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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감동글 스크랩 찰자세 시즌2 제51호 ★ 국왕을 선출하는 나라
허재회(오빠) 추천 0 조회 11 09.05.12 12:4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지난밤에 톨게이트에 텐트를 못 치게 한 관계로 반항이라도 하듯이 멀리떨어지지 않은 도로변에 텐트 치고 잤다.ㅋ

말레이시아는 여행하기에 안전한 나라라고 들어서 편안한 마음으로 자고 있는데

이른 아침 따스한 경찰들이 모닝콜로 잠을 깨워준다.



자세히 보니 경찰은 아니고 고속도로 안전 관리원들 같다.

고속도로 진입로에 텐트 친 것 가지고 뭐라 하는 것은 아니고

고속도로는 자전거가 금지이니 국도를 이용하라고 한다.

국도가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그럼 당연히 국도를 이용하지!

 

 

 

알로스타에서 시작되는 1번 국도를 타고 쭉 내려가면 KL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린 어제,

현재는 열심히 진행해야하는 오늘,

미래는 기대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내일!



다시 잡을 수 없는 과거를 위해

또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달려보자, 바로 지금!


 

 

 

고속도로에선 휴게소조차 보이지 않아서 말레이시아엔 거리의 음식이 없다라고 판단할 뻔 했는데

국도를 이용하니 식당도 많이 보이고 좋다.

 

 

 

중국에 돌아온 것처럼 아침부터 붐비는 중국계 식당에 들어가 아침으로 어묵 국수와 시원한 차 한 잔 마신다.


 

 

 

국수 먹고 다시 페달 밟은 지 3분 지났을까,

우리나라 호떡처럼 생긴 먹을거리가 다시 브레이크를 잡게 만든다.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로띠 차나이라고 한다.

인도계 말레이시아인인 주인은 아버지부터 말레이시아로 넘어와서 이 로띠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로띠는 빵이라는 뜻이고 빵 안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뒤에 딸리는 이름이 바뀐다.

로띠 차나이는 그냥 밀가루 반죽을 구워서 고소한 맛이 나는 클래식 버전이고

로띠 플란타는 설탕버터가 옵션으로 들어가서 달콤하고 부드럽다.

그 외엔 계란이나 바나나가 들어가면서 가격도 조금씩 올라간다.


 

 

 

로띠 차나이는 70센트, 플란타는 1달러 (현지에서는 링깃(RM)을 보통 달러라고 통칭함)



무엇인지 모르니 착한 가격 순으로 로띠 차나이와, 로띠 플란타를 시켜봤다.

함께 주는 카레 소스에 찍어 먹으니 아침으로 국수를 괜히 먹었다 싶을 정도로 맛있다.

오~ 이놈 앞으로 자주 애용해줘야겠다.ㅋ



음료도 따로 주문해야하는 분위기여서 커피를 시켰는데 특이한 것은 컵받침에 얼음을 얹혀줬다는 거.

내 상식으로는 얼음은 왜 얹혔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물어봤다.



커피가 너무 뜨거울 까봐 식혀서 먹으라고 올린 것이라고 한다.

온 커피는 원래 뜨거운 맛에 먹는 것 아닌가?^^;;

너무 더운 나라여서 더위 먹지 않으려면 조금 식혀서 먹어야 하나보다.

하긴 자세히 살펴보니 아침인데도 모두 냉커피, 얼음 듬뿍 넣은 차를 마시지

뜨겁게 마시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보통 이런 로컬 식당에는 자리를 제공하는 주인이 있고 입점한 각 부스에서 다양한 음식들을 시켜먹을 수 있다.

작은 푸드 코트라 상각하면 쉽겠다.

그리고 그 주인은 음료를 팔아서 돈을 벌기 때문에 태국 로컬식당에서 기본적으로 테이블에 놓여있던 물은 없고

드링크를 따로 시켜야 하는게 원칙이어서 직원에게 음료는 뭐로 할 거냐는 질문을 항상 받는다.


 

 

 

다시 도로위에 서고 도로 위는 말도 못하게 뜨겁다.

수도꼭지만 있는 곳을 찾으면 물 한번 끼얹고 그늘에 잠시 쉬었다 간다.


 

 

 

지루한 국도를 달리다가 보면 가끔 가다 작은 도시들도 나타난다.



