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신륵사...
2015년 5월 순례지입니다.
처음으로 순례복을 맞춰입고 갔던 곳이라 다시 보니 그 날의 느낌이 생생합니다.
신록이 곱던 숲길을 따라 간 그 곳은 어쩜 그리도 고요하던지,
우리 외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한 인상적인 사찰이었지요.
극락전 안팎의 벽화는 가히 보배였습니다.
노란 순례복이 첫선을 보였던 그 날의 설렘을 다시 한 번 느껴 보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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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이 궁금하다면 신륵사 극락전을 가보시라 / 인드라망 제34차 사찰순례, 제천 신륵사편
인드라망 사찰순례의 흐름에서 이번 34차 순례는 신륵사, 정방사 순례 이전과 이후로 구분될 만큼 몇 가지 점에서 특이했다.
어떤 조직이든 몇 년을 이어 오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고, 처음 가졌던 마음이 퇴색되기 마련이다.
우리 역시도 매번 만차로 떠난 순례길이라곤 하지만, 미흡했던 구석이 왜 없었겠는가.
하여, 이번 순례를 재발심의 기회로 삼고자 인드라망은 순례복을 맞춰 입고, 본래의 순례 목적에 맞게 기도에 무게중심을 두기로 했다.
약속대로 인드라망 순례단복을 입고 나선 첫 순례길, 모두가 기대했던 그 이상의 성취였다.
옷 하나를 더 걸쳐 입었을 뿐이지만 몸가짐, 마음가짐이 더욱 순례자다웠다.
-34차 인드라망 사찰순례, 제천 신륵사: 사진-범심님
우리가 찾은 신륵사는 여주의 사찰이 아니라, 충북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월악산 자락에 위치한다.
대형버스가 들어가기엔 길이 심하게 좁고 굴곡진데다,
그 길마저 공사 중이라, 차는 흙먼지 속을 엉금엉금 기었다.
이미 구불구불한 길을 거쳐오는 동안 몇 차례 멀미를 겪은 뒤라, 신륵사 진입로의 싱그런 초록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노란 순례복을 입은 우리는 발걸음도 가벼이 신륵사를 향한다.
이 곳은 그 흔한 일주문도 없다.
조금 걸었을 뿐인데 벌써 사천왕문이 보인다.
그 어귀를 지키고 선, 커다란 나무 한 그루,
가지를 길 쪽으로 정겨이 뻗었다.
-제천 신륵사 사천왕문, 안에 사천왕은 없었다. 모실 공간만 마련돼 있을 뿐.
문을 통해 아담하니 예쁜 탑 하나가 보인다.
언뜻 석가탑이 연상되는 신륵사삼층석탑(보물 제1296호)이다.
마당으로 들어서자 절은 텅 비어 있었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 었 다.
고여있던 정적을 깨는 발자국 소리에 요사채 쪽에서 개가 짖기 시작한다.
극락전에선 이미 아침 예불이 끝이 났는지, 목탁소리가 없다.
시간으로 봐선 사시예불 중일텐데...
하여, 절은 더욱 적막했다.
넓은 마당 끝에 극락전, 지장전, 오른 쪽에 요사채와 연해 국사당이 있다.
가람을 이루는 전각의 전부이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 싸아한 이 느낌,
오랜만에 코끝이 찡해 온다.
싫지않은 적요(寂寥).
-제천 신륵사 극락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 제132호
신륵사는 신라 진평왕 4년(582년)에 아도화상이 창건하고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중창했으며, 조선초에는 무학대사가, 명종 때는 사명대사가 다시 중창한 고찰이라고 안내판엔 써져 있다.
순례에 나서기 전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없었고, 별다른 정보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극락전 안팎의 벽화와 단청이 충북유형문화재로 미술사료의 보고라는 것과
그 벽화들이 극락세계를 그대로 표현해 놨다는 것 밖엔.
멀리 월악의 봉우리가 천년 넘어 지켜봤을 동안 가람은 일어나고 가라앉기를 몇 번이나 했을는지,
옛 것인 채로 남아 있는 괘불대에 물어보고 싶어진다.
극락전엔 아미타부처님을 중앙에 모시고, 지장, 관음께서 협시로 계신다.
어둑한 곳에서 환하게 돋보이는 세 분 부처님!
