾아가서 스승의 애국 이념을 밝히자, 감명을 받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축사가 끝나자 곧이어 스승께서는 430가정 모두가 부부가 되었음을 하늘과 땅 앞에 선포하셨다. 식이 끝나자 곽정환 경북 책임자가 나를 찾더니,‘박경원 도지사가 경숙씨 결혼선물을 전해 주라해서 전해준다’ 면서 화려한 큰 자개 화병을 건네 주었다. 식이 끝나고는 가정 모두는 대형 버스에 올라 쌍쌍이 자릴 잡고 앉아서울시내를 드라이브 할 때 황족같은 마음을 한껏 누리며 평생 잊을 수 없는 호강을 한 날이었다. 우리는 아무말도 할 말이 없어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동지는 나를 보고 빙긋이 웃더니 입술 연지를 지우라는 손짓을 해서 둘이 마주보며 웃었다. 웃음보가 열려진 날인지 공연히 자꾸 웃음이 나고 공연히 부끄러웠던 날이다. 피로연 축복식장에는 장소 관계로 부모 외에는 참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음 날 시댁에서 친지를 모시고, 폐백식 겸 피로연을 하게 되었다. 나는 폐백을 올리고는 마네킹처럼 아랫목에 앉아있었다. 모두 나를 쳐다 보는데 내가 앉은 아랫목이 너무 뜨거워서 두꺼운 것을 깔아줘도 땀이 흘렀다. 동지는 다음 날 부대로 떠나야 해서 밤에 나더러 ‘집안 일은 며느리가 다 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된다’고 부탁 하였고 나는 그때부터 3년간 혼자 시집살이에 입문하게 되었다. |
첫댓글 서 경숙 선생님의 글입니다,
마음의 정원에 올린 글을 선생님께 여쭤보고 합평 마당으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