 

 

 

태국은 특이하게 편의점이 슈퍼보다 저렴한 편이어서 12밧이면 편의점에서 1.5L 생수를 구할 수 있었다.

그 습관으로 지난밤에 같은 크기의 생수를 말레이시아 편의점에서 샀는데 2.5링깃, 두 배 이상의 가격이었다.

물을 보통으로 마시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4~5리터씩 마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대형마트에 가보니 1.5L를 69센트(Sen)에 판다.

편의점에서 하나 살 수 있는 가격으로 3개를 샀으니 돈 번 것 같아 군것질거리도 하나 추가.ㅋ

그리고 마트 안에 있던 책방에 들렀더니 그렇게 찾아다녔던 말레이시아 지도가 있는 것 아닌가.

말레이시아, 드디어 내 손안에 접수!


 

 

 

MY 작은 시에서는 오토바이 전용 정지선이 신호등 가장 앞자리에 따로 그려져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아침에 먹었던 로띠차나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점심도 인도식당엘 찾아가 봤다.

그런데 아쉽게도 로띠는 아침식사로만 된다면서 다른 음식을 추천해준다.

그래서 치킨, 양고기, 오징어, 두부 요리를 각각 한 조각씩 쟁반 위에 얹히니 10링깃이 넘는다. 컥.

아직은 태국 돈이 익숙해서 100밧이라 생각하니 비싼 느낌.

반찬을 다디 원위치 시켜도 되냐고 물어보고 집게를 들어 다시 오징어와 두부를 빼니 두유와 함께 7.5링깃.ㅋ



젊은 주인과 이런 저런 얘기 하면서 말을 트고 왜 인도 식당은 중국 식당에 비해 비싸냐고 물어보니

중국음식은 재료가 밀가루랑 물 그리고 양념이라서 싸지만 우리 음식은 고기 덩어리라 비싸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 먹는 것을 보니 나처럼 반찬을 여러 개 시키지 않고

반찬 하나에 소스를 많이 부어서 밥을 비벼 먹는 식이다.


 

 

 

태국과 말레이시아와 크게 다른 점을 또 찾은 것이 있다면

태국에는 거리에 개들이 그렇게 많은데 말레이시아엔 한 마리 구경하기 힘들다는 것.

불교국가와 이슬람국가의 차이이지 싶다.

태국에서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가끔 교통사고 당한 강아지들의 슬픈 장면을 볼 수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선 강아지 대신 이구아나다.


 

 

 

조금만 달리면 버더워스(Butterworth)시가 나오고 몇 번 들어본 듯한 피낭(P.Pinang)섬으로 갈 수 있는

다리와 나룻배가 있다고 지도에 표기 되어있다.

시간이 해 질 시간이라 다리 있는 곳이나,나룻배가 있는 곳까지 찾아가려면 시간도 많이 소모되고

그냥 지나치기엔 아쉬울 것 같아 고민하던 찰나에

말레이사안 라이더 한명을 만나고 그 친구가 따라오라며 피낭섬까지 인도해주겠다고 한다.^^


 

 

 

새로 만난 친구 잘(Zal)덕분에 헤매지 않고 선착장을 찾고 긴 줄을 대기할 필요 없이

자전거만 통과할 수 있는 지름길을 통과해 배를 탈 수 있었다.



친구야, 나 기념사진 한 방만 찍어 줄래?


 

 

 

찰칵.

다리 길이가 너무 정직하게 나왔다.ㅋ



 

 

 

전에는 페낭으로 들었던 것 같은데 이 피낭 섬이 그 페낭 섬 맞냐고 물어보니 둘 다 맞는 표현이라 한다.

외국에는 페낭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현지인들은 풀라우 피낭이라 한다고 한다.^^


 

 

 

혼자였다면 아예 들리지 않았거나

아니면 최대한 다른 이동 수단은 이용하지 않으려고 하기에 피낭 대교를 통과하려고 다리를 찾아 갔을 텐데

줄이 피낭 대교는 자전거로 통과 할 수 없다고 알려준다.

이 친구가 아니었으면 얼마나 헤맸을까.ㅋ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대교는 7.42km의 길이로 부산에 있는 광안대교(서해대교 7.31km)인데

피낭 대교는 그 길이가 13.5km로 세계에서 3번째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가장 길기로 유명하다.