-극락전 천장 반자 속의 하늘새, 동물, 하늘꽃
우리 순례단이 한꺼번에 몰려 향을 올리고, 참배를 하는 동안 법당 벽과 천장을 알뜰이 살펴봤다.(법당 사진들은 카메라 후레쉬 없이 어두운 채로 몇 장 담다.)
정말 빈틈없이 장엄돼 있다. 상상 속 극락의 모습으로 꾸며져 있다.
극락조가 날고, 구름 속에 용이 노닐고, 천인이 하늘악기를 연주한다.
금세라도 하늘에선 만다라화.마하만다라화.만수사화.마하만수사화가 흩날릴듯하다.
불회상에 문수와 보현의 화신인 동자들이 청사자, 흰꼬끼리를 타고 나투셨고,
이 모든 걸 지키려는 호법신장들이 건장한 모습으로 그 아래 벽면에 버티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
-제천신륵사 극락전, 천동들이 하늘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 사진들을 보며 느껴지는 것이 혹, 있으신지?
그렇다.
초파일을 막 지난 지금, 법당 천장은 빈 등줄만 걸려 있다.
등이라곤 부처님 주변에만 몇 줄 달려 있었고, 그 마저도 이름표를 다 달진 못했다.
등이 빼곡이 달렸더라면, 천장 벽화는 볼 수 없었을 테지만,
비어 있는 노란 등줄로 인해 가슴이 또 한 번 서늘해진다.
-벽면의 천왕
그리고, 불단엔 두 마리 거북이 엎디어 있다.
일부러 찾아보지 않고선 눈에 띄지 않을 거북,
느리되 쉼없는 정진으로 저 위를 향해 꿈틀대고 있다.
이제 백팔배를 올리는 이들만 남은 극락전에서 카메라를 내려두고, 나도 그 대열에 끼어 들었다.
빠르지 못하면 어떤가, 저 거북도 가고 있는 걸.
절을 마친 이들이 하나둘 물러나고, 나용연님과 나만 남았다.
좌복을 적실세라 깔아둔 손수건에 땀 얼룩이 질 즈음 백팔배는 끝이 났다.
달라진 순례 풍경 중 하나가 바로 이 것이다.
기도 시간을 넉넉히 주기로 한 것,
극락전의 바깥을 살펴볼 차례이다.
이 곳 극락전 안과 밖엔 벽화 136점, 단청 150점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벽화와 단청은 충북 유형문화재 제301호이다.
반야용선이 있고, 혜가 스님이 팔을 잘라 바치는 혜가단비도가 있다.
법당 안이 극락이었으니, 이 곳은 사바와 극락의 경계인가 싶다.
출렁이는 격랑 속에 반야용선이 떴다.
부처님과 관음, 세지보살이 지켜보시는 가운데, 인로왕 보살이 이끄는 용선,
그 옆엔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을 태운 작은 배가 따라간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려는 그 분들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그리고 이 두 편의 그림, 붉고 큰 물고기가 새우를 물고 있고(위의 그림),
커다란 물고기는 작은 물고기를 물고, 물린 물고기는 더 작은 물고기를 물고(아래 그림) 있는 그림,
어찌보면 법당 처마에서 보기엔 의외인 그림이다.
그림을 그린 이의 깊은 뜻은 알 수 없지만,
어린 싯달타가 농경제에서 마주쳤던 약육강식의 그 장면이 연상됐다.
밭갈이 흙속의 벌레를 작은 새가 쪼아 먹고, 그 새를 더 큰 맹조가 잡아 먹던 광경을 보고,
싯달타 태자는 나무 아래에 앉아 初선정에 드셨다고 한다.
모든 생명체는 어떤 식으로든 다른 생명체의 희생에 의존해 살아간다.
농경제의 일이 땅과 공중 중생들의 삶의 모습이었다면,
이 그림은 바다 속 생명들의 삶의 방식이 아니겠는가 싶다.
법당이 극락이고, 벽이 사바와 극락의 경계라면,
조금 튀어 나온 이 처마는 사바의 모습이 분명할 터이다.
