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으로 파워풀한 고음 쉽게 구사
소리의 강한 어택은 때론 부담
다채로운 음악 컬러를 위해 노래할 때
혀의 움직임이 좀 더 많아져야
소찬휘 [SBS '보컬 전쟁: 신의 목소리' 캡처]
양치질을 하고 주스를 마시면 쓴 맛이 난다. 혀의 맛봉우리에는 지방질의 인이 들어있는 반면 치약에는 지방과 기름을 제거하는 청정제가 들어 있다. 치약은 이 청정제로 맛봉우리의 얇은 막에 있는 기름기를 빼주므로 원래의 주스 맛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앨범으로 듣는 음악도 실제와 다르다. 믹싱에서 각 파트와의 밸런스를 위해 원래의 소리와 톤이 깎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음악인의 노래를 듣더라도 우리가 음반으로 듣는 것과 실제로 듣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양치질을 하기 전의 원래의 주스 맛을 느끼기 위해선 공연장 등 리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진짜 음악은 ‘공연’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진리인 이유다.
목소리에 힘을 공급하는 것은 가창자의 호흡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속시키고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은 성대다. 성대가 오므라들며 공기가 그 사이로 지나가게 되면 성대는 진동하게 되며 음파가 형성된다. 인간의 공명체를 이루는 주된 분분은 노래하는 사람의 목, 입, 코 등이다. 만들어질 소리에 따라서 다양하게 작용해 목소리를 크게 하고 음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성량으로 멀리 퍼져 나가는 우렁찬 소리를 구사하기도 한다. 따라서 공명체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노래하는 사람이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소찬휘가 TV에서 EXID의 ‘위아래’와 시나위의 ‘크게 라디오를 켜고’ 등을 부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최근 소찬휘는 방송에 잠깐 나와 노래하고 사라지는데 그 여운은 참으로 오래가게 만든다.
한마디로 소찬휘는 탱크를 연상케 하는 ‘엄청난 성량’ 그 자체다. 음반으로 들을 때도 강렬함이 하늘을 찌르는데 무대에서 리얼로 접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소위 ‘폭발적인 가창력’이라는 의미에서 한국 여성 가수사에 주목할 만한 존재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소찬휘가 진짜 자기 목소리, 즉 육성으로도 고음을 쉽게 낸다는 데에 있다. 어디 그 뿐인가? 빼어난 비성 감각은 물론 두성 사용까지 좋다. 그러다 보니 노래가 단지 파워풀하게만 흐르지 않고 맛과 감동이 함께한다.
고음에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깊고 선명한 소리를 구사한다. 고음역은 워낙 난이도 높은 테크닉이다 보니 많은 힘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따라서 관리를 잘해주지 않으면 근육이 뭉치고, 뭉친 근육이 다른 곳에 영향을 줘 얼굴같은 경우 아래로 처지게 되기도 한다. 꾸준한 연습과 자기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최근 방송에서 소찬휘를 보며 전성기 때에 비해 살이 많이 쪄 놀랐다. 비대해진 감이 있어 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를 듣는 순간 기우라는 걸 알았다. 체중 증가가 오히려 소리를 더 육중하고 파워풀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성악가들은 마른 체형은 없고 육중한 체구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걸 상기해 보자. 물론 무조건 비대해진다고 해서 노래를 파워풀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와 더불어 ‘처절한’ 연습이 동반돼야 한다.
소찬휘의 노래는 초절 테크닉과 감성이 함께해 듣는 이를 고무한다. 또한 그녀가 장기로 내세우는 두성은 일반적인 가벼운 두성이 아닌 힘 있게 내지르는 두성으로 우렁찬 소리 연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창법 스타일 상 그녀의 노래에선 소리의 어택이 매우 강하게 연출된다. 소리가 너무 각이 져 나온다는 것인데, 바로 이 점이 모든 장르를 커버하기엔 부담스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래 소찬휘의 소리는 가늘고 무게감이 없었다. 오랫동안 피나는 연습을 통해 오늘날의 굵고 묵직한 파워를 획득하기에 이른 것이다. 8집 [Eight Times-Begin Again]부터 소찬휘는 예전보다 목을 많이 열어 소리를 구사하려고 했다. 음폭 역시 더 두꺼워졌다.
가히 파워풀 창법 지존으로서 손색없는 소찬휘에게 옥의 티를 찾으라면 혀다. 예나 지금이나 노래할 때 여전히 혀의 움직임이 적다는 것이다. 좀 더 다양하게 혀를 움직이면 소리 구사가 더욱 좋아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주변에서 그녀에게 강렬하게 내지르는 쪽만 요구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물론 파워풀하고 시원스럽게 질러대는 스타일로 오늘날의 소찬휘의 존재감을 이룬 것이지만 향후 좀 더 다채로운 음악 컬러를 위해선 발전적 변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조성진 기자 / 스포츠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