다리 중앙 부분은 대형 선박들이 다닐 수 있도록 독특한 구조를 해놓았다.



그래도 하나도 부럽지 않는 이유는 피낭 대교를 건설한 회사는 우리나라 H기업이라는 것.ㅋ


 

 

 

4.4km 폭의 말라카 해협을 사이에 두고 피낭섬의 조지타운(Georgetown)에 도착했다.

자전거 운반비용이 왕복이 1.40링깃으로 가격은 대중적이다.

대교 통행료보다 나룻배 값이 더 저렴하거나 편리한지 대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차들이 여전히 나룻배를 이용 하고 있다.


 

 

 

선착장을 벗어나자마자 보이는 조지타운의 모습.

조지타운, 이름부터가 영어이듯이 중세기서양 건축양식의 건물들이 눈에 띈다.


 

 

 

18세기말 영국무역상들의 들어오면서 개방되기 시작하여 영국인들이 점령하였던 곳이어서 그렇다.

 

 

 

줄의 직업은 해군이고 조지타운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해서 자세히 안내해준다.



콘월리스 요새(Fort Cornwallis)의 포대

영국인들이 정착한 후 1786년 외세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축하였고, 피낭섬을 아시아지역 진출의 기점으로 삼았다.

이곳에서 배를 건조하였으며, 나무로 지었던 요새가 불타 없어진 후, 돌로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줄의 동생이 시청 옆 해변에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팔고 있다며 가자고 한다.




 

 

 

밀로라는 초코음료와 튀김을 주며 너에게는 공짜니깐 마음껏 먹으라고 한다.

에이, 어떻게 공짜로 먹어. 하면서 잘 먹고 있는 나.


 

 

 

옆에서 장사하던 아저씨도 한국에서 자전거 타고 왔다니깐

뽀삐아라는 것을 맛보라며 그냥 주신다.


 

 

 

조지타운은 아시아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여러 번 Asiaweek라는 잡지에 Top10에 올라왔던 곳이라고 자랑한다.

판단 기준은 날씨, 공기, 인프라, 의료시설, 주택, 치안, 정치 등의 투표조사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 얘기 듣고 죠지타운을 다시 둘러보니 바다에서 산까지, 다양한 쇼핑환경, 공항 등.

퇴직하고 편안하게 살고 싶으면 실버타운 보다는 괜찮은 거처지가 될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안 드는 것 한가지 있다면 시내 안의 미로 같은 일방통행 길들.ㅋ


 

 

 

밤에만 문을 연다는 먹자골목, 거니드라이브에 갔더니 사람들로 미워터진다.

피낭 푸젠미엔(자장면)이 맛있다고 전에 식당 아줌마가 추천해줘서 먹어보고 싶었지만

줄의 동생네 노점상에서 너무 많이 먹어서 먹지는 않았다.


 

 

 

피낭에 오면 영국점령기 때 만들어진 탄광 기차도 타봐야 하고 유명한 불상이 있는 사원도 가봐야 한다지만

아쉽게도 요번엔 시간이 없다.


 

 

 

줄은 돌아가는 배까지 안내해 준다.


 

 

 

오늘은 어디서 잘 거냐고 물어봐서 경찰서에 가서 주차장에 텐트 쳐도 되냐고 물어 보겠다고 했다.

줄이 버터워스 경찰서까지 안내해주겠다고 해서 같이 가서 물어봤지만 어제 톨게이트에서처럼 퇴짜다.

경찰은 길건너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호텔이 있다며 위치만 알려 줄 뿐이다.

한국에서 말레이시아까지 찾아왔는데 말레이시아네에서 호텔을 못찾아서 내가 경찰서를 찾아 온 것은 아닌데.ㅋ

호텔의 가격을 물어보니 80링깃. 굿바이.



줄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봐서 더 이상 줄에게 부담 주기 싫어서

그냥 어제처럼 가다가 도로에 텐트 치면 되니깐 경찰서 앞에서 헤어지자고 했다.

줄은 걱정되는 표정으로 떠나질 않지만 괜찮다고 등떠밀어 보냈다.