(엉터리 글이라 할지라도 딴지 걸지 마시길, 글쓴 이는 이쪽 전문가가 아니라, 느낌을 적고 있는 순례객일 뿐..^^*)
그리고,
삶에 지친 우리를 위무하듯 피어 있는 소담스런 국화 화분과 초록 문 하나,
저 안은 극락일진대, 문 고리가 없다!
불보살님이 인도하는 반야용선에 오르는 길도 있겠고,
자력으로 저 손잡이 없는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방법도 분명 있을테지.
신륵사에 온 목적을 어지간히들 이뤘나 보다.
볕이 하얗게 반사되는 마당, 저 멀리 우리 님들이 모여 있다.
단체사진 찍기를 앞두고, 느긋이 기다려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제천 신륵사 순례, 신륵사 극락전과 3층석탑 앞에서, 사진-범심님
-보물 제1296호 제천 신륵사3층석탑
신륵사3층석탑은 높이 4m의 아담한 크기로 통일신라의 석탑양식을 잘 계승하고 있는 고려 전기의 탑으로 1981년 해체 당시 흙으로 빚은 소형 탑 108기와 사리함 조각이 발견됐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한다.
원형이 잘 보존된 몇 안 되는 석탑이기도 하다.
몇 년 전 우리가 참배했었던 실상사 쌍둥이탑의 상륜부처럼, 이 곳도 멋(?)을 부린 상륜부가 온전히 남아 있다.
-신륵사 요사채와 국사당
-국사당 내부에 모셔진 영정
단체사진을 찍은 뒤 일행은 얼추 빠져나가고,
몇 사람만이 남았다.
이 곳은 신륵사 국사당이다.
局자로 인해, 이 전각의 주인공이 어느 분이신지 다들 궁금해 했다.
모두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지만,
별 소득은 없는듯하고, 한자의 뜻이 판 국[局]이라는 정도만 찾아 냈다.
그 곳에서 낸 의견이 아무래도 단군을 모신 것 같다고 했는데,
집에 와서 찾아 보니 단군이 아니다. 월악산 산신이었다.
국사당은 원래 제천시 하수면 송계리의 월악산 수경대(水鏡臺)에 있었다. 신라 때부터 월악신사(月岳神祀)를 설치하여 제천(祭天)하던 곳이며, 1256년(고종 43) 몽고병이 침입했을 때나 임진왜란 때 부근 사람들은 이곳에 모여 난을 피하였다고 한다. 이 월악산신사는 국가적 기도처에서 뒤에 마을의 수호신격으로 성격이 달라졌는데, 일제강점기에 폐허화되었다.
그 뒤 주위 마을은 흉년이 들고 대홍수가 났으나 그 이유를 아는 자가 없었다. 하루는 신륵사에 있던 승려가 그 까닭이 월악신사의 폐허에 있음을 느끼고 신륵사 경내에 국사당을 지어 월악산에 상주하는 신령님을 봉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는 중앙의 신령, 좌우에 동남동녀가 시립하고 있는 탱화 한 폭이 봉안되어 있다.
-민족문화대백과 사전에서-
이런, 또 꼴찌이겠다 싶어 사천왕문을 지나오자,
나무 아래에 우리님들이 뭉쳐 있다.
어? 예사 분위기가 아니다.
뭘 저렇게 담고 있는지?
모두 열중일 수밖에 없는 풍경이다.
들어갈 땐 참배가 급해 제대로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이 거기 생생히 살아 있다.
또 한 번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지만, 끝끝내 기척이 없던 요사채 쪽.
스님께선 아마도 하안거 결제에 드시지 않았을까.
오르기 어려운 곳의 사찰도 아니고,
산 기슭의 가람인데 이토록 조용한 이유에 대해 한 마디씩 나눴다.
스님께서 이 곳을 수행처로 잘 지키고 계신 건 아닐까 하고.
번잡한 저자와 다를 바 없는 사암도 많다 보니, 신륵사를 대한 느낌이 우리 모두에겐 각별했다.
선원이란 현판을 단 건물은 없었지만,
신륵사는 그토록 맑고 고요했다.
이젠 연출사진까지 담고 있다 보니,
맨 마지막으로 백팔배를 마쳤던 님이 지장전 참배까지 마친 뒤 걸어 나온다.
인드라망의 상징색이 될 것 같은, 그 노란 순례복을 입고서.
