列國誌 166 : 漢高祖列傳 19, 寄人 蒯徹 2
蒯徹을 찾아다니던 관리들은 그가 괴철이 아닐까 생각하고 그에게 다가가 손을 덥석 잡으며 자신들 역시 미친 사람인양 크게 웃으며, "나도 미쳤는데 당신도 미쳤소? 우리 미친놈들끼리 주막에 가서 술이나 실컷 마셔 보세나." 괴철이 그 말을 듣고 반색하며, "미친놈들 끼리 술을 같이하자니, 내 어찌 마다 하리오? 그대들 돈 좀 있거든 실컷 취해 봅시다."
관리들은 괴철과 함께 酒幕에 들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오자 그들은 그가 괴철인 것을 확인하고자 정색을 하며 수작을 건다. "우리들은 부귀와 영화에 뜻이 없어, 며칠 후에는 먼 나라로 방랑의 길을 떠날 생각이오."
괴철은 그 말을 듣고 그들도 자신과 비슷한 思考를 가지고 있다고 여겨 정색하며 반문한다. "나는 사연이 있어 미친놈 짓을 하며 떠돌지만, 그대들은 무슨 연유로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방랑의 길을 떠나려고 하시오?"
관리들이 대답한다. "우리가 미치광이 노릇을 하며 방랑의 길에 오르려고 하는 것도 깊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라오. 그러나 누가 알면 큰일이니까, 그 사연
만은 말하지 않겠소이다." 蒯徹은 그 말을 들을수록 두 사람의 정체 가 궁금해 졌다. 그리하여 옷깃을 바로잡고 정색하며 묻는다.
"두 분은 뉘신지, 통성명이나 하고 헤어집시다."
"우리 두 사람은 본래 趙나라 태생으로 회음후(淮陰侯) 韓信
장군을 진심으로 사모해오던 사람들이라오. 淮陰侯가 礎王
으로 계실 때는 심복 부하로 많은 총애를 받아 왔었는데 회음후가 誣告로 呂 皇后의 손에 주살 되고 三族까지 滅門之禍를 당했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이오!? 韓信 장군께서는 처형을 당하는 마지막 순간에,
蒯徹의 諫言을 듣지 않은 罰로 오늘 이 꼴이 되는구나!>하고 탄식하셨다는 말도 들었소. 이렇 게 장군이 돌아가셨는데도 우리들은 따라 죽지를 못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오. 그래서 이제라도 모든 名利를 다 버리고, 방랑의 길을 떠나려는 것이오."
蒯徹은 그 말을 듣자 눈물을 흘리며 말이 없었다. 두 관리가 다시, "실상은, 우리는 길을 가다가 선생 의 노래를 듣고 혹시 선생이 蒯徹 선생이 아니신가 싶어 이렇게 酒幕으로 모시고 오게된 것이오. 생각컨데, 韓信 장군이야 말로 永遠不滅의 天下의 英雄이셨소. 그런 분이 일개 아녀자의 손에 어이 없이 돌아가신 일을 생각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구려." 그리고 두 관리는 짐짓 눈물을 뿌리며 주먹으로 가슴을 친다. 그러자
蒯徹도 슬픔을 참고 견딜 수가 없었던지, 자기도 모르게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嗚咽(오열) 하며, "韓信 將軍께서 그런 일을 왜 일찍 깨닫지 못하시고 어이없이 여자의 손에 돌아가셨는지, 徹天之恨이오. 나 역시 주인을 잃었으니 누구를 믿고 살아가겠소!?"
蒯徹은 무심결에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말았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방문 이 쾅! 하고 열리면서 나타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蒯徹을 끈질기게 추적해 오던 陸賈였다. 陸賈는 방안에 들어서자 마자 괴철의 손목을 덥석 움켜 잡으며, "그대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갑소! 예전에 한신장군
에게 三國分立을 주장하던 분, 당신이 蒯徹이 맞구려!" 괴철도 이때만은 당황해 하며, "아니,
당신은 그때 그...!" 하며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러자 陸賈는, "그렇소, 나는 皇帝 폐하의 명을 받들고 그대를 체포하러 온 大夫 陸賈요!"
육가의 입에서 그 말이 떨어지기 가 무섭게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郡守가 刑吏와 함께 들어와 蒯徹을 포박 하는 게 아닌가?
蒯徹이 순순히 바깥으로 끌려 나오자 陸賈가 형리들에게 命한다. "이 분의 捕繩을 당장 풀어드려라!" 그리고 이번에는 괴철에게 정중하게 "선생은 미친 사람 행세는 이제 그만 하시고, 長安으로 황제 폐하를 만나 뵈러 가십시다." 괴철은 아무런 말도, 반항도 하지 않고 陸賈가 하자는 대로 몸을 맡긴다.