 

 

 

그렇게 헤어지긴 했는데 막상 텐트 칠 곳을 찾으려니 그리 쉽지가 않다.^^;;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쭉 달려보자.

아, 이 집 없는 나그네 인생.

야밤에 잠자리 찾아 대교에서 자전거를 끌고 있자니 기분 쌘치해진다.ㅋ



계속해서 달리는데 주유소가 보여서 우선 씻기라도 하려고 찾아갔다.



직원들이 보이기에 기회다 싶어 상황을 설명하고 혹시 텐트 쳐도 되냐고 물으니

"Why not." (안 될 거야 없지) 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그럼 텐트 쳐도 된다는 거야?

그러라고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렇게 쉽게 허락받으니 어딘가가 조금 이상하다.

그래서 하나 더 물어봤다.



너희 말레이시아인이야?

아니라고 한다.



그럼 어디서 왔는데?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한다.

그렇구나.

 

 

 

돈 벌러 말레이시아까지 온 방글라데시 친구들은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이곳에 온지는 2~3년씩 되었다고 한다.



괜히 나 때문에 문제 되지 않게 주유소 주인은 언제 출근 하냐고 물어보니 7시에 온다고 한다.

그럼 내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떠난 다니깐 그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그 외에도 방글라데시인에 대해 좋은 인상이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자주가던 '사장님의자' 피씨방 지하에 공장이 있었는데

방글라데시에서 왔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었다.

눈인사만 하다가 그 친구는 한국 친구가 없다며 친구하자고 해서 어느날 약속을 잡고 패스트푸드점에 같이 갔었는데

내가 계산해야 할 줄 알았던 버거세트를 자기가 형이라며 계속 자기가 사겠다고 해서

힘들게 버는 노동자의 월급으로 거금의 햄버거를 얻어 먹었던 추억이 있다.



아무튼 오늘도 방글라데시 친구들 덕분에 결국 잠자리가 생겼다.



 

 

 

2008년 12월 23일,

내일이면 크리스마스이브고 내일 모래가 크리스마스인데 성탄장식은커녕 캐럴 송도 들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마저 혼자만의 큐티로 보내기엔 뭐하니깐 어떻게 해서든 KL(쿠알라룸푸르)까지 달려야겠다.



주유소를 떠나 어제와 같이 아침은 중국식 국수와 간식으로는 인도식 로띠 차나이를 먹고 달린다.

그러면 도대체 말레이식은 언제 먹어 보는 것인가.


 

 

 

날씨는 얼마나 뜨거운지 오전부터 앞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의 위도는 북위 5도이고 점점 적도와 가까워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더위다.


 

 

 

날 매마름에서 살려준 코코넛 음료.


 

 

 

점심시간이 되어 음식점을 찾고 주인아저씨에게 어느 지역 사람이라고 물으니

말레이계 말레이, 즉 말레이 토박이라고 한다.

말레이시아에는 중국과 인도에서 이주해온 중국계/인도계 말레이인들이 많아서

앞에 어디계 말레이인이라고 자주 붙인다.

그럼 이 음식도 말레이식 요리군요!



드디어 찾았다. 말레이 식당. 어떻게 말레이시아에서 말레이음식 찾기가 더 어려운지.

생선과 치킨 바비큐의 매인 메뉴가 있는데 치킨 바비큐를 시키고 기다린다.

주인아저씨는 앉아 있는 내게 수도꼭지가 있는 위치를 알려 주며 손 씻고 기다리라고 하는 것 같다.

수도꼭지만 보면 씻고 싶어 하는 나의 본능을 알아챈 건가, 아님 내가 그리 꼬질꼬질해 보였나.ㅋ


 

 

 

드디어 쟁반에 치킨과 밥 그리고 소스가 얹혀서 나왔다.

적당히 익은 치킨에서 부지런히 칠한 양념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잘 먹겠습니다~ 기도하고 얼른 먹으려고 하는데 뭔가가 빠졌다.

생각해보니 쟁반 외에 아무런 도구(?)를 주지 않은 것이다.



이상해서 식당 주변을 다시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 모두 손으로 밥을 만지작거리고 있다.ㅋ

그래서 아까 아저씨가 손 안 닦느냐고 수도꼭지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구나.^^



뭐, 손으로 못 먹을 거도 없지.