돌아나오는 길가, 아기 똥풀이 꽃밭을 이뤘다.
멀리 주먹만한 엉겅퀴 꽃도 보인다.
이 좋은 시절, 이렇게 좋은 곳을 함께 참배할 수 있는 지중한 인연임에, 가슴이 벅차온다.
우리는 또 이렇게 한 솥밥을 나눠 먹었다.
여유가 있으니 이렇게 좋은 걸.
점심공양을 마치곤 휴식 시간이다.
들꽃을 바라보다가, 화장을 고치다가,
명륜님의 구수한 목소리에 실린 '월악산' 노래를 듣다가,
사진을 찍다가, 운동을 하다가,
또 웃다가...
우리는 다시 순례길을 떠난다, 금수산 정방사로.
-인드라망 제34차 사찰순례 제천 신륵사 편
즐거운
휴가되세요
평등심님!
토요일 아침에 다녀갑니다 ^^
연보리님의 맛깔스런 제천 신륵사 순례
출석부 감사합니다 ^^
8년전 연호랑 참석한 신륵사 순례사진
다시 보니 노란 인드라망 조끼가
더 없이 이뻐보이네요~~
무더운 날씨에
건강하고 시원하게 보내세요~♡♡♡♡
8년 전 이었던가요?
세월이 흘러도 너무 잘 흘러갑니다.
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세요~
저날 첫 착복이라 유난히 돋보이는 조끼이네요.
연호군도 사찰순례 시절을 가끔 추억하려나요? ^^
연호랑 즐거운 시간 보내고 계시지요
좋은하루되세요
백상은님 ^^
상은님
부자도 계시넹
반가워요 ♡
어제 간 듯 기억이 새록새록...
날씨가 오늘도 무지 더울듯 합니다.
건강 잘 챙기시며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길가 애기똥풀까지 저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마당에 낮은포복해 사진 담던 뽀대로님도 생각 나고요. ^^
풍경님도 시원한 하루 되세요~~
더운날 물 자주 마시고 시원할때 일하세요
풍경님 여유 시간 주말이네요
()
엄청 더웠어요
내일도
폭염이라지요
건강 잘 챙기세요
풍경님!
노란 조끼가 서랍에서 잠을 자고 있네요 같이 함께 다닐때가 너무좋았어요 신륵사 순례 잘다녀왔습니다 이제부터 휴가 시작들이지요 잘 다녀오세요^^
잘 지내시나요? 얼굴 잊어먹겠어요.
^^
더위 잘 견디시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송현님.
노란조끼 입고
떠나 볼까요
그냥 ㅎㅎ
세월 흐르니
조끼 색깔도
퇴색됐더라요
ㅎㅎㅎ
날이더워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네요
주방서 동동거리다
이제쉽니다
옥수수좋아해서 삶고
깻잎반찬에 호박볶음
더워서 가스랜지안쓰고 인덕션 1구짜리쓰려니바쁘네용~ㅎ
더위에 건강잘챙기셔요
난 현풍서 옥수수 야채 얻어와서 도시락 반찬 만들어 놓고 쉽니다
낼 출석부 진여화님 부탁해요 ^^
@거울빈
@거울빈 비슬씨집
갔다왔다더니
득템한 나물들~
맛있게 변신^^.
금손이십니다
거울빈님♡
저는
바로마켙에서
득템한
호박잎 쪄서
된장이랑 먹었어요
ㅎㅎㅎ
저두 낮에
🌽
삶았어요
11개 만원^^.
가족들이 모였나요? 맛있는 거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 나누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주말저녁 답네요. ^^
@거울빈 오, 먹음직스럽네요. 정말 금손이십니다요. ^^
겸사겸사
육남매 모임인데
진해살고 있는
큰언니네로
우르르(?)갔습니다
저는
못갔구요
에휴~~ㅎ
출석입니다
어디 멀리 못 가시는 그 심정, 제가 잘 알지요.
저는 요즘 가끔 그럽니다.
내가 전생에 나라 팔아먹었나 보다 하고요. ^^
더운날 오달님 케어하느라 너무너무너무 수고가 많으십니다.
이 놈의 전기요금은 또 얼마나 올랐는지 만만한 게 점점 줄어듭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평안한 주말 되세요. 월명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