이윽고 수레를 타고 장안으로
떠나게 되는데, 陸賈는 수레 위에서 蒯徹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옛 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時勢를 알고, 어진 사람은 주인을 잘 택한다고 하였소. 漢帝는 天命을 타고나신 천하의 주인이시오. 그러기에 韓나라
에서 宰相까지 지내신 張良 선생 조차도 지금은 漢帝에게 충성을 하고 계시다오. 이렇듯 天下大勢 가 이미 漢帝에게 기울어졌는데 선생 혼자서 고집을 부려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지금이라도 마음을 돌려, 이름을 後世에 남기면 어떻겠소?"
蒯徹은 오랫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가 오랫 동안 미친놈 행세를 하다가 마침내 대부의 손에 붙잡히게 되었는데, 이것도 천운인지 모르겠소이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漢帝를 만나 뵙도록 하겠소."
이윽고 유방은 괴철을 만나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대가 韓信에 게 謨反할 것을 부추겼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이런 식으로 밀어붙 이면 蒯徹은 응당 공포에 떨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괴철의 태도는 그게 아니었다.
蒯徹은 두려워하는 기색은 추호도 없이 당당히 대답한다. "저는 韓信 장군에게 "천하의 주인이 되시라." 고 直言한 일은 있어도, 모반하라고 권한 일은 없었습니다. 폐하는 무엇인가 크게 오해하고 계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방은 괴철의 말을 얼른 알아 듣지 못해 다시 묻는다. "謨反을 권고한 것이 아니라 天下의 주인이 되라고 충고했다는 말은 무슨 뜻이냐? 좀 더 알아 듣게 말해보아라!" 蒯徹이 다시, "지난날 '秦'이라는 '한 마리의 사슴'을 놓고 천하의 영웅들이 저마다 욕심을 내며 싸운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그때 저는 韓信 장군이야말로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몇 차례에 걸쳐 천하를 取하도록 충고를 했던 것입니다. 그때는 韓信 장군만이 위대한 인물인 줄 알았지, 폐하 같은 분이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니 그것은 저의 無智의 탓이지 이를 어찌 背反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때 韓信 장군이 제 충고 를 받아들였다면, 오늘날 저는 이렇게 초라한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모시던 韓信 장군은 가시고 저만 홀로 남았으니, 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시고 속히 죽여주시옵소서."
너무도 당당하게 말하는 蒯徹의 태도는 초연하기가 이를 데 없었다. 유방은 괴철이 謨反을 사주한 사실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러면 한 가지만 더 묻겠다. 韓信에게 천하의 주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 나를 알기 이전의 일이었다면, 이제 나를 직접 보고난 지금의 생각은 어떠하냐?" 이에 蒯徹은, "張良 선생처럼 지혜로운 분께서도 폐하께 충성을 하고 계시다니, 폐하께서 천하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 유방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져 크게 웃었다. "하하하, 모든 사물에는 주인이 따로 있는 법이지. 그러나저러나 그대가 韓信의 忠臣인 것만은 틀림이 없구나." 괴철은 머리를 숙이며, "忠臣이라면 매우 부끄러 운 忠臣이옵니다." 劉邦은 蒯徹의 충성심에 크게 감동되어, "朕은 그대의 죄를 일체 묻지 않고 官爵을 내려주고 싶은데, 그대는 이제라도 朕을 도와줄 수 있느냐
?"하고 물어본다.
그러자 蒯徹은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한다. "저는 官爵에 뜻이 없사옵니다. 바라옵 건데, 폐하께서는 韓信 장군의 그간의 功勞를 생각 하시와, 그분의 유해를 저에게 내려주시옵소서. 그러면 저는 韓信 장군을 그의 고향에 장사 지내드리고, 여생을 무덤 지기로 살고자 하옵니다." 劉邦은 괴철의 충성심에 다시 한 번 감명을 받고, 韓信의 수급을 괴철에게 내려주고 동시에 국고로써 무덤도 성대히 축조하도륵
해주었다. 그리고 韓信으로부터 박탈하였던 楚王의 칭호도 追贈하여 백성들이 다시 그를 받들게 하였다. (잔꾀가 많은 劉邦이 이런 행위로 인하여 점수를 많이 땄다.)
不吼(불후)의 명장 韓信은 무덤
조차 없이 사라질 뻔했는데, 다행히 충신 蒯徹의 덕분에 자신의 고향에 무덤을 남겨 후세들에 게 교훈을 남겼으니,
사람에게 있어 인연의 중요성
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