하고 손으로 밥을 먹으려고 하는데 치킨은 쉽게 잡히지만 소스 부은 밥과 손은 자석의 극과 극이 만난 것처럼

손이 내려가다가 밥에 닿기도 전에 손가락이 손바닥 쪽으로 오므라들며 그리 쉽게 만져지지가 않는다.



어리둥절한 나를 보고는 센스 있는 아저씨 이것이 필요했냐며 뭔가를 들고 있다.

바로 숟가락.

Yes, please!ㅡ.ㅜ


 

 

 

거리에서 만나는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영어로 의사소통도 잘 되고 참으로 친절하다.

저녁에 잠자리 찾을 때 빼고.ㅋ



점심 먹고 달리다가 더위 좀 식히러 찾아간 주유소에서 만난 청년들과도 얘기하면서 느꼈다.

말레이시아 여행은 즐겁냐며 묻는 말에 사람들이 친절하고 시설이 잘 되어있어 좋지만

좁은 갓길과 잠자리를 구하는 데는 다른 나라보다 힘들다고 말하니

그 청년들은 여기는 무슬림 국가이고 무슬림 문화에서는 집에 있는 아내나 딸을 지켜야(protect) 하기 때문에

이방인을 잘 초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 외에 말레이 문화나 말레이 언어 표현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고

그 친구들이 단어를 잘 못 선택 한 것 일 수도 있지만 protect 라는 단어가 기억속에 오래 남으면서

같은 문화권에 살아도 이해 못하는 점들이 있는데 다른 문화권에 와서 내가 큰 실례인지 모르고,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줄 모르고 앞마당을 부탁 한 것 같아 앞으로 말레이시아에서 잠자리는

서로 입장 곤란하지 않게 더 이상 묻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전부터 시작된 더위는 끝이질 않고 더 이상 더위와 싸워 이길 자신 없다.

그래서 해 질 때까지 인터넷카페에 숨어본다.



해 질 때쯤인 6시에 나오니깐 노출된 하늘 밑에 서있을 만하다.



 

 

 

 

야간 주행은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여행 초반 중국에서와 같이 어두움 보다 무서운 더위를 재연한다.

차들은 쌩쌩, 갓길은 조마조마, 도로는 오르락내리락, 거기에 굴곡까지 심한 말레이시아 국도.


 

 

 

저녁 9시쯤 쿠알라 캉사(Kualar Kangsar)라는 아기자기한 도시를 지나간다.



 

 

 

도시에 관한 정보도 없고 빨리 KL에 가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어서

도시를 통과해 도시가 끝나는 부분까지 달려 왔는데 어느 오토바이 탄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온다.



할아버지가 위험하게 왜 밤에 달리냐고 묻는 질문에 내일까지 KL에 갈 계획인데

낮에는 너무 더워서 못 달려서 그렇다고 하고 천천히 속도 맞춰서 달리며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맛있는 말레이 차 파는 곳 알고 계시다며, 한 잔 살 테니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으신다.



어차피 한 번 쉴 때도 됐는데 찻집이 가는 방향에 있다면 좋다고 하고 같이 갔다.


 

 

 

60세가 넘으신 Zai 할아버지. 은퇴하고 지금은 쉬고 계신다고 한다.

우선 KL까지의 거리를 알아야 얼마나 쉴 수 있는지의 계획을 짤 수 있으니깐

먼저 거리가 얼마 정도 남았냐고 물으니 200km 노 넘게 남았다고 한다.

헉.

국경 떠난 지 얼마 안 돼서 KL까지의 거리가 400km 조금 넘게 남았다는 표지판을 봤고

국경으로부터 300km 이상은 달려 내려온 것 같은데 KL까지의 거리가 아직도 200km 도 넘게 남았다니.



할아버지는 국도가 고속도로보다 많이 고불고불 돌아가서 국경에서 KL까지의 거리가

서로 100km 넘게 차이 난다고 한다.



내일이면 크리스마스이브인데 과연 성탄절 전에 200km도 넘는 거리를 달릴 수 있을까?

그러려면 오늘 최대한 많이 달려 놔야겠다.



할아버지께 사정을 얘기하고 슬슬 떠난다고 하니깐

어떻게 이 로얄타운 쿠알라캉사를 몇 분 안에 지나쳐 가냐며 저녁에 달리면 위험하기도 하니깐

차라리 당신 집에서 하룻밤 자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달리라고 하신다.



내일 하루에 200km도 넘는 거리는 무리여서 오늘 더 달릴 것 같....

..아요. 라고 말하려고 하던 찰나에 할아버지는 집이 찻집 건너편에 있으니 보고 얘기 하라고 하신다.


 

 

 

여행하면서 현지인들에게 물으니 이곳은 아내와 딸을 지켜야 해서

외부인을 집으로 잘 초대하지 않는 다고 들었는데 엉클(Uncle)은 어떻게 처음 보는 사람을 초대하죠?

라고 정말 궁금해서 여쭤봤다.



할아버지는 집이 두 체라고 하신다.

지금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살던 집.

내게 집 한 채를 마음껏 이용하라며 제안을 하신다.


 

 

 

아, 말레이시아에서 이런 날도 있구나.^^

흔한 일은 아닌 것 같고 어차피 잠자리 찾기도 힘든데

할아버지 말대로 일찍 쉬고 내일 새벽 일찍 떠나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화장실과 잠잘 곳을 알려주시고 바로 옆집에 있으니깐 무슨 일 있으면 부르라고 하신다.

잠깐만요, 같이 사진 한 방 찍어요.^^ 급하게 적어서 뭐라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할아버지와 인사한지 10분 지났을까.

집 앞에 할아버지가 다시 차를 끌고 와서 시내 구경 시켜주시겠다며 30분이면 된다며 나가자고 하신다.



아.. 아니 내일 일찍 가야...



쿠알라캉사에서 태어나 60년 넘게 산 토박이로써 멀리서 자동차도 아닌 자전거로 온 여행객이

이 도시를 그냥 지나치는 것은 용납이 안 돼서 그렇다고 하신다.ㅋ



알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자가용은 처음 보는 차다.

어느 나라 메이커냐고 물으니 말레이시아 산이라고 한다.

말레이시아도 자체 생산 자동차 회사가 있었구나!^^;;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지라 웬만한 자동차 회사는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레이시아 도로를 달리면서 처음 보는 차종들을 보고 조금 당황하긴 했었다.



말레이시아 메이커로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할아버지 차 프로톤(Proton)이 가장 역사가 길며

한때 말레이시아 시장 점유율 60%나 차지했었다고 하고

다음으로는 퍼라쥬아(Perodua)가 유명하며 해외로 수출도 한다고 한다.



할아버지 차 Saga는 프로톤 사에서 1985년부터 만든 초창기 모델로 20년도 넘은 차량이다.

70년대 중반에 만들기 시작한 우리나라 현대의 포니랑 10년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공통점이 조금 있다.

둘 다 미쓰비시사의 엔진을 얹혔다는 것과 국내 초기야심작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거.

포니에서 포니2로 이어 갔던 것처럼 Saga도 조금 더 세련된 2세대(Saga Iswara)로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1990년 전까지 생산된 프로톤 차량의 마크는 할아버지 차처럼 무슬림을 상징하는 별과 초승달 모양이었는데

1990년 이후로는 해외시장도 공략하고 다양한 고객층을 얻고자 사자머리 모양으로 바꿨다고 한다.


 

 

 

말레이시아판 포니를 타고 처음 들른 곳은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Masjid Ubudiah 이슬람 사원.

이태리에서 수입해온 대리석을 사용했다고 강조하신다.ㅋ



이렇게 멋진 건축물들이 이 도시에 숨어있었다니.

별로 기대하지 않아서 카메라만 들고 나왔는데 손각대로 열심히 찍어본다.


 

 

 

그 외에 몇 군대 더 들리는데 가로등이 꺼져서 안 보이지만 옆에 계속 이어지는 부지가 왕궁이라며

보라고 한다.



왕궁이요? 에이, 별장 이겠지요.. 왕궁이 있다면 쿠알라룸푸르에 있어야지 왜 여기 쿠알라캉사에 있나요.


 

 

 

진짜다. 쿠알라캉사에도 왕과 왕비가 산다.

말레이시아의 13개 주 가운데 9개 주에 왕이 있고 나머지 4개 주는 주지사가 다스린다.

재미있는 사실은 각 주에 있는 아홉 왕 중에서 5년 임기로 선출되어 돌아가며 국왕이 된다고 한다.

국왕을 선출(ㅋ) 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 말레이시아.



그리고 지금 연방 정부의 국왕으로 재임하는 미잔 국왕이 다스리던 주는

그의 아들(왕자)이 아빠 돌아 올 때까지 9살때부터 그 주를 통치하고 있다는 거.^^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되고 최초(1877)로 심어졌다는 고무나무.

그 이후로 고무생산은 말레이시아에 중요한 수확물로 자리 매김 하게 되어서 더욱 유명한 나무라고 한다.

그 외에 오래된 기차역, 가장 오래 됐다는 전통 가옥, 말레이계 말레이인들만 갈 수 있다는 명문 칼리지 MCKK 등.

이제 중요한 것들은 다 봤나보다.

출출하지 않으냐며 야식 먹으러 가자고 하신다.

좋습니다. 요즘 더위에 자전거를 많이 타서 그런지 하루에 4끼니를 먹어 줘야 먹은 듯하다.ㅋ


 

 

 

야식 먹으러 가기 전에 주유소를 들린다.

말레이시아 주유소는 태국과 반대로 대부분이 셀프 주유이다.

하긴 태국에도 요즘 점점 셀프 주유소가 많이 보이기 시작하던데.



할아버지가 주유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데 왜 주유를 하다 말까하고 무슨 문제 있냐고 물으니

주유 다 했다고 하신다.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벌써 끝나지?


 

 

 

10링깃(2.8$)어치 밖에 안 들어갔는데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신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4천원도 안 되는 돈으로 휘발유 5.5L나 되다니.

우리나라 LPG 값보다 싸네.ㅋ



 

 

 

저녁은 사람들이 자주 먹는 문안한 것을 먹어보고 싶다고 하니깐

나시(밥)고랭(볶음)아얌(닭)(Nasi Goreng Ayam)을 시켜준다.

볶음밥과 국에는 이제 너무 맛있게 느껴지는, 가끔 생각날 때도 있는 향채(팍취 샹차이)가 들어있다.^^



다 먹고 계산하려고 카운터에 가니 할아버지가 여행자가 무슨 돈이 있냐고 그러신다.

그럼 은퇴한 할아버지는요. 라고 한방에 녹다운 시켜드리고 계산했다.


 

 

 

이제 집에 가나 싶었더니 마지막 한군데 보여줄 것이 남았다며 또 어디론가 가자고 핸들을 트신다.



 

 

 

불 꺼진 집의 대문을 마구 두드리더니 열라고 한다.

아니, 이렇게까지 해서 보여주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말레이시아 정통 칼, 무기의 특징들을 설명해주시고 약제는 어떻게 했는지 등등.



 

 

 

30분이면 된다는 투어가 2시간이 되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수기에 쿠알라캉사나 죠지타운이라는 명칭이 올라오기는커녕 내 기억속에조차 남지 않을 수 있었는데

감사한 자이 할아버지와 어제 만났던 줄 덕에 새로운 사실들과

그냥 거리에서 보이는 말레이시아 외의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자기 전에 피낭섬의 줄에게 어제 오늘 잠자리는 찾았냐는 걱정 섞인 안부 전화가 왔었다.ㅋ



내 여행은 주로 건물이나 풍경과의 만남보다는 사람이나 문화의 만남이 주라서

말레이시아에서 첫날 좀 아쉬웠는데 마음 비우고 그냥 달리니깐 또 좋은 만남들이 이뤄지고 있는게 신기하다.



이제 내일을 위해서 그만 자야겠다!

Zzz.. (머리만 다면 잠듦ㅋ)


 

 

 

2008년 12월 22,23일

22일 이동거리 : 122km

23일 이동거리 : 113km

세계일주 총거리 : 12412km

마음의 양식 : 살전 2,3장

22일 지출 : 국수2.7차0.3 로띠차나이/플란타1.7 지도6.8 테스코3.56 점심7.5 배표1.4 계:23.96RM(6.85$)

23일 지출 : PenangCurryMee2.5차0.4 로띠차나이0.8 생수2 코코넛1 점심4 인터넷4.5 볶음밥,계란5 야식10 계:30.2RM(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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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의 자전거 